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대부분이 사이다 썰, 퇴치썰인데 저는 제 발로 소굴에 들어가 본 경험썰입니다.</div> <div>때는 앞서 많이들 공감,추천해주셨던 20년전 군고구마 장사 공포 때보다 앞선 2년 전 쯤으로 군복무를 시골 집에서 할 때입니다. </div> <div>처가가 충주인데 한창 왕성하게 연애하던 터라 밤낮없이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였죠.</div> <div>여자친구 집엘 가려면 본가인 강화에서 수원으로 가서 충주행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div> <div>지금처럼 자차도 없고 뚜벅이 시절이라 오로지 대중교통이었습니다. </div> <div><br></div> <div><1일 데이트 일정></div> <div>05:30 강화--> 수원행 버스</div> <div>08:00 수원--> 충주행 버스</div> <div>10:30 충주 도착</div> <div>~ 불타는 낮</div> <div>18:00 수원행</div> <div>21:00 강화행</div> <div>23:30 강화 도착</div> <div><br></div> <div>한달에 두세번의 일요일은 저랬습니다. </div> <div>한두달에 한번은 서울 or 1박2일...</div> <div>그렇게 몇년 쓴 데이트자금만 모아도 소나타 한대는 뽑았을 겁니다.</div> <div>연애가 이렇게 무섭습니다.</div> <div><br></div> <div>지금은 없어진 충주 구터미널에 내리면 바카스를 두병 따는 걸로 피로를 풀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날도 그렇게 바카스를 들이키며 전화를 걸었습니다.</div> <div>휴대폰? 걍 삐삐 있던 시절입니다. </div> <div>공중전화... 뭔 급한 일로 1시 넘어서 나온다는 비보를 전합니다... ㅜㅜ</div> <div><br></div> <div>아, 서너시간을 뭐하지? 하던 찰라에 문제의 그 '도를 아십니까' 남녀 한팀이 붙었습니다.</div> <div>그 터미널에서 두어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오직 한 목적을 위해 달려온 뜻을 그들이 알 턱이 없지요.</div> <div>그냥 말도 섞지 않고 쌩까고 지나갔었습니다.</div> <div><br></div> <div>시간도 남겠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어요.</div> <div>몇 번 대꾸를 해주니까 즈그들 소굴로 가서 조상님 제사를 지내자고 하기에 이르렀습니다.</div> <div>터미널에서 도보 10~20분 거리로 기억하는데 2층이었습니다.</div> <div>오야붕이 사냥감을 반깁니다.</div> <div>자신들의 영험함을 알리기 위해 몇 가지 사실을 브리핑합니다.</div> <div>그 중에 하나 기억나는 게 당시 얼마전 있었던 일본 고베 대지진 예언썰이었습니다.</div> <div>자기들 예언서(성경 같은?)에 일본 신호(고베의 한자)에 큰 재앙이 일어난다는 대목을 가리켰습니다.</div> <div>TV에는 고베 대지진 비디오가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div> <div><br></div> <div>이렇게 분위기 몰아가더니 본격적으로 제사 이야기를 꺼냅니다.</div> <div>조상의 한(?)을 풀어줘야 한답니다.</div> <div>저는 어짜피 호기심을 채우겠다는 생각이어서 흥쾌히 OK했습니다.</div> <div>그랬더니 제사 비용을 내라는 겁니다. 얼마 내면 되냐고 물어보니</div> <div>대중없다고 조상에게 바치는 것이니 있는 거 다 내놓으라는 식입니다.</div> <div>바로 전 사람은 50만원을 바쳤다나? 10만원도 좋고 30만원도 좋답니다.</div> <div>이거 호주머니에 있던 데이트 비용 십몇만원 날아갈 위기였습니다.</div> <div>잠시 고심끝에</div> <div>"만원 낼께요."</div> <div>"예?"</div> <div>"제가 돈도 별로 없고, 제 조상이 적게 낸다고 뭐라고 그러면 안할래요."</div> <div>그들 셋의 그 침통함이란...</div> <div>아래 슈퍼가서 사온 건 과자 몇봉지, 북어 등이었습니다.</div> <div>척 봐도 3천원어치 '그거라도 먹고 떨어져라'</div> <div><br></div> <div>제삿상을 준비하면서 한복을 입힙니다.</div> <div>수준은 머슴복? 드럽기 그지없습니다. </div> <div>여기 다녀간 사람들 죄다 입었겠지요. </div> <div>저를 데려온 둘도 입습니다.</div> <div>절 연습을 시킵니다. </div> <div>우리가 보통 하는 절과는 다르더군요.</div> <div><br></div> <div>본격적으로 제사를 지냅니다.</div> <div>근데 이건 뭐 조상 한사람 한사람께 전부 절하나?</div> <div>수십번을 시키네요...ㅠㅠ </div> <div>그들도 옆에서 같이 하니 어쩔 수 없이 헥헥 거리면서도 쫓아서 다 합니다.</div> <div><br></div> <div>다 끝나자 포교? 포섭 활동에 돌입합니다.</div> <div>제 한마디에 그들의 안색은 너무 안좋아졌습니다.</div> <div>"저 여기 안사는데요."</div> <div>"어디...?"</div> <div>"저 인천 강화요~" </div> <div>더 침울해집니다.</div> <div>"주소랑 전화번호라도 남겨주세요."</div> <div>실랑이 하기 싫어서 엉뚱한 주소, 전화번호 적어주고 나왔습니다.</div> <div>다음에 터미널에서 또 만나면 어떡하나 했는데 그 이후 다행히 만나 적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참, 이런 교가 여러 종파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div> <div>제 경험은 '대순진리회'였습니다. </div> <div>20여년 전 이야기인데 요즘도 따라나서면 저런 프로세스인가요?</div> <div><br></div> <div>그 이후 부평, 수원, 송파 등지에서 그들을 종종 대면했으나 그냥 아무 말 안하고 지나갑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