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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타노마키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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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333
    작성자 : 티타노마키아
    추천 : 12
    조회수 : 754
    IP : 58.141.***.11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0/03/19 05:39:40
    http://todayhumor.com/?panic_5333 모바일
    도깨비 이야기.
    1
    부윤(府尹)이신 외숙부께서 소싯적에 종 하나를 데리고, 
    서원(瑞原)에 있는 별장으로 가는 도중에, 
    별장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밤이라 컴컴해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이라곤 없었다. 
    현성(縣城)이 있던 동쪽을 바라보니 횃불이 비치고 떠들썩하여 유렵(遊獵)하는 것 같더니, 
    그 기세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좌우를 뺑 두른 것이 5리나 되는데, 
    빈틈없이 모두 도깨비불(鬼火)이었다. 
    종이 진퇴유곡(進退維谷)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오직 말을 채찍질하여, 
    앞으로 7, 8리를 나가니 도깨비불이 모두 흩어졌다. 
    하늘은 흐려 비가 조금씩 부슬부슬 내렸다. 
    길은 더욱 험해졌으나 마음속으로 귀신이 도망간 것을 기뻐하여 공포심이 진정되었다. 
    다시 한 고개를 넘어 산기슭을 돌아 내려가는데, 
    앞서 보던 도깨비불이 겹겹이 앞을 막았다. 
    공은 계책도 없이 칼을 뽑아 크게 소리치며 돌진하니, 
    그 불이 일시에 모두 흩어져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면서 손바닥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공은 별장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초조하여 창에 기댄 채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비복들은 솔불을 켜놓고 앉아서 길쌈을 하고 있었다. 
    공은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귀신이 또 왔구나."

    하며 칼을 들고 치니 좌우에 있던 그릇들이 모두 깨지고, 
    비복은 겨우 위험을 면하였다.



    2
    빙군(聘君) 양정공(襄靖公) 채수(蔡壽)는 어릴 적에 아버지를 따라 경산(慶山)에 머물렀다. 
    두 아우와 관사에서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방 밖으로 나가보니, 
    흰 기운이 확대경 같이 오색이 현란하게 공중에서 차바퀴처럼 돌아 먼 곳에서 차차 가까워오는 것이, 
    바람과 번개 같았다. 
    양정공이 놀라 황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문턱을 넘어서자 그것이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조금 있으니 막내 동생이 방구석에서 자다가 놀라 일어나 뛰며, 
    아프다고 부르짖는 소리를 지르며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버렸다. 
    양정공은 조금도 상한 데가 없었다. 
    나쁜 기운이 사람을 상하게 할 때는 그 허(虛)함을 타서 하니, 
    사람의 기운이 완정(完定)하면 해치지 못하는 것이다. 



    3
    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 이순몽(李順蒙)은 여주와 이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하루는 들에 나가 김을 매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더니, 
    큰 항아리만한 불덩어리가 멀리서부터 바퀴처럼 굴러오면서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와 말이 이것을 보고 놀라 피했는데, 
    이순몽은 호미를 가지고 그 불덩어리를 내리치면서 대항했다. 
    보니 불덩어리 속에는 노랑머리를 한 아이가 있어서 파란 눈알을 초롱초롱 굴리고, 
    손에 낫같이 구부러진 칼을 들고 있었다. 
    이것이 땅에 앉아 한참 동안을 움직이지 않기에, 
    이순몽이 호미로 끌어 일으키니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바람이 일더니 어디로 사라졌다. 
    이실지(李實之)는 이 얘기를 외가 선조의 사실로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이순몽은 한 보잘 것 없는 필부로서 관직에 발탁되어, 
    마침내 국가의 이름난 대장이 되었으니 어찌 기이하고 특별히 뛰어난 징조가 없었겠는가? 



    4
    영남사람 이만지(李萬枝)는 힘이 세고 담력이 강해 두려워하는 것이 없었다. 
    하루는 집 마루에 앉아있는데, 
    폭우가 쏟아지며 뇌성벽력이 치더니, 
    큰 불덩어리가 집에 들어와 뜰에서부터 부엌으로 방으로 서너 바퀴 회전하며 굉음을 내고 휘저었다. 
    식구들이 다 놀라 기절했는데 그는 

    "죄 지은 것이 없는데 어찌 벼락을 맞겠는가?" 

    하고 꼿꼿이 앉아 있었다. 
    이윽고 불덩어리는 집안을 돌다가는 나가 집 앞의 홰나무(槐木)을 때리고 사라졌다. 
    이만기는 곧 기절한 식구들을 조리해 깨어나게 했는데, 
    그해 아내와 아들딸은 모두 죽었다. 
     
     
      
    5
    이경희가 임기를 마치고 농장으로 내려가 농사짓는데, 
    가을걷이를 하고 들판에 낟가리를 다섯 개 쌓아두었는데, 
    밤에 다섯 개의 낟가리에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밤새 불 끄느라 고생했는데 아침에 보니 낟가리를 전혀 불에 타지 않았다. 
    이튿날도 불이 나 불을 껐는데 아침에 보니 역시 불탄 것이 없었다. 
    사흘째도 불이 붙자 사람들이 귀신 장난이라고 끌 필요가 없다고 그냥 두었더니, 
    아침에 보니 모두 불타고 없었다. 
    재앙을 일으키는 귀신은 사람 죽은 것이 아니고 사물이 오래 되어 환형으로 요귀가 되는 것이다. 
    곤충, 수목, 조수, 
    어별 등의 정기가 오래 되어 생기를 얻어 환영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이는 사기(邪氣)이다.



    6
    내 이웃에 기(奇)씨 성을 가진 이름난 재추(宰樞)가 살았는데, 
    그 손자 기유(奇裕)와 나는 죽마고우다. 
    두 사람 다 관직을 맡았고, 
    기유는 조부 사망 후 그 집에서 살다가 집이 흉가로 변해 다른 곳으로 나가 살았다. 
    이웃사람들에게 들어보면, 
    그 집에 일하는 아이가 문밖에 서 있으니 갑자기 무엇이 등에 와 붙는 것 같더니 무거워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아무것도 없었고 얼마 후 풀어졌다. 
    이후 괴이한 일이 생기는데, 
    밥을 해놓으면 뚜껑이 그대로 있는데 밥이 밖에 나와 흩어지고 솥 안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때는 밥상이 공중에 던져지기도 하고, 
    또 가마솥이 공중에 솟았다가 빙빙 돌아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채소밭의 채소가 거꾸로 심어져 말랐고, 
    농 속 옷이 밖에 나와 흩어지기도 했다. 
    옷이 들보에 걸려 이상한 글자가 새겨지기도 했다. 
    부엌에서 저절로 불이 치솟고 누가 불을 지르듯이 번져 행랑지붕까지 다 태웠다. 
    이래서 빈집이 되어 오래 있었는데, 
    기유가 

    "선조가 살던 집을 이렇게 황폐하게 둘 수 없다."

    고 말하고 수리해 들어가 살았는데, 
    역시 재앙이 계속되어 밥그릇이 날리고 똥물이 얼굴에 묻혀지는 등의 행태가 이어졌다. 
    기유가 꾸짖으면 공중에서 맞서 꾸짖는 소리가 났고 마침내 기유가 병들어 죽었다. 
    반란에 연루되어 사형당한 기유의 외사촌 동생 유계량(柳繼亮)의 혼백이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7
    시어소(時御所)인 경운궁(慶運宮)의 승정원(承政院)은 전쟁 전 평소 때는, 
    정릉동(貞陵洞)의 종실(宗室) 집이었는데, 
    평소에 귀신이 많다고 했다. 
    종실이 말을 잃어버리고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말이 누각 위에서 울어서 그 봉하여 잠근 것을 살펴보니, 
    예전과 같았는데 말이 그 속에 있었다. 
    승정원으로 쓰이게 되어서는 관리가 그 여막에 있으면 매번 꿈에 가위눌릴 때가 많았다. 
    한 승지가 들어와 숙직을 했는데, 
    여름밤이어서 창과 방문을 사방으로 열어두었다. 
    아전들은 모두 창 아래에서 자고 있었고, 
    승지 홀로 잠들지 않았다.
    홀연히 한 귀신이 키가 8,9자쯤 되는데, 
    긴 정강이의 큰 키로 창 밖에 서 있었다. 
    또 조금 작은 한 귀신이 와서 큰 귀신 왼쪽에 서 있었다. 
    또 작은 귀신이 연이어 와서 큰 귀신 오른쪽에 서는데 모두 서로 버티고 움직이지 않았다. 
    두어 식경이 지나 승지가 눈을 떠서 가만히 보고 말도 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그 하는 바를 보고자 하였다. 
    많은 아전들은 코를 골고 자면서 그것을 살피지 못했다. 
    조금 있다가 아이 귀신이 큰 귀신을 둘러싸고 대여섯 바퀴를 빙빙 돌았다. 
    큰 귀신이 먼저 달려가니, 
    여러 귀신이 뒤따랐다. 
    계단을 내려갔는데, 
    그 간 곳을 알지 못했다. 
    혹 말하기를, 

    "그 승지는 바로 이이첨(李爾添)이다."



    8
    유(柳)씨 성을 가진 어떤 조정관리가 있었다. 
    그가 종남산(終南山) 아래에 집을 샀는데, 
    어느날 홀연히 도깨비 장난이 나타났다. 
    하루는 일찍 일어나니 벽에 종잇조각이 걸려 있었다. 
    가져다 보니 다음과 같은 시가 씌어 있었다. 

    "밤이 다하도록 천리 길을 가니(終夜行千里), 
    아득히 옛 땅은 비었네(蒼茫古地空).
    슬피 부르짖어도 일월은 없고(悲呼無日月), 
    머리를 돌리니 피는 불게 흘렀네(回首血流紅)." 

    그 때부터 귀괴(鬼怪)는 소란을 부림이 더욱 심하고, 
    자주 벽에 

    "집 주인이 나가지 않으면 장차 큰 화가 있을 것이다."

    라고 썼다. 
    어쩔 수 없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갔는데, 
    귀신은 드디어 크게 날뛰어서 그 집에 들어와 사는 사람은 문득 죽곤 하여 마침내 폐가가 되었다. 
    그런데, 
    유씨는 집을 옮긴 뒤로 왕실과 잇달아 혼인하여 금관자와 옥관자가 집안에 가득하고, 
    부귀의 성대함이 아직 그만한 집안이 없었으니, 
    아마 복록이 후한 집에는 귀신도 또한 보호해 돕기 때문일까. 
    이는 반드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유씨는 바로 광해군 폐비의 아버지 '자신(自新)'이었다.



