<div>가끔씩 결혼 게시판을 눈팅하는데, 결혼게시판에 올라온 고민글에는 항상 어김없이 이혼!이혼!을 외치는 댓글들이 있습니다.</div> <div> </div> <div>물론 원글의 작성자분도 어지간히 고민되면 인터넷에 글을 썼을까 싶고, 고민이 있다면 한쪽의 입장만이 나타나니 이혼을 권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div> <div> </div> <div>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댓글의 이혼!이혼!이라는 의견은 가급적 걸러들으시라"는 조언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u>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본문의 고민글을 5분도 안걸려서 읽은 뒤 자신의 감정대로 이혼!이혼!을 외치고 엔터키를 누르는 것으로 모든 고민을 종료합니다. </u></div> <div> </div> <div><u>반면 고민의 당사자는 짧은 글을 쓰기 위해 수십분 이상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에 담지 못한 상대방과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u></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무리 내가 내 남편 욕을 해도, 듣는사람이 '그자식 개X끼네'라는 말을 하면 덜컥 화가 나는것이 사람 심리입니다.</div> <div> </div> <div>결혼을 하기까지 수 많은 고민의 단계가 있었듯이 이혼의 절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민글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글에 담지 못한 상대방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div> <div> </div> <div>무엇보다 '이혼'은 말처럼 쉬운 '단독행위'가 아닙니다. 협의이혼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소송까지 가야하고, 결국 상대방의 내밀하고 수치스러운 이야기까지 마구잡이로 들쑤셔 내는 것이 이혼소송의 과정입니다. </div> <div> </div> <div>댓글에서는 '그런사람하고는 살지 말아라'라는 취지로 이혼을 외치고 떠납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본인이 이혼을 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것은<strong> 쉽게 감당하기 힘든 변호사 선임비, 수 개월간의 법정싸움, 법원에 출석할 때 마다 경험하게 되는 부담감, 상대방의 가족과 주변인으로부터 닥쳐오는 여러가지 비난들, 무엇보다 그간의 가정사와 서로 묻어두기로 한 이야기들이 수 백개의 비수가 되어 날아오는 상대방의 소장과 답변서를 읽게 되는 일입니다. </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strong>만일 아이를 낳으셨다면 그 아이에게 '우리 부모님은 이혼하셨다'라는 또 다른 짐을 짊어지게 하는 일이기도 하구요.</strong></div> <div> </div> <div>이혼소송을 진행하다보면 정말 상대방을 천하에 둘도 없는 썅X로 만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것이 아무리 침소봉대, 아전인수, 견강부회, 적반하장이라 할 지라도 '나를 믿고 있는 내 의뢰인'을 위한 일이라면 상대방의 감정까지 신경쓸 수는 없습니다. 그게 변호사의 일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항변하는 것은 그 쪽 변호사의 일이지요.</div> <div> </div> <div>이따금씩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하고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리는 분이 계십니다. 아주 가끔씩 그런 '아름다운 이별'을 조율해 드리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끝까지 가는 개싸움'을 각오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div> <div> </div> <div>이혼! 이혼!을 외치는 댓글을 다시는 분들에게서 감정적 위로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div> <div>하지만 그들의 조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div> <div> </div> <div>이혼 소송이 많아지면 변호사는 먹고살기 좋습니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하기에 앞서 충분한 고민을 하시고, 가정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와 방법들도 무척이나 많다는 사실을 많이들 아셨으면 좋겠습니다.</div> <div> </div>
출처
현직 변호사입니다.
상대방을 천하에 둘도없는 썅X로 만들기 위한 서면을 쓰던 중, 안타까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담아 씁니다. 상대방 의뢰인은 제 서면을 받아보고 나면 저를 천하에 둘도없는 썅X으로 생각하게 될겁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요. 그게 제 일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