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바야흐로 고2 시절, 나는 남들보다 3년 늦게 중2병이 도졌다. </div> <div> </div> <div>나는 그때 첫사랑의 8번의 실패로 (이 이야기는 진지하므로 생략함) 몸과 마음에 굳은살이 생겼다.</div> <div> </div> <div>그리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였고 나의 부랄친구인 이 녀석은 같이 자전거로 마을을 한바퀴 돌자고 했다.</div> <div> </div> <div>나는 첫사랑의 아픔을 달래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망상으로 사로잡혀 마구잡이로 구겨놓은 화장지같은 얼굴을 보완하기 위해</div> <div> </div> <div>더욱 다부진 몸을 만들기 시작했던 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div> <div> </div> <div>"그래 가보자!" 라고 시작한 우리의 기행은 비가 내린 다음날 아주 화창하고 예쁜 구름들만 모여있는 하늘아래 시작되었다.</div> <div> </div> <div>더운 날씨에 가뜩이나 구긴 화장지같은 얼굴이 거무스름해지지 않을까 싶어 모자도 꾹 눌러썻다.</div> <div> </div> <div>방학이라 차가 없는 평일을 이용한 우리의 여정은 시작부터 오르막 이었다.</div> <div> </div> <div>급격한 경사는 없었지만 길고 긴 오르막 길이었다.</div> <div> </div> <div>나는 그때 '언젠가 이 길 끝이 보인다면, 그곳은 절벽이거나 천국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신기하게도 맞은 편에서 빠르게</div> <div> </div> <div>날아온 잠자리가 내 굳건히 핸들을 잡고있는 오른손에 부딪히며, 본인의 목을 부러뜨리고 장렬히 전사했다.</div> <div> </div> <div>이때 나는 불길함을 느낄 세도 없이 놀라 오른쪽 손을 번쩍 들어 탈탈 털어냈다.</div> <div> </div> <div>왼손으로 빠르게 브레이크를 잡았고, 내 입에선 "크아아아아앜 !!!!!!|" 하는 마치 갓태어난 드워프가 지르던 비명이 나왔다.</div> <div> </div> <div>그 우르크 하이 뒤로 오던 친구 우르크 하이 역시 동조하는듯이 "뭔데뭔데뭔데?!!?!??!!?" 하고 소리질렀다.</div> <div> </div> <div>오르막길 한복판에서 시덥잖은 잠자리의 공격으로 반지의 제왕을 찍던 우리는 다시 아무일 없다는 듯이 끝도 안보이는 오르막을 달렸다.</div> <div> </div> <div>버스 정류장을 5곳 이상 넘기고 나서야 점점 가파르게 꺾이던 오르막의 끝이 보였다.</div> <div> </div> <div>이후 보인것은 마치 청룡열차의 끌어 올리는 부분이 끝난 시점과 같이 무섭도록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div> <div> </div> <div>왜 오르막길은 그렇게 완만하게 해놓고 내리막은 지옥 끝으로 내려가고 있는건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사나이가 시작한 여정은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은 개뿔 땅이 젖어있어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속도가 붙으면 붙을수록 내 귀에는 바람의 정령들이 라면을 쳐드시는지 후루룩하는 소리가 크게 커져만 갔고</div> <div> </div> <div>그 정령중 하나가 사레들렸는지 내 모자를 날렸다.</div> <div> </div> <div>그렇게 빠른 상황에서 모자가 날아가버리면 누구라도 뒤를 보고 습관처럼 자주 사용하는 손으로 모자를 잡게된다.</div> <div> </div> <div>하지만 이곳은 내리막길이고, 나는 오른손을 써야하니까 왼손을 들어 올려야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div> <div> </div> <div>그 전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왼손은 앞브레이크를 잡는다.</div> <div> </div> <div>다시말해, 나는 순간적으로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모자를 잡기위해 위로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내 머리속에 든 생각은</div> <div> </div> <div>'관성 개X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비온 다음날의 아스팔트 바닥은 반짝거렸다. 문제는 누가봐도 마찰력이 심해보였다.</div> <div> </div> <div>모자는 잡지 못한 내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내 몸은 약하지만 공중부양을 하고있었다.</div> <div> </div> <div>내가 더 크고 잘생겼으면 슈퍼맨 같았을거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돌부리에 걸려 날아가는 징징이 같았다.