    9
    묵사동(墨寺洞) 흉택(凶宅)


    서울 선비 이창(李廠)이 가난해 집을 세 들어 살았다. 
    세 들 집도 못 구할 형편이 되자, 
    남산 밑 후미진 곳 묵사동에 도깨비가 있어 비워둔 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시험해보기로 했다. 
    형 이휴(李?), 
    이하(李廈)와 함께 친구 5, 6인을 데리고 가서 살펴보니, 
    잠겨있는 마루방 하나가 있는데, 
    상 위에 신주가 있고 빈 궤가 그 앞에 놓여 있었으며, 
    줄 없는 거문고와 헌신 한 짝, 
    그리고 오래 된 얇은 나뭇조각 등이 먼지 속에 널려 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간단히 술과 안주를 차려놓고 모여 앉아 종정도 놀이를 하며 밤을 보낼 계획이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거문고 소리가 다락 위에서 들렸다. 
    또 여러 사람이 즐겁게 놀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으나, 
    또렷하지 않아 귀를 기울여 들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같이 소리가 매우 시끌벅적하였다. 
    이창 등이 서로 의논하여 그 중 한 사람이 칼로 다락 창문을 뚫고 휘두르자, 
    다락 안에서도 칼로 창문을 뚫고 밖을 향해 휘둘렀다. 
    그 칼날이 시퍼래서 사람들이 두려워 그만두었다. 
    다락에서 나는 거문고 소리와 즐겁게 떠드는 소리가 새벽이 되어서야 그쳤다. 
    이창 등은 날이 밝자 흩어져 돌아가서 다시는 그 집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였다.
    어떤 선비가 이야기를 듣고, 
    이 집에 들어가 마루방에 있는 것을 다 꺼내 쌓아두고, 
    불을 지르자 갑자기 여종이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었다. 
    두려워서 불을 끄고 도로 갖다놓았다.
    또 어떤 집 없는 사람이 들어가 있으니, 
    밤에 푸른 치마 입은 여자 귀매가 마루방에서 나와 방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므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10
    남부(南部) 부동(部洞) 흉택(凶宅)


    남부 부동에 또 폐가 한 채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창이 형제들과 함께 들어가 보았다. 
    대청에 붉고 검은 개 두 마리가 양끝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고 붉은 눈만 뜨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도 짖지도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니 이 두 마리 개가 뜰에 내려가 날뛰면서 요란하게 소리치니, 
    얼마 후 조정관리 의관을 갖춘 한 장부가 집 뒤에서 나와 대청에 와 앉았다. 
    이어 대여섯의 잡귀들이 마루 밑에서 나와 남자 앞에 나아와 절했다. 
    곧 남자가 일어나 집안을 한 바퀴 도니 잡귀들과 개도 따라 돌았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 마리의 개는 여전히 마루 양쪽에 엎드려 있었다. 
    이튿날 이창은 마루 밑을 살피니 낡은 빗자루와 헌 키가 있었고, 
    또 집 뒤를 살피니 굴뚝 뒤에 역시 낡은 비가 있기에 모두 꺼내 함께 불살랐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동정을 살피니, 
    지난밤과 똑같이 그 의관을 갖춘 남자가 잡귀와 개를 거느리고 집을 돌기에, 
    이창은 곧 그 집을 나와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11
    죽전방에 어떤 선비의 집이 있었는데 선비는 외지에 나가 있고, 
    그의 아내만이 혼자 살고 있었다. 
    하루는 어떤 할미가 문 앞을 지나다가 찾아와 구걸을 하였다. 
    모습이 마치 늙은 비구니 같았다. 
    나이는 비록 많았으나 생김새는 그다지 쇠약해 보이지 않았다. 
    선비의 아내가 불러 물었다. 

    "바느질을 할 수 있소?" 

    "할 수 있다우."

    "만약 여기 머물면서 일을 거들어 주면, 
    내가 마땅히 아침과 저녁을 주어 구걸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겠소?"

    "그러면 아주 다행입니다. 
    어찌 감히 명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선배의 아내가 기뻐하면서 그 할미를 머물게 하고, 
    그 할미더러 솜을 타고 실을 잣고 실을 감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였다. 
    그 할미가 하루 동안에 하는 일이 능히 7, 8명이 하는 일을 감당하면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선배의 아내가 매우 기뻐하며 음식을 풍성히 차려 주었다. 
    6, 7일이 지나자 대접이 점점 소홀해져서 처음과 같지 않게 되자, 
    할미는 노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는 발끈해서 말하였다. 

    "나만 혼자 있을 수 없으니, 
    우리 영감을 데려오겠소."

    그리고는 즉시 일어나 나갔다. 
    잠시 후에 영감과 함께 왔다. 
    영감의 거동과 모습은 이른바 거사와 같았다. 
    집 안에 들어와서는 곧 벽 위에 있는 감실을 비우게 하고, 
    두 영감과 할미가 문득 그 안으로 들어가 있더니, 
    곧 모습을 감춘 채 꾸짖는 소리만이 들렸다. 

    "음식을 극히 풍성하게 차려 내라. 
    만약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집안에 어린아이들부터 차례로 갑자기 죽을게다."

    친척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가보았다. 
    그 집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곧 병들어 죽으니 누구도 감히 엿보지 못하였다. 
    겨우 열흘이 지나자 종들이 모조리 죽고, 
    선비의 아내만 남아 있었다. 
    이웃에서 그 집을 바라보고 연기가 나는 것으로 그녀가 살아 있음을 알았다. 
    5, 6일이 지나자, 
    연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죽었는데도 끝내 감히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다. 



    12
    어느 양반집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서 크게 잔치를 벌였다. 
    한 집안에 모두 모이니 친척들의 수가 매우 많았다. 
    안방마루에 친 발 밖에 홀연히 더벅머리 아이 하나가 나타나 서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사나워 보였다. 
    나이는 열대여섯 살쯤 되어 보였다. 
    그 집주인과 손님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 데려온 종이라고 여겨 묻지 않았다. 
    그 아이가 안으로 가까이 오자, 
    그 자리에 있던 여자 손님 하나가 계집종을 시켜 그 아이를 꾸짖어 내보내게 하였다. 
    그러나 그 아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계집종이 물었다. 

    "너는 뉘 집 종이기에 감히 안방마루 가까운 곳에 서 있으며, 
    안에서 즉시 나가려고 하는데도 어찌 감히 나가지 않느냐?"

    그 아이는 묵묵히 아무 말이 없었다. 
    모두 괴이하게 여겨 비로소 서로 물어보았다. 

    "이게 뉘 집 종이오?"

    그러나 주인이나 손님들이나 다같이 모른다고 하였다. 
    다시 사람을 시켜 물었으나 그 아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여자 손님들이 모두 노하여 팔을 내저으며 나가게 하였다. 
    몇 사람이 처음에는 그 아이를 잡아끌었으나, 
    마치 왕개미가 돌을 미는 것처럼 끄덕도 하지 않았다. 
    모두들 더욱 노하였다. 
    사랑채에 말하여 그 아이를 끌어내도록 하였다. 
    사랑채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그 말을 듣고, 
    종 몇 사람을 시켜 잡아내게 하였으나 그 아이를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다투어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겨먹은 아이기에 끝내 한 마디도 하지 않느냐?"

    모두들 더욱 놀라고 화가 나서 장정 수십 명을 시켜 그 아이를 굵은 밧줄로 묶어 끌어내었으나, 
    마치 태산을 움직이는 듯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바가 아니었다. 
    어느 손님 하나가 말하였다. 

    "저것도 사람일 텐데 어찌 움직이지 않을 리가 있겠소?"

    다시 힘이 센 무인 5, 6명을 시켜 함께 큰 몽둥이로 때리게 하였다. 
    힘을 다하여 내리치니, 
    그 세력은 마치 눌려 죽일 것 같았고, 
    소리는 벽력과 같았으나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제야 모두들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그 아이가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다함께 뜰에 내려가 그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며 손을 모아 비니, 
    그 애절하고 간절함이 지극하였다. 
    한참 뒤에 그 아이는 갑자기 빙긋이 비웃음을 띄우고는 나갔다. 
    문을 나가자마자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더욱 놀라고 두려워 떨면서 잔치를 파하고 흩어져 돌아갔다. 
    다음날부터 그 집과 잔치에 참가했던 사람들 집에 무서운 전염병이 크게 번졌다. 
    그 아이를 꾸짖고 욕했던 사람, 
    끌어내라고 했던 사람, 
    때리라고 했던 사람, 
    무사와 노복 등 하수인들은 며칠이 되지 않아 먼저 죽었는데, 
    그 머리가 온통 깨졌다. 
    잔치에 갔던 사람들도 모두 죽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세상에서 그 아이를 '두억시니'라고 부르나 어디에 근거하는 것인가를 알 수 없다. 


    평하건대, 
    이득을 보려다가 화가 되는 수가 많다. 
    선비의 아내가 바느질과 같은 조그마한 이익을 탐하지 않았다면, 
    어찌 모두 다 죽고 집안의 파멸을 자초하는 데 이르렀겠는가? 
    경전에 이르기를,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선비의 아내가 그런 경우이다. 
    집안이 망하려면 반드시 재앙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한 집안의 모임에 두억시니가 들었는데도 공경하는 체하면서 멀리하지 못하고, 
    도리어 꾸짖어 끌어내고 때리고 함으로써 화를 더욱 돋우었으니 비록 면하고자 하나 면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과 귀신이 마구 섞인 것은 태평시대의 일이 아니다. 
    돌이켜 보건대, 
    어찌 남정중을 거기에 속하게 할 수 있겠는가? 



    13
    최근에 채(蔡)씨 성의 한 유생이 훈련원 가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해가 져 어둑어둑할 무렵 거리에 나섰다. 
    길에는 행인의 발걸음이 점차 드물어지고, 
    달빛이 어스름하여 먼 데 있는 사람의 모습은 희미하게 볼 수는 있으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저만큼 떨어져 한 부인이 길에 서있는 것이었다. 
    서로 한동안 바라보다가 채생이 천천히 다가가 보니, 
    소복에 비녀를 나직이 꽂았는데 얼굴에는 밝고 요염한 기운이 사람에게 젼해졌다. 
    생은 정신이 황홀하여 자신도 모르게 눈짓을 넌지시 해 보고, 
    손으로 집적여 보아도 여인은 놀라거나 싫어하는 빛이 없었다. 
    그러자 이제는 몸을 바싹 붙이고 말했다. 

    "좋은 밤 한가로운 풍경에 귀한 분을 이렇게 만나니, 
    솟아나는 정을 스스로 억제할 수 없어 순간적으로 미친 짓을 저질렀소만, 
    진(晋)나라의 한 수(韓壽)가 향(香)을 훔친 일이 무어 그리 죄 되리오. 
    원컨대, 
    조금이나마 용서해 줄 수는 없겠소?"

    그러자, 
    부인은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군자(君子)는 어떤 분이시기에 오다가다 만난 아녀자에게 이다지도 정중하신가요. 
    미천한 계집에게 혹시라도 뜻이 계시다면 제가 가는 곳으로 따라오시겠나이까?"

    생은 놀랍고 즐거운 나머지,

    "이것이 바로 '불감청(不敢請)'이라는 것이요. 
    아직 낭자의 성씨조차 알지 못하고 또한 굳게 잠긴 깊숙한 집을 상상만 하여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소."

