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씨'의 호칭에 시끄러운데, 아마 문재인의 지지자들이 아닌 분들은 물음표를 그릴 것입니다.
씨라고 하면 좀 어때.
사실 호칭이나 단어 선택에 제가 가장 분노했던 때는
다음 검색어에 '노무현 사망'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을 때입니다.
전 대통령의 서거나, 영면도 아니고, 사망, 그 검색어는 일종의 노통을 천대하고 하대하며
그 죽음마저 조롱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기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때부터 언론들은 검색어의 단어 선택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습니다.
김정숙 '씨'에 분노한 건 아마,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아집도 문제였지만,
사람들의 무의식속에 또 다시 그때의 분노가 떠오른 것이라는 걸 진보기자들은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한겨례나 경향, 오마이뉴스가 이명박근혜 시절 그나마 비판 기사를 썼었고,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문재인이 한겨례의 김의겸 기자를 대변인으로 꽂은 이유가 뭘까요.
아군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그가 최순실 게이트를 파고 들어간 것도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재인은 굉장한 전략가입니다.
야당 대표시절부터 그랬고, 적을 어떻게 끌어 안아야 침묵하게 할 수 있는 지를 알고 있습니다.
노통의 분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진보언론에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 그의 눈물, 고통, 절망을
모두 두눈 똑바로 뜨고, 본 사람이에요.
김의겸 기자는 고사하고 언론인으로 남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의지인지, 아니면 다른 이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식으로 모두 까기를 하면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노통에 대한 부채를 문통을 지켜야한다는 감상적인 생각에 젖어 있어요.
저 역시, 분노하고 화가 납니다.
문대통령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9년간의 지옥이 떠올라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전략적으로 이들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이런 전략이 나옵니다. 군주는 전쟁을 통해 한 영지를 점령하게 되면
군주 대신 그가 뽑은 영주를 보낸다. 영주는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젖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분노와 원망의 대상이 된다.
모든 미움이 그에게 쏠렸을 때, 군주는 그들의 구원자처럼 나타나, 자기가 보낸 영주의 목을 내리치고 그 소국가의 왕으로 군림한다.
우리가 싸울 필요 없습니다.
이렇듯 정말 그들을 우리의 편으로 만들려면 보수의 세력과 싸우게하고,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을 때, 문대통령이 그들을 감싸안아 구원자로 보이게 해야합니다.
그러니까, 그들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그만둬야 해요. 민노총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은 그렇게 밀었던 심상정이 낙선한 이후 절망에 빠져있습니다. 우리가 그 원망의 대상인 영주가 되어선 안됩니다.
싸움판을 만들려면, 조중동과 한경오가 싸우게 해야해요.
문대통령을 노통처럼 보내선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