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br> 결혼, 가장 욕심을 많이 내는 거래<br> <br> 부부관계는 사랑으로 맺어졌다고 흔히 말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부부가 사랑으로 맺어진 경우는 극히<br>드뭅니다. 백에 하나 있을까, 말까에요.<br> <br> 그럼, 부부는 무엇으로 맺어질까요? 대부분의 경우 극도의 이기심으로 맺어집니다. 인간관계 중에서<br>이기심이 가장 많이 투영되어 맺어진 관계가 부부관계예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알았던 것과는 정반대죠?<br> <br> 결혼 문제를 두고 당사자와 부모 사이에 늘 갈등이 생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혼 당사자는 아직 젊고 세상을<br>살아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결혼 상대를 정할 때 '내 맘에 드는가, 안 드는가'를 우선순위로 둡니다. 그런데 부모는<br>인생을 살아오면서 기준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야, 사랑 그거 별거 아니더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더라"고<br>말합니다.<br> <br> 이처럼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서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평가할 때 부모는 경제력에 가산점을 많이<br>주고, 결혼 당사자는 자기와 성격이 맞는가, 사랑하는가에 가산점을 많이 줍니다.<br> <br>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에 견해 차이가 아주 뚜렷해요. 부모가 괜찮은 사람이라며 어디서 소개 받아 만나게 해주면,<br>자식은 나가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런데 본인들이 마음이 맞아 죽고 못 살아서 데리고 오면, 부모가<br>보기에 영 아니에요. 이것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br> <br> 결혼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워 순위를 매기고 평가합니다. 상대가 한 부분이라도 자신보다 낫기를<br>바랍니다. 남자는 여자를 평가 할 때 외모와 나이에 가산점을 많이 줍니다. 여자는 남자를 평가할 때 연봉과<br>경제력에 가산점을 가장 많이 줘요. 어쨌든 종합 점수를 매겨서 자신보다 나아야 만족합니다. 자신보다 못한 상대<br>를 고르는 사람은 없어요.<br> <br> 결혼을 한 후에도 계속 계산을 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여성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br>아니겠어요? 옛날엔 남자가 바람을 피워도 남자 없으면 여자 혼자 살 수가 없었잖아요. 경제력이 없으니까.<br>그런데 요즘은 여자 혼자서도 살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하고 사는 것보다 다른 여자 만나는 게 더 좋다는데<br>굳이 그런 인간하고 살 필요가 없지요. 배신한 남편에게 나쁘다고 말할 것도 없이, "당신 행복을 위해 가라"고<br>말한 다음 깨끗이 헤어질 수 있죠. 그러면 뭐 고민할 게 있겠어요.<br> <br> 그런데 왜 고민할까요? 지금 남편과 사는 조건이 괜찮으니까 고민하는 겁니다.<br>또 계산을 해요. 애들 문제가 있으니까요.<br>'애 하나 데리고 혼자 살아도 지금 신통치 않은데 애를 둘이나 데리고 어떻게 혼자 사나.'<br>또 계산을 하지요.<br> 그냥 놓아주고 가려니까 살아온 정 때문에 그럴수도 없어서 망설입니다. 남자를 봐주는 게 아니고 자기 머릿속으로<br>이해관계를 계산하는 거예요.<br> 그래서 어떤 인간관계보다 결혼관계가 가장 욕심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하고는 원수가<br>잘 안되는데 부부지간에는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의 욕심, 서로의 기대가 커서 욕심이 충족되지 않으니<br>실망도 큰 거예요.<br> <br> 결혼해서 살아보면 기대와 달리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렇게 손해 보고 어떻게 살아'<br>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상대가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다, 성격이 나쁘다, 바람을 피웠다 등 여러가지<br>이유입니다. 이것들을 가지고 손익 계산을 합니다.<br> <br> 왜냐하면 결혼할 때도 한 가지만 보고 결정한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선택했잖아요. 저 사람은 키는 좀<br>작지만 돈이 있다든지, 돈은 없지만 인물은 괜찮다든지. 이렇게 종합 점수를 가지고 선택을 했단 말이에요.<br>그러니까 이혼할 때도 한 가지만 갖고 결정하진 못하잖아요. 종합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이것은 괜찮고, 저것은<br>문제고, 계산이 복잡한 거예요. 그래서 빨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요. 결혼할 때도 계산하느라 망설였듯이 이혼할<br>때도 이것저것 계산하느라 망설이는 겁니다.<br> <br> 이와 달리 사랑한다는 건 뭘까요?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살며, '오빠, 동생' 하면서 정이 들고, 또 살다 보니 애<br>낳고 정이 들었다면 다른 게 눈이 안 들어옵니다. 정이 들면 눈이 어두워져요. 그러니까 부모가 볼 땐 "쟤들이 정<br>때문에 제대로 못 본다." 이렇게 말하는 거고, 본인들은 이것을 "사랑이다"라고 하는 겁니다.<br> <br> 그러니까 정이 들면 계산을 떠나요. 눈을 가리거든요. 그래서 이해관게를 따지는 게 좀 약해집니다.<br> <br>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관계는 욕심과 계산으로 만나서 살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적이에요. 이때는 '부부관계란<br>그렇다'는 것을 서로 알아야 합니다. 만약 남편이 뭔가 약간 속인 게 있다고 생각될 때, 예를 들면 학벌도 약간<br>속인 것 같고 재산도 약간 속인 것 같을 때 '저게 나를 속였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아, 속아 줘서 이렇게<br>우리가 만나게 됐구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속이지 않았으면 만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고맙게 생각할<br>일이지요.<br> <br> 부부가 살면서 죽을 때까지 말 못 하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워도 말 못 하는 게 있어요. 약간 속이면서<br>접근한 게 있기 때문이에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내야 하는 게 있어요. 작은 키 같은 것은 끝까지 속일 수가<br>없잖아요. 그러나 그 외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은 끝까지 움켜쥐고 갑니다.<br> <br> 그렇게 한 10년, 15년 살다가 상대가 그걸 알게 되면 어때요? 난리가 나지요. "15년 동안 나를 속였다"라고 원망하면서<br>펄쩍 뜁니다.<br> <br>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가 그걸 숨겨 줬기 때문에 15년이나 살 수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숨긴 것 자체를 나쁘다고<br>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렇잖아요.<br> <br> 이기적으로 접근하는 인간관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고는 부부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시시콜콜 따지려 들면 혼자<br>살아야 해요.<br> <br>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상대에게 무조건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거나 사랑을 요구하지 않게 됩니다. 내가<br>이기심을 갖고 있듯이 상대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되면 상대에게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그 뜻을 따라 주지 않는다고 해서<br>실망하지는 않게 돼요. 이때 비로소 가정도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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