    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인은 

    "이미 정을 허락한 바이온데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하고서는, 
    소매를 잡고 같이 걸었다.
    골목길을 돌아 개천 하나를 건너니 큰 저택이 보이는데 흰 담장이 둘러쳐져 있었다. 
    생이 밖에서 기다리다 한 소녀의 인도로 따라 들어가자 집은 웅장하여,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았다. 
    깊숙하고 아늑한 방에 녹색 창과 자줏빛 발이 영롱한데, 
    사방 벽에는 단정한 병풍과 서폭(書幅)의 단청이 눈부시며, 
    수놓은 자리와 꽃방석이 아름답게 깔려 있고, 
    화장대와 화롯불의 풍성함이 모두 세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생은 위축되어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는데, 
    부인이 소녀에게 주안상을 가져오게 했다. 
    쌍룡이 얽힌 백옥 잔에 술을 따르며 여인은 자신의 신세를 이야기했다. 
    조실부모하고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 터에 밤에 동무를 따라 놀러 나섰다가 길을 잃었는데, 
    채생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해 법도를 어기었다며 평생을 모시겠다고 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이 거나해지자 소녀가 들어와 각대(角帶)와 초립을 받아 횃대에 걸고, 
    금침을 펴고 촛대를 내어갔고, 
    두 사람은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새벽에 갑자기 천둥소리가 머리를 때리듯 하여 눈을 뜨니,
    돌다리 아래에서 흙투성이 돌을 베개하고 해어진 섬피를 덮었는데 악취가 코를 찔렀다. 
    벗은 초립과 각대는 다리 기둥 틈에 걸려 있고, 
    아침 해가 이미 솟았는데 인마(人馬)가 시끄럽게 내닫고, 
    땔나무 실은 수레 두 대가 쿵쿵거리며 다리를 건너온다. 
    생이 소스라쳐 놀라 미친 사람처럼 집으로 되돌아와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안정이 되는 듯하였으니, 
    아직도 망연히 마음이 울적하여 마치 하늘에 오르다 떨어진 기분이었다. 
    고개를 빼어 혹시나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을까 초조해 하였으나, 
    곧 요귀한테 홀린 줄 알고, 
    무당이 굿을 하고, 
    의원이 뜸도 뜨는 등, 
    약물과 기도를 백방으로 행하여 병이 겨우 낫게 되었다. 
    그 다리는 서울 안의 큰 개천 하류에 있는 것으로 다리 이름은 태평교(太平橋)라 한다. 



    14
    나는 병신년에 액운을 만나 의금부에서 취조를 받게 되었다. 
    무인인 최원서도 소강진의 첨절제사로서 그 일에 연좌되어 취조를 받고 갇혀 있는 중이었다. 
    자주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소일하였다. 
    하루는 화제가 귀신과 도깨비 이야기에 미쳤다. 
    최원서가 스스로 말하기를, 
    일찍이 소년 시절에 마귀를 직접 만나서 거의 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았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하였다. 
    내가 자세히 물으니 최원서가 상세히 말해 주었다. 
    내가 서울에 있을 때 본래 집이 없었소. 
    마침 부동에 빈 집 하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빌려서 살게 되었소. 
    아버님은 식구들을 데리고 안채에 들어가 사시고 나는 혼자 사랑채에 거처하였다오. 
    하루는 밤이 깊었는데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소. 
    갑자기 어떤 여자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등잔불 앞에 서는 것이었소. 
    자세히 살펴보니 곧 양반집 종이었는데, 
    일찍이 그녀와 더불어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었소. 
    그녀의 자태와 얼굴이 아름다워 한 번 정을 통하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가 없어 항상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던 사람이었소. 
    밤에 스스로 이르러 뜻밖에 나타나니 놀랍고 기쁜 마음을 이길 수 없었소. 
    그녀를 가까이 오라고 불렀으나 묵묵히 대답이 없어서 내가 일어나 손을 펼쳐 잡으려고 하니, 
    그녀는 곧 뒷걸음 쳐서 물러나 내 손이 자기에게 닿지 않도록 하였소. 
    내가 급히 다가갔으나 그녀의 뒷걸음질이 매우 빨라서 끝내 잡을 수 없었소. 
    문턱에 이르러 그녀가 뒷발로 문을 밀어 열고 나가므로 내가 뒤따라 나가보니 문득 보이지 않았소. 
    사방으로 찾아보았으나 간 곳이 없었소. 
    내 생각에 '이 여자가 피하여 숨으려 하는구나.'
    하고는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지요.


    다음날 밤이 되자, 
    그녀가 다시 와서 등잔 앞에 서니 아름답기가 여전하였소. 
    내가 또 일어나서 붙잡으려고 하니, 
    그녀는 즉시 뒷걸음쳐서 물러가더니 문을 나서서는 보이지 않았소.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는 것이 전날과 마찬가지였소이다. 
    마음 속으로 매우 탄식하며 의아하게 여겼으나 끝내 그녀가 귀신이 된 것을 알지 못했었소. 
    며칠 뒤에 다시 밤이 깊어 혼자 누워 있는데 문득 천장의 반자 안에서 벌떡벌떡하는 소리가 들렸소. 
    마치 자리가 떨리고 중이를 펄럭거리는 소리 같았으나 매우 사납게 우당탕거렸소.
    조금 있더니 반자로부터 털로 된 휘장 하나가 내려왔는데, 
    그 빛이 푸르고 고왔소이다. 
    그것이 방 한 가운데를 가로막더군요. 
    그러더니 곧 숯불이 방에 가득 차서 불길이 활활 타오르니, 
    열기가 찌는 듯 지지는 듯 하였소. 
    다만 누워있는 자리 외에는 온 방이 모두 불이어서 피하여 나갈 길이 없었소. 
    무서워서 타는 것을 피하려 했는데, 
    무섭고 떨려서 거의 죽을 것 같았소. 
    새벽닭이 처음 울자 반자 위에서 나던 벌떡거리는 소리가 비로소 멈추었소. 
    푸른 휘장이 도로 걷히고 방에 가득한 숯불이 일시에 저절로 꺼졌소. 
    마치 비로 쓸어간 듯이 털끝만큼도 흔적이 없었소.


    다음날 밤에 또 방에 혼자 누워서 옷을 벗고 미처 잠자리에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험악하게 생긴 사내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 왔소. 
    머리에는 전립을 쓰고 몸에는 푸른빛이 나는 전복을 입을 모습이 마치 관가의 군졸 같았소. 
    뛰어 들어와 나를 잡더니 끌고 나가려고 하였소. 
    내가 그때만 해도 젋고 담이 있었으므로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그와 마주 잡고 싸웠소. 
    그러나 기운의 차이가 현격하여 대적할 수가 없어서 곧 뜰 앞으로 끌려나갔소. 
    그 사내는 나를 붙잡아 높이 쳐들고 몇 차례 빙빙 돌리더니 뜰 앞의 층계 위에 내던졌소. 
    나는 즉시 정신을 읽고 땅에 쓰려져 일어날 수가 없었소. 
    그 사내는 내 앞에서 지키고 서 있었소. 
    그 집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 곳에 담이 있었소. 
    다시 담 안쪽을 보니 정원에는 10여명의 사내가 모여 서 있었소. 
    모두 전립을 쓰고 전복을 입고 있는 것이 한결같이 군졸의 모습이었소. 
    그 사내들이 멀찍이 서서 다 함께 말리더군요.

    "그러지 마, 
    그러지 마."

    나를 끌고 나온 사내가 응답하였소. 

    "뭐 어때, 
    뭐 어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뭐 어떠냐고 응답하는 소리도 또한 그랬소. 
    담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이 다시 말렸소. 

    "그는 마땅히 품게가 높은 무관이 될 사람이니 그러지 말게, 
    그러지 마."
     
    "그러면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는 곧 두 손으로 나를 잡고 공중을 향해 던지니, 
    허공으로 날아가 남쪽을 향해 갔소. 
    경기도와 충청도를 지나 호남지방의 한 변두리에 떨어졌소. 
    허공에 몸을 맡긴 채 날아갈 때에 지나가던 경기, 
    충청, 
    전라도의 여러 고을을 굽어보니 역력히 모두 알 수 있었소. 
    다시 호남에서 공중을 향해 던지니, 
    허공에 들어가 북쪽을 향해 날아가다가 처음에 쓰러졌던 그집에 층계 위에 떨어졌소. 
    다시 정원에 있는 10여명의 사내들이 말리는 소리가 들렸소. 

    "그러지 마, 
    그러지 말라니까."

    "뭐 어때, 
    뭐가 어때서?"

    처음과 같은 대답을 하더니, 
    또 다시 나를 들어올려 허공에 던져 호남에 날아 떨어지고, 
    또 호남에서 허공에 던져 층계 위에 도로 떨어지는 것이 똑같았소. 
    비로소 정원 위에 모여 있던 사내 가운데 하나가 와서 나를 자고 있던 사내를 데리고 가더니,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모여 서로 한바탕 떠들고 웃고는 흩어져서 다시는 보이지 않았소. 
    나는 층계 위에 쓰러져서 정신을 잃고 말았소.
    다음날 아침에 그의 아버지가 나와 보고 놀라서 부축해 들어가 치료하여 그는 살아날 수 있었다. 
    그는 마침내 그 집을 버리고 다른 동네로 옮겨갔다. 
    나중에 들으니, 
    그 집은 본래 흉가로 불리었다고 한다. 


    평하건대, 
    흉가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많으나, 
    귀신이나 도깨비가 있다고 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만약 행실이 올바른 군자로 하여금 거처하게 하면, 
    귀신이 반드시 그가 공경함을 보고 스스로 멀리하게 된다. 
    집에 어찌 흉하고 흉하지 않음이 있겠는가. 
    이창은 다만 괴이한 일을 당했을 뿐 그 해를 입지 않았는데, 
    최원서는 처음에 괴이한 일을 당하다가 끝내 피해를 입었으니, 
    이창은 잠시 거처하였고 최원서는 오래도록 거처한 데서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닐까. 
    내가 듣기로 사람만이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귀신도 사람을 두려워한다고 하니, 
    귀신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그런데 최원서나 이창이 당한 경우는 도리어 두려워서 굴복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안타깝다.



    15
    김안로(金安老) 친구 성번중(成蕃仲)의 집에 도깨비의 장난이 있은 적이 있었다. 
    초저녁종이 울릴 무렵 은은하게 서산 밀림 속에서 도깨비가 나와 돌을 던지기도 하고, 
    불을 붙이기도 하여 한 여종을 능욕하고는 그 여종은 임신이 되었는데, 
    사람과 접촉하는 느낌이었다. 
    인가에서 종종 이러한 화를 만나는 수가 있는데, 
    의원들이 말하는 '귀태(鬼胎)'라 하는 것이 이것이며 백방으로 막으려 애써도 되지 않는다. 
    번중은 굳고 바른 기운이라야 그것을 누를 수 있다고 하여,
    술을 취하게 먹고 기운을 내어 쪽마루 밖에 앉아서, 
    얼굴빛을 엄하게 하여 두려움이 없는 것 같이 하고, 
    귀신이 오는 방향에만 눈을 응시하며 잠시라도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고 두서너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리와 자취가 없는지라, 
    속으로 귀신이 겁이나 도망간 줄 알고, 
    바로 몸을 돌려 문턱을 넘어서려 할 때, 
    갑자기 마음이 떨리더니 귀신이 던진 돌이 발뒤꿈치에 떨어졌다. 
    바른 기운은 사악한 기운을 누르지만, 
    조금이라도 정기(正氣)가 부족한 점이 있게 되면 사기(邪氣)가 도리어 그 틈을 타고 들어오게 되니, 
    그 기미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이러한 점이 있다. 



