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그와 같이 게임을 하게 된 지 몇일 뒤, 나는 그의 비밀을 한가지 알게 되었다. 그가 불쑥, 오랫동안 혼자 어떤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던 끝에 튀어나온 말인 듯 나에게 물었다.</p><p><br></p><p>"적 정글러가 여기에 오면 와드를 부수겠지?"</p><p>"정글러는 모든것을 파괴하지."</p><p>"은신이 되어있어도?"</p><p>"그럼. 은신된 와드도 오라클을 먹고 파괴한단다."</p><p>"그럼 은신은 어디에 쓰는거지?</p><p><br></p><p>나도 그것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때 내 라인에서 적 애쉬의 견제를 피해 cs를 먹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적 애쉬보다 cs가 적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서 이리저리 구르며 cs를 챙겨보지만, 부쉬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랩때문에 나는 무척 불안했던 것이다.</p><p><br></p><p>"은신은 어디에 쓰는거지?"</p><p><br></p><p>그는 일단 질문을 했을 때는 포기하는 적이 없었다. 나는 cs를 챙기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므로 아무렇게나 대답해 버렸다.</p><p><br></p><p>"은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이블린도 트위치도 와드도 모두 쓸모없는 녀석들이야."</p><p>"그래?"</p><p><br></p><p>그러나 잠시 아무 말이 없던 그는 원망스럽다는듯 나에게 이렇게 톡 쏘아붙였다.</p><p><br></p><p>"그건 거짓말이야! 와드는 연약해. 와드들은 그들이 할 수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은신이 있으면 안전할 거라고 믿는 거야..."</p><p><br></p><p>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적 블리츠크랭크가 그랩을 던지면 왼쪽으로 구를까 오른쪽으로 구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또다시 내 생각을 방해했다.</p><p><br></p><p>"그럼 베인아저씨 생각으로는 와드가...."</p><p>"그만! 그만 좀 해! 아무래도 좋아. 난 와드따위에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 나에겐 지금 중대한 일이 있어!"</p><p><br></p><p>그는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 보았다.</p><p><br></p><p>"중대한 일이라고?"</p><p><br></p><p>도란검 두개를 들고 체력은 절반도 남지 않은채 미니언을 하나라도 더 먹기위해 이리저리 구르는 나를 그가 바라보다 말했다.</p><p><br></p><p>"베인아저씨는 지금 다른 롤 유저들처럼 말하고 있어!"</p><p><br></p><p>그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런데도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어 갔다.</p><p><br></p><p>"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모든걸 혼동하고 있다고!"</p><p><br></p><p>그는 정말로 화가 난듯 했다. 그의 인벤토리에 가득 찬 와드의 눈깔들이 모두 나를 노려보는 듯 했다.</p><p><br></p><p>"수백만개가 넘는 게임 속에서 와드들은 은신을 하고 있어. 정글러들은 천만개가 넘는 와드들을 부셔 왔고. 그런데도 그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은신을 왜 하고 있는지 알려고 하는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정글러와 와드의 신경전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지? 그건 탑솔러가 와드도 박지 않고 라인을 밀다 따이고선 '우리 정글러는 뭐하냐 ㅡㅡ'라고 외치는거 보다 중요한 일이 못된다는 거지? 그래서 우리편 아무도 사지 않고 오직 나 혼자서만 사서 박고있는 이 소환사의 협곡에 단 하나뿐인 용앞 핑크와드를 내가 박았고, 정글러가 불쑥 나타나 무심코 그걸 부숴버리고 갈 수 있다는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p><p><br></p><p>그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이었다.</p><p><br></p><p>"이 넓은 협곡 속에서 유일하게 와드를 박고 있는 나는 그 와드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저곳으로 적들이 지나간다면 나는 와드로 모두 지켜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정글러가 그 와드들를 부순다면 나에게는 협곡의 모든 어두운 부쉬속에 적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게 되는거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p><p><br></p><p>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p><p><br></p><p>적 애쉬가 발리를 난사하다 마나가 떨어져 집에 돌아간 듯 했다. 나는 구르기를 멈추고 어택땅을 찍었다. cs도 그랩도 애쉬의 견제도 모두 우습게 생각되었다. 수백만개의 게임 속에서 한없이 낮은 확률을 뚫고 기적처럼 만난 나의 서폿을 위로해주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그를 부드럽게 달래고자 말했다.</p><p><br></p><p>"네가 박은 와드들은 위험에 처해 있지 않아... 내가 적 정글러를 죽여서 오라클을 빼줄게... 나는...."</p><p><br></p><p>더 이상 무어라 말해야 좋을 지 알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무척 서툴게 느껴졌다. </p><p><br></p><p><br></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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