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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20596
    작성자 : 의예18
    추천 : 0
    조회수 : 287
    IP : 108.162.***.1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1/16 14: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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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과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어가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 역시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버거운 하루였다
    작년에 줄여 팽팽한 교복치맛단을 습관적으로 잡아내리며 걸었다
    오늘 오늘 나 뭐했더라 오늘
    뭔가 앉아서 뭘 하긴했는데 지문 풀고 문제 풀고 단어 외우고 그리고

    그리고 맞아 학교에서 영수증 준거 - 하 뭘해준다고 40만원이나
    맞아 나 버스카드에도 돈 없는데 그거 어떡하지 엄마한테 손 벌려야하나
    엄마 아 엄마 지금 자려나 기다리고 있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소영이나 다혜 보면 돈 걱정 없이 이것저것 막 사던데
    옛날에는 그런 애들이 철 없어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부럽다
    나도 좋은 대학 가서 인생 역전하고 싶은데
    근데

    내가 좋은 대학 간다고 해서 뭐가 바뀌긴할까
    아니
    내가 대학을 갈 수는 있을까
    내가











    시간이 많이 늦었다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할줄 알고 설거지 또 미뤘는데
    이러다가 진짜 바퀴벌레 나올거 같다
    하 김팀장새끼 지가 와이프랑 싸운걸 왜 나한테 풀고 지랄이야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야근하고 싶대 미친인간이
    야근할거면 혼자하던가
    나는 이렇게 내 퇴근시간이 남의 퇴근여부에 흔들릴거라 생각해보질 못했는데

    내 일이 아닐때는 그냥 다 호구들인줄만 알았다
    이제 와서 보니
    호구가 되지 않으면 그나마의 돈조차 나의 것이 아니다
    대학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학자금대출조차 밀려있었다
    학자금은 무슨
    대학에서 내가 배운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이 사회가 얼마나 더러운지 밖에 없다
    과탑보다 훨씬 못한 새끼가 빽으로 취업한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그 과탑은 이를 악물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잘 안다 내가 과탑이었으니까

    학생 때는 닮고 싶은 선배 기대되는 아이였는데
    사회에 던져지고 나니 그냥 어린애였다 애새끼
    돈이 없으면 다 애새끼다

    죽고 싶은건 아니지만 살기가 싫다
    의미 없고 짜증나고 화나고 힘빠지고
    뭘하고 있는걸까

    담배 시발 이건 비싸긴 겁나 비싸면서
    닳기는 엄청 빨리 닳네
    전여자친구가 생각났다
    몇년 간 열과 성을 다해 결국 그 비싼 여자와 만나게 되었더니
    한 달쯤 날 지갑으로 쓰고 떠나버렸다
    미친여자였다 난 호구였고 







     



    집 비밀번호를 누르려다 인기척이 보여 깜짝 놀랐다
    캄캄해서 아무도 없는줄 알았는데
    담뱃재 터는 소리가 들렸다 사삭 탁
    휙 몸을 돌려 어둠 속을 보자
    희미한 인영이 보였다

    누구지
    무섭다
    도망가야되나
    집 앞인데?
    집으로 들어가면 더 큰일 나지 않을까
    신고할까
    지금 나는?
    어떡하지










    옆집 고딩이 집에 들어가려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움찔하고 가만히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 놀랐나본데
    나도 사실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 들리기 전까지 걔가 있는지 몰랐다
    내 생각에 익사하고 있었다

    표정 보니까 좀 겁먹은거 같은데
    야 안 들어가면 엄마 걱정해 고딩아
     
    "학생 집 안 들어가요?"

    말하고 보니 더 이상한 사람 같네
    나 신고 당하는거 아냐?










     "학생 집 안 들어가요?"

    ...왜! 왜 궁금한데!!!!!
    머리를 굴리려고 했지만 별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작게 숨을 뱉고 입을 열었다

    "왜 남이 문 여는거 보고계시는데요?"











    "왜 남이 문 여는거 보고계시는데요?"

    "나 참, 나도 우리집 앞에서 그냥 담배 피고 있던거에요."

    "아저씨 여기 살아요?"

    "네. 여기. 너네 옆집이요. 섭섭하네, 나름 이웃인데."

    "이웃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런가. 그럼 좀 미안한데.
    어둠 속을 벗어나 조금 밝은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딩과 눈이 마주쳤다.
    좀 익숙한 얼굴이냐? 캄캄한데 있어서 미안해요.
    네, 하고 어색하게 대답한 고딩이 슬쩍 웃고 집에 들어갔다.










    첫 대화였다
    그 아저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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