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교수 사태로 얻은 것/브릭 ‘kivo...’
1. 과학은 어떤 경우에도 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함을 과학자는 물론 전 국민에게 분명하게 주지를 시켰습니다. 아직도 국익을 운운하는 분들이 많지만 진정한 국익은 진실한 과학적 업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곧 깨닫게 되겠지요.
2. 국가가 중요한 과학정책의 결정을 내릴 때 한 두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데 경종을 울렸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정부도 한두사람의 정보에 의존해서 과학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위험성을 깨달았을테니까요. 객관적인 검증과정과 안전판을 만들게 되겠고, 이는 지금까지의 인맥 위주 과학정책 결정과정을 개선해 줄 것입니다.
3. 생명윤리, 연구윤리 등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에 아직 낯선 영역에 대한 국민과 과학계의 의식수준이 빠르게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브릭에서 자체적으로 연구윤리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자는 논의가 나오다니...적어도 5년 이상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단번에 얻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서울대의 검증과정과 처리 과정은 앞으로 다른 과학분야에도 매우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고 우리 과학의 수준을 높일 것입니다.(그러기를 기대합니다)
4. 성역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언론을 얻었습니다. 그 과정의 문제점과 비윤리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모두가 주저하며 입을 열지 않을 때 용감하게 외친 언론의 힘은 두고 두고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 언론도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선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5. 과학을 "마술"이나 "황금알 낳는 거위"쯤으로 생각했던 일반인들,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들 역시 과학의 정체에 대해서, 21세기 한국 과학의 의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할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참된 과학의 발전을 위해 이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과학은 자연계를 사심없이 탐구하는 호기심과 지적 즐거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국익"이든 "경제"든, 심지어 "인도주의"든 바깥의 가치가 끼어들어왔을 때의 부작용과 피해에 대해서 이번 사태는 매우 좋은 사례를 남겼습니다.
6. 인터넷의 힘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MBC를 죽인 것도 네티즌의 힘이었고, 또 결국 진실을 드러내게 된 것도 소장 과학자들인 네티즌의 힘이었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사이버 세상에서 그것의 결점과, 또 이를 능가할 가능성을 동시에 본 것은 앞으로 다른 영역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7. 국제표준(global standard)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비교적 국수주의에 젖은 우리 국민들이 왜 우리사회의 많은 후진적 관행(과학계에도 온존하는 저자등재 관행 같은 것, 그리고 많은 잘못들)들을 세계수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사족으로 홍콩에 가서 붙들린 시위대에서도 저는 그런 모습을 봅니다. 우리끼리 통하는 규범이 오늘날의 세계에는 발붙일 수 없다는 사실,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했습니다.
8. 과학자가 사회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의대 교수 21분의 성명에서 저는 희망을 봅니다. 이제까지 과학계는 자기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으로 남의 일에 대해서 무심했던 게 사실입니다. 분명히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침묵했던 데 대한 부끄러움-이 부끄러움은 계속해서 발전적인 형태로 살아남아야 할 것입니다.
9. 우리나라 생명과학계의 적나라한 현실에 대한 눈이 바로 뜨였습니다. 월급 40만원을 받는 일용직 연구원들...석박사 과정 학생들, 비정규직 박사들...이들의 열악한 처우와, 교수나 상사의 압력에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적절한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입니다.
10. 마지막으로....희망이 남았습니다. 정직과 진실은 당장은 어려워도 언젠가 승리하고 말리라는 믿음. 그 믿음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합니다.
출처..
http://www.hani.co.kr/kisa/section-002007000/2005/12/0020070002005122712036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