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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2013882
    작성자 : Re식당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572
    IP : 172.70.***.141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3/09/07 15:54:53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13882 모바일
    우리는 아직도 그 김치찌개집에 가지 못한다.
    여전히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와 듀오로 다니는 그 친구는
    아직도 가지 못하는 한 김치찌개집이 있다.

    나와 친구는 올해 초 까지 청소사업을
    했었다. 처음에는 좀 되나 싶었는데
    날이 갈 수록 일은 안잡히고 간신히 잡힌
    일도 남들이 꺼려하는 일 뿐이여서
    우리는 항상 고생만 하고 돈은 벌지
    못했다.

    그날은 명절 전 이여서 일이 안잡힌지
    4일째 되는 날이였다. 나는 휴대폰요금을
    못내 전화가 끊겨 다른친구에게 돈을
    빌린 뒤 휴대폰을 간신히 개통한 날이였고
    그친구는 월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으로부터
    문자가 온 날이였다.

    1월인지 2월인지 그 날 아침 우리는 각자
    한숨만 쉬며 차 안에 앉아있다가 아침이나
    먹자며 가라뫼에 있는 김치찌개집에 갔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침방송에서 패널들이 웃고 떠드는
    목소리. 아침먹으러 온 일하는 사람들.
    우린 그 사이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김치찌개 2인분과 소주 맥주를 시켰다.


    "형. 형 계란말이 좋아하잖아. 시켜."

    "아냐 오늘은 별로 안땡기네. 찌개나 먹자."

    그친구는 갑자기 화를 냈다.

    "아 씨발 뭐? 돈 없어서 그래? 내가 낸다고.
    걍 먹으라고!"

    "뭘 돈이 없어서 안먹어! 그냥 안땡긴다고!"

    우린 서로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내가 먼저
    고갤 숙였다.

    "미안하다. 한다고 하는데 잘 안된다."

    "내가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거 같아.
    나도 미안해..."

    "됐고 오늘은 마시자. 차야 뭐 냅두고...
    근처에 부모님 집이니까 자고 가면 되니까..."

    우린 그렇게 말도 없이 아침부터 김치찌개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술을 마셔댔다.
    나중에는 울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는데
    입술을 꾹 깨물며 참았다. 그친구도 그러고
    있었다. 우린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잔도
    부딪히지 않고 술만 마시다 나왔다.

    "좋은날이 오겠지 우리도..."

    친구는 그 말만 남긴 채 집으로 향했다.
    난 가까운 곳에 사는 부모님 집까지 걸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아침나절부터 술에 취해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지갑에 있는 천원짜리를 다 털어 찜질방으로
    갔다.

    지금이야 그 때의 일을 거의 다 잊고 예전처럼
    명랑하게 지내지만, 우리 둘은 지금도 그 김치찌개집
    이야기만 나오면 입이 다물어진다.

    그 날 유리창에 낀 성에와 테이블 옆 무심하게
    따뜻한 난로. 웃고 떠드는 티비 속 사람들.
    그친구의 월세독촉문자와
    내 휴대폰 액정 깨진 부분을 매만지던게
    생생하게 기억나서.
    출처 물론 지금은 잘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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