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선거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간 3자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세 주자의 지지층이 다른 주자들보다 견고한 데다, 보수ㆍ진보 상관없이 단일화 반대가 찬성보다 많기 때문이다. 3자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양자 구도에서도 문 전 대표는 다른 주자들을 압도했다.
지지율 상위 세 주자의 지지층은 각 지지 주자의 당선 가능성을 절대 의심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의 97.5%가 대선에서 문 전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전 총장과 안 전 대표 지지층의 경우 각각 93.4%, 87.5%가 자신이 지지하는 주자의 당선을 점쳤다.
반면 다른 주자의 지지층은 기반이 약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주자의 당선 가능성을 각기 67.1%와 62.1%, 51.1%, 47.9%로 점쳤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지지자들이 지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신뢰해야 당선될 사람을 찍겠다는 식의 전략적 투표가 감소한다”며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안 전 대표 외 다른 후보 지지자의 경우 당선을 못 믿어 이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도 양자 구도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단일화 피로감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다.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가칭) 후보의 단일화가 대선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18.1%에 불과했다. 반면 반대는 51.6%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반대 비율(42.3%)이 찬성(31.7%)보다 높았다.
특히 20, 30대와 비(非)호남 지역 응답자의 단일화 찬성 비율이 다른 세대ㆍ지역보다 낮았다. 민주당 지지자의 45.6%, 국민의당 지지자의 40.0%만 단일화에 찬성했는데 지난 대선 당시 단일화 찬성 비율보다 낮은 수치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2012년에는 민주당 지지자의 60~70%가 단일화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가상 대결 득표율은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이다. 이번 대선에 문 전 대표, 반 전 총장, 안 전 대표 등 3명이 후보로 나온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0%가 문 전 대표라고 답했고 이어 반 전 총장 29.4%, 안 전 대표 12.1% 순이었다.
정 교수는 “귀국 이후 메시지나 행보가 기대에 못 미쳐서인지 새해 초보다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격차가 더 커졌다”며 “50% 안팎이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50대에서마저 문 전 대표의 지지율(33.6%)이 반 전 총장(36.2%)과 대등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도 대구와 경북에서만 반 전 총장이 41.3%로 우위를 보일 뿐 고향인 충청권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열세였다.
양자 구도에서도 반 전 총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문 전 대표와 대결할 경우(54.1% 대 33.2%)는 물론 안 전 대표가 후보로 나와도 41.3%의 득표율로 반 전 총장(38.0%)을 앞선다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반 전 총장 없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맞붙는다면 52.1% 대 27.8%로 문 전 대표가 압도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