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녀와는 만 4년을 넘게 만나고, 1년 전 쯤 헤어졌습니다.</div> <div><br></div> <div>군 전역하자마자부터 만나서, 제 20대 중반은 항상 그녀와 함께였네요.</div> <div><br></div> <div>첫 만남부터 보통은 아니었어요. 전 갓 제대한 반 군인 상태에, 해외라는 장소의 특수성도 있었고, 시작도 그다지 평범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엔 그녀가 저를 엔조이 상대로만 여겼고, 저는 그 이상을 바래 끊임없이 구애하는 '을'이었죠. </div> <div><br></div> <div>계속 정성을 들여 결국 그녀의 귀국 직전에 진심이 통했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추억을 만든 것 같아요. 단 둘이 예쁜 섬으로 여행도 다니고.</div> <div><br></div> <div>그렇게 제대로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제가 몇개월간 다른 국가에 체류하고,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롱디가 되었어요. </div> <div><br></div> <div>연애초라 한창 서로 달아오를 때라, 결국에 롱디 중에 그녀가 제가 있는 곳까지 와서 일주일간 함께 보내기도 했구요. 인생에서 가장 값진 일주일 중 하나였던 것 같네요.</div> <div><br></div> <div>그 후 저도 한국에 돌아갔고, 학기가 시작되며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도 저도 서로 자취하는 터라, 시간이 된다면 장소 제약 없이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았어요.</div> <div><br></div> <div>제가 3, 4학년 밥 먹는 시간도 아낄 정도로 몸을 굉장히 혹사시키며 공부했는데, 그 때문에 여자친구가 많이 섭섭해하기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했구요. 덕분에 중간에 헤어짐도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헤어져도 결국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처지여서, 힘들고 외로울 때 서로 찾게 되더군요. 결국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전 석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div> <div><br></div> <div>오히려 석사 과정 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오히려 그녀가 취업을 하며 시간적, 체력적으로 힘들어 했던 것 같구요.</div> <div><br></div> <div>예전부터 지도교수님께서도 유학을 권하고 계셔서 항상 고민이었는데, 그녀에게도 넌지시 '유학 가지 말고 취업하고 결혼이나 할까?' 라 던지니 무조건 유학 가라고 하더군요. 그녀 성격상 가지말라고 하고 싶어도, 말로는 '너의 미래가 더 중요해'라고 했을 겁니다. </div> <div><br></div> <div>그런데 결국 유학 지원 시기가 오기도 전에 헤어졌습니다. 제가 어느 시점에 잘못을 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아마 그녀는 그 전부터 우리 사이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div> <div><br></div> <div>사실 헤어진 이후에도 서로 종종 연락은 했어요. 20대 중반이 서로에게 종속되다시피 한 사이였는데, 쉽게 떼어낼 수 없었죠. 둘 다 친구를 많이 만나는 타입도 아니었고, 사귈 때도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사이였으니까요.</div> <div><br></div> <div>그녀와 그런 관계를 지속하며, 작년 말 유학에 지원했고, 원하던 학교중 하나에 합격했어요. 축하 의미로 식사도 같이 했구요. </div> <div><br></div> <div>그 얼마 후부터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서로 시덥잖은 톡을 자주 보내곤 했는데, 언젠가 답장이 없더군요. 보통 때 같으면, 바쁜가보다하고 나중에 톡을 더 해볼텐데, 왜인지 모르게 그 때 느꼈습니다. '이게 끝이구나...'하고.</div> <div><br></div> <div>그 이후론 정말 아무 연락이 없었고, 저는 결국 올 여름부터 미국에 와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미국에 와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괴로운 일이 많습니다. 아파서 앓던 적도 여러번 있구요. 여러가지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플 때마다 먼저 생각나는 건, 죄송스럽게도 부모님이 아니고 그녀네요.</div> <div><br></div> <div>앞으로도 많이 생각 날 것 같아요. 안부라도 묻고 싶지만, 더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서, 혹여 그렇다면 방해가 될까봐 차마 하지 못하겠어요. 연락한들 그녀 입장에선 착잡하기만 할 뿐일테고. </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녀는 눈에 이상 징후가 있어 검사 받고 결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그녀라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이미 기차는 지나갔지만, 그녀는 저에게 애인 이상, 소울메이트였고 제 중요한 시간을 같이 보내 준 은인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프라이머리(feat. Beenzino)의 '멀어'에서 나오듯, 배가 고프단 핑계로 집을 나와 옛 여친 집 문 앞까지 가서는, '문을 두드리고 싶지만, 그 정도로 짓궂진 않다'며 돌아서는 파트를 들으며, 차라리 물리적으로 멀어서 그런 짓을 하지 못해 다행인가 싶기도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궁상 그만 떨고 자러 가야겠습니다. 재미없이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어요. 한국은 일요일 오후일텐데, 남은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div> <div><br></div> <div> </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