    16
    함영(咸營) 선화당(宣化堂)에는 귀매가 있어서, 
    전후 감사가 병나 죽었거나 또는 병들어 돌아간 일이 많다. 
    이에 왕이 걱정해 민정중을 지명해 감사로 보냈다. 
    민정중이 사람들 만류를 듣지 않고 선화당에 들어가 혼자 앉아 있으니, 
    밤중에 한 선비가 나타나 무례하게 앞에 와 앉는데 민 공이 태연하니, 
    조금 있다가 갔다. 
    또 갑옷을 입은 군인이 나타나 위협했지만 역시 민 공이 태연하니까 가고, 
    다음에는 민 공 모친을 닮은 노파가 나타나 어미라고 하면서 유혹했다. 
    이에 민 공이 모친은 오래 전에 사망했고, 
    무덤이 이곳에 있지 않은데 어디 거짓말하느냐고 꾸짖으니 노파도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무사한 민 공을 본 함흥 사람들이 민 공을 신인(神人)이라고 했다. 
    아마도 오래된 여우가 둔갑한 요괴로 생각되었다. 
    뒤에 남구만이 감사로 와서 역시 선화당에 혼자 있으니, 
    앞의 민 감사 때와 같은 귀매가 차례로 나타났다. 
    남 감사가 선비와 군인에 대해서는 태연하게 해 잘 쫓았는데, 
    노파가 모친이라고 하면서 손을 잡는데에는 마음이 약해 문밖에까지 이끌려 나왔다. 
    그러고는 소리쳐 사람들을 부르니,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당에 다시 들어가 앉아, 

    "내 귀매를 제압하지 못하고 오히려 욕을 당했구나." 

    하면서 그 얘기를 토로하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 거처했다. 
    남 감사는 담기(膽氣)가 민 공에게 미치지 못하도다. 



    17
    재상 이유(1645~1721)는 인후(仁厚)한 인품을 가졌다. 
    옥당(玉堂) 시절에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종묘 옆 순라곡(巡邏谷)을 지나가는데, 
    도롱이 입고 삿갓을 쓴 외다리 귀매가 껑충껑충 뛰면서 달려오더니 관리에게, 

    "가마가 지나가는 것을 못 보았느냐?"

    하고 물었다. 
    관리가 못 보았다고 하니 독각귀(獨脚鬼)는 바쁜 듯이 달려갔다.
    이 공이 생각하니 조금 전 제생동(濟生洞) 입구에서 한 가마를 보았기 때문에, 
    급히 말을 돌려 그 귀매를 쫓아 제생동으로 행했다. 
    독각귀가 들어가는 집에 가니, 
    이 집은 이 공의 이성 삼종(異姓三從)에게 친척 뻘 되는 집으로, 
    이 공의 이성 삼종 자부가 병이 들어 여러 달 앓다가 거의 죽게 되어, 
    오늘 환자가 가마를 타고 이 친척집으로 피접(避接)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병을 일으킨 이 독각 귀신을 피해 온 것인데,
    찾아서 따라온 것이었다. 
    이 공이 사정을 얘기하고 환자가 있는 방에 들어가니, 
    그 귀매가 환자 베개 옆에 앉아 있다가 이 공이 노려보니 문밖으로 나가 뜰에 서 있었다. 
    다시 이 공이 나와 역시 노려보니 귀매는 지붕으로 올라갔고, 
    또한 이 공이 쳐다보니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러고 나니 환자는 병이 깨끗이 나아 이 공이 돌아왔다. 
    이 공이 가고 나니 환자는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공이 또 와서 많은 종이쪽지를 만들어 이 공이 자기 서명을 해 사방에 빈틈없이 붙여 놓으니, 
    부인의 병은 완전히 나았다.


    일찍이 야록(野錄)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었다. 
    성현(成俔)이 전생서(典牲暑) 남현(南峴)에 이르러 말이 거품을 머금고 앞으로 가지 않았다. 
    살펴보니 동쪽 골짜기에 키가 열 길 쯤 되고, 
    얼굴이 넓고, 
    눈알이 횃불 같은 사람이 도롱이 입고 삿갓을 쓰고 있는데, 
    더운 김이 풍기고 심하게 비린내가 났다. 
    곧 성현이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말을 멈추고 노려보니까 그것이 공중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또 '포박자(抱朴子)'에도 키가 9척이나 되고, 
    삿갓 쓰고, 
    갑옷 입은 '산정(山精)'이 있는데, 
    이를 '금루(金累)'라고 하며, 
    이 이름을 부르면 감히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산정은 모습이 어린아이 같고 외다리이며 사람을 잘 해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아마 부인을 병들게 한 귀매도 산정인지 알 수 없다. 



    18
    삼연 김창흡 공이 일찍이 새벽에 천안을 지나다가 오언율시를 지었는데 그는 첫 연에 이르기를, 

    "별의 잔영은 산골 주점의 불빛이고 사람은 고을 어구에 세운 비석이로구나." 

    하였는데, 
    갑자기 총각 4, 5명이 무리를 지어 가는 것이 보이고, 
    때 마침 마을 아낙네 한 사람이 그 앞을 지나가니, 
    총각들이 웃으며 서로 이야기하기를, 
    "각기 그녀를 부르는 뜻으로 한 구절씩 시를 짓는 것이 어떠냐?"

    하니 모두 좋다 하였다. 
    먼저 한 총각이 말하기를, 
    "점수교에 걸린 구름이 새벽빛으로 처량하군."

    하니 또 한 총각이 이어서, 
    "지나는 길손이 말먹이를 먹이려는데 세 번째 닭이 우는구나."

    하니 또 한 총각이, 
    "도령님은 콩 팔러 서울에 가고 아가씨는 방아 찧고 돌아오는데 달이 서산에 얹혔다네."

    라 말하니 한 총각이 계속하기를, 
    "달이 지고 별빛이 희미한 새벽에는 반드시 못된 소년들이 있다니 웃을 만한 일이로구나."
    하면서 서로 몹시 즐겨 웃더니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19
    병사(兵使) 윤광화(尹光華)가 함경북도 절도사로 순행하던 중, 
    회령(會寧)에서 무사들이 크게 모이게 되었다.
    밤이 깊고 술이 거나해지자, 
    병사(兵使)가 황제의 무덤에 기를 꽂고 오는 사람을 영웅으로 추천하겠다고 하였다.
    한 젊고 건강한 자가 바로 무덤에 가니 장막이 성대하고 음악소리가 들려 왔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들어가자 음악이 그치고 주위가 비었다.
    그가 무덤에서 청동화로와 뿔잔을 가지고 와서 병사에게 주었다.
    후에 단릉(丹陵) 이윤영(李胤永)이 그것을 입수하여 보물로 간직하였다. 



    20
    만력(萬曆) 계미년(1583년) 겨울이었다. 
    참봉(參奉) 신우안(申友顔)은 나이는 젊었으나 해서(楷書)를 잘 썼다. 
    정언(正言) 이원여(李元與)의 집을 빌려서 잤다는데 한밤중에 간 곳이 없었다. 
    이웃 사람들이 

    "밤에 형상은 없고 사람 같지는 않은 어떤 물체가 나타나 담장 밖에서 참봉을 불러서 갔다."

    라고 하며 매우 의아해 했다. 
    집안사람들이 그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 반송지(盤松池)라는 연못 물가에서 그를 찾았는데, 
    붉은 옷이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집은 도성 서소문 밖에 있었는데, 
    죽은 재상 이충원(李忠元)의 집이었다.
    이충원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하루는 실종되었다. 
    며칠이 지나 대천 다리 아래에서 찾았는데, 
    풀로 된 자리를 뒤집어쓰고 엎어져 반쯤 죽어 있었다. 
    집에 데려다 놓았으나 며칠 있다가 죽었다. 
    처음에 그 딸을 찾지 못했을 때, 
    어떤 선비가 다리 밑을 가르쳐주어 찾아낸 것이었다. 
    그 선비는 밤에 꿈을 꾸었는데 어떤 이가 나타나 말하였다.

    "내가 새로 예쁜 색시를 얻어 매우 사랑하였다. 
    너 때문에 색시를 잃었으니, 
    마땅히 너의 아내로 대체하겠다."

    꿈을 깨서 보니, 
    그의 아내가 간 곳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아내를 되돌려 주며 꿈에 나타나 말하였다. 

    "처음에 나는 제가 내 색시를 빼앗은 것에 화가 났었다. 
    그러므로 네 아내를 취했으나 이제 다시 내 색시를 찾았으니, 
    네 아내를 돌아가게 했다."

    선비가 사람을 시켜서 이재상의 집을 탐문해 보니, 
    그 딸은 이미 죽어 있었다. 



    21
    선비 김위(金偉)는 송도 사람이다.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총명하고 영리하여 아꼈다.
    하루는 간 곳을 잃었는데, 
    대개 남자가 유인해 간 것이었다. 
    언덕과 비탈을 오르로 내리며 깊고 가파른 곳을 밟고 건너 바위 구멍에 그를 집어넣고 지켰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으면 매번 우유 굳은 것같이 만든 흰 음료수 한 그릇을 그에게 주었다. 
    추워서 옷을 달라고 하면 가는 풀을 이어 그를 덮어 주었는데 밤에는 함께 잠을 자지 않았다. 
    하루는 송도 사람이 재령(載寧) 장수산(長壽山)에 철(鐵)을 캐러 갔다가, 
    구멍 속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서 살펴보니, 
    바로 이웃 선비의 아들이었다. 
    잃은 지 6년이 되어 부모는 항상 호랑이에게 잡혀 간 줄만 알고, 
    울부짖으며 나무 신주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 사람이 송도에 달려가 고하니, 
    김위가 크게 놀라 집안사람을 인솔하고 그 아들을 맞이하였다. 
    몸은 수척해지지 않았는데, 
    정신은 백치 같았다. 
    집에서 섭생하며 기르니, 
    날로 달로 회복되었지만 2년이 지나 죽었다. 



    22
    황효건(黃孝健)이란 사람은 나의 벗 이사언(李思彦)의 종매부(從妹夫)다. 
    소싯적에 글을 잘 지었다. 
    하루는 그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어서, 
    집안사람들이 사방으로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뜰에 오래된 소나무가 있었는데 높이가 수십 척이었다. 
    해가 비추니 소나무의 그림자가 땅에 깔렸는데, 
    사람의 그림자가 있는 것 같았다. 
    쳐다보니 가지 위에 사람이 묶여 있었다. 
    집안사람들이 매우 놀라 사다리를 놓고 끌어 내리니 좌우를 보며 말없이 종이를 찾아서 쓰기를, 

    "하루살이 같은 신세가 하늘에 손이 되었으니(??身世客天□), 
    가시나무 숲 속이 나의 고향이라네(荊棘叢中是我鄕).
    밝은 달빛 산에 가득하고 사람은 적적한데(明月滿山人寂寂), 
    머리 돌리니 흐르는 눈물 참을 수 없어라(不堪回首淚淋浪)."

