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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된지도 삼십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결혼주례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내게 결혼주례를 부탁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결혼주례를 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내가 결혼주례를 해 주면 그 부부의 평생을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마침내 결혼주례를 했습니다. 처음 내게 결혼주례 이야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난 안해”라고 했었는데, 너무도 예쁘게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덜컥 하겠다고 해 놓고, 내가 부드러운 설교를 하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결혼예배 설교를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신랑 신부를 앞에 세워 놓고 ‘친일청산, 독재타도’ 구호를 외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결국 주례사 대신 시를 한편 읽어 주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 천상병>
그리고는 “두 사람이 언젠가 삶의 여정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 갈 때, 가서 ‘난 너를 만나서 아름다웠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시라”고 했습니다.
결혼식을 끝내고 돌아와 “좀 더 예쁜 이야기를 해 줄 수는 없었을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해서 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대신 하고자 내가 잘 할 수 있는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보통은 톱으로 자르고 칼로 깎아 만드는데 이번에는 향나무를 결을 따라 쪼개고 표면에 많은 잔금이 가도록 쇠 솔로 문질러 만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참 많은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들이 금이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살아가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그 금이 깊어지면 갈라지고 맙니다. 비록 잔금이 많아지더라도 결코 그 금을 깊게 만들지는 마십시오. 또 내가 만든 십자가는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한쪽이 굵거나 가늘기도 하고 한쪽이 짧거나 길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나무가 만나 같이 있을 때 십자가가 됩니다. 부부가 된다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제 학위도 마쳐야 하고, 할 일들이 많은 사람들인데, 정말 ‘아름다웠다.’라고 말 할 수 있는 또 말 해 줄 수 있는 부부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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