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허리가 시큰하다.</div> <div>몇 마리째인지도 모를 갈색 다이어 울프를 베어넘긴다.</div> <div> </div> <div>스매시...스매시..스파이크 리시브 강시브 스매시...</div> <div> </div> <div>닥치는대로 죽인다.</div> <div> </div> <div>물론 중간에 위험할 뻔 한 적도 있었다.</div> <div>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베어넘기던 중 아뿔싸..다른 녀석들보다 이름이 더 긴 녀석을 베어버렸다.</div> <div>역시 손은 눈보다 빨랐다. </div> <div>베어넘기는 도중 눈에 들어온 [천년묵은]...하지만 녀석은 허무할 정도로 약했다. </div> <div>단 한 방의 올려베기에 녀석은 원망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숨을 거뒀다.</div> <div> </div> <div>하지만 그런 눈빛을 하나하나 신경쓸 수는 없지. </div> <div>복수를 위해 악마가 되기로 한 나다. </div> <div>복수를 위해 환생도 마다하지 않은 나다.</div> <div>듀얼건을 위해 투자했던 시간을 되돌려 오로지 검 두 자루에 모든 것을 건다.</div> <div> </div> <div>그건 그렇고 환생의 효과는 대단했다. 각종 스킬들은 미친듯이 랭크가 올랐다.</div> <div>사실 스킬이 A랭크가 되었을 때 난 다 큰줄 알았다. 그리고 9라는 숫자를 보았을 때의 충격....8...7..</div> <div> </div> <div>이윽고 나는 수석전사가 되었다.</div> <div>이제 더 오를 곳은 없겠지. </div> <div>수석이란 머리 수에 자리 석을 써 우두머리를 뜻한다. 가장 높은 자리.</div> <div>(만약 이 윗 단계가 있다면 데브켓은 한글을, 아니 한자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div> <div> </div> <div>그렇다. 나는 명예로운 전사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이다.</div> <div>누렙 50을 갓 넘긴 내가 수석전사라니..감동의 눈물이 복받쳐 오른다.</div> <div> </div> <div>아참. 스마트컨텐츠에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다.</div> <div>초보답지 않게 문게이트와 마나터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자랑스러워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div> <div>나는 지혜로운 X신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쨌든 나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div> <div>이제, 복수를 시작한다.</div> <div>나의 오랜(이틀 간 같이 다님) 벗, 창공의 왕, 독수리 블랙에센셜(로션에 써있는거 보고 지음)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div> <div> </div> <div>이미 한 번 와봤던 던전이기에 닥치는대로 베어넘긴다.</div> <div> </div> <div>하나..둘...</div> <div>고블린..거미..쥐...두려울 것은 없다.</div> <div> </div> <div>나의 독수리 블랙에센셜도 마음껏 활개칠 수 있도록 선공으로, 피니쉬도 하도록 명령해두었다.</div> <div>그의 단단한 발톱 아래 적들은 힘없이 무너져갔다.</div> <div>이 독수리는 어찌된 일인지 독수리 주제에 나도 못쓰는 마법을 쓸 수 있다. </div> <div>아이스볼트로 멀리서 적을 조져놓고 발톱으로 마무리한다.</div> <div>역시 나의 오랜 벗다운 강력함이다.</div> <div>적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한 걸음, 한 걸음..</div> <div> </div> <div>드디어 보스 골렘 놈의 방 앞에 이르렀다.</div> <div>얼마 간의 휴식과 치료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div> <div> </div> <div>가자!!!!!!!</div> <div> </div> <div>그리고 정확히 5초 후에 나는 차디찬 땅바닥에 누워있었다.</div> <div>2방.</div> <div>정확히 2방이면 나는 넉다운이다.</div> <div> </div> <div>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div> <div>멀리 떨어져 있는 여신상을 저주하며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는다.</div> <div> </div> <div>이번엔 스매시를 미리 준비하고 들어간다.</div> <div> </div> <div>놈이 독수리를 강력한 돌주먹으로 후려치는 동안 뒤로 돌아들어가 녀석의 허리를 스매시로 후려갈긴다.</div> <div> </div> <div>어?</div> <div> </div> <div>스매시 한방에 놈의 체력은 바닥을 친다.</div> <div> </div> <div>그런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쪽은 신경도 쓰지 않는 보스 골렘.</div> <div>장하다 블랙에센셜! 너의 희생은 잊지 않으마.</div> <div> </div> <div>다시 한 번 놈의 옆구리를 스매시로 후린다.</div> <div> </div> <div>놈은 힘없이 부서져 내린다.</div> <div> </div> <div>그랬다.</div> <div>놈도 나도 서로 원펀치 싸움이었던 것이다.</div> <div>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나약한 육신의 한계를 벗지 못한 놈과 나는 닮아있었다.</div> <div> </div> <div>강렬했던 덩치가 산산이 부서져 땅바닥에 볼품없이 굴러다닌다.</div> <div> </div> <div>허무하다.</div> <div>이런 허무한 꼴을 보려고 그 많은 죄없는 동물들을 학살했단 말인가.</div> <div>환생과 수련..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한낱 허상에 불과했던 것일까.</div> <div>아니, 허상은 곧 실제요. 실제는 곧 허상이라. 색즉시공 공즉시색....마하반야바라밀....</div> <div>환생이 아닌 윤회를 경험한 기분이다.</div> <div> </div> <div>다음 번 환생할 때는 대머리를 선택하고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겠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