    라고 하였다. 
    두어 달 뒤에 다시 간 곳이 없어서 3일 동안을 찾지 못하였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남읍(南邑)에 수령으로 있었는데, 
    빈 집에 성 남쪽에 있었다. 
    시험 삼아 가서 찾았으나 보이는 데가 없었다. 
    그런데 한 책방이 매우 견고하게 봉쇄되어 있고 창틈으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괴이하게 여겨 문종이를 뚫고 엿보니 그 속에 앉아서 조그만 등불 심지를 가지고 서적을 태우고 있었다. 
    매우 놀라서 문을 여니 누워서 말을 하지 못하더니 하룻밤을 지내고 죽었다고 한다.
    사언(思彦)이 젊은 때에 그 일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에게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언의 이름은 급(伋)이다.



    23
    내 외삼촌 안공(安公)은 성질이 엄하고 굳세었다. 
    남의 것을 범하는 법이 없어 관리들은 두려워하고 백성들을 따랐다. 
    도깨비의 형상을 잘 보았는데 임천(林川) 군수로 있을 때 관리들과 술을 마시는데, 
    사냥개가 울안의 큰 나무를 보고 짖어댔다. 
    공이 돌아보니 고관대면(高冠大面)의 괴물이 나무에 기대 서 있다가,
    안공이 뚫어져라 바라보니 점점 사라져 버렸다.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아이종에게 촛불을 들게 하고 변소에 가는데, 
    대숲 속에 한 여자가 붉은 난삼(?衫)을 입고,
    머리를 풀고 앉아 있기에 공이 곧장 다가가자 여자가 담을 넘어 달아났다. 
    고을 사람들이 그 숲을 도깨비 숲이라고 버려두었다. 
    공은 민간의 음사를 모두 헐고 귀신이 있다는 우물도 메워버렸는데, 
    우물에서 소우는 소리가 사흘 동안 들렸다. 
     

    서원(瑞原) 별장 근처 큰길가에, 
    너비가 몇 아름 되고 키가 하늘을 찌를 만한 고목 한 그루가 있었는데, 
    날이 흐리면 귀신이 휘파람을 불며 밤이면 불을 켜 놓고 시끄럽게 떠들어댔으며, 
    공이 꿩을 쫓느라 날린 매도 숨겨버렸다. 
    어떤 소년이 나무를 베려다 귀신이 지폈는데, 
    공이 

    "200년이나 마을에 있으면서 왜 불을 켜고, 
    해괴한 짓을 하며, 
    내가 지나가도 걸터앉아 불경한 짓을 하고, 
    매를 놓으면 숨기고, 
    이웃을 괴롭히냐?"

    고 하자 소년이 공손히 사죄했다. 
    공이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잘라 장도(長刀)를 만들어 목 베는 시늉을 하자, 
    소년이 3일 만에 깨어났다. 
     
     
      
    24
    경성의 소공주동(小公主洞)은 남부(南部)에 있는데 그곳에 신막정(申莫定)의 집이 있다. 
    그 집은 늘 비어 있고 주인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임시로 빌려 살고 있었다. 
    그 까닭을 물어 보았더니, 
    처음에는 주인이 새로 사서 살았으나, 
    그 집에 귀신이 있어 주야를 막론하고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말하는 것이 평상인과 같으나, 
    단지 그 형체만 볼 수 없을 뿐이라 했다. 
    그 주인을 주옹(主翁)이라 부르며, 
    노복이 주인을 섬기는 것같이 하고, 
    청하는 것을 반드시 바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늘 음식을 때가 없이 요구하는데 주지 않으면 곧 성내고 괴이하게 굴었다. 
    밤마다 주옹 부부가 함께 침상에 누우면, 
    항상 귀신이 침상 아래 엎드려서 웃었다. 
    주옹이 그것을 괴로워하여 다른 곳으로 피하려고 하면 귀신은 또 따라가기를 청했다.
    주옹이 말하였다.

    "네가 내 집에 있은 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벽에다 모습을 그려보아라."

    귀신이 말하였다.
    "보면 놀라실 테니, 
    주인님으로 하여금 놀래고 두려워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옹이 말했다.
    "시험 삼아 그려 보거라."

    얼마 지나 벽 위에 그림이 그려졌는데, 
    머리가 두 개에 눈이 네 개이고, 
    높은 뿔은 우뚝 솟고, 
    입술을 쳐지고, 
    코는 오그라지고, 
    눈동자는 모두 붉어, 
    그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주옹이 얼굴을 가리고 속히 지워버리라고 했다.
    주옹이 은밀히 방사(方士)에게 귀신을 죽일 처방을 물으니, 
    방사가 말하였다.

    "귀신이 주리면 밥을 요구할 테니, 
    들쥐를 잡아 고기를 구워 그에게 주면 반드시 죽으리라."

    그 말대로 하여 들쥐 고기를 얻어 시렁 판자 위에 놓고 그를 기다렸다. 
    귀신이 밖으로부터 와서 말했다.

    "오늘 멀리 놀러 갔다 왔더니, 
    매우 배가 고픕니다. 
    원컨대 주옹께서 소인에게 음식을 먹여 주십시오."

    주옹이 말하였다.
    "우연히 좋은 고기를 얻었기에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에게 주니, 
    귀신이 한번에 그 그릇에 있던 것을 모두 비우고는 얼마 안 되어 크게 통곡하며 말하였다. 

    "주옹이 나를 속였도다. 
    이것은 들쥐 고기니, 
    나는 지금 죽게 되었소."

    드디어 통곡하고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부터 집에 귀신이 없었다. 
    주인은 이로 인해 노량 강가에 살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만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그 값을 받았다. 
    내 맏형이 일찍이 그 집에 붙여 살았었는데 집주인의 하녀에게 세밀히 물어 보니, 
    헛말이 아니었다. 



    25
    황철(黃轍)은 술사이다. 
    젋었을 때 절을 유람하였는데, 
    어떤 노승이 숙환으로 객사에 머물고 있었다. 
    밤에 산의 계곡에서 사슴의 울음소리가 나자 노승이 화를 내며 말하였다.

    "하늘같은 스승이 여기 머물고 있는데 저것이 어찌 감히 당돌히 나쁜 소리를 내는가? 
    여러 사미(沙彌)들은 시험 삼아 가 보시오."

    다음 날 아침 절 문 밖에 과연 죽어 있는 큰 사슴이 있었다. 
    황철은 기이하게 여겨 몸을 바쳐 종이 되기를 원하여 그 술법을 모두 전수받아 세상에서 행세하였다. 
    괴이하고 놀라우며 영험하고 이상한 일이 많았다. 
    일찍이 말하였다. 

    "내가 전에 보니, 
    육지에는 사람과 귀신이 서로 섞여 있다. 
    귀신이 길에 다니는 것이 마치 종루(鐘樓) 거리에 행인이 많은 것과 같아서, 
    귀신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보지 못한다. 
    세간에서 사람이 귀신의 빌미를 만난 자는 맞이해서 빌면 반드시 효험이 있을 것이다."

    좌랑(佐郞) 김의원(金義元)은 종족 조카네 집안이 모두 요사스러운 병을 앓자, 
    황철에게 낫게 해주기를 부탁하였다. 
    황철이 말하였다. 

    "이는 원수가 사람의 머리뼈를 가루 내어 온 집안에 두루 뿌렸기 때문에, 
    귀신이 사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부적과 주문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곧 붉은 부적을 벽에 붙이고 주문을 세 번 두루 외웠을 뿐인데, 
    반딧불이 집 안에 가득하더니, 
    담장 모서리로 날아가 모여서는 한 덩어리로 쌓였다. 
    그때가 겨울이어서 반딧불이 없으므로 집안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겨 불을 켜고 보았다. 
    그랬더니 뼛가루가 모여서 하나의 두개골을 이루고 있었다. 
    드디어 그것을 깨끗한 땅에 묻었더니, 
    이후로는 모든 병이 다 나았다.


    선비 안효례(安孝禮)의 유모가 나이 칠십이었는데, 
    학질에 걸려 고통이 심하므로 황철을 오게 하였다. 
    황철이 가지 않으며 말했다.

    "내가 비록 가지 않으나, 
    내일 정오에 반드시 이상한 일이 꿈에 보일 것이며, 
    그 후로는 병이 나을 것이다."

    과연 다음날 정오가 되었는데, 
    유모가 아파서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한 여자가 금히 유모의 등 뒤로 뛰어들며 살려달라고 애걸하는데, 
    어떤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곧장 등 뒤로 가서 그 여자를 묶어 가버렸다. 
    꿈이 깨니, 
    정말 씻은 듯이 나았다. 


    또 귀신을 잡아 상자에 잡아넣고 봉해 버린 적이 있었다. 
    상자 속에서는 괴로운 소리가 나더니, 
    상자가 저절로 펄쩍펄쩍 뛰었다. 
    상자를 돌에 묶어 강에 던졌더니, 
    요사스러운 일이 그쳤다. 
     
     
      
    26
    청송(聽松) 성수침(成守琛) 선생이 경성(京城)의 백악(白岳) 산기슭에 있는 청송당(聽松堂)에서, 
    황혼에 홀로 시중드는 아이도 없이 앉아 있는데, 
    홀연히 한 물체가 와서 집 귀퉁이에 섰다. 
    몸에는 감색 옷을 입었는데, 
    그 길이가 발꿈치까지 이르고 풀어 내린 머리가 땅에까지 닿았는데 바람을 따라 엉클어졌다. 
    어지러운 머리 사이로 고리 같은 두 눈이 번득여 두려워할 만했다. 
    선생이 그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묵묵히 답이 없었다.

    "앞으로 오너라."하니, 
    마침내 창 밖 가까이 왔는데 누린내가 코를 찔렀다. 
    선생이 말하였다.

    "네가 도적이라면 우리 집에는 아무 것도 없다. 
    네가 귀신이라면 사람과 귀신은 길을 달리하니 속히 가거라."

    말이 끝나니, 
    바람 소리가 나며 사라졌는데 간 방향을 알 수 없었다. 



    27
    한림(翰林) 정백창(鄭百昌)이 젊었을 때 산사(山寺)에서 독서를 하였다. 
    그는 여러 중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싫어해서 항상 불상 모신 상 뒤에 가서 책을 읽었다. 
    불상을 모신 상 아래에는 창(窓)이 없이 빈 구멍이 있었는데, 
    불상 등의 물건을 넣어두었다.
    늦은 밤인데 갑자기 커다란 한 물체가 나와 책상 앞에 엎드렸는데, 
    고약한 냄새가 코에 역겨웠다. 
    정백창이 자세히 보니, 
    그 물건은 눈이 튀어나오고 코는 오그라졌으며, 
    입 가장자리가 귀에까지 닿고, 
    귀는 늘어졌으며, 
    머리털은 솟구쳐 있었다. 
    마치 두 날개로 나뉘고, 
    몸의 색깔은 푸르고 붉었으나, 
    형상이 없어 무슨 물체인지 살필 수가 없었다. 
    정백창은 바로 괴귀(怪鬼)임을 알아차렸으나 태연히 침착하게 책읽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대로 계산을 해가며 몇 회를 헤아리도록 태연자약하니, 
    그 물체가 오랫동안 나아오거나 물러나지 못했다.
    정백창은 마침내 옆방의 중을 불렀다. 
    밤이 깊어 모두 잠들어, 
    서너 번 불러서야 비로소 응답했다. 
    그 물체는 다시 상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정백창이 일어나 중의 방으로 들어가 술을 찾아 큰 그릇 하나를 다 기울이고서야 그 정신이 안정되었다. 
    그때 정신을 차리느라고 손을 꼭 쥐고 있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뚫었다. 



