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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abinogi_133211
    작성자 : 부캐성애자
    추천 : 14
    조회수 : 652
    IP : 1.239.***.229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10/14 19:20:22
    http://todayhumor.com/?mabinogi_133211 모바일
    얀터를 지지하는 존못러의 연성
    옵션
    • 창작글



    "..내가 너무 싫어..!"

    차가운 눈물이 빗물에 뒤섞여 후두둑 추락했다.
    주먹조차 마음껏 쥘 수 없었으며, 걷기는 커녕 고개를 드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 날, 다시 한 번 힘의 균형이 깨져 부숴진 그 날.
    산산조각난 자신의 힘과 이질적인 신성력이 터뜨린 거대한 폭발.
    ...아발론은 - ... 

    있는 힘을 다 짜내어 고개를 휘젓는,
    유약하게 비틀이는 그녀의 몸을 지탱하며 마른 내 왼손을 쥔 알터의 힘이 강해졌다.


    "이젠 아무것도.. 못해..."
    "...의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의.. 당신 만큼은 무리겠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당신 몫까지.."


    소년은 그녀를 바로 응시하며 얼굴을 비장하게 굳혔다.
     그러니까, 자신을 의지해달라는 말.
    그녀는 감사함과 허탈함에 웃는 동시에 울고 있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이 휘청이는 몸을 타고 바닥으로 꺼지기를 반복하니,
    금방이라도 발 밑이 뚝 꺼져버릴 듯했다. 

    그저 몽롱하게나마 느껴졌던 건, 그저 자신의 손과 허리를 감싼 어린 기사의 힘이 더욱 굳세어졌다는 정도일까.


     -


    "..돌아가자, 아발론."


    인적 없는 깊은 숲을 걷던, 금방이라도 픽 쓰러질 것처럼 휘청이던 그녀가 겨우내 꺼냈던 목소리엔 대꾸가 없었다.
    의아함에 그녀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건..


     "..알터?"

    "..아,"

     스쳐지나가듯 환영마냥 비치던 그의 그림자 진 정색은 사라져있었다.
    마치 눈을 한 번 부빗 문지르면 사라지는, 가벼운 착각마냥.

    "아직 위험하지 않을까요? 선지자들이 난동 부린 게 얼마 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야.." 

     "......"


    폭발의 영향에 이곳 저곳 뒤틀린 공간으로 뿔뿔이 흩어진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연락이 전부 끊어졌다고 했다.
    흰 부엉이조차 그들의 자취를 찾지 못하고 늘 돌아온다고 그는 말했다. 

    견딜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무력해짐을 각오하고 사지로 뛰어들었건만, 어째서. 어째서..
    하나씩 스쳐가던 기사단의 얼굴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무거운 눈두덩을 잠시 지그시 감았다.


    "특히 벨테인 애들은 아직 견습인데.. 만약.. 만약에라도 잘못되기라도 하면.."

    "괜찮아요, 당신 잘못이 아녜요."


     그녀의 고개에 살짝 입술을 묻으며 토닥이는 손길은 여느 때보다도 부드러웠지만, 뭔가..
    자신이 약해진 이후에 그를 마주했던 것과 똑같은 위화감이었다. 

    마냥 낙천적이게 웃으며 '무사할 거예요.'하던 그와는 영 거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 같았다. 
    그 찰나의 시련이 그를 바꿔놓기라도 한 것인지. 

    무사할 거라는 뭉뚱 그린 위로보다는, 그녀의 죄책감을 위로하는 게 최우선이 된 것일까.
    그래, 그렇겠지.
    어디까지나 동경하던 영웅의 절망은 새로운 충격이었을 테고.
    그녀는 입술을 꼭 닫은 채 억지로 짜집듯 홀로 '이해'를 이어갔다.


     "몸 상태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근처.. 여관이라도 가서 쉬는 편이.."

     "..그래, 그럴까.. 너도 피곤하겠지." 

    "제 걱정은 마세요. 당신이 괜찮다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


    또. 또 다시 느껴진다.
    위화감과 섞여 겉도는 목소리. 

    그녀만 괜찮다면, 그녀만 괴롭지 않다면 뭐든 좋다고.
     마치 그의 삶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저 확신에 찬 대꾸가 그랬다.

    긴 여행길에 오른지 꽤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졌던,
    그래서는 안된다는 식의 감정이 스물스물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손을 놓고 천천히 몸을 물렸다.

     줄곧 무언가가 제 목구멍을 가로 막고 있는 듯했다.
    늘 '알터, 뭔가 이상해.' 물어 그의 어긋남을 집어주자니.
     건드려선 안될 것을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울렁였다. 형용할 수 없이 이상했다.


    "저.. 알터." 
     "네?" 


     틀어막힌다.
     무언의 무언가가 목구멍을 졸라매었다.
    말하지 마. 이 이상 '건드리지 마.'


    "..아니야."


