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매체나 집단은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민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게 소위 말하는 민의입니다. 옳을수도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이 100만이 될 때만 해도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최초에, 더민주와 바른정당이 1:1 대결 구도로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보여온 행보도 그랬고, 소위 말하는 적폐 개혁의 문제나 후보 자체가 보여온 스탠스, 당에 속한 의원의 지역풀을 생극해보면 국민의당은 호남지역+박지원계라는걸 깰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웬걸. 바른정당은 탄핵과 갈라선 (늦었지만) 이미지와 레토릭을 자유한국당에 비해 선점했고, 소위 말하는 말이 통하는 보수라는 스탠스도 있으며, 홍준표 후보에 비해 유승민 후보는 딸도 예쁘(크흠 큼)고 상대적으로 구설수에 휘말리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바닥입니다. 심상정 후보를 넘어 김종인 후보(ㅋ)랑 비슷해질 지경입니다.
전 그런 의미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이상하리만큼 낮은 지지율 역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만약 tk,pk 에서 유승민을 거부한 "배신자"라는 이미지에 대한 반감이 있다면 그 표는 본질적으로 박정희와 박근혜를 바라보는 고령층 콘크리트 보수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표가 온전히 자유한국당으로 가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표의 대다수는 국민의당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건, 단순히 누구를 따른다 혹은 그렇지 않는다, 적폐를 청산한다, 적폐 그 자체이다라는건 완전히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 민의 역시 자신의 이익을 따른다는거죠. 보수의 원동력이라 불리던 관성, 진보의 원동력이라 불리던 운동(고전역학의 그 개념입니다.)보다 민의의 흐름은 '나를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된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압도적인 승리로 이명박정권이 탄생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지금의 민의는 결코 깨끗함을 찾지 않는다는걸요. 오히려 (전 이런 생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더러워도 일단 배만 부르면 된다는 극도의 배금주의가 민의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민의는 정치 흐름에 관심이 적은 소위 말하는 유동층과 변화하는 정보를 빠르게 받아볼 수 없는 중, 고령층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해 보자면, 이번 선거는 결국 단순하게 정리됩니다. 좌우도, 동서도, 연령도 아닌 '옳음을 선택한다'와 '내 배를 부르게 해 준다'의 대결인거죠. 여기에서 언론과 같은 집단이 개입합니다. '붙어서 이득이 생기는가'라는 대전제를 가지고요. 그러면 하나의 3차원 그래프가 그려집니다. X,Y축이 민의의 각 축(산포도의 형태로 나오겠죠), Z축이 기존 세력의 지원(=떡고물이 있는지)의 형태로 말입니다.
이러면 유승민의 바닥행이 이해가 됩니다. 민의의 두 축 극단 어디에서도 지지받을 계층이 없으며, (그나마) 원칙주의자로 통해서 붙을 건덕지도 적은데다 의원수까지 딸리니 기존 세력이 붙을 곳이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들과 연대할 곳도 없어보입니다. 연대는 표 흡수니까요. 게다가 아래 언급할 군소 후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표방지 심리 역시 스노우볼 효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바른정당은 대선 후 이합집산을 하거나 점점 세가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박정희를 계승하는 x축에서는 어느정도 성과를 거둡니다. 하지만 촛불을 든 y축에서는 거의 혐오의 대상이죠. Z축도 간을 보고 있긴 하지만, 바른정당보다는 조금 더 챙겨줍니다. 그 교집합을 따져보면 앞서 언급한 유 후보보다는 살짝 넓어집니다. 대선 패배는 자명하지만, 홍 후보부터는 (일부분이라도) 손실 보전과 더불어 그 이후 흩어진 타 정당 의원을 흡수할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심상정 후보는 전통적으로 울산과 같은 곳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풀이 너무 좁아요. 이들만 x축에 속합니다. 그리고 y축에 속할 사람들 역시 부족합니다. 특히, 오피니언 리더 혹은 지역에서 움직여줄 사람들을 과거 문예위 사태에서 대량으로 잃어버린 후유증이 큽니다. 이 당은 여전히 풀이 너무 좁습니다. 노회찬 심상정 아니면 사라질 당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국민의당입니다. 일단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사표가 대거 흡수됨과 동시에 '돈을 벌어본 사람'인 안철수 후보가 주는 이미지가 x축에 어필합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새 정치를 주장한 그의 행보 역시 y축에 어필합니다. 사표 흡수와 더불어 국민의당의 토양은 그렇게 꾸려집니다. 그리고, 박지원계로 대표되는 소위 '붙을 건덕지가 있는 구식 정치인'이 있어서 언론 역시 붙습니다. 이건 당과 데스크의 커넥션 역시 있다고 봐야겠죠. 상당량의 돈과 압박으로 맛사지가 들어갔다고 봅니다. 특히 네이버를 평정(?)했던 친이계가 붙은 뒤니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광장을 계승합니다. 이게 y축입니다. 나를 잘 먹고 잘 살게 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공약의 답을 제기합니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x축의) 그들이 갖는 박정희라는 신화입니다. 이건 참배나 대연정 문제가 아니라, '더럽고 막 가도 나만 잘 되면 된다'라는 어찌보면 극렬한 이기주의적 사고인데, 더민주는 이런걸 '적폐'로 규정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역시 이들을 청산 대상으로 보고 스스로도 규칙에 의한 정치를 강조합니다. Z축이 붙지 않는 것도 동일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정보에 빠른 젊은 층과 정의를 먼저 생각하는 계층(y축)에 어필합니다. 주류 z축인 언론의 힘을 받지는 못하지만, 지지 계층 자체가 또다른 z축을 구성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다시 정리하면, 이번 대선 역시 간단하게 정리됩니다. 이득만을 생각하는 보수가 아닌 수구와 변화를 생각하는 진보의 충돌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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