    28
    옛날에 함경도 북쪽 변방 한 고을에 냄새나는 괴물이 있었는데, 
    사또가 부임하여 10여일이 지나면 갑자기 죽곤 하였다. 
    연달아 대여섯 사람이 죽게 되자, 
    모두들 그 곳에 발령이 나는 것을 꺼려 피하였다. 
    비록 그러한 재앙을 모면할 수 있는 온갖 계책을 일러 주어도 기꺼이 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무인 하나가 벼슬길에 나섰으나 뒤를 봐 주는 사람이 없어 마침내 이 고을에 부임하게 되었다. 
    그는 평소에 담력과 용기가 있었고, 
    힘이 빼어났다. 
    스스로의 생각에, 
    '비록 마귀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어찌 다 죽으란 법이 있으랴. 
    내 한 번 가보리라.' 
    하고는 곧바로 조정에 하직하고 부임하였다. 
    그곳에 부임한 뒤에는 홀로 동헌에 거처하면서 다만 장검 한 자루를 항시 몸 가까이 놓아두었다. 
    초경 무렵이 되자, 
    바람을 따라 비릿하게 썩는 냄새가 약간 나기 시작하더니 날로 점점 짙어졌다. 
    5, 6일이 지나자, 
    안개 같은 기운이 떠서 몰려왔다. 
    냄새는 그 안개 속에서 나는 것이었다. 
    안개가 날로 짙어지더니, 
    냄새를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10일이 지났다. 
    전례대로 하면 사또가 죽어야 하는 날이었다. 
    관속들과 통인, 
    급창 등은 하나같이 모두 달아나 그를 모시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부임 초부터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술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날마다 술에 취해 스스로 견디며 날짜를 보냈었다. 
    10일째 되는 날은 한층 술에 푹 취한 채 앉아 있었다. 
    밤이 되자 뭐가 하나 오더니 동헌 대문 밖에 서는 것이었다. 
    안개 같은 기운이 뭉쳐서 형체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네댓 아름 가량 되어 보였고, 
    길이는 거의 두어 길쯤 되었다. 
    몸뚱이나 얼굴, 
    손발의 형체는 없고, 
    다만 위쪽 가장자리에 두 눈이 번쩍이는 것이 매우 밝았다. 
    사또가 그것을 보고 분연히 일어나 뜰로 내려서서는 크게 부르짖으며 달려들어 힘껏 칼로 내리쳤다. 
    그 소리가 벼락이 치는 듯 요란하였다. 
    그러자 안개 같은 기운이 즉시 한 점도 없이 흩어지고, 
    그에 따라 기분 나쁜 냄새도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사또는 칼을 땅에 던지고 취하여 쓰러져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관속 등이 사또가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하며 시신을 거두려고 와서 보니, 
    사또가 대문 안에 쓰러져 있었다.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 

    "그 전에 죽은 사또들은 모두 시신이 동헌 위에 있었는데, 
    이 양반은 어떻게 뜰 아래 있을까. 
    이 또 하나 괴변일세." 

    두어 사람이 다가가 들어 거두려고 하자, 
    사또가 일어나 앉아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꾸짖는 것이었다. 
    그러자 모두들 크게 놀라 물러나 엎드려서 벌벌 떨기만 하였다. 
    이후로 그 고을에 냄새 나는 괴물로 인한 우환이 다시는 없었다. 



    29
    선조 때 허우의 집에 두 귀매가 나타났다. 
    형체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데, 
    종들의 숨기는 일을 다 말하고 남녀가 잠자리할 때 손뼉을 치고 웃었다. 
    그래서 쫓으려고 부(符)를 붙이면 다른 곳으로 피하기 때문에 도저히 쫓을 방법이 없어 괴로워했다.
    허우가 귀매에게 묻기를, 

    "세상에서 무당을 초청해 귀신 달래는 굿을 하는데 과연 복을 가져오는 것이냐?"

    하고 물었다. 
    이에 귀신은, 

    "귀신도 사람과 같아 한 번 굿을 해 대접하면 많은 귀신들이 모여들어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뒤에도 계속 굿을 해주기를 원하는 버릇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잘하면 좋지만 한 번이라도 소홀하면 행패를 부려 재앙을 가져온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고 아무 관계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라고 말했다. 
    이에 또 귀신은 어떤 경우에 죽느냐고 물으니, 
    귀신은 박쥐를 구운 고기에 물말이 밥을 먹으면 죽는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허우는 이것을 마련해 천장에 올려 두었더니, 
    며칠 후 한 귀신이 울면서, 

    "친구가 편복전과 물만 밥을 먹고 죽었으니, 
    나도 혼자 여기 살 수 없어 떠난다."

    고 말했다. 
    이후로 귀매가 없어졌다. 
    대체로 허우 가정이 음성양미(陰聲陽微)하여 귀매가 든 것이다. 
    또 옛사람이 말한 것처럼, 
    사람이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이 귀신도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얘기는 최신(崔愼, 1642~1708)의 '화양문견록(華陽聞見錄)'에 실린 얘기이다.(조선 중기) 
       


    30
    효종 갑오,
    을미년 사이에 임실의 어떤 선비가 스스로 능히 귀신을 부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가 늘 부리는 것은 두 귀졸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과 마주앉아 장기를 두며 약속하기를, 
    지는 사람은 볼기를 맞기로 했다. 
    상대방이 이기지 못하였는데도 약속을 어기고 볼기를 맞지 않았다. 
    선비가 말하였다.

    "만약에 순순히 벌을 받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해로울 것이오."

    그래도 그 사람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그 선비는 공중을 향하여 마치 누구를 불러 분부하듯 하였다. 
    그 사람이 즉시 제 발로 뜰에 내려가 볼기를 드러내니, 
    공중에서 채찍으로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여섯 차례 때리자, 
    그의 볼기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그가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애걸하니, 
    선비가 그때서야 웃으며 그를 풀어 주었다.
    또 일찍이 어떤 사람과 이실 관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뒷동산에 대숲이 있었다. 
    대숲 밖에 있는 마을에서 마침 굿을 하느라고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선비가 홀연 뛰어 내려가더니, 
    동산이 이르러 대숲을 향해 버럭 성을 내며 큰 소리로 꾸짖는가 하면, 
    눈을 부릅뜨고 팔을 휘두르는 것이 마치 무엇을 쫓아내는 모습 같았다. 
    한참 만에 돌아오자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선비가 대답하였다. 

    "한 떼의 잡귀가 굿하는 곳으로부터 이 대숲에 모여들었소. 
    꾸짖어 쫓지 않으며 수풀에 깃들여 인가에 해를 끼칠 것이므로, 
    내가 화가 나서 쫓았을 뿐이오."

    또 하루는 어떤 선비와 함께 길을 가다가, 
    문득 길가에서 공중을 향해 꾸짖는 것이었다.

    "너는 어찌 감히 이 죄 없는 사람을 붙잡아 가느냐? 
    네가 만약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벌을 줄 것이다."

    말투가 매우 성나 보여서, 
    함께 가던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으나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저녁에 어느 촌가에 묵으려고 하니, 
    질병이 있다고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비가 종을 시켜서 꾸짖고 억지로 들어갔다. 
    주인의 아내와 딸이 자주 창틈으로 그를 내다보고 무어라고 지껄이며 놀라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진 뒤에 주인 늙은이가 주안상을 차려 가지고 와서 사례하며 말하였다.

    "저에게 딸이 있는데, 
    갑자기 중병이 들어 오늘 죽었습니다. 
    한참 뒤에 소생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귀신 하나가 나를 데려가더니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귀신을 꾸짖으며 놓아주라고 하자, 
    그 귀신이 매우 두려워하며 곧 저를 놓아주어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문틈으로 선비님의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분이 귀신을 꾸짖던 사람입니다.' 

    "딸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존귀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선비님은 신선이십니까, 
    부처이십니까? 
    이는 다시 살려주신 은혜이므로 감히 하찮은 음식으로나마 사례를 올립니다."

    선비가 웃으며 음식을 받고 말하였다.

    "당신의 말이 망령되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

    그 선비는 그로부터 7, 8년이 지난 후에 병들어 죽었다고 한다.


    평하건대, 
    귀신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예전에는 듣지 못했다. 
    말세에 이르러 비로소 생겨났으니 어찌 괴이하지 않겠는가!
    한공의 친척은 수만의 귀신을 거느리면서 능히 준엄하게 다스려 인간 세상에 재앙이 생기지 않도록 하였다. 임실의 선비는 다만 두 귀졸을 데리고 또한 요사스러운 재앙을 금하게 하였다. 
    이들이 비록 이름 없는 선비이나 은혜를 베풀지언정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전우치보다 어질다고 하겠다. 



    31
    뒤에 이만기가 함경도 별해 첨사가 되어 첩을 데리고 부임하니, 
    진(鎭)의 관사에 귀매가 있어 첨사가 부임한 첫날밤에 죽는 일이 서너 차례나 일어났다. 
    그래서 첨사들이 관사를 비우고 가정집에 나가 거처해 관사는 다 폐사로 되어 있었다. 
    이만기는 바로 사람을 시켜 청소하게 하고 밤에 혼자 앉아 있었다. 
    밤중이 가까워오니 방안에서 어떤 물체가 하나 나타나 앞에 앉는데, 
    나무뭉치에 검정보자기를 덮은 것이었다. 
    이어 같은 물체가 두 개 더 나타나 먼저 나타난 것을 호위하고 앉았다. 
    그러고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핍박하기에 뒤로 물러나다가 벽에 닿자 귀신에게 호통으로 치며, 
    소원을 말하라 했다. 
    이에 귀매는 배고프다 했다. 
    이만기는 알았다 하고 주문을 외면서 손가락을 퉁겨 소리를 냈다. 
    귀매들이 두려워하자 주먹을 쥐고 가운데 있는 것을 힘껏 내리쳤다. 
    귀매는 옆으로 피해 맞지 않고 주먹만 다쳤다. 
    세 귀매는 박대해서 물러간다 하고 사라졌다. 
    다음날 이만기는 음식을 많이 마련하고 무당을 불러 3일간 귀신을 달래는 굿을 했다. 
    이후 별해 관사에 귀매가 없어졌다. 



