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align="center"><iframe width="300" height="25" frameborder="0" src="//www.youtube.com/v/sZsUJWcZX5s?version=2&autoplay=1&loop=1&showinfo=0&rel=0"></iframe><br><font size="1"><브금정보 : Alice: Madness Returns OST - Track 20 - Surreal ><br></font></div><br><br> 지난 3주 동안 저는, 소위 말하는 "꿈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br>정신분석이나 신비체험을 위해서는 아닙니다.<br>저는 그런 쪽에는 이렇다 할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든요.<br><br><br><br> 다만 저는 특이한 꿈을 무척 자주 꾸는 편입니다.<br>그것도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고, 제 성격이 다소 신경질적이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보니<br>잠에 잘 들지도 못하고 오밤 중에 별 이유없이 깨고 그러거든요. (오늘도 그렇네요.)<br>숙면을 취하질 못하니 꿈을 자주 꾸게 되고, 꿈을 꾸는 횟수가 많다보니 이상한 꿈도 많다.<br>그런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br>그리고 제가 꿈 일기를 쓰기 시작한 계기도 약 3주 전에 꾼 특이한 꿈 때문입니다.<br><br><br><br> 그 날, 꿈 속에서 저는 사람들에게 쫒기고 있었습니다.<br>바로 등 뒤를 쫒기는 건 아니고, <br>몇 명의 패거리가 온 동네에 깔려 저를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고<br>저는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그 곳을 빠져나오거나 몸을 숨길 곳을 찾고 있었죠.<br>전 긴장을 숨긴 채, 짐짓 태연한 척 인파에 섞여 "공항역(空港驛)"으로 들어갔습니다.<br><br><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width="736" height="479"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7/1436982877V7SkqZmzRnbtb2Czhj2IlVRjZmvDyypH.jpg" alt="f535e6778556400ada0e382fca7fdcd9.jpg" style="border:medium none;"></div> <div align="center"><그림 1. 일본 신주쿠 역 해체도. <a target="_blank" href="http://fxya.blog129.fc2.com/blog-entry-19516.html.">http://fxya.blog129.fc2.com/blog-entry-19516.html.</a> 20150716 02:55 검색><br></div><br><br> <br> 공항역은 물론 실존하는 장소가 아닙니다.<br>하지만 꿈이란게 대게 그렇듯, 저는 "도망치려면 공항역이 제일이지!"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br>공항역은 공항에 거대 상가복합단지와 백화점 따위가 결합되 있는 곳인데,<br>좌우간 구조가 대단히 복잡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추적자를 따돌리기도 좋은 곳이었습니다.<br>더군다 들키지 않고 탑승수속을 밟을 수만 있다면 완벽하게 도망칠 수 있으니, 이만한 곳이 없었죠.<br><br><br><br> 하지만 그들도 예상했는지, 공항역에는 도처에 추적자들이 깔려 있었습니다.<br>매표소와 탑승구는 물론이고, 단지에도 모든 층에도 곳곳에 저를 쫒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br>행동패턴이 완전히 예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br>단지 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금새 길도 잃어버리고, 모통이를 돌 때마다 주위를 살피는 추격자들이 보이자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br>사실 누가 무슨 이유로 나를 쫒는 건지. <br>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br><br> "이럴 바에야 시내에 있는게 나앗겠다. 어딘지도 모르고 이렇게 뛰어다니다가 재수없게 마주치면 끝이구나" <br><br> 하는 생각이 들자 끔찍한 좌절감에 저를 덥쳐왔습니다.<br>저는 놈들에게 잡힐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난간에 손을 뻗었습니다.<br><br><br> <div style="text-align:center;"><img width="768" height="1024"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7/1436983925ktmlbQpbmDlhlgH7p.jpg" alt="Zhongshan-gongyuan-a-shopping-mall-in-Shanghai.jpg" style="border:medium none;"></div> <div align="center"><그림 2. 상하이의 어느 쇼핑몰. <a target="_blank" href="https://urbachina.hypotheses.org/2698.">https://urbachina.hypotheses.org/2698.</a> 20150716 03:13 검색><br></div><br><br><br>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br>자살을 결심한 순간 "이게 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br>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이건 틀림없이 꿈이다"는 확신이 강해졌습니다.