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퇴근 길,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면서, 하도 많이 타서 노선까지 외워버린 버스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면서,</div> <div>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적은 가사의 노래를 들으면 내가 한 영화의,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div> <div> </div> <div>정말이지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늦은 밤 잠에 들 때까지 당신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div> <div>당신이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렀을 때는 세상의 모든 새들이 지저귀는 듯한 환상에 젖었고</div> <div>당신이 내 안부를 묻고, 밥을 먹었냐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는 이러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div> <div>조카의 사진이라며 보여주며 자랑했을 때도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그의 일상에 내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div> <div> </div> <div>어느 날, 친구가 내게 물었다.</div> <div>너는 그 사람이 왜 좋냐고, 이상형의 조건에 하나도 맞는 게 없는데 도대체 왜 좋아하냐고.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고.</div> <div>그냥 따뜻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고, 사투리 섞인 그의 말투가 좋고, 정장을 입었을 때는 멋있는데 사복을 입음 더 멋있고,</div> <div>몸에 배어있는 사소한 배려가 좋고, 무엇보다 그를 생각하면 하루종일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애처럼 실실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고.</div> <div>그냥 어쩌다가 그가 흘린 매력을 주워버렸다고. 그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div> <div> </div> <div>어쩌다 한번 가뭄에 콩 나듯 볼 수 있는 그의 얼굴이었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날은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div> <div>한 달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는 고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랬고, 먼저 용기내 주길 바라는</div> <div>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다. 어차피 잘 못보는 얼굴이고 고백에서 차이면 영영 안보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난 너무 어렸고 그는 이루어놓은 것도</div> <div>아주 많은 어른이니까. 나는 그에게 그냥 어린 여동생이나 꼬맹이로밖에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부터 들었다.</div> <div> </div> <div>대부분의 짝사랑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div> <div>여주인공에게 관심도 없던 남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여주인공을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div> <div>여주인공이 씩씩하게 남주인공에게 차여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고백해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div> <div>과정이 어떻든, 항상 '둘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는 뻔한 레파토리.</div> <div>내 사랑도 '둘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끝났으면 좋겠다.</div> <div> </div> <div>지난 봄에는 손 잡고 여의도 벚꽃 길을 걷는 우리 둘을 상상했고,</div> <div>지난 여름에는 가까운 바다로 드라이브 가고, 카라멜 팝콘 한통 사서 심야 영화를 보는 우리 둘을 상상했다.</div> <div>그리고 다가올 가을에는 콩알만한 내 간이 좀 커져서 당신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날 상상한다.</div> <div>분명히 붉게 물든 단풍들보다 내 얼굴이 더 빨개지겠지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겠지만 꼭, 고백하고 싶다.</div> <div>좋아한다고, 아주 많이.</div> <div>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처럼 아주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지만</div> <div>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그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단단하니까.</div> <div>많이 좋아해요. 아저씨.</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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