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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726730
    작성자 : 추기급인
    추천 : 1
    조회수 : 230
    IP : 58.125.***.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3/20 00:53:14
    http://todayhumor.com/?freeboard_1726730 모바일
    넌 이제 중국으로 돌아간다.

    한 2년 전부터 나 춤 갈치는 선생이었다.

     

    나보다 3살 어리고, 그 이미지 안좋다는 중국인에 조선족이고.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그 사람 자체를  보게 할 사람이 될 줄은 몰랐지. 

     

    (중국 조선족이 좋다/사실은 안나쁘더라!/모두 나쁜놈들이다 절대 아님!!)

     

    집도 가까워서 하루이틀에 한번꼴로 만나서 서로 하소연하고, 같이 가자던 자전거 여행도 못가고 

     

    돈 없어서 간장에 밥비벼먹고 타지에서 빡빡하게 살더니 드디어 귀국한다고 한다.

     

    무슨 사유로 보험이 안 되어서(불체 아님) 치과를 못 가서 젤리를 못먹는다고 하더니, 이제 귀국한다고.

     

    그 없는 돈에 나도 돈없다고 자기 지갑 탈탈 털어서 준 5만 5천원은 아직도 기억한다. 자기는 그래도 한 푼이라도 벌지 않느냐고.

     

    오늘 나는 걔에게 밥을 사줬다.

     

    가보려던 동네 식당이 안 열어서 뻔한 분식집에 가서 뻔한 맛이 나는 음식 두개에 뭐 더 먹을래? 형이 사줄게 하니까 1500원짜리 만두를 골랐다, 

     

    타지 생활 때문인지, 원래 그런지 자존심 하나는 진짜 드럽게 쎄서 

     

    같이 포켓볼 한 번을 쳐도 이기려 사활을 걸었던 놈이었고, 이기면 2주짜리 놀림감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날 여기저기 선 나랑 만나면 마찰도 많았고, 춤 얘기하다가 싸운 일도 왕왕 있고, 다른 일로도 싸운 일이 많았다.

     

    쓰기 편하게 너라고 좀 바꿔보자

     

    네 제자들(나랑, ㅇㅇ이, ㅇㅇ이.) 이 모여서 학교 축제에 나가보겠다고 하자 자기 일보다 기뻐하면서 안무를 짜주고 

     

    자기 시간 내서 트레이닝 다 시켜주던 네가 기억이 난다.

     

    그 축제날 사회자가 잠시 분위기 환기를 위해 어디서든 다 하는 '앞에서 춤추시는 분 선착순!!!' 할때

     

    누구도 말 안 맞춰봤는데 무대로 튀어올라간 5명 중 3명이 너와 너를 포함한 제자들이었을때 얼마나 웃겼는지.

     

    그래, 너는 세상물정 모르는 선생이었고 아둔하리만치 제자를 아끼는 선생이었다.

     

    학원 제자들 밥을 사비로 사고, 보통 학원에서는 개인레슨으로 돈을 받을 일을 

     

    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먼저 말을 걸고 시켜주었다. 너에게 가르침은 자신이 줄 수 만 있다면 줘야 하는 것이었고 돈은 부차적인 이야기였다. 

     

    또 내가 배우고싶어하는 장르가 우리 지역에서 가르치지 않자 같이 공부해서 이런 동작이 아닐까요? 하고 몇 주간 신경써서 같이 안무도 짰지.

     

    가면서도 아직 학생인 아이가 가장 눈에 밟힌다고, 그 아이가 전공을 춤으로 하면 어디로 가야 가장 질 좋은 수업을 받을지,

     

    그리고 맘 여린 그 학생이 가 인간관계에 치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모습이 선하다 .

     

    말을 하자면 너를 알고 나서의 약 2년간의 이야기가 끝이 없을만큼 많겠지.

     

    모기 다 뜯겨 가면서 집앞 벤치에서 사마시던 맥주 두캔씩이나 

     

    서로 얘기하다가 눈 시뻘개지는 날들이나,

     

    단골로 가던 곳에서 우리끼리 댄스배틀 하면서 놀던 일들이나, 길바닥에서 음악틀고 춤추던 일들이나 모두 다 이제는 지나갈 일들이구나.

     

    이번을 기점으로 아주 한국을 떠나려는 너와 나를 포함한 제자들은 이번주 주말에 다같이 놀러가자는 약속만은 어떻게 다들 잡았다.

     

    영상도 남기고, 좀 오글거리는 짓도 좀 해보고, 날은 좀 이르지만 물에도 좀 집어넣어주고 그럴게.

     

     

     

     

     

    그리고 아마 너도 알겠지만, 나는 친구가 별로 없어.

     

    지금 기준에 학교에 있기엔 아주 높은 학번에 내향적인 성격, 몇 안 되는 친한 친구들은 타지에 있고 성향도 달라 혼자 우울하던 찰나에

     

    알게 된 너는 티격태격하고 욕을 하면서도 나에게 좋은 친구였다. 

     

    내가 말을 할때 내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잘 들어보면 

     

    내가 한 일들만 얘기하고 내가 어떤 걸 느끼고 그게 좋았다 싫었다를 전혀 표시를 안하고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 같다고 했지.

     

    너랑 심리상담 해주던 선생님 빼고는 그거 캐치한 사람이 없어. 나도 듣고서야 나의 대화법 중

     

    '분명 이 사람은 흠잡을 데 없이 말하는데 이상한 기시감이 든다' 의 원인을 파악했어.

     

    그렇게 통찰력 좋은 너랑 친구가 되고 지낸 2년은 참 여러모로 서로 힘든 와중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2년간 둘이 만나면서 서로 의지 많이 했고, 둘만 있을때 많이도 울었다.

     

    막막한 미래때문에 울었고, 맘같지 않은 사랑때문에도 울었고, 집안 사정때문에도, 무엇 때문에도 울곤 했다.

     

    이제 너 간다고 울 일만 남은 것 같구나. 

     

     

     

     

     

     

     

     

     

     

     

    가장 이성적인 척 하지만 사실 가장 감정적이고 성격 모난 형 챙겨주고 가르쳐줘서 고마웠다.

     

    꼭 다시 보고싶을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동생아

     

    다시 볼 그 날까지 가서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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