<br><br><br><br> 꿈을 자주 꾸는 분들은 그런 경험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br>"아, 이 꿈 전에 꾼 적이 있는데...!"라는 생각에 단순한 꿈이 자각몽으로 바뀌거나,<br>"이 장소는 꿈 속에 자주 나오는구나... 또 여긴가."하는 때가 있잖아요.<br>저에겐 공항역이 그런 공간이었습니다.<br>공항역 꿈은 이따금 꾸는 낯익은 꿈이고, 이곳에서 수없이 헤멨던 기억이 물밀듯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br><br><br><br> 저는 마치 필승법을 눈치 챈 게이머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br>공항역은 내부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몇 번을 와도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다.<br>하지만 공항역이 "공항역(-驛)"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지하에 폐쇄된 지하철 역이 있기 때문이다!<br>지하는 버려진지 오래되어서 사람은 커녕 경비요원들도 들어오지 않는다.<br>그 놈들한테 들키지 않고 지하 폐역 시설 안으로만 들어가면 나는 안전하다.<br><br><br><br> 뚜렷한 희망이 생기자 마음도 진정이 되고, 무엇보다 꿈이라는 걸 깨닫자 여유가 생겼습니다.<br>지금까지 별의 별 악몽을 다 꾸었지만 꿈 때문에 죽은 적은 없었거든요.<br>그래도 꿈 속에서 자살하거나 추적자에게 잡히는 건 불쾌한 일이니,<br>저는 조심스럽게 주위의 눈을 피해 지하로 향했습니다.<br><br><br><br> 폐역에 들어가는 방법은 우선 지하2층 상가까지 내려간 뒤,<br>서점 뒤 쪽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비상계단으로 들어가,<br>그 계단 벽면에 붙은 배전반을 통해 내려갑니다.<br>이게 조명 배전반이 아니라, 엘레베이터 기계실에 연결된 배전반이라<br>위 아래로 뻥 뚫려있고 철제 사다리까지 달려있다는 것입니다.<br>그걸 타고 밑으로 한 층 내려가면 옆으로 1m 높이의 작은 통로가 뻗어있는데,<br>그 통로는 폐역의 보일러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br>(쓰고 나니 괜히 찝찝하네요. 이건 저만 아는 사실인데ㅎㅎ)<br><br><br>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536"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7/1436985284ctYy3x4mL.jpg" alt="Cincinnati_Subway_-_Race_St._Station.jpg" style="border:medium none;" class="chimg_photo"></div> <div align="center"><그림 3. 아이오와 주 신시내티 지하철. 위키백과><br></div><br><br><br> 폐 지하철역은 딱 저런 식입니다.<br>공사를 끝내놓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된 듯,<br>도색도 되어있지 않고, 낙서도, 쓰레기도, 쥐새끼 한 마리도 없이,<br>부스러진 시멘트 가루만 날리는 음침한 곳이었습니다.<br><br><br><br> 이 지하철도 텅 비었을 뿐 쓸데없이 구조가 복잡한건 마찬가지였습니다.<br>기둥을 따라 쭉 걷다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br>계단을 따라 한 층 내려가면 윗층과 똑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식입니다.<br>하지만 어떨 때는 방향이 90도로 돌아가 있기도 하고,<br>한번에 두 층을 내려가, 건너 뛴 중간층을 가기 위해서는 건너편 계단을 타야 하는 등.<br>오히려 특징이 없어서 길 찾기가 더 힘든 곳이었습니다.<br><br><br><br> 추격자들이 쫒아오는 기색은 없지만,<br>만의 하나의 경우가 있으니 좀 더 깊이 내려가기로 하고<br>차분히 축축한 시멘트를 밟으며 걷고 있자니 괜시리 쓸쓸해졌습니다.<br><br> "이제 언제까지 이 꿈을 꾸고 있어야 하는 걸까."<br> "왜 자꾸 이런 꿈을 잊을만하면 한 번 씩 꾸게 되는걸까."<br> "죽으면 꿈에서 깰 텐데, 여기까지 와서 죽으려면 시멘트에 머리를 들이받는 수 밖에 없나."<br> "여기는 몇 번을 와도 매번 헷갈리는구나."<br> "기왕이니 온 김에 지리를 익혀두자."<br><br> 따위의, 한편으론 현실적이고 한편으론 비현실적인 기묘한 생각을 하며 한층한층 지하로 내려가고 있자니,<br>정말 뜬금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억울하고 화가 났습니다.<br><br> 꿈에서 깬 지금 생각하면, 갑자기 사람이 미쳐버린 것마냥 <br>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악을 쓰고 쌍욕을 하고, 뒤집어져서 발버둥 치다가, 일어나서 주먹으로 벽을 쿵쿵 치고...<br>왜 갑자기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br>저는 "왜 이 미친 동네는 올 때마다 길을 모르겠냐고!!! 나는 왜 매번 여길 기어들어오냐고!!!"라거나<br>"그 미친 놈들은 왜 나만 못 죽여 안달이야!! 위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br>같은 정신나간 소리를 하면서 발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br>(하지만 현실에서의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br><br><br><br> 여튼 이런 곰팡내나는 하수구같은 데서 버티느니,<br>차라리 나가서 그 놈들한테 잡혀서 빨리 꿈이나 깨자는 마음에<br>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br>하지만 벌써 길을 잃었는지, 암만 가도 같은 곳만 뱅뱅 도는 것 같더라구요.