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서울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을 관두고,</div> <div>지방 소도시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한 지 몇 년이 지났다. </div> <div>그 간 얼굴을 익힌 손님들도 제법 늘었다.</div> <div>이런저런 오가는 손님들 중에 간혹 나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인삿말을 건네는 이들이 있다.</div> <div> </div> <div><br>"아이고,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div> <div>"미인이시다아~ "</div> <div>"인상이 좋으시네요~~"</div> <div> </div> <div><br>주로 내 또래의 아줌마들이거나 어머니 연배의 분들이 내 눈을 말똥말똥 바라보며 말한다.</div> <div>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헛기침을 연발하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시늉을 한다.</div> <div><br>"아유~ 무슨 말씀이세요. 얼굴에 기름이 많이 낀 거예요. 호호호" 내지는,</div> <div>".. 하하하ㅏ하하 감사합니다...에고고, 주름만 자글자글한데요. 뭐.. 앙허ㅏㅏ히하... 어디 쥐구멍이..하핫."</div> <div> </div> <div><br>하고 뻔한 겸손의 대답을 해 보지만 그래도 듣기에 기분 좋은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런데 좀 이상하다.</div> <div>물건을 파는 사람은 나이고, 칭찬을 하는 사람은 손님이다.</div> <div>빈 말이라도 반대로 해야 손님이 기분이 좋고 그 덕에 우리 가게 매출이 오를진대 말이다. </div> <div> </div> <div> </div> <div>사실 나는 예쁘지가 않다. </div> <div>아무리 내 마음대로 해석하려 해도 결코 예쁜 얼굴이 아니다.</div> <div>키도 작은 편이다. </div> <div>그렇다고 옷 센스가 뛰어나지도 않다. </div> <div>잘 웃는 편이라 인상이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서 그 부분은 조금은 받아들여도 되려나 하는 마음이다.</div> <div> </div> <div> </div> <div>손님들은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div> <div>그냥 습관적인 인삿말?</div> <div>마주보고 서 있으니 무안해서 하는 의미 없는 말?</div> <div>소비자이면서도 영업 기술이 뛰어난 여우같은 손님?</div> <div>어머, 그럼 진짜 내가 예뻐서인거야??? 읭? (>.<);</div> <div> </div> <div> </div> <div>관계.</div> <div>너와 나의 관계.</div> <div>손님과 판매자의 관계.</div> <div>한 동네 이웃과의 관계.</div> <div>우리들의 관계가 그저 원만하고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인사인 듯하다.</div> <div> </div> <div><br>스쳐가는 관계 유지의 그 가벼운 말 한마디에 내가 즐겁다. </div> <div>나도 한층 더 오바해서 상대를 칭찬하고 길조심 차조심하라는 뻔한 인사를 건넴으로 짧은 거래는 해피엔딩이다.</div> <div>몇 천원짜리 물건 제 값주고 사면서 판매자를 칭찬하고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는 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div> <div> </div> <div><br>"고객님, 정말 미인이시네요."</div> <div> </div> <div> </div> <div><br> </div>
출처 |
울산 어느 작은 동네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오징어가.. (-_-); |
한 사발 정도는 
비워두고 살 일이다.
별이 돋을 자리를 비워두고
바람 보내는 땅의 기쁨은 
강하나 비워두었음에 있거늘
이것저것 골치 아프더라도 
한 사발 정도는 비워서
비워둔 뜻이 넘치는 
기쁨을 볼 일이다. 
- <물방울15> 강동주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