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div> <div><br></div> <div>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div> <div>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div> <div>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div> <div>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div> <div>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로 시작하는 시입니다. </div> <div><br></div> <div>저는 올해로 결혼 9년차고...이제 40대 초반이네요. </div> <div>그리고 딩크족입니다. </div> <div><br></div> <div>요즘 딩크 관련된 글들을 좀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서로 오해하거나 마음 상할 일이 아닌데 서로 마음 상하시는 것도 봤구요. </div> <div><br></div> <div>저희가 딩크를 선택한 건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div> <div>결혼 초기에는 그냥 결혼했으니 애 없이 좀 지내보자...는 생각으로 몇 년 지나다보니 그 생활이 참 즐겁더군요. </div> <div>지금 상황이 아주 만족스러우니 그냥 좀 더 지내자 지내자..하다가 </div> <div>애 없이 살아볼까..하는 데까지 이른 케이스입니다. </div> <div><br></div> <div>사실 좀 더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이 컸습니다. </div> <div>저희 부부가 딩크이기는 하지만 혼자 벌어야 했던 시간(제가 됐건 제 아내가 됐건요)이 결혼 생활의 절반이 넘었고, </div> <div>그런 경제 생활에 대한 안정감이 없으니 자신이 많이 없어지더라구요. </div> <div><br></div> <div>지금 우리나라는 저희가 성장할 때하고는 다르게 절대적 빈곤 상태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div> <div>아직도 결식하는 아이들도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도 많지만 저희 성장하던 80~90년대보다는 훨씬 나아졌죠. </div> <div>그런데 이제는...더 무서운게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div> <div>그래서 제가 낳은 아이를 저 스스로 만족스럽게 키울 수 있을까?(아이의 만족도하고는 무관하게 제 만족스러움을 기준으로 삼은 이기적인 물음입니다)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div> <div><br></div> <div>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부부만 재미나게 살고 육아에 들이는 돈 아껴서 노후 준비나 더 열심히 하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div> <div><br></div> <div>보통 아이들은 평생할 효도를 5~6세 이전에 거의 다 한다고 합니다. </div> <div>그만큼 힘들더라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주고 받는 사랑과 만족감이 참 크다고 하더라구요. </div> <div>제 주변 분들을 봐도 입으로는 툴툴 대면서도 그걸 다 감당하고 즐거워하는 거 보면 사랑하고 즐겁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div> <div>하다못해 반려동물만 키워도 반려동물에게 내가 주는 사랑이...반려동물이 돌려주는 사랑이 참 사람의 삶을 뿌듯하게 해주니까요. </div> <div><br></div> <div>이게 제가 가지 않은 길입니다. </div> <div>정확히 말씀드리면 저는 저 길을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려 합니다.</div> <div>저희 부부가 사회적으로는 꽤 이기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사회에 빚이 많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div> <div><br></div> <div>거꾸로 돌려 말하자면...</div> <div>아이를 키우고 계신 가정의 분들도 저희 같은 딩크의 삶은...</div> <div>아직 와보지 못하신 길이지요...하지만 아이가 없었던 시절의 삶을 지내왔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하시구요. </div> <div>신혼 초에 아이가 없던 시절은 딩크로 살겠다고 맘 먹고 지나온 길하고는 다른 길이라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덜하시는 것 같아요. </div> <div>그래서 본인의 삶에서 가장 크고 행복한 경험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니...</div> <div>그걸 못하는 게 안타깝고 아쉬워서 자꾸 추천하시는 것 같습니다. </div> <div><br></div> <div>사람은...</div> <div>어떤 선택이 됐건 본인의 선택을 자꾸 합리화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div> <div>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선택을 부정하거나 비하하는 경우도 생기구요. </div> <div>하지만...아이를 키우는 삶과 아이가 없는 삶은...선택의 문제이지만 어떤 쪽이 더 좋고 어떤 쪽이 덜 좋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div> <div>제일 중요한 건...그래서 내가..그리고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를 생각해보는 일인 것 같아요. </div> <div><br></div> <div>하지만...그 선택에 사람이 연관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라는 변수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서 어려운 것 같아요</div> <div>성인들이 합의에 의해 판단한 상태와 어린 아이가 판단하는 상태는 다르니까요. </div> <div><br></div> <div>다시 시로 돌아가보면...</div> <div><br></div> <div>양쪽이 모두 가지 않은 길입니다. 어떤 길이 어떻게 펼쳐져있는지,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렴풋하게만 알 뿐 정확히는 모르죠. </div> <div>아이가 있어서 행복한 삶이시면 그것도 좋은 길이고...</div> <div>아이가 없어서 행복한 삶이시면 그것도 좋은 길이지요. </div> <div><br></div> <div>딩크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건 남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는대로 봐주는 것. </div> <div>자기 선택을 합리화하려고 남의 선택을 깎아내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div> <div><br></div> <div>길게 쓰다보니 주제가 없어졌는데요...</div> <div>저희 어머니를 예로 들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div> <div>저희 어머니도 결혼 초반에는 왜 아이를 안가지는지에 대해서 늘 저희 부부한테 묻고, 설득하고 하셨는데...</div> <div>저희 뜻이 이렇다고 설득해드리고 난 다음에는 인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아니실 지 몰라도...</div> <div>주변 분들이 더 뭐라뭐라 하시죠. </div> <div>어쩌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건...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div> <div><br></div> <div>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비난을 들어야 하는 건...</div> <div>애 낳으라 낳으라고 말은 하면서 그럴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경제구조도, 제도도 갖추지 않고 개인의 희생과 애국만 강요하는</div> <div>정부와 정치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div> <div><br></div> <div>燮</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