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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목덜미페티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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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5-07-20
    방문 :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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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0823
    작성자 : 목덜미페티쉬
    추천 : 0
    조회수 : 315
    IP : 116.123.***.18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7/20 21:56:41
    http://todayhumor.com/?readers_20823 모바일
    [당신과 나를 이어폰] 1. 데이지
    옵션
    • 창작글

    -본 소설은 알렉스(ALEX)의 1집 My Vintage Romance 수록곡 '데이지'를 모티브로 하여 창작되었음을 앞서 밝힙니다. 

    *

     이내 소낙비가 멎고 서늘해진 집 앞 골목에 아현이 서 있었다. 그는 한달음에 달려 나가 대문을 열었다. 짧은 차림의 아현은 흠뻑 젖어 떨고 있었다. 또 비를 맞았냐는 그의 물음에 아현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흰 남방이 젖어 검은 속옷이 비치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그는 아현의 등을 감싸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현에게서 슬픈 풀잎냄새가 났다.
     건넨 수건도 받지 않고 아현은 침대 맡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 모습에 얕은 한숨을 쉬고, 그는 그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아현의 머리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어깨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를 수건으로 비비는 손길은 거칠지만 익숙해 보였다. 물기가 대충 마르자 그는 아현의 머리칼을 앞으로 넘겼다. 희다 못해 창백한 목덜미가 드러났다.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해초처럼 달라붙어 있는 것을 마저 쓸어 넘기고, 그는 뒷목을 조심스럽게 꾹꾹 눌러 닦았다.
     그동안 아현은 멍하니 발끝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머리를 닦던 손을 멈추자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축축하게 젖은 수건을 한 손에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현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울음은 머리카락처럼 길게 이어졌지만 그는 끈덕지게 아현을 달래주었다. 이윽고 동그랗게 만 몸에서 소리가 멎자, 그는 조용히 일어나 부엌에서 커피를 타왔다. 따끈한 김이 느껴지자 아현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철쭉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짐짓, 우니까 더 못생겨 보인다고 아현을 놀렸다. 그 말에 아현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팔을 툭 때리며 힘없이 웃었다. 그런 웃음이라도 안도하며 그는 수건으로 아현의 얼굴을 살살 닦아주었다. 짓뭉개졌을 마음으로 헤실거리며 웃는 아현이 그는 안쓰러웠다.
     커피를 다 마신 아현은 침대에 올라가더니 지친 듯 이내 잠이 들었다. 그는 얇은 이불을 하나 꺼내어 잠든 아현의 몸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머리맡에 앉아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남자 때문임이 분명했으니까. 못된 남자만 찾아다니는 그녀가 가끔은 어이없어 미워지더라도, 다시금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집 앞으로 찾아올 때면 그는 가슴 한 구석이 움푹 패이는 것 같은 느낌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십수년을 함께했던 친구로서의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혈육처럼 대하는 아현의 행동에 그는 커다란 벽을 느꼈다. 처음에는 아현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들이 미웠고, 그 다음에는 그런 남자만 만나 상처받고 다니는 아현이 미웠고, 이제는 아현이 상처받지 않도록 꽉 안아주지도 못하는 자신이, 친구로 살아온 날들이 미웠다. 혼자 술을 마실 때면 차라리 시원하게 고백해버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잘못 됐을 경우에는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은 둘째 치고, 아현이 힘들 때 기댈 곳이 사라진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현이 찡그리는 것만 생각해도 괴로웠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아현의 집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상처받은 아현의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내렸다. 미세한 콧김이 손 끝에 느껴지자 그는 왜인지 눈이 쓰려옴을 느꼈다. 평온하게 잠든 아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는 아현이 하는 사랑이 늘 따뜻하기를 기도했다. 아현이 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의 머리칼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기를, 아현이 어떤 옷을 입든 예쁘다고 칭찬해 주기를, 가끔 요리를 해주면 맛있다고 말해주기를,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를 졸지 않고 끝까지 함께 봐주기를, 그리고, 잠들 때는 꼭 안아주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려 주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 알 수가 없잖아요. 나에게 가르쳐줘요. 너의 마음을 얻는 일.....

     보송해진 아현의 얼굴 위로 그의 노래가 다시금 빗방울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당신과 나를 이어폰'의 김고든(필명)입니다.

    '당신과 나를 이어폰'은 현재 네이버웹소설챌린지리그에서 연재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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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31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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