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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8726
    작성자 : 소리조각
    추천 : 0
    조회수 : 467
    IP : 210.90.***.12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7/13 18:32:5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8726 모바일
    사랑이 뭐예요? #6
    옵션
    • 창작글
    <div><br></div> <div> <p style="margin:0px;">그녀는 마치 잠든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나를 안은 순간부터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그대로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면서 그녀가 불편하지 않도록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지하철 벽에 기댄채로 술에 취한 여자를 안고 있는다는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물론 그 와중에 사랑의 감정으로 힘든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H를 좋아하는건 좋아하는 거고, 힘든건 힘든거였다. 나는 낑낑대면서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안고 있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그녀의 집은 상당히 외곽지역이었고, 사람들이 점점 내려서 지하철은 조금씩 비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문득 그때까지 걱정하지 않고 있던 문제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녀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다시 갈 수 있을까? 지하철 무단 탑승했는데, 걸리는거 아닐까? </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만약 돌아가는 지하철이 없으면, 어쩌지?</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술먹고 길거리에서 잠을 참 잘자던 W의 말에 따르면 신문지가 그렇게 따뜻하다던데... 노숙이라고 해야하나?</p> <p style="margin:0px;">만약 H가 집에서 재워준다고 하면..... 갑자기 이렇게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나? </p> <p style="margin:0px;">부모님이 가족계획을 물으시면 어떻게 하지? <span style="line-height:1.5;">난 딸이 좋으니 딸 한명만 낳아서 잘 기르겠다고 할까?</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아니 그것보다 H 아버님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결혼은 안된다고 하시면 어쩌지?</span></p> <p style="margin:0px;">집에 들어가기 전에 흙을 좀 챙겨서......</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머릿속에서 온갖 말도 안되는 잡생각이 바운스바운스 하고 있을 무렵, H가 자기집이라고 했던 지하철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는 황급히 나에게 안겨있던 H를 깨웠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야 H야. 일어나봐. 다왔어!"</p> <p style="margin:0px;">"어? 어! 선배님... 어? 여기 00역이예요?"</p> <p style="margin:0px;">"그래 일어나봐 우리 내려야해."</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우리는 몇명의 사람들과 함께 열린 지하철문으로 빠져나왔고, 나는 약간 비틀거리는 H를 부축하면서 지하철역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머리속으로 아직 뭘 해야할지 정해지지도 못했지만, 나는 그때 한가지 다짐을 하고 있었다. <span style="line-height:1.5;">지하철안에서 H를 안고 있으면서 계속해서 했던 생각이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나는 오늘이 가기전에 H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할 참이었다.</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그리고 우리는 지하철역 개찰구까지 다다랐다. H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에게 말했다.</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저 선배님... 개찰구 나오지 마세요. 아직 막차 있을거예요. 저때문에 여기까지 오시고... 너무 죄송해요."</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아니야... 그냥 내가 데려다주고 싶었어."</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H는 뭔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저... 아니예요. 그럼... 빨리 들어가세요, 저도 들어갈께요."</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아 저기..."</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나는 돌아서려는 H의 손목을 잡았다. 아까전부터 다짐했던 말이었지만, 쉽사리 말할수없던 말이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H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런데 H의 표정은 마치 울 것 같았다.</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H야.. 저기 내가..."</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아니... 오빠 미안해요, 제발... 말하지 마세요... 아... 어떻게하지... 안되요. 말하지 마세요."</span></p> <p style="margin:0px;">"뭐라고?"</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울것같은 H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제발... 미안해요... 말하지 마세요."</p> <p style="margin:0px;">"아니 나는..."