<br><br> 그 때, 철로 건너편에서 마주오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br>여기가 제가 말한 "특이한" 부분입니다.<br>지금까지는 한번도 지하에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거든요.<br>빨간 떡볶이코트를 입은, 중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여자였습니다.<br>저는 간신히 발견한 사람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br><br> "야, 이 개같은 X아! 넌 왜 여기서 돌아다녀!"<br><br> 제가 왜 그렇게 정신이 돌아버렸는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br>전 분명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br>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차마 말하기 힘든 미친 폭언이었습니다.<br>(재차 말씀드리지만,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br>설사 내면의식에 그런 충동이 있다고 해도, 현실에선 철저한 통제력이 있는 사람이에요!<br>솔직하게 쓰는 글이니까 그런갑다 하고 믿어주세요ㅠㅠㅠ)<br><br><br><br> "씨X, 넌 뭐하는 X이야!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내가 여기서 한 번도 사람 만난 적이 없는데!!"<br><br> 저의 미치광이같은 욕설에, 여자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br><br> "넌 여기 온 적 없어."<br><br> 라고 차갑게 대꾸했습니다.<br>전 말문이 막혀 멀뚱히 서서 어버버거리며 힘겹게 다시 물었습니다.<br><br> "뭐...?"<br><br><br><br><br><b> "너 이 꿈 처음 꾼다고."</b><br><br><br><br><br> 그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찬물을 뒤집어 쓴듯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있다가,<br>언제 깨었는지도 모르게 꿈에서 깨어났습니다.<br>침대 위에서도 입을 멍하니 열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더라구요.<br><br><br><br> 일어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br>전 분명 "공항역"에 대한 꿈을 수차례 꾼 것 같긴 한데<br>정확히 언제 그런 꿈을 꿨는지.<br>어떤 계기로 지하 폐역으로 들어가는 복잡한 통로를 알아낸 건지.<br>그 때는 어떻게 꿈에서 깨어났는지.<br>중요한 부분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br><br><br><br> 그럼 저는 정말 그 여자의 말처럼 공항역 꿈을 처음 꾼 걸까요.<br>난 공항역에 비오는 날에 간 적도 있고, 한 여름에 간 적도 있고,<br>너무 추웠던 날도 있고, 더워서 땀에 흠뻑 젖은 적도 있고,<br>넘어져서 옷을 더럽힌 날. 도망치다 핸드폰을 떨어뜨린 날. 배전반 안에서 발목을 접질린 날도 있는데...<br>그 여자의 말대로라면, 저는 어제 하룻밤 꿈 사이에<br>몇날 며칠을 공항역에서 헤메고 또 헤메다<br>그 여자를 만나 깨달음을 얻은 탓에 겨우 탈출할 수 있었던 거였던 걸까요.<br>저는 지금도 과거에 공항역 꿈을 수 차례 꿨었다고 생각합니다.<br>하지만 그것을 증명은 커녕, 스스로 확신할만한 근거도 전혀 없습니다.<br><br><br><br> 이것이 3주 전의 일입니다.<br>그 날은 하루 종일 그 꿈을 곱씹다가, 그 내용을 최대한 상세히 노트에 적어두기로 했습니다.<br>그리고 이 글은 그 날의 "꿈 일기"를 바탕으로 쓴 것 입니다.<br><br><br><br> 아침마다 꿈 일기를 쓰는 건, 솔직히 귀찮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br>눈이 살짝 뜨였다 싶으면 침대에 불이 붙은 것 마냥 튀어올라서,<br>냅다 화장실로 달려가 샤워를 하고 알바를 하러 튀어나가야 합니다.<br>그러다보면 꿈의 내용은 전부 잊혀지고, 뭐라도 한 글자 쓸거리도 남지 않게 됩니다.<br><br><br><br> 하지만, 그 때의 꿈이 잊혀질 즈음.<br>제가 다시 공항역 꿈을 꾸게 된다면, 그 때는 이 꿈 일기가 확실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br>그리고 혹시나 <br>제가 다시 공항역 꿈을 꾸게 되었을 때.<br>꿈 일기장에 공항역 이야기만 새하얀 백지로 남아있는 소름돋는 심령현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br>여기 오유 공게에도 그 흔적을 남기는 바입니다.<br><br><br><br> 길고, 난잡하고, 불쾌하고, 별로 무섭지도 않고,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쓴 글이었습니다만,<br>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새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br>해몽을 원해 쓴 글은 아니지만,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br><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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