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어제 저녁 퇴근길,</p> <p>후회와 개 잡스러운 놈들의 협잡질에 지쳐 또다시</p> <p>반복되는 하루의 마무리는 변함없이 분노.</p> <p> </p> <p>그래, 내 인생이 그렇지 뭐.</p> <p>한숨쉬며 차에서 내리는데</p> <p>'아 맞다. 이어폰 안가지고 내렸다.' 싶어서</p> <p>이어폰이 든 케이스를 가지고 내리는데</p> <p>어 이 싯팔! 땅에 떨궜다.</p> <p> </p> <p>오다닥 와작!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이어폰</p> <p>케이스를 보며 나는 잠깐 머리를 짚고 한숨을 쉬다가,</p> <p>다시 주워들었다. 신기하게 케이스 자체가 어디 흠집이</p> <p>난 데가 없길래 그냥 들고 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p> <p> </p> <p>친구에게 전화가 왔길래 전화를 받았다.</p> <p>휴대폰을 머리와 어깨 사이에 끼고 전화하기가 영</p> <p>불편해서, 이어폰 케이스를 열었는데 이런 망할</p> <p>고다마 싯팔... 아니 싯타르타... 부처님 하... 제발...</p> <p> </p> <p>케이스 빼고 아~ 무것도 없다. 이어폰이 없다.</p> <p> </p> <p>"야 잠깐만 나 이따가 전화할게."</p> <p> </p> <p>"왜? 딸치다가 옆집 아저씨한테 걸렸어?"</p> <p> </p> <p>"개소리 집어치워. 걸리겠냐? 문닫아놓고 사는데?"</p> <p> </p> <p>"아니 열어놔도 되잖아. 걸리면 그 나름대로 새로운</p> <p>성에 눈뜨게 될 수도 있고... 여자를 못만날 바에는..."</p> <p> </p> <p>"꺼지라고!! 끊어!!"</p> <p> </p> <p>전화끊고 전날 상황을 복기해야 하는데 놈의 개소리</p> <p>패턴에 또 걸릴뻔했다. 난 이놈이 정말 싫다.</p> <p> </p> <p> </p> <p>생각해보니 전날 이어폰케이스를 바닥에 떨어뜨렸는데</p> <p>아마 순간적으로 케이스가 열렸다가 닫혔고 그 사이에</p> <p>이어폰이 빠진 것 같다.</p> <p>어둠속에서 난 그 모습을 볼 수 없었고,</p> <p>이어폰이 케이스 안에 멀쩡하게 있을거라고 당연시 여겼던 것 같다.</p> <p> </p> <p>여기까지가 나의 추리. 이 추리가 맞는다면 그건 그거대로</p> <p>좀 화가 날 것 같았다.</p> <p> </p> <p>하지만 떨어뜨린 채 그대로 있다면 이어폰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p> <p>나는 황급히 출근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p> <p> </p> <p> </p> <p>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황망해져 담배를 꺼내 물었다.</p> <p>그래... 멀쩡할리가 없지...</p> <p> </p> <p>이어폰 한 쪽은 조수석에서 약 2미터 떨어진 곳에서 파스스 한줌의</p> <p>먼지가 되어있었고 다른 한 쪽은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p> <p>애초에 밤새 떨궈져 있던 이어폰이 멀쩡하길 바란 것이</p> <p>멍청한 짓이다. 하지만 추리는 완벽했다.</p> <p>이어폰이 떨어지며 잠깐 열린 그 틈새로 이어폰 두 짝이</p> <p>오체불만족이 되었고, 나는 그걸 알지 못한 채 이어폰 케이스를</p> <p>집어든 것 뿐이라는 내 생각이 백프로 맞아 떨어졌다.</p> <p> </p> <p>그렇게 나의 조심성 없는 짓거리 때문에 38,000원짜리 중국산</p> <p>이어폰은 출고되어 고객인 나의 손에 온 지 일주일만에 자연의</p> <p>일부가 되었고, 나는 38,000원을 어떻게 하면 쓸모없이 쓸 수</p> <p>있는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소재를 얻었다.</p> <p> </p> <p>시퍼런 하늘위로 사라지는 담배연기, 답답한 내 마음.</p> <p>하늘은 왜 또 이렇게 청명한지. 문득 어떤 한 구절이 떠올랐다.</p> <p> </p> <p> </p> <p>- 나는 사람이 죽으면 먼저 죽은 이어폰이 마중나와 있는다는</p> <p>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p> <p> </p> <p> </p> <p> </p> <p>멍청한 나녀석.</p> <p>다시는 이어폰에 정 주지 않으리.</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