    32
    신독본(辛敦復, 1692~1779, '학산한언'작자)도 신이한 일 한 가지가 있다. 
    시골 있는 한 친구가 이상한 병에 걸려 고생했기에 방문했다. 
    집에 가니 친구 아들이 반갑게 맞고 안으로 안내했다. 
    앉아서 친구 얘기를 들으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하루는 감기몸살 증세가 생기더니 갈비뼈 근처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났다. 
    이것이 차차 올라와 가슴 부근에 와서는 어린아이 목소리같이 들렸고, 
    얼마 후 목구멍에 이르러 큰 장부같이 거센소리가 나고, 
    어떤 사람이 붙은 것 같았다. 
    워낙 거칠어 행패를 부리면 내 몸이 높이 뛰는데 천장에 닿을 정도였고, 
    진정하려고 힘을 쓰면 더 맹렬해졌다. 
    그 목소리로 나와의 대화를 했고, 
    온갖 행패를 부리는데 말로써 모두 형언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거해 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내 생각하기를 친구 중에 이놈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친구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이놈과 대화하니 전혀 무서운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자네(辛敦復) 이름을 들먹이니 이놈이 움츠려들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자네 이름을 연속으로 외우며 위협하니 마침내 그 귀매가 사라지고 병이 나았으니, 
    자네를 만나려고 고대하고 있는 중이었다네.
    이렇게 얘기하며 기뻐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함께 있다가 돌아왔다. 
    나는 성품이 옹졸해서 아무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데, 
    귀매가 그렇게 나를 두려워했다니 참 기이한 일이로다.(조선후기)



    33
    이경희(李慶禧) 집에는 귀신이 있어 사람 머리털을 자르기도 하고 등을 때리기도 하며, 
    음식에 오물을 넣고 그릇을 깨기도 했다. 
    이 귀신이 여러 해를 떠나지 않았는데, 
    이경희가 개성 도사(都事)로 가니 얼마 후 역시 따라와 겨울인데도 벽장 속에서 매미소리가 났다. 
    집안사람들은 귀신이 서울로부터 따라온 것을 알고 심히 우려했다. 
    한 교생(校生)이 기세를 부리어 미쳐 날뛰는 듯이 말했다. 

    "사람과 귀신이 길이 다른데, 
    그가 어찌 감히 요사를 부리는가? 
    내가 마땅히 물리치겠다."

    온 집안이 그를 믿고 청하여 벽과 기둥사이로 들어가게 했다. 
    과연 매미 소리가 매우 맑게 났는데, 
    그 소리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끌다가 촉박하여 흡사 가을에 나무 사이에서 우는 것 같았다. 
    교생이 귀를 기울이고 듣더니, 
    화난 소리로 질책했다.

    "어떤 놈의 요사한 귀신이 감히 겨울에 매미 소리를 내느냐?"

    하고 나서 칼을 빼어 기둥을 쳤더니, 
    한참 동안 조용했다. 
    홀연 어떤 물건이 공중으로부터 교생의 상투를 휘어잡아 땅바닥에 엎어놓고 채찍으로 때리니, 
    온 집안이 진동했다. 
    교생이 피를 흘리며 기절하여 스스로 깨어나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이 부축하고 끌어내었는데, 
    약을 먹이고 여러 날이 지나 간신히 살아났다.



    34
    세간에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학사 정지상은 산사에서 글공부를 하였다. 
    어느 날 달 밝은 밤에 그가 홀로 절간에 앉아 있는데 홀연 

    "중을 보니 절이 있지 않을까 싶고, 
    학은 보곤 소나무가 없는 것을 한하네" 

    라고 시를 읊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정지상은 귀신이 알려주는 것이려니 생각하였다.
    뒤에 그가 과거를 보러 갔는데, 
    시험관이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이라는 제목을 내고, 
    봉(峰)자로 압운을 하라는 문제를 냈다.
    정지상은 갑자기 절간에서 들었던 구절이 생각나서 거기에 이어 시를 제출하였는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해는 중천에 있고(白日當天中), 
    떠다니는 구름은 절로 봉우리를 이루었네(浮雲自作峰).
    중을 보니 절이 있을까 싶고(僧看疑有刹), 
    학은 보곤 소나무가 없는 것을 한하네(鶴見恨無松).
    번갯불은 나무꾼의 도끼처럼 번쩍이고(電影樵童斧), 
    우렛소리는 깊은 산중에 숨은 절의 종소리와 같구나(雷聲隱寺鐘).
    누가 산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일렀던가(誰云山不動).
    저녁 바람에 날려갔다네(飛去夕陽風). 
    시험관이 둘째 연에 이르러 깜짝 놀랠 말이라고 매우 칭찬을 하며 드디어 장원으로 뽑았다. 



    35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이 시를 잘 알아 이름이 높았다. 
    모재(慕齋) 김안국(金安國)이 영남의 수령으로 있을 때, 
    송씨 성을 가진 한 교생이 시를 잘 짓는다는 말을 들었다. 
    월하정(月波亭)으로 그를 부르니 그가 '금벽루명압수천(金壁樓明壓水天)…'이라는 시를 지었다. 
    사재가 모재로부터 그 시를 칭찬하는 말을 듣고, 
    그것은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라 귀신이 지은 것이라 했다. 
    두 사람이 알아보니 과연 송은 본래 시를 몰랐는데, 
    한 여자 요괴를 얻어 그 요괴가 가르쳐주는 대로 시를 써서 이름이 난 것이었다. 
    뒤에 집안사람들이 그 일을 말하자 요괴가 글을 지어 보여주고 떠났으며, 
    이후 송은 다시 예전처럼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36
    부자 염 동이는 본래 승정원(承政院) 사령(使令)의 수행원이었다. 
    동이가 승정원 심부름으로 편지를 가지고 남산골에 갔다 오는 길에, 
    장악원(掌樂院) 앞길에서 어떤 사람이 절을 하고는 말했다. 

    "형님, 
    평안하십니까? 
    팔도를 둘러보아도 제가 도움 받을 사람이 형님만한 분이 없습니다. 
    제 면신례(免新禮) 날이 며칠 안 남았는데 술과 고기를 아직 다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형님은 남의 말이라고 그만두지 마시고 탁배기와 개고기를 잘 차려, 
    아우가 동료를 잘 대접해서 허참하고 조사(曹司)의 역(役)을 면할 수 있게 해줍쇼. 
    그럼 제가 천 냥으로 갚으리다."

    때마침 7월 보름이라 밤은 삼경이 깊었는데 궂은비가 막 개고 밝은 달빛이 구름 사이로 새었다. 
    동이가 취한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것은 패랭이를 쓰고 베 홑것을 걸치고 허리에 전대를 두르고 손에 채찍을 쥐었는데, 
    키가 8척이요 걸음걸이는 뒤뚱거렸으며, 
    말은 매우 공손하고 용모는 퍽 기괴하여 사람 같으면서 사람도 아니었고, 
    귀신 같으면서 귀신도 아니었다. 
    동이는 마음속으로 혼자 말했다. 

    "통금이 지엄한 이 밤중에 저게 어떤 사람인데 감히 야경을 범한단 말인가? 
    도깨비 이매(?魅) 따위가 아닐까?"

    생각이 여기 미치자 마음이 섬찟 무서웠지만, 
    '사람은 양명(陽明)의 바탕이요, 
    귀신은 幽陰(유음)의 기운이다. 
    양(陽)이 차면 본성 진(質)을 이루고, 
    음(陰)이 비어 외형 형(形)을 이루는 것이니 저것이 내게 화를 끼칠 이유가 있겠는가? 
    자고로 지금까지 이런 것들과 잘 사귀어서 돈을 번 사람들도 많다던데…….'라 생각하고,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며, 
    허참은 어느 날에 하시오?"
    하고 물었다. 

    그는
    "사람들이 저를 으레 김첨지(金僉知)라 부릅니다. 
    면신례는 내일 모레로 기약이 되어 있지요. 
    형님과는 전생의 인연이 있는 고로 이같이 형님을 번거롭게 하는 것이지요."

    동이는 다시 물었다. 
    "술과 고기는 얼마나 가져야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겠소?"

    "술 열 말에 개 다섯 마리면 적당하지요. 
    형님, 
    십분 생각하셔서 어김없이 해 주십쇼."
    하고 재삼 분명히 당부하는 것이었다. 

    동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오. 
    당신이 약조를 어기지 마오."

    그는 기뻐하며 사례하고 가다가 다시 돌아서 말하기를
    "고맙기 짝이 없으나 다만 특별히 청하고 싶은 것은 살쾡이 고기면 더욱 좋겠는데, 
    형님 그걸 구할 수 있겠수?"

    "이왕 남을 위해 마련을 하는데 그야 무어 어려울 것이 있겠소. 
    단 내일 모레는 너무 촉박한데 앞으로 5일을 물려 정해서 힘껏 준비해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거야 가장 쉬운 일이오. 
    오간수(五間水) 수문 밖에 영도교(永渡橋) 위에서 모일 것이니, 
    형님은 혼자 어둔 밤에 거기서 기다리면 좋겠소."

    이에 동이는 집안사람을 속여서 손님을 전송한다는 핑계를 대고 술과 고기를 거판으로 차렸다. 
    사람을 시켜 살쾡이 30여 마리를 구해서 양념을 치고 잘 삶아 쪘다. 
    그리고 동대문 밖으로 운반해 놓고 천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새는 숲에 깃들고 풀숲에 이슬이 구름처럼 드리웠는데, 
    이윽고 구름 사이로 달이 나왔다가 들어가곤 했다. 
    만물이 고요한 삼경인데 반딧불만 숲 앞으로 넘나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수심을 자아내게 했다. 
    동이는 일어섰다 앉았다 하다가 밤이 장차 늦어졌는데, 
    좌우를 둘러보아도 아무런 형체도 나타나는 것이 없었다. 
    심히 무료하여 속으로 탄식하기를 

    "내가 취중에 허망한 것들과 서로 약속을 했지. 
    그게 만약 도깨비라면 필야 신의가 있을 텐데 어찌 사람과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있을까? 
    참 이상도 하다."

    잔뜩 망설이는 즈음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보니, 
    광희문(光熙門) 밖에 들불 야화(野火) 수십 자루가 환하였으며, 
    또 영도교 아래에도 들불 수십 자루가 환하게 비치었다. 
    양편의 들불이 서로 호응하여 꺼졌다 밝아졌다 하면서 동쪽으로 내달으며 변화무쌍하더니, 
    멀리서부터 점차 가까이 일제히 몰려드는 것이었다.
    동이는 몸을 감추고 엎드려서 그 하는 양을 엿보았다. 
    기기괴괴한 형상의 무리 40여 귓것 귀(鬼)들이 둘러싸고 앉았는데, 
    그 중 상석에 앉은 귓것은 머리에 뿔(角)이 하나 돋쳤고, 
    붉은 털에 푸른 몸뚱이를 한 '야차(夜叉)'라 하는 물건이었다. 
    야차가 '적각(赤脚)'을 부르자 김첨지가 나와 염동이를 불러다 소개했다. 
    살쾡이 고기를 좋아하며, 
    이를 포식한 귓것들은 동이에게 자신들을 동이의 집 구석진 곳에서 대접해주면 이익이 있을 것이라 했다. 
    동이가 승낙하자 그것들은 비밀로 하자고 하고는 닭 울음이 들리자 취해 비틀거리며 흩어졌다. 
    동이가 집으로 돌아와 술과 고기를 준비하자 매달 삼경쯤 귓것들이 귀한 물건들을 뜰에 쌓았는데, 
    10년이 지나자 동이는 광장한 부자가 되었다. 
    동이는 이제 그것들을 떼어내고자 하여, 
    적각에게 '횡재하면 상서롭지 못하다'는 핑계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논했다. 
    적각은 눈물을 흘리며, 
    '주육을 장만해 대접하다가 모두 취한 틈에 커다란 전복에다 두더지를 잘 삶아 내놓으면, 
    그 자리에서 녹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동이가 그대로 했더니 귓것들은 중얼거리며 구슬피 탄식하다가 모두 죽었다. 
    그러자 빗자루며 뼈다귀들이 자리 위에 낭자했다.
    한 가닥 맑은 바람에 등불이 까막까막할 뿐이었다. 
    대개 도깨비 따위가 침울하고 더러운 기운으로서 물건에 붙어 형체를 이룬 것이었다. 
    동이는 그것을 모아 태워버렸다. 
    얼마 후 적각이 찾아와 이제 작별이라며 천 냥을 주고 사라져 그 후로는 발길을 하지 않았다. 
    이후로 세상에서 부자를 말할 때 염동이를 일컫게 되었다. 