    위화감에 휩싸인 채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면 그걸로 끝.
     다 부숴져 온갖 금이 쩌적 갈라진 거울을 툭 건드려버리게 되는,
     곧 파편이 깨부숴지며 자신의 육체 이곳 저곳에 콰직하니 꽂힐 것 같은.. 

    특히나 그의 눈이 그랬다.
    상실감의 탓인지 빛 한 점조차 보이지 않던 눈동자가.


     "피곤하시죠?"

    "..견딜만 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늘 괜찮다고 하시니까.
     그가 잠시 나를 나무에 기대 뉘여놓고선 땔감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멀거니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분주한 그를 보며, 그녀는 마른 침을 꼴깍였다.


     "..미안해, 너만 그렇게 고생하게 해서."

     "고생이라뇨~, 몸이 안 좋으시니까 가만히 쉬고 계세요. 그리고 전 오히려 이게 더..."


     '...그래, 저거다.' 


     "이게 더?"

     "으응, 아니예요." 

     "더..." 


     불안함에 떨려버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좋다거나?"

    "......"


     그녀의 짐작이 정답이라 말해주듯, 분주하던 그의 손이 멈칫.
    그녀는 숨이 턱 막혀버리던 감각, 온 몸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에 몸을 움츠렸다.

     그가, 알터가,
    자신을 동경한다며 발그레 웃어오던 어린 기사의 눈이,
    열린 동공으로 멍하니 자신을 응시해옴에.


    "..당신이 아픈 게 좋을 리 없잖아요."


     수습할까, 어쩔까.
    그녀는 죽은 눈동자로 베시시 웃어보이는 그를 말없이 응시했다.
    또 다시 목구멍이 막혀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가만히 제 목을 감싸며, 떨리는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는 게 체질인가봐.'
    농담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 또한 스스로 납득, 멋쩍게 웃으며, 하던 일을 마저 끝맺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거짓말이요?"

    "..어떤 말인지 정확히 집을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 연락이 안된다던가 - ,"


    맞았다. 예상이 들어맞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더욱 소름 끼치게, 섬뜩하며 탁하게 빛나던 소년의 눈.
    곧 주워든 장작을 팽게치고 성큼 그녀에게 다가선 그의 발걸음까지도.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

    "그럴 리 없잖아요. 제가, 당신께."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옆머리를 수줍게나마 쓸어넘기던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럼 당장 부엉이를 날려보내줘."

    "그럴게요."

     "내가 보는 앞에서."

    "네."

    "..죽이지 말고."

     "......"


    그는 나즈막히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제 입술을 짓눌렀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해드릴게요."


    ..손이, 차가워.


    "..있죠,"

    "......"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현명함이 있는데도, 멍청할 정도로 오롯하게 좋지 않은 길로 걸어간다는 건... 그건 도대체 무슨 기분일까요?"

     "......"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요?
    당신의 은혜도 모르고 있는 거 없는 거 다 빨아먹던 기사단으로?
    그건 당신이 영웅이라서, 사명감에 뿌리칠 수가 없는 건가요?"


     그의 서늘한 손길이 그녀의 볼을 찬찬히 쓸어왔다.


     '아벨린.. 추적이 가능한 아벨린이라면 쫓아와줄 거야, 분명.'


    "아무도 없어요." 

     "..뭐..?" 

     "다, 죽었어요."

    "...알ㅌ...!"


    왜 여태 모르고 있었을까, 왜.
    이질적인 황금빛의 기운이 그렇게나 그를 감싸돌고 있었는데도, 어째서.
    턱을 괸 채 가려진 목 새로 돋아난 이질적인 광물을 드러내던 그는,
    ...괴물, 괴물이었다.
    그녀가 온 몸이 부숴져라 베고 찌르며 숨통을 끊어왔던.


     "약해졌잖아요. 당신을 감시하던 눈도 다 사라졌어요.
     더 움직일 필요 있을까요?
    원하지도 않던 저주에 다시 걸려들 필요 있는 건가요?"

     "알터, 잠깐만..!"

    "저는요,"


    그녀의 손을 낚아채 바짝 고개를 들이민 그가 입꼬리를 날카롭게 올려보였다.


    "당신만 지키면 돼요."

     "......" 

    "이곳의 시초신은 더이상 이곳을 돌보지 않아요.
    무심하고 무력한 신보다는, 지금 막강하며 당장 우리를 돌봐줄 수 있는 신이 훨씬 더 낫지 않나요?"

    "...배신자."

     "당신도 곧 알게 될 거예요, 제가 옳은 선택을 했단 걸.
     딱히 큰 걸 바라지 않았어요. 전 당신만 지키면 그만인 걸요.."


    동경?
    그런 어줍잖은 감정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한 이유였다.
     이계의 신을 섬기게 됐다던 어투와는 달리, 그는 그녀만을 이상할 정도로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숭배,

    ....혹은..


    "눈을 감아버리세요."


    그의 엄지가 조용히 그녀의 눈두덩을 쓸어냈다.


    "제게 기대어서,

    ...그거면 충분해요."


     진실을 쓸어내듯.
    출처 이쯤 되면 제정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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