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생활 3개월차 아재입니다.  <div><br></div> <div>전에 다니던 회사가 경영이 너무 악화돼서 감봉으로 6개월 버텨봤지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 최소 유지인력만 남기고 다 권고사직을 했습니다. 뭐 사장님 포함 3명 남겼으니까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나마도 기존에 하던 사업 유지보수할 인력만 남긴거죠. </span></div> <div><br></div> <div>그래서 여기 저기 알아보는 둥 노는 둥 하고 있었는데...</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제 제가 지원을 하지도 않은 회사 어디서 전화가 온겁니다. 임원분이 꼭 면접을 보고 싶어하니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span></div> <div>제가 어떤 포지션이냐고 물어봤지만 그 쪽에서는 임원분하고 면접보시면 알 수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div> <div><br></div> <div>그래서 급하게 면접을 잡고 어제 오전에 면접을 갔습니다. 뭐 그간 입질 온데도 거의 없어서 나름 약간의 기대도 하고 갔지요. </div> <div>가서 자리잡고 앉았는데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날씨 얘기랑 몇 시에 일어나는지 뭐 그런 가벼운 주제로 얘기를 시작하려는 찰나...</div> <div>그 분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어보이는 분이 오시더니 제 이력서를 쓱 훑더니 묻습니다...</div> <div><br></div> <div>"왜 퇴직했어요?"</div> <div>"회사 경영사정이 악화돼서 권고사직했습니다."</div> <div>"일을 잘 못했네. 무능했어. 회사도 어렵고 하니 미안하지만 먼저 나가달라...이거네요?"</div> <div>"사장님께서 미안하다고, 너도 생활이 있으니 월급을 못 받고 몇 달 더 버틸래 아니면 그냥 다 같이 정리할래? 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정리했습니다."</div> <div>"애사심도 없네요."</div> <div><br></div> <div>살살 열이 좀 받았지만...사실 뭐 제 책임도 없는 바 아니어서 약간 찔리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면접자리에서 스스로 무능합니다..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해서 경영악화가 문제고 본사는 수도권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회사고 사업 정리하면서 수도권에 있던 사업 부문을 아예 정리한거다..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는데...</div> <div><br></div> <div>거기서 툭 말을 자릅니다. </div> <div><br></div> <div>"이력서만 보면 당신을 우리가 뽑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자기 자랑이나 해봐요."</div> <div><br></div> <div>'응? 내가 지원한 것도 아니고 당신들이 불렀고, 정확하게 뭐 어떤 포지션인지 알려주지고 않았는데...이력서 다 검토하고 적당한 경력이라고 생각해서 부른 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약간 패닉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div> <div><br></div> <div>저도 직장생활이 12년이 넘었고...면접관으로 들어간 것도 수차례지만...다 대 다 또는 다 대 일 면접도 아니고 2:1 면접에서 자기 신분, 이름도 안 밝히고 이렇게 대뜸 압박면접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많이 당황스럽기도 한 데다가....그 회사에서 정확하게 어떤 포지션을 원하는지도 알 수가 없으니 답변을 하기가 좀 애매하더라구요. </div> <div><br></div> <div>그리 크지 않은 회사들에서 10년차가 넘으면서 실무보다는 관리 업무쪽 비중이 커진 상황이라...이쪽에서 실무를 원하는지..관리를 원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어떤 쪽에 포커싱해야할까 잠시 고민하다가...회사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듯 해서 결국 관리쪽에 비중을 두고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1분도 얘기를 안했는데...또 말을 툭 자릅니다...</div> <div><br></div> <div>"아니 아직 그럴 짬밥은 아닌 것 같은데 실무 안하고 손가락만 까딱까딱 한 거예요?" 를 시작으로 니가 한 일, 할 수 있는 일을 얘기해보라고 해서 얘기를 시작하면 툭 자르고 너무 장황하니 잘 설명해봐라...라는 상황을 한 2~3번 더 겪고 난 후에...</div> <div><br></div> <div>결국 거기서 더 참지 못하고 터졌죠...</div> <div><br></div> <div>"조금 다른 얘기긴 한데요, 제가 지원한 것도 아니고 제 이력서 충분히 검토하신 후에 급하게 면접 요청하신 건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랬더니 그럽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A 고 나오셨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가 cigarett씨 선배입니다. X 회예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니 그리고 그렇게 얘기할 거면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고 공개하면 안되는거지.</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계산해보니 저보다 한 14년쯤 선배더라구요. 그러면서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오기 전에 조금 더 얘기하다보니 거기 사장도 선배라고 하더군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 특정 고교 출신 이력서 보고, 학력이랑 경력 대충 본 다음에 불러서 면접보고 괜찮으면 뽑는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고는 이미 흥분하고 당황해버려서 이 면접을 잘 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 씨바 집에 멀쩡히 잘 널부러져 있다가 이게 무슨 수모인가...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하더라구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조금 더 오가던 와중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만약에 회사에서 영업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어요?" 라는 질문을 하더라구요 </span></div> <div><br></div> <div>뭐 전에 있던 회사도 크지 않은 회사여서 기획하는 사람이 관리를 하기도 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영업을 지원하기도 해서 못 할 건 없었죠. 단지 영업직군 경험이 없어서 누가 앞에서 좀 이끌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업은...."이라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또 말을 자르고 묻습니다..</div> <div><br></div> <div>"Yes or no로 대답하세요"</div> <div>"그렇게 물으시면 no로 대답하겠습니다." </div> <div><br></div> <div>뭐 그 다음에는 무슨 얘기를 했는지 생각도 안납니다. </div> <div><br></div> <div>이미 면접이고 채용은 뭐 물 건너 간 상황이 되었고...상대방은 저를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은 것 같더라구요. </div> <div>그러더니 그 때부터 충고질입니다. 선배고 어쩌고....JOB을 구하는 사람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적극적으로 어쩌고 저쩌고....</div> <div>영업 얘기도 그렇게 딱 no라고 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외판을 시켜도 한다고 해야지 그래서 되겠냐는 식으로....</div> <div><br></div> <div>뭐 다시 안 볼 사람이고 저보다 나이도 많아서 그냥 얌전히 나오긴 했지만...</div> <div>나와서 집에 오는 길에...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의 얘기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div> <div><br></div> <div>아 그래 씨바 내가 무능해서 이런 꼴을 당하는거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 탓할 게 뭐 있나...싶은 생각이 들다가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등학교면 내가 지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뺑뺑이로 가까운데 간 건데...그거 14년 선배 어쩌고면 남 아닌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예 남한테 나이 마흔에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나...싶은 생각도 들더군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뭐 제가 무능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div> <div><br></div> <div>그게 누군가의 무례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div> <div><br></div> <div>압박 면접도 최소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선에서 진행해야죠. 참...저는 그동안 좋은 면접관이었더라구요. </div> <div><br></div> <div>어제 하루 온 종일 이 일 때문에 화도 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했었는데...</div> <div><br></div> <div>그래도 오유에 와서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열 받으면 저만 손해죠. 쉽게 아물어지지는 않겠지만 빨리 치유하고 부지런히 구직활동 해야겠습니다. </div> <div><br></div> <div>終</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