</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나는 울것같은 그애의 표정에 당황했다. 뭐가 잘못된 거지? 왜 이러는 거지? 내가 무슨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던 걸까? 그건 눈치를 챘다고 치지만... 왜 말하지 말라는 걸까? 도대체 왜? 우리가 느낀 감정은 서로 비슷한 것이 아니었나? 지금 나혼자 그녀를 짝사랑 하고 있었던 것야? 갑자기 내 속안에 있던 무엇인가가 북받쳐 올랐다. 나는 내 손에서 손을 빼려는 H의 손목을 다시 붙잡았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왜 그래. 난 지금 말해야겠어. 나는..."</p> <p style="margin:0px;">"아아... 나 어떻게 해... 안되요... 제발... 말하지 마세요."</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H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떨어지고야 말았다. 왜 우는거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넌 날 가지고 장난친 거였어? 나는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냥 나혼자만의 생각이었다고? 왜? 지하철에서 내 가슴에 안길때 너는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나는 눈으로 백가지 의문을 쏟아내었지만, 입밖으로는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H는 눈물을 흘리면서 내손에 잡힌 그녀의 손을 빼내었고, 도망치듯이 개찰구를 빠져나갔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허탈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계단을 내려오자, 막차가 내 눈앞을 휘잉 하고 스쳐지나갔다. 망했다라는 생각보다 허탈함과 분노가 더 치밀어 올랐다. 나는 천천히 계단을 다시 올라가 개찰구를 뛰어넘었다. H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그날 나는 3시간을 걸어서 학교앞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밤거리는 쌀쌀했고, 어두웠으며, 자정이 지난 시간의 서울거리는 한산하고 쓸쓸했다. 자취방 가까이 오자, 불이 꺼진 옥탑방이 보였다. <span style="line-height:1.5;">내가 없어서인지, 친구들은 자취방에 입성하지 못했고, 불이 꺼진 창은 내 마음처럼 쓸쓸해 보였다. </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나는 터덜터덜 철제 계단을 올랐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조용하게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뭐야..."</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br></span></p> <p style="margin:0px;"><span style="line-height:1.5;">나는 슬쪽 소리가나는 곳을 돌아보았다. 옥탑방의 한쪽 벽에 기대어서 취한채 잠이 든 S가 있었다. S의 발 앞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보였다. </span></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아 이 미친놈......"</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입으로는 욕을 했지만, 허탈하고 쓸쓸한 마음에 오히려 술취한채 널부러진 친구가 더 반가웠다. 나는 옥탑방의 문을 열고, 친구를 들쳐업고, 이불을 펴고, 친구를 누이고, S가 가져온 비닐봉투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소주두병과 오징어와 참치캔이 들어있었다. 취해 드러누워있는 친구가 가져온 그 비닐봉지가 무슨 뜻인지 금방 알 것 같았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아.. 또라이 같은 놈... 술산다는게 이거였냐? 고기를 사와야지 이 개놈아."</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나직하게 S에게 욕을 지껄인 나는 어두운 방의 천장을 향해 긴 한숨을 내쉬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그날 이후 S가 K를 대하는 태도와 내가 H를 대하는 태도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S는 마치 포기를 모르는 또라이처럼 K를 쫒아다니기 시작했고, K는 그런 S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차마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였다. 나와 내 동기들은 몇번이고 K를 대신해 S를 경찰서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K의 간곡한 만류로 인해 그 뜻을 이루진 못하였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그리고 나와 H는 서로를 피하기 시작했다. 먼저 피하기 시작한 것은 나였다. H는 그 다음날 학교에서 나를 보고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도저히 그녀를 보고 웃을수가 없었다. 졸렬하고 치사한 복수였다. 동기들과 후배들이 함께 모이는 술자리에서도 나는 H의 근처에 가지 않았고, 항상 자리에서 일찍 일어났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H가 보기 싫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사실 그녀는 그날 이후에도 여전히 빛나보였고, 아름다웠다. 나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쓸렸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럼에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한살 어린 나이에 내가 조숙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는 도저히 그 감정에 충실해질 수 없었다.</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 <p style="margin:0px;"><br></p></div> <div><br></div>
    소리조각의 꼬릿말입니다
    좀 짧네요... 아 이 얘기 쓸려니 또 슬퍼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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