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여기는 도서관이다.</div> <div> 가인씨는 열심히 오늘도 이 공간에 기계들을 정비하고 있는 것 같다.</div> <div> 가인은 성서에 나오는 남성 살인자 이지만 이곳 가인 씨는 그것과는 관계가 없는 그저 긴 검은 머리가 예쁜 아가씨 이다.</div> <div><br></div> <div> 나는 수많은 모니터 앞에 앉아서 건물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div> <div> 수 많은 기계들이 있는 조금 이상한 도서관 이다.</div> <div><br></div> <div> 조금 지하 깊숙한 곳에 지하철 역과 하수구를 통해 들어와야 하지만 그래도 도서관이다.</div> <div> 이곳 주인인 아니 관장인 이고르 씨의 (분명 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전혀 러시아 인 같지도 않은 귀여운 편에 속한 청년이니까) 개인 바와 이어지지만 그래도 도서관이다.</div> <div><br></div> <div> 왜냐하면 이곳의 목적은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며 지식을 보존시키는 것 이니까.</div> <div> 조금 이상한 책을 조금 이상한 회원들에게 대여하긴 하지만.</div> <div><br></div> <div> 나는 이 사무실에 앉아서 레이너드 미하일의 쿠키행성인을 읽고 있다.</div> <div>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다.</div> <div> 이 쿠키 행성의 이야기는 이제 바깥으로 풀린다고 한다. 나만 알고 싶었는데 무언가 아쉬움이 몰려온다.</div> <div> 이 도서관의 책들은 쉽게 바깥으로 풀리지 않는다.</div> <div> 아마도 그렇겠지. 내가 읽은 여기 책들 중에는 허접한 책들도 있지만 분명 인간 자체에 사고 회로에 영향을 바로 느끼게 하는 기괴한 책들도 있으니까.</div> <div><br></div> <div> 이고르 씨와는 우연히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나게 되었다.</div> <div> 우리의 일은 아이들이나 보는 시시껄렁한 공연을 위해 여러 잡일을 하는 것 이었다.</div> <div> 소품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좋아하던 이고르씨와 나는 금새 친해졌다. 그리고 아마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내가 여기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div> <div><br></div> <div> 우리는 그날도 아이들에게 보여줄 연극에 의상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커다란 거울 속에서 나는 이고르 씨의 일을 돕다 거울에 나타난 이고르 씨의 상이 이고르씨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div> <div><br></div> <div> "이고르? 거울이..."</div> <div> "아, 그가 보여? 수지."</div> <div> "아니 어떻게 물리의 법칙을 위반할 수 있는거야?"</div> <div> "아니야 아니야, 이건 물리의 법칙을 전혀 위반하고 있지 않아. 저건 내 친구라고."</div> <div> "무슨 개소리를 하는거야? 어떻게 거울에 반사된 상이 본인과 달라?"</div> <div> "너의 인식에 문제가 생긴거야. 일종의 환각이야. 다시말해 너가 정신병이 걸린거지."</div> <div> "흠.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 그런데 저게 너도 보이는거야?"</div> <div><br></div> <div> 지금 생각해 보면 몹시 이상한 대화 같겠지만 그 당시 우린 정말 저렇게 대화 했었다. 아마 이고르와 그의 거울 속 친구 레이너드 미하일 때문 이겠지.</div> <div> 어쨋건 정신병에 걸렸다고 인정한 나에게 이고르는 설명을 시작 하였다.</div> <div><br></div> <div> "그래, 저 녀석이 내가 말한 친구 레이너드야.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그는 거울의 나의 상을 통해 나오더군."</div> <div> "그 대기업 비모렐 사이언스에 일한다던?"</div> <div> 나는 그가 허언증을 앓는다고 사람들에게 지탄 받던 이유중 하나인 비모렐에서 일하다 사라진 레이너드 미하일을 생각해 내고 그에게 물었다.</div> <div> 그는 대답대신 들고 있든 의상을 옷걸이에 마져 걸고 나에게 의자에 자리를 권하였다. 이고르는 적당한 상자를 가져와 근쳐에 앉고 마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게 과거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 "이제 알려줄 때가 온 것 같군. 나는 사실 너에게 대화를 통해 이 일종의 정신병을 옮긴거야."</div> <div> "양판소 라이트 노벨에 대사가 내 인생에 쓰일 날이 올줄이야. 최고의 날이군."</div> <div> "뭐, 소설이면 어때. 어쨋건 이 증상은 그가 사라지고 3일 쯤 지난 날 아침부터 시작 되었어. 3월에서 4월이 되고 딱 만우절인 날 이었군."</div> <div> 만우절 이라는 말에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살짝 보인다.</div> <div> "나는 아침에 학교 수업이 있다는 귀찮음에도 그나마 만우절이니 뭔가 있을까 기대를 하고 씻던 중 이었지. 그러다 그녀석을 보았어. 거울에 맺힌 물방울을 지우고 닦는 순간 그녀석이 거기에 있더군."</div> <div> 나는 다시 거울을 보았다. 이번에 그 레이너드란 사람은 토끼 의상 뒤 마네킹의 위치에 서 있었다.</div> <div> "나는 실종 전 레이너드가 말 한 사실들을 기억해 내었어. 그는 좀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인간의 위치를 벗어나 어디에서든 누군가를 돕는 자가 되기로 한다 그랬지."</div> <div> "그래서 이름이 비모렐 인 회사 인가요?"</div> <div> "아, 아니 그건 바이오와 모던 그리고 그가 아무 의미 없다고 집어넣은 글자 몇개를 조합해 만든 단어야. 그래서 Be가 아니고 Bi이지."</div> <div> "아, 그렇군요."</div> <div>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div> <div> "레이너드가 만우절에 나타난 부분이요."</div> <div><br></div> <div> "오, 맞아. 레이너드. 나는 레이너드가 나타나는 부분이 어딘지 살폈어.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들을 알게 되었어. 뭐 자세한 이야기는 필요가 없겠구만. 너에게 레이너드가 보이는 이상 너도 이미 모든걸 안다는 것 이지."</div> <div><br></div> <div> '모든 것을 안다라... 사실 그냥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 뿐이었잖아...'</div> <div> 나는 이고르 씨의 불완전한 설명을 뒤로 하고 현실의 나로 인식을 옮겼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