    37
    참판 김유는 문장에 능하였다.
    서울에 오래된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요사스러운 귀신이 많아서, 
    그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은 반드시 죽었다.
    김유가 그 집을 싼값에 사서 들어가 살았다. 
    촛불을 밝히고 혼자 앉아 있으려니, 
    한밤중에 흰옷을 입은 중 일곱 명이 방문을 밀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김유가 큰 소리로 한 차례 기침을 하니, 
    일곱 중이 모두 달아나 버렸다. 
    창틈으로 엿보니, 
    모두가 섬돌 위에 있는 대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 김유는 어린 종들을 깨워 대숲을 파헤쳐 땅 속에서 은 부처 7구를 얻었는데, 
    모두 아이 만한 크기였다. 
    김유가 말하였다.

    "이런 값나가는 물건은 사사로이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몽땅 나라에 바친다면 아첨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은 부처 2구를 호조에 바쳐 나라에서 쓰게 하고, 
    그 나머지는 궁핍한 친구들을 구제하고 또 술과 밥값으로 충당하게 하였다.



    38
    조약눌(趙若訥)은 호남(湖南) 선비로 본래 집안이 넉넉했으나 돈을 함부로 써서 가산을 탕진하였다.
    우애가 지극한 서제(庶弟)가 형이 판 전토(田土)를 몰래 사들이기를 세 차례나 하였다.
    형이 그 전토(田土)를 받으려 하지 않자 전토(田土)를 남기고 처자와 함께 몰래 길을 떠났다.
    동생이 인근 읍에 가서 살 곳을 구하다가 사람이 들기만 하면 죽는다는 흉가를 얻어 살게 되었다.
    동생이 집에 앉아 있는데, 
    밤에 소아(小兒)가 나타나 자신은 보물을 지키는 귀신이라 하면서, 
    보물이 있는 곳을 일러주고 담력을 칭찬하였다.
    소아(小兒)가 알려준 곳을 파보니 정말 보물이 나와 부자가 되었다.
    몇 년 후 형을 찾아가 보니 형도 정신을 차리고 치산(治産)에 힘써 부자가 되어 있었다. 



    39
    무주(茂朱) 관사에 귀매가 있어 관사가 폐사(廢舍)되어, 
    관장들이 모두 피하고 들어가 거처하지 않았다. 
    조태래가 무주 현감으로 부임해,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관사에 들어갔다. 
    매일 밤, 
    불을 밝히고 지푸라기 사람을 만들게 해서 형틀에 올리고 매를 치게 하니, 
    많은 구경꾼이 모여 웃고 떠들었다. 
    장소를 옮겨가면서 이렇게 하니, 
    처음에는 귀매들이 나타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불빛 아래 노출되어 기탄없는 행동을 했다. 
    이에 귀매가 있는 곳에 가서 나팔을 불게하고 횃불로 지지기도 했다. 
    이렇게 수십일 계속하니 귀매들이 점점 힘이 꺾이더니, 
    기어이 

    "서린 뿌리 위로 드러남은 뱀 지나는 길이요(盤根露地蛇當徑), 
    괴석 사이 흐르는 내는 호랑이 나온 숲이라(怪石?溪虎出林)."

    라는 시를 지어주고 떠났다.
    조태래가 시를 보고 무슨 뜻인지 물으니 별다른 뜻이 없다고 하면서 가버렸다. 
    뒤에 한 선비가 이 시구를 보고, 

    "이것은 도깨비의 말이다. 
    안짝은 명년에 전라감사가 된다는 뜻이고, 
    바깥짝은 뒤에 대장이 된다는 뜻이다."

    고 말했다. 
    조태래는 이 말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과연 이듬해에 전라 감사가 되었다. 
    그러나 감사 진급은 자연스러운 순차에 의한 것이었고, 
    조태래는 문관이므로 대장이 된다는 말은 믿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조태래는 뒤에 대장에 임명되었다.



    40
    천안 객사에 귀신과 도깨비가 출몰하여, 
    관원들의 행차가 들지를 않았다.
    완풍부원군 이서가 젊은 시절에 선전관으로 임금의 명을 받들고 호남으로 가다가, 
    밤에 천안 객사에 투숙하였다. 
    어떤 귀신이 객사 문을 열고 들여다보더니 도로 닫고 물러가며 말하였다.

    "부원군께서 여기 계셔서 들어갈 수가 없네."



    41
    가난하게 사는 심씨 성을 가진 양반이 남대문 밖에 살았는데, 
    이석구(李石求) 병사(兵使)와 혼인을 맺어 그 도움을 입어 생활을 꾸려갔다. 
    하루는 겨울철인데(丙子年, 1816) 천장 판자 위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쥐인 줄 알고 담뱃대로 치니 소리하기를, 

    "쥐가 아니고 사람이다."

    고 말했다. 
    심생이 귀매로 알고 놀라니 귀매는, 
    문경관(文慶寬)이라고 말하고 배가 고프니 밥을 해 달라 했다. 
    심생이 안에 들어가 얘기하고 밥을 해주지 말자고 의논하니 귀매가 공중에서 화를 내 꾸짖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밥상을 차려주니 밥그릇을 비웠다. 
    이후로 귀매는 매일 와서 밥을 해달라고 해 먹고 갔으며, 
    하루는 벽에 붉은 글씨의 부(符)를 붙였더니 자기는 잡귀가 아니므로 부로써 쫓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집안 운수를 물으니 심생은 69세까지 살고 손자가 급제하나 크게 현달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 운수를 얘기했다.
    하루는 돈 200민(緡)을 마련해 달라 해, 
    돈이 없다고 하니 궤 속에 빌려다 놓은 200민을 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고 가져간다고 했는데, 
    보니까 궤의 문은 잠겨 있고 돈은 없어졌다. 
    심생 부부가 친척집으로 가서 숨었는데, 
    귀매가 심생 숨어 있는 집에 와서 밤새 그릇을 부수고 행패를 부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고, 
    심생 부인 숨어 있는 집에 가서도 마찬가지여서 심생 부인도 돌아왔다.
    어느 날 귀매는 자기 집이 영남 문경(聞慶)이라 말하고 떠난다면서 돈 1000전(錢)을 마련해 달라 했다. 
    심생이 돈을 어디에서 구하느냐고 말하니, 
    인척인 이 절도사(節度使, 李石求를 말함)에게 빌리라고 했다. 
    그래서 이석구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돈을 빌려 상자 속에 숨기고 돈이 없다고 말하니, 
    귀매는 웃으면서 상자 속에 있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술값 2민 5푼을 두고 간다고 말했다. 
    과연 상자를 열어 보니 귀매가 말한 대로 돈이 2민 5푼밖에 없었다. 
    열흘쯤 지나니 귀매가 또 나타났다. 
    심생이 화를 내면서, 
    관왕묘(關王廟)에 가서 호소해 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하며 꾸짖으니, 
    이번에는 문경관이 아니고 그 아내가 왔다고 하면서, 
    역시 날마다 나타나 괴롭혔다. 
    이후 얘기는 자세하지 않은데, 
    사람들은 이 내용을 얘기로 꾸몄고, 
    학사 이희조(李羲肇, 李羲平 아우)도 심생과 하룻밤 자면서 얘기를 들었다 한다. 
     
     
        
    42
    횡성읍내(橫城邑內) 한 여자가 살았다. 
    출가한 뒤에 밤마다 한 장부가 방에 들어와서는 겁탈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온갖 방법으로 항거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 장부는 밤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그녀에게만 보였다. 
    그녀의 남편이 옆에 있어도 어렵지 않게 같이 앉아 있다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 장부와 교합을 할 때마다 몹시 고통스러워 그 아픔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장부가 도깨비인 것을 알았으나 물리칠 방법이 없었다. 
    그 뒤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서 사람을 보아도 피하지 않았다. 
    다만 그 장부는 여자의 오촌 당숙을 보기만 하면 도망가 피했다. 
    이 일을 들은 오촌 당숙은 말했다. 

    "내일 만약 그 도깨비가 오거든 몰래 무명실을 꿴 바늘로 그것의 옷 뒷자락에 꿰매 놓아라. 
    그러면 그 도깨비가 간 곳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튿날 그 계책대로 바늘에 실을 꿰어 그 도깨비의 옷깃 아래에 꽂아두었다. 
    그 때, 
    당숙이 방에 뛰어 들어가자 그 도깨비는 놀라 일어나서는 문 밖으로 피했다. 
    무명 실꾸리가 차차 풀려나가자 그 실을 따라갔다. 
    당숙은 무명실만 보면서 쫓아갔는데, 
    따라 가보니 집 앞 수풀이 우거진 나무 아래에 이르러 풀려 나가던 실이 멈추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실은 땅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실이 들어간 곳을 몇 치 가량 파 보니 썩은 절구공이가 하나 있었다. 
    실은 그 절구공이 아래에 꿰어져 있었고, 
    절구공이 위에는 자줏빛 나는 구슬이 하나 있었는데, 
    큰 탄환만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당숙은 구 구슬을 뽑아 주머니에 넣고 절구공이는 태워 버렸다. 
    그 뒤로는 결국 도깨비의 발걸음이 끊어졌다. 
    어느 날 밤, 
    당숙 집 대문 밖에 홀연 어떤 사람이 하나 찾아와서 애걸했다. 

    "그 구슬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돌려주신다면 부귀와 공명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습니다."

    당숙이 허락하지 않자 그 사람은 밤새도록 애걸을 하다가 가버렸다. 
    네댓새 동안 매일 밤 이렇게 했다. 
    어느 날 밤 그 사람이 또 찾아와서 말했다. 

    "그 구슬은 저한테는 매우 긴요한 것이나 당신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다른 구슬로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이 구슬은 당신에게 유익한 것입니다."

    당숙은 말했다.

    "보여주기나 하게."

    그러자 그 도깨비는 밖에서 검은 빛이 나는 구슬을 들여 보냈다. 
    크기와 모양이 자줏빛 나는 구슬과 같은 것이었다. 
    당숙이 그 구슬마저 빼앗고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 도깨비는 통곡을 하더니 곧 형체도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 
    당숙은 매번 그 구슬을 남들에게 자랑했지만, 
    어디에 쓰는 것인지를 묻지 않은 것을 참으로 애석하게 여겼다.
    그 뒤 당숙이 출타했다가 술에 흠뻑 취하여 돌아오는 길에 노숙을 하였다. 
    잠에서 깨어 보니 구슬 도 개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틀림없이 그 도깨비가 가지고 간 듯하였다. 
    횡성읍 사람들은 그 구슬을 본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내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여기에 기록한다. 
     

     
    출처
    한국의 도깨비.
    http://dokkaebi.culturecontent.com/dokibe_story/sub_list_narration.asp?id=all&num=5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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