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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_2913
    작성자 : Le章雨
    추천 : 0
    조회수 : 460
    IP : 175.223.***.10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5/09 14:31:50
    http://todayhumor.com/?love_2913 모바일
    너는 단아했다


    SNS 라는건 참 신기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속마음을 내비치고는
    익명이라는 거울로 인해
    현실의 나는 그게 내 속마음이 아닌것처럼 있어도 되었다

    너는 참 단아한 아이였다

    조숙이나 성숙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단아하다는 것조차 너를 표현하기엔 어려울것 같은
    그런 곱디 고운 아이였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우리가
    어쩌면 앞으로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을 우리가

    "저도 그 영화 좋아하는데."

    그 한 문장에 "아는사이"가 됐던것부터
    웃기는 인연의 시작임은 분명했다

    나는 외로웠고, 여자친구는 만들기 싫었다
    아니, 만들어봐야 이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을거라면
    있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던게 더 정확한것 같다
    어차피 내가 만들겠다고 막 만들어지는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너와의 대화는 어렵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잘보일 이유도 없었고,
    너도 나에게 잘보일 이유가 없었으므로.

    그냥 잠시. 또는 간간히 외로움을 달래주며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 뿐이니까.

    SNS로만 대화를 나누었기에
    세세한 서로에 대한 상황이나 특징 같은 것들을 알리도 없었다

    그저 내가 너보다 두살 오빠라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먼저 물어본다는 "몇살이세요?" 덕에
    알게된 사실 하나만이 있을뿐이었다
    다행이였던것 같다. 그래도 내가 오빠라니.   

    남자라면 누구나 야,너,저기요 보다는 '오빠'를 좋아하니까
    오빠 호칭을 들었던 순간부터
    너에게 긴장이 풀렸던거 일수도 있겠다

    그렇게 우리는 이름도 묻지 않고 사는곳도 모른채로
    그냥 소소한 취미 얘기나 음악 들었던 얘기
    밥은 먹었는지 영화는 어떤걸 봤는지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커피는 돌체라떼를 좋아한다는 등의 수다를 나누며
    몇날 며칠을 간간히 보냈다

    너무 서로에 대해 캐묻지 않는 그 관계가
    편하고도 좋았다
    그러면서도 너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이대로 너와의 대화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너는 단아했고
    예의있고 가끔은 덤벙대는 여자였다. 

    사진을 보지 않았음에도
    어렴풋이 니 얼굴이 보이는 착각마저 들 만큼
    너의 이미지는 또렷했다

    풋풋하고 착함이 눈에 보이는 니 말투가
    어쩜 그리도 사랑스럽던지

    아, 여기서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이쁜 강아지를 볼때나 아름다운 풍경을 볼때의
    그런 '사랑'이 맞는거 같다

    나름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내게
    너의 그 단아함은, 
    갈증을 해소해주는 오아시스마냥
    멀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것도 실체가 아닌양 흐릿했지만
    생각만해도 상큼하고 기운찼다

    주변 여자애들과는 다른 너의 단아함이
    언제부터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참 좋았다 

    가까이 두고 싶은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출처 나의 최근 몇달 사이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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