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class="userContent"><div class="text_exposed_root text_exposed" id="id_51a2dc92c84186366125426">새침하게 흐린 품이 각자 갈 듯 하더니 결국 버스를 타지 않고 셋이 모여 택시를 타고 가게되었다. <br>이날이야말로 구로동 안에서 난봉꾼 노릇을 하는 최과장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br><br>그녀가 게찌개 노래를 부른지 벌써 달포가 넘었다. <br>집구석에서 밥도 잘 안해먹는 형편이니 물론 찌개 따윈 끓여본 적이 없다.<br><span class="text_exposed_hide">...</span><span class="text_exposed_show"> 구태여 끓이려면 못 할 바도 아니로되 그녀는 가정식이란 놈은 끓여봤자 다 못먹고 버리게 되므로 돈낭비라는 자기의 신조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br><br>따라서 매일같이 매식을 하여 게찌개라는 걸 먹은지 10년은 넘은걸 보니 중증은 중증인 듯. <br>최과장의 게걸거림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여우굴에 모여 게찌개 잔치를 하자는 작당 때문이다. <br><br> (중략)<br><br>메신저에서 동행을 물색하는 최과장의 눈엔 고준희 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직장인인 듯한 A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br>“아씨, 버스를 함께 아니 타시랍시오?” <br>그 직장인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태깔을 빼며 입술을 꼭다문 채 최과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br>최과장은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br>“실장님, 얌전히 따라가겠습니다. 어쩌실랍니까”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A의 메신저에 수작을 부렸다. <br>“왜 이래, 남 귀치 않게.” <br>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최과장은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br><br> (중략)<br><br>여우굴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br>게찌개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김치냉장고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도라지며, 고사리며, 멸치며, 오이…<br>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최과장은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꽃게 두 대접을 쪼이기로 하고 게찌개를 한 그릇 청하였다. <br>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들이라 하였다. <br>순식간에 꽃게와 애호박 든 찌개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켜고 말았다. <br>둘째 그릇을 받아들었을제 차게 식히던 소주 곱빼기 두 잔이 더웠다. <br> A와 같이 마시자 원원히 비었던 속이라 찌르르 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br>최과장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밥상에 얹힌 오이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빼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br>여우는 의아한 듯이 최과장을 보며, <br>“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패트가 두 병일세.” <br>라고 주의시켰다. <br>“아따 이놈아, 패트 두 병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집밥을 먹고 있어, 집밥을!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br><br>(중략)<br><br>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가고 말았다. <br>최과장은 입술과 술잔에 붙은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br>“또 부어, 또 부어.”<br>라고 외쳤다. <br>(후략)<p> </p><p> </p><p> </p><p> </p><p> </p><p>지난 금욜에 진수성찬을 누린 후 다시 불가촉천민으로 복귀.</p><p>점심은 삶은 감자와 참외를 아삭아삭 먹은 후 저녁에 닭도리와 소주를 한 잔 해야지. </p><p> </p><br> </span><span class="text_exposed_show"><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5/6e2c503ab894dd07f75a422d51d942cf.jpg" class="txc-image" style="clear: none; float: none;" /></p><p> 독거여성들의 저녁술상.jpg</p></span></div></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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