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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oda_885
    작성자 : 삐우삐로
    추천 : 22
    조회수 : 1826
    IP : 223.62.***.245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5/08/23 12:39:04
    http://todayhumor.com/?soda_885 모바일
    어릴때 시골에 살던 착한 바보형 이야기(안통쾌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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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때 시골에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다니다가 
    공부때문에 어머니께서 도시로  나가자고 해서 나왔거든요..

    근데 시골에서 살때 옆에 살던 두살많은 형이 있었는데
    그형이 약간 모자라는 스타일이었어요..

    그 형네 집도 시골에서도 약간 못하는 편이라서
    하고 다니는 것도 약간 꾀제제하게 다녀서
    시골 애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마니 받았어요.

    흔히 시골인심이 좋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건 전부 개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시골이라는 특성상 마을사람들끼리 어릴때부터 잘알고 살았기에
    도시보다 서로 융통성있게 살수 있다는 건데..
    이건 어릴때부터 같이 살던 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이나
    어릴때부터 같이 살아도 자기들 그룹에 끼워주기 싫은 사람들은
    엄청 따돌리고 뒤에서 욕합니다.

    암튼 그 집 형편도 안좋고 부모님들은 착하기만 하시고
    가진것도 없으셔서 다른 집 농사일에 일당 받고 일해주면서
    먹고 사셨는데..

    그게 오랫동안 지속되니까 동내에서 이미지가
    조금 과장해서 남의 집 머슴으로 인식을 하더군요..
    물론 진짜 머슴은 아니지만 농사일 바쁠때는 
    일당을 주고 일을 시키지만 농한기에는 그냥 자잘한
    일거리나 심부름은 당연히 돈도 안주고 그집에 시키더군요..

    암튼 그런 분위기는 애들이라도 딱보면 아니깐
    그집 형도 야들 사이에서는 놀림의 대상이 되고
    맨날 같이 놀기는 하는데 그형 따돌리고 욕하고
    그런 분위기가 많았어요..

    전 옆집 살기도 하고 그형네 부모님들이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고
    또 어릴때 시골에서는 드물게 위인전집같은것도 많이 읽어서
    위인들처럼 살아야겠다는 어떤 똘끼같은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동내 형들이랑 다 같이 놀때는 못챙겨줘도
    그 형이랑 둘이 자주 놀았어요..

    시골이라 서로 강아지 데리고 나가서 놀러다니고ㅋ

    암튼 그렇게 놀다가 저는 초등 고학년때 도시로 전학을 가고
    부모님들은 몇해 더 시골에 계시다가 농사일이 힘들어서
    십년정도 더 있다가 모두 도시로 나와버리셔서
    시골 소식은 전혀 못듣고 살아왔습니다.

    부모님이 시골 계실때는 방학때 내려가서 그 형이랑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부모님까지 이사오신 뒤로는 소식이 끊긴거죠.
    전화로 연락하고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암튼 올해 4월쯤에 업무차 제가 살던 시골이 속한 도청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일을 보고 그근처 숙소에 있는데
    도청에 아는 분이 전화와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예전 생각이 나서 예전에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던
    면으로 가서 한잔하자고 했더니 콜이라더군요..

    택시타고 갔는데 진짜 마니 바껴서 감회가 너무 ㅠㅠ 

    암튼 식당에서 밥먹고 폭탄주도 먹고 즐겁게 놀고 있는데
    그 아는분께서 여기 면장이랑 잘안다고 그 면장님을 부르더라구요.. 아직 퇴근 전이셨던지 금방 오셨는데..

    진짜 소설같게도 어릴때 옆집살면서 동내에서 무시당하던
    그형인겁니다. 얼굴만 보고 어디서 마니 봤다 했는데 그 형은
    절 바로 알아보더라구요.. 저도 엄청 반갑고 놀라고 해서 호들갑엄청 떨었네요ㅋㅋ

    그래서 어케 고향에서 사또 노릇하냐고 물어보니ㅋ
    자기가 머리가 너무 나빠고 집도 어려워서 그 형네 부모님이 대학교 가지말고 무조건 면서기 공부하라고  시켰더군요.. 

    시골에서는 면서기(서기는 8급인데 시골에서는 면사무소 근무하는 직책이 없는 9~7급을 모두 면서기라고 합니다)가 최고거든요.
    그럴수 밖에 없는게 실제 농업보조금 집행이라든지 각종 마을 행사에 면장이 결재를 하지만 실무는 다 밑에 직원들이 하기때문에 이장님들이 자기 일 편하게 할려고 대우를 엄청 잘해줍니다.

    그리고 80년대만 해도 관공서 분위기가 지금 같지 않아서
    면서기가 거의 최고였죠ㅋ

    암튼 그형은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형이었고, 또 자기가 머리 안 좋은 것도 아는 형이라서 고3때부터 공무원 공부를 했다네요.. 그 당시만 해도 9급 공무원이 그렇게 인기가 있을때는 아니라서 어찌 저찌 실수로 붙었다네요ㅋ

    만 20도 되기전에 붙어서 군대다녀오고.. 또 그 도청이 인구가 늘어서 조직이 마니 커지고 그래서 승진도 빨리해서 엄청 일찍 5급 승진해서 자기 태어난 고향에서 면장하고 있네요ㅎ

    집도 아직 시골에 살던 그곳인데 
    얼마전에 새로 집을 지어서 부모님과 같이 산다네요ㅎ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예전에 저 혼자 마니 걱정하던 
    형이었는데 정말 잘되서 고맙다는 생각??
    머 그런 생각도 들고ㅎ 술을 먹어도 취하지도 않고ㅋㅋ

    암튼 저 나름대로는 약간 통쾌? 한 기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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