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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car_66196
    작성자 : Le章雨
    추천 : 14
    조회수 : 1422
    IP : 110.70.***.70
    댓글 : 61개
    등록시간 : 2015/06/16 22:54:37
    http://todayhumor.com/?car_66196 모바일
    장거리 연애

    실제로는 두시간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나는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며 거짓말을 했다
    우리가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라고,
    보고싶다고 말만하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라고
    너가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고속도로를 통해 너에게 가는 길은
    신기하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장거리 운전을 싫어해 다른 지역은 
    버스나 기차로만 이동했었는데
    "보고싶다"는 너의 그 한마디에
    기차시간, 버스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

    시동만 걸면 너에게 달려갈 수 있는데
    어떻게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기차가 오기를 기다릴까

    지방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곳에 살았던 너의 집은
    밤에는 어두워 불빛하나 없었고 무서웠다
    아침엔 짙은 안개가 끼고 너무나 조용했고.

    이 길을 너가 다녔을거라 생각하니
    그게 너무 싫었다
    이 무서운 길을, 이 적막한 길을 혼자 다녔을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집에 바래다주고 데리러가는 거
    겨우 그것뿐

    너랑 데이트 하는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속도로를 달려 시골길을 지나
    짙은 풀냄새와 옅은 동물들의 똥냄새를 거쳐야했다

    아직 덜마른 머리를 만지며 나오는 너가 
    마을버스를 기다리지 않아서 좋았고
    도로를 다 빌린거마냥 내 차와 너와 나만 있는 그 시골길이 너무 좋았다.

    주변은 산과 저수지와 논과 들밖에 없었지만
    여기를 가도 좋고, 저기를 가도 좋고
    인적 드문 곳에 가서 나누는 사랑도 좋았다
    차안에서의 사랑이란.. 불편함이 앞서지만
    그냥 사랑을 나눈다는 그 느낌이 좋았던것 같다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오는 그 길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방금까지 옆에 있던 너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라서 일까.

    어두운 고속도로는 간간히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만 보이고
    내 차 또한 아무런 소리없이 그저 달릴뿐이였다
    가는 길은 즐거웠으나 돌아가는 길은 즐겁지 않았다.

    한번은 너무 늦어 새벽을 넘어갔던날,
    졸리기도 하고 바람도 쐴겸 들렀던 그 휴게소.
    깜빡 잠이 들었다가 부스스하고 눈을 떴던 그때,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보며 왠지 서글퍼지기도 했었다

    왜 서글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의 연애가 더 짙어지고 깊어짐에 따라
    나는 차를 바꿨다
    아무래도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좋은 차가 필요했다

    그랬던 그 차에
    지금은 혼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조금 씁쓸한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너를 보러 일찍 고속도로를 가지 않아도 되고
    밤 늦게 어두운 시골길을 달리지 않아도 되는데
    가끔은 이유없이 그 길이 그립기는 하다

    너가 그리운게 아니라 그 길이.

    너는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의 고속도로에 낮게 깔리는 안개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그 눈오던 도로와
    늦은 밤 멀리서 반짝이는 그 자동차들의 불빛이
    가끔은 그립다

    너도 그립지만 
    그것들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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