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친구들과 같이 지하철 X대 쪽에 있는 보쌈집에 갔었습니다.
어차피 망할집 굳이 정확하겐 말 안할게요... 문제될수도 있고...
어쩌다보니 X대쪽은 모두 초행길이었고, (친구 하나가 일이 있어서 간것인데 왠일인지 거기서 만나기로 함) 어디 좋은데 있을까 두리번 거렸었습니다.
마침 조금 허름한 식당에서 보쌈/족발을 다른집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기에 짧은 눈빛회의(?)를 통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패기넘치게 '여기 보쌈 大자 하나랑 소주 한병이요!! ^^' 라고 말했죠.
근데 들어갈때까지는 몰랐지만 다른 테이블에 이미 선객이 두분 계셨더라구요.
뭔가 애매한 표정으로 저희를 바라보던 그 두분은 곧 일어나게 되셨고, 해당 테이블을 본 저는 뭔가 심상찮은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텅텅 빈 소주 한병. 그리고 거의 먹지 않은 족발 그릇 하나.
... 일단 뭔가 이상한 느낌에 친구들에게 그 말을 전했지만 모두들
'에잌ㅋㅋ 뭐 먹다가 너무 많아서 남긴거겠짘ㅋㅋㅋㅋ' 하면서 웃어 넘겼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기본적인 반찬과 된장찌개, 주문한 소주가 나왔습니다.
모두들 아까전의 이상한 광경을 애써 무시하려는듯 된장찌개를 향해 숟가락을 내리 꽂았고, 무난한 된장찌개 맛에 모두 안도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만 빼구요.
국물만 먹은 다른 애들과는 달리, 욕심에 쩔어있는 저는 통크게 건더기까지 퍼서 앞접시에 담았는데..
양파가 갈색 / 보라색.... 호박이 갈색... 양파에 보라색맛이 나다니!!
아 좀 특이한 야채를 쓴게 아니냐구요? 무슨 자색 양파 / 늙은 호박 같이?
.... 아뇨... 누가 봐도 오래된 채소였습니다... ㅠㅠ
이 기묘한 상황에 대해 말할틈도 없이, 주문한 보쌈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패기 넘치는 친구 하나가 '보쌈엔 김치의 맛이 80% 이상 차지하는 거란다!! 껄껄껄!!!' 하면서 김치를 집어서 입에 낼름...!
... 표정이 안좋습니다... 많이....
저 표정은 제 기억에 몇년전 할머니 두분과 부모님, 친척분들과 동남아를 갔었을때 동남아 향토요리를 맛본 후의
'아따 이게 뭣이다냐' 하는 어른분들의 표정이었습니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저도 한번 시식해 봤지요.
.....달어!!! 김치가 달아!! 짠맛은 없고 김치가 사탕마냥 달아!!!! 꿀맛 아닙니다.
어지간하면 음식투정이나 가리지 않는 저로서도 견디기 힘들정도의 처참한 음식이었습니다.
이 맛은 마치 영국에서 영국요리 + 한국요리중 가장 먹기 힘든 부분만을 퓨전한 것을 내놓은 그런 맛!
소금대신 설탕으로 배추를 절이고 젓갈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대충 버무린다음 상온에서 5일정도 숙성.. 아니 부패시킨 그맛!!!
물론 단순히 음식만 맛없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짠맛은 없는 주제에 김치가 십니다. 시고 달고 비릿하고...
방금전까지 보쌈엔 김치의 맛이 80%이상 좌우한다는 녀석은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그래도 역시 보쌈은 고기지! 맛있고 소화 잘되는 고기!' 하면서 고기한점 낼름 집어서 입에 넣어보더군요.
"우웁.....!" 두번씹히고 난 고기는 휴지에 뱉어져 버림받았습니다.
다른 녀석들도 모두 비슷한 반응... 유일하게 뱉지 않은 한 친구만 삼키고 난 후 소독을 하듯 소주한잔을 바로 비우고 말더군요.
제가 먹어본 결과로만 말씀드리면,
1. 고기가 매우 비리고 누린내가 심하다
2. 분명 외형상 삼겹살을 삶았을텐데 고기가 뒷다리살을 삶았을때 이상으로 텁텁하고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흩날려라 보쌈앵
3. 왠지 고기의 색깔이 누리끼리한 황토색에, 씹다보면 단맛과 신맛이 난다. 어째서 고기에서도 시고 달고... 탕수육인가?
.... 모두 김치 한젓갈, 고기 한점 먹고난뒤 말이 없습니다.
안주없이 소주만 두잔정도씩 비웠을까, 모두들 짧게 한마디씩 말하더군요.
".... 10분전으로 돌아가고 싶어...ㅠㅠ" / "보쌈이란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 / "나무야 미안해 이런음식에 지폐를 쓰게 하다니"
결국 고심한 끝에 사장 아주머니께 말했습니다.
여기 음식 너무 못먹겠다고... 고기 누린내부터 김치까지 너무 심하다고...
아주머니는 너무 자연스럽게
아주머니 : "에이 다른사람들은 다 잘먹던데...? 족발로 바꿔드려요?" 라고 했죠.
...근데 아까 우린 그 족발이 어느 파괴력인지 이미 선객들을 통해 목격했단 말입니다요.... 그걸 보자마자 나갔어야 했지
저 : " 아뇨. 이거 너무 전체적으로 먹기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먹겠어요."
아주머니 : "그럼 족발이나 다른 메뉴로 바꿔드릴까?"
저 : "그것보다 일단 한번 드셔보셔야 할 것 같네요;; 김치랑 고기 자체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아주머니 : "아... 그럼 그냥 소주값만 받을게요" 본인이 먹어보긴 싫은걸까.
결국 소주값만 내고 나왔는데... 이 당시 쇼크가 워낙 심했던지 모두들 30분 정도는 어떻게 저런 음식점이 전철역 근처 역세권에서
허름해진 가게가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 가게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사장이 바뀐다음 저렇게 되었을 것이다 라는 사장교체설....
이 근처사람들이 제대로 된 컴플레인을 걸지 않아 음식맛이 자연도태되었다는 진화론설....
저 음식점은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지 않고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라는 정치인 비리설...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는 메뉴를 바꿔가며 지나가는 손님을 털어가는 카멜레온 개미지옥설...
결론적으로는 흔쾌한 답을 얻지 못한채 다른 음식점을 향해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찾아간 곳은 꽤 괜찮은 곳이라 만족...
그래도 최소한 값비싼 보쌈값은 내지 않아 손해는 거의 없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이거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때에
항의한 것이라 모두들 고맙다는 말은 해주더라구요.
단순히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주문한 메뉴와 너무 격차가 있거나 등의 사항엔 항의를 해본적이 몇번 있지만 음식 자체의 맛때문에
항의를 걸어본건 처음이라 저도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었네요...
혹시 다른분도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조금 맛없다~ 의 수준이 아니라
이 음식의 존재 자체가 죄악이라 평가될 수준의 음식점... 의 경우입니다.
전 지금까지 음식점에서 한입정도도 먹기 힘들정도로 맛없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