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호랑이가 사람 뒷모습 보고 덮치는 움짤에 어떤 분이 동물원에서 잘 안먹여서 저런건가요? 라고 심히 우려를 하시기에 생각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양이과 포식자들이 사냥감을 덮치는 건 배가 고파서 그런 게 아니라 본능입니다.
아니, 배가 고픈 것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인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라고 하면 흔히 인간에 대입해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사회를 먹이사슬관계로 보고, 자본가or권력가를 포식자, 그 밑을 피식자라고 인식하려하는데,
야생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대등한 관계에 있습니다.
특히 대형동물이라면요.
사자가 무리지어 다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겁니다.
1대1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팔로 뿔에 한번 스치기만 해도 가죽이 덜렁거리고, 제대로 꿰뚫리면 즉사합니다.
운 좋게 뿔에 안맞고 머리에 들이받혔더라도 다리가 부러지면 무리에서 버려집니다.
기린 뒤후리기에 맞으면 그대로 죽습니다. 롱다리가 이렇게 무섭다.
그만큼 목숨 걸고 먹잇감들과 싸움을 벌이는겁니다.
호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범이 멸종되기 전 내려오는 이야기에 충직한 소가 주인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호랑이도 함부로 소를 건들지 않습니다. 정말 더 이상 먹지 못하면 죽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 습격한다고 하죠.
다행히 사슴은 도망치는 일에 진화를 했기 때문에 정면승부로 목숨을 잃을 일은 없지만,
도망치는 사슴을 쫓는 것도 큰 열량을 소모하고, 실제로 10번중에 2번 성공할까 말까라고 하더군요.
치타는 더욱 심각합니다. 시속 200km로 달릴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오올 하지만
현실에서는 먹이를 세 번 놓치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만큼 처절합니다.
그나마도 전투력이 똥망이라 하이에나나 배고픈 사자님이 옆에서 어슬렁 거리면 버리고 가야할 판이죠.
이렇듯 야생에서 육식동물들은 언제 사냥에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화를 거쳐왔습니다.
한 번 사냥에 성공하면 위가 꽉차도록 먹고 보통 이틀정도는 못 먹고 굶는 일이 많다고 해요.
사람처럼 정시에 세끼를 꼬박꼬박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배가 고파도 안정적인 사냥감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덮치는 겁니다.
그렇다고 세끼를 호랑이 위에 꽉차도록 먹이는 사육사가 있지는 않겠죠. 예산문제도 있을거고, 굶주려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면 안되니까.
멀리 갈 것 없이 여러분 옆에 있는 고양이를 봅시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쥐를 잡습니다 (냥바냥이지만). 잡아서 쥐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놀아요.
어떤 녀석들은 집사가 등 돌리고 있으면 엉덩이 씰룩씰룩거리다가 우다다 뛰어와서 콱 뭅니다. 별 이유도 없이요.
그러니,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못 먹진 않을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못 먹은 동물은 당장 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