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평화시위가 답이다!(편의상 평어체를 씁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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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무력시위의 기억 그리고 6월 항쟁
1980년대 대학생들은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었다. 광장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유신말기에 버금가는 철권통치. 정부에 대한 비판, 쿠데타 세력에 대한 문제제기만 하면 곧바로 '간첩'으로 몰려 남산으로 끌려가던 그 시절. 가히 폭력의 시대였다.
광장에 모여 '관제 데모'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는 혈기왕성한 대학생, 이념으로 무장한 대학생이 돌과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사수대'.
그들이 마스크를 쓰고 최루탄을 견디며 쇠파이프를 들고 전경과 백골단의 돌진을 잠시나마 저지하는 바로 그 얼마간의 시간동안 수천 수만의 대학생들은 '독재정권 물러가라'를 외쳤다.
광장이 없었기에 인위적으로 도로에서 만들어야 했고, 그걸 위해 꾸려진 게 사수대였다는 얘기다.
87년 6. 10 항쟁은 국가폭력에 의해 스러져간 박종철, 이한열 열사로 인해 전국민적 분노가 모아지면서 폭발했다. 저들은 최루탄을 쐈지만 시민들은 비폭력으로 맞섰다. 오직 믿을 것은 쪽수와 명분이었다. 그리고 이겼다.
6월 내내 평화로웠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만들어내는 어마어마한 동력은 넥타이 부대를 포함해 남녀노소 가릴 것없이, 광장에서 골목으로
흘러다니면서 비로소 확보됐다.
수녀님들이 앞에서서 전경들에게 꽃을 꽂아주던 장면, 그것이야 말로 87년 6월 항쟁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다.
나를 포함한 오징어들이 차기 대통령감으로 주저없이 꼽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그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6월 항쟁은 시민들의 힘으로 군부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위대한 시민민주항쟁이었다. 나는 6월 항쟁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할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4·19나 광주항쟁은 다분히 우발적이거나 자연발생적이었던 측면이 있다. 반면 6월 항쟁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국본";이라는 연대투쟁기구가 결성돼, 그 지휘하에 직선제 개헌의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시종일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주화 운동사에서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물론 6월항쟁이 타오르던 광장은 철권통치 7년간 '광장'을 열기 위해 무력시위를 서슴지 않던 대학생과 재야세력의 노력으로 열린 광장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100만명의 함성, 그것도 아주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인터넷도 없던 시절 오직 숨어서 전달하고 구속을 결의하고 전단지를 뿌려대면서 성공시킨 시민혁명.
광장을 만들어내기까지 어쩔 수없이 무력으로 저항했지만, 형성된 광장에는 무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폭력이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80년대 대학생의 무력시위는 '저항권'의 준엄한 발동이었다. 거대한 국가폭력에 맞서는 위대한 저항이었다. 정당방위였고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모든 폭력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그냥 수구언론의 논리다. 구사대와 백골단이 '기업'편에 선 공권력을 뒤에 두고 공장을 침탈해 정당한 파업을 깨려할 때, 그때 저항하는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함부로 '폭력집단'으로 매도할 수 없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바로 그날을 기념해 치러지는 '노동자 대회'(현 민중총궐기)에 나와 평소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내기 위해, '그래도 우리는 싸우고 있다'라고 외치는 것을 두고 그저 '전문시위꾼', '폭력집단'이라고 매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2016년 11월 항쟁은 다르다. 언론에서 다른 무엇도 아닌 6.10항쟁에 지금의 항쟁을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8글자에 거의 모든 국민이 동의했고, 그 구호가 정당했고 단순했으며 쪽수와 명분마저 완벽하게 확보됐던 그때와 지금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87년 6월의 광장에서 경찰은 힘을 잃었다. 수녀님들이 꽃을 꽂아주는 순간, 중고생들마저 뛰쳐나와 어른들을 믿고 손수건을 나눠주고, 빌딩숲에서 최루탄에 흘리는 눈물 닦으라고 휴지가 떨어지는 순간 역사는 이미 바뀌고 있었다. 그때쯤 되면 변하는 게 보수언론 논조다. 대세에 편승하는 건 노벨 편승상 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런 상태다. 광장은 지난 90년대와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정말로 많이 열렸다. 법원에 의해 율곡로까지도 열린 상황이다. 우리는 계속 모이면 된다. 계속 외치면 된다. 1800년대 혁명시기도 아니고, 압도적 무력 차이 앞에서 버스에 올라 경찰관 한두명, 의경 한 두명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아니 어쩌면, 헌정을 유린하고 사실상 나라를 한 개인(일가)에게 넘겨버린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 본질을 '폭력/비폭력'논란으로 옮겨버리는 희대의 뻘짓일 수 있다. 마스크쓰고 굳이 버스를 기어올라가는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폭력이 없는 안전한 광장. 더 많은 남녀노소,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모여서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박근혜'를 물러나라고 외치고 행진하는 것. 지난 주 100만이었다. 다음주 150만, 그 다음 주 200만명 모이면 된다. 그러면 바뀐다. 박근혜는 안들려도 정치셈법 굴리는 여야 정치인들은 움직이게 돼 있다. 국민의 진정한 정치는 정치인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그들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게 우리가 개돼지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버스위에 올라가는 자(심지어 백남기 농민의 따님은 트위터에서 버스위에서 난리치던 한 사람은 장례식장에 나타나 행패부리던 듣베충 놈중 하나가 아닌가 의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의 전열을 흐트리고 본질을 가린다. 지금 상황에서는 투사가 아니라 싸움을 망치는 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