</div> <div> </div> <div>그리고 내 눈앞에는 신기한 관경이 펼쳐졌다.</div> <div> </div> <div>세상이 느리게 보이면서 내뒤로 뒤집히고 있는 자전거와 야속한 모자 그리고 내 앞 코앞에있는 아스팔트 사이의 모래까지도 보였다.</div> <div> </div> <div>나는 코앞에있는 아스팔트를 보며,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을 했다.</div> <div> </div> <div>'내얼굴!!! 여기서 더 이상해지면 난 끝이다!!!!!'</div> <div> </div> <div>순식간에 내 두 팔은 땅을 짚었고, 순차적으로 어깨 등 허리 엉덩이 다리 순으로 굴렀다.</div> <div> </div> <div>내 생의 첫 낙법이자, 마지막 낙법이었다.</div> <div> </div> <div>어찌 굴렀는지 직선으로 날아 오던 자전거도 피했고 나는 도로에 大 형태로 뻗어있었다.</div> <div> </div> <div>나는 내 모자에 너무 화가났다. 그래서 몸이 너무 아팠지만 모자를 주워서 땅에한번 다시 던졌다.</div> <div> </div> <div>"개같은 모자새X!!" 라고 외쳤다.</div> <div> </div> <div>그리고 다시 犬 (옆에 모자) 형태로 누워있었다. 그러자 위에서 오래된 모터소리와 함께 트럭 하나가 내려오더니</div> <div> </div> <div>"이봐!!!학생!!!!!!!!! 사고라도 난거여 ?!!!! 뺑소니여 ?!!" 하면서 분노를 하시며 나를 걱정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혼자 넘어진것이 너무 쪽팔려서</div> <div> </div> <div>"쉬고있습니다." 하면서 인도가 없는 차도라 내 자전거와 함께 배수로로 들어가서 다시 누웠다. 초라했다.</div> <div> </div> <div>가파른 배수로라 축축하긴 했어도 오물이 없었다. 그것보다 나를 오물처럼 보더니 트럭은 다시 갈길을 갔다. 그게 더 찝찝했다.</div> <div> </div> <div>분명 누가 봐도 쉬는게 아니었다. 내 오른쪽 어깨엔 옷이 찢어지고 그 사이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연히 아직도 그 상처는 있다.</div> <div> </div> <div>이후 15분이 지나자 지옥같은 내리막길을 먼저 내려간 친구는 지옥을 다녀온 표정으로 오르막을 다시 올라와서 내 걱정을 했다.</div> <div> </div> <div>"쉬고있나?"</div> <div> </div> <div>다시 생각해보니 걱정은 아닌것 같았다. 다시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보려고 했는데 자전거가 말썽이라 걸어서 내려갔다.</div> <div> </div> <div>친구돈으로 약과 파스를 사서 붙힌후 우리는 다시 그 지옥같은 오르막길을 걸어서 올라갔다.</div> <div> </div> <div>손목이 이상해서 팔의 하박으로 운전을 하면 될것 같았는데, 자전거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div> <div> </div> <div>오르막길 끝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거기서 쉬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div> <div> </div> <div>아까 넘어지면서 핸들이 반바퀴를 돌아있던것. 즉, 내 자전거가 고장이 아니었다. 그냥 핸들만 다시 돌리면 되었다.</div> <div> </div> <div>오는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별다른 핸들의 조종이 필요없이 내려왔다. 가는데 1시간 조금 넘게 걸리고, 치료하고 쉬는데 40분 그리고</div> <div> </div> <div>돌아오는길은 30분도 안걸렸다. 이렇게 우리 동네 일주를 포기했다.</div> <div> </div> <div>집으로 도착해서 약식 얼음찜질과 FM 어머니의 등짝스매쉬를 함께 당했고, 내 손목은 건강해! 라고 생각하다가</div> <div> </div> <div>영 안되서 1주일 후에 병원을 찾아가봤는데, 오른쪽 손목은 골절이고 왼쪽 손목은 금이 간 상태였다.</div> <div> </div> <div>양쪽 깁스를 하고 하루를 생활했는데,'골리앗2' '터미네이터2' '식판들것' 등의 별명으로 불렸고, 왼손이 오른손 깁스를 긁지 못하고</div> <div> </div> <div>오른손이 왼손 깁스를 긁지 못해서 나는 깁스를 칼로 잘랐다.(그래서 인지 뼈가 잘못 성장해서 물건을 들때 힘을 주지 못하고 비오면 쓰라릴 때가 있다.)</div> <div> </div> <div>나는 1주일만에 회복했고,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와 농구를 즐겼다.</div> <div> </div> <div>친구들은 나를 보며 칼슘괴물이라며, 뇌 주름에도 뼈가 있을거라고 했다.</div> <div> </div> <div>아마 그 뼈때문에 공부를 못했던것같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