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좀 규모 되는 병원 응급실에 근무합니다.</div> <div>MERS 의심환자 오면 응급실 들어오지 않도록 바깥에서 진료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div> <div>환자 보고 의심되면 보건소 연락해서 국립보건원에 MERS 검사 의뢰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근무 직전에 보건소에서 "XX병원 가면 MERS 검사 가능하고 MERS 진료 지정병원이다."고 공지 올렸댑니다.</div> <div>그런 말 전혀 들은 적 없습니다.</div> <div>하루종일 확인해봤는데 우리 병원 MERS 검사는 여전히 불가합니다. 그리고 국가지정 격리병상 그런 거 없습니다 울병원은.</div> <div>그 공지라는 거 다운받아봤는데, 주변에 큰 대학병원 이름 다 빠져있고 우리 병원 이름 들어가 있습니다. 이거 뭥미...</div> <div>윗선에서 빡쳐서 보건소에 항의 전화했답니다 글 내리라고.</div> <div> </div> <div>덕분에 MERS 의심구역에는 평상시 환자의 3배가 오시고(아주 줄을 서시네요 환자분들이...)</div> <div>타병원에서 MERS 검사해달라고 계속 보내고 문의전화 오고 난리입니다.</div> <div>동네 작은 의원들은 열 나는 환자 소견서에 전부 'MERS' 적어서 보냅니다. 한두 명이 아닙니다.</div> <div> </div> <div>보건소에서 저 공지글은 내려줬는데 아니라는 글은 안 올려줍니다.</div> <div>자꾸 와서 딴 병원에 물어봤더니, 다들 공지 내리기 전에 프린트해서 자기네 병원에 붙여놨답니다. 아놔.</div> <div>보건소에서 공지했는데, 그쪽 병원 직원분이 제대로 모르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div> <div>보건소에 민원 넣은 참이니까 그쪽 말 제발 좀 무시해달라고 계속 전화 답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하필 지금 감기도 같이 도는 바람에 증상으로는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여</div> <div>방문력, 거주지역 등 따져서 역학적으로 확인하는데</div> <div>환자중에는 역학적으로는 맞진 않는데 강력하게 검사 원하시는 분도 있습니다.</div> <div>그러면 국립보건원에 의뢰해야 하는데, 합당사유(뚜렷한 접촉력) 없으면 의뢰서 쓰기 쉽지 않습니다. 첫 감염자가 이랬겠지요.</div> <div>며칠 있으면 그래도 딴 데서도 검사할 수 있게 어떻게 뭐 좀 한다는데, 그러면 좀 수월해지겠지요.</div> <div> </div> <div>체온 재는 간호사님들이나 청소하시는 분들은 무섭다고 요 근처로 안 오시려고 합니다.</div> <div>저는 계속 가야 되네요.</div> <div> </div> <div> </div> <div>마스크는 우리 버틸 만큼 있냐고 간호사한테 물어봅니다.</div> <div>"일단은 아껴 쓰면 버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고 말끝을 흐립니다.</div> <div>방문하는 환자나 보호자한테는 아예 제공할 물량도 없다고 합니다. 간호사들도 다 덴탈 낍니다.</div> <div>돌아가는 상황은, 다 떨어지면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잠시 N95 박스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덴탈 마스크 꺼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MERS 검사 내기도 저렇게 까다로운데, 또 검사 안 했는데 확진 나오면 처벌한답니다. 뭥미...</div> <div>근무 끝나고 뉴스 보니까 병원 밖 지역사회 감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답니다.</div> <div>최근 병원 방문력 가지고 역학적으로 찾아보는 상황인데, 이러면 힘 쭉 빠집니다.</div> <div>그렇다고 보복부에서 딱히 내려오는 공문이나 설명은 없습니다.</div> <div> </div> <div>큰 병원이 이 정도 골치아픈데 동네 의원은 하다못해 환자 f/u도 하기 어려우니 얼마나 갑갑할까 하고 잠시 딴 생각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냥 우울한 요즘입니다.</div> <div>집에 가면 부모님 연세가 좀 되셔서, 그냥 당직실에서 먹고 자고 하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ps> </div> <div>전염성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사회적으로 도는 소문만큼 전염성이 '높은'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div> <div>일단 현재까지는, 병원 방문력(병문안이든 진료든)이 없고 같이 거주하는 사람 중 의심환자가 없으면</div> <div>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div> <div>즉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는 옮을 가능성이 적고, 닫힌 공간에서 접촉하는지를 주로 확인합니다. 참고하시구요.</div> <div> </div> <div>국립보건원에 검사가 너무 많이 의뢰되어서 밀린댑니다. 얼른 각 병원에 검사가 도입되기만 빌고 있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