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선수 후기를 남기는 분들이 있는데 종종 감정적으로 싸움이 나서 몇글자 적어봅니다.
게임의 특성상 선수끼리 몸싸움 경합을 벌일때가 많은데 그떄마다 몸싸움 약한 선수가 너무 허무하게 나가 떨어지는걸 보자니
수비보다 두발 앞서가고 있음에서 수비가 팔을 뻗어 몸싸움으로 밀어내니까 찬스도 살리지 못하고 몸싸움 강한 선수로 대체하고 그랬었는데
그래서 선수 후기에 몸싸움이 약해서 잘 못쓰겠다고 하면 그건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인가요?
제가 가장 인상을 찌뿌린 댓글이 '제대로 활용을 못하니까 그렇죠' 라는 겁니다.
이 무슨 애매모호한 표현입니까 '제대로'활용을 못하다뇨
빠른 선수와 느린 선수, 몸싸움이 강한 선수와 약한 선수, 선수마다 분류되는 특징이 있고 여러 특징이 조합되어서 한 선수의 스탯이 결정되는데
각 선수마다 장단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개인의 플레이 성향이죠
그런데 선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걸 실력 부족이라고 여긴다면 '선수 선택'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구단가치 100만의 유저와 구단가치 1억의 유저가 경기를 해서 1억구단 유저가 승리한다면 누가 실력이 더 뛰어날까요?
100만구단의 유저가 승리하면 1억구단 유저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순위경기로 내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동등한 조건이 아닌 상태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실력을 장담할 근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마치 순위경기 점수가 높아야만 선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네요
제가 느낀 아이러니함은 전문가가 쓰는 10색 물감과 입문자가 쓰는 30색 물감중 어떤게 쓰기 좋은가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에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전문가가 쓰는 물감이 좋은것 아니겠느냐 하는 대답입니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색이 많은것이 고르기도 편하고 원하는 색상을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것이고 전문가는 몇가지 색으로도 조합하여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10색 물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일반적인 사람들이 쓰기 어려운건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걸 잘 쓰는 사람도 있지요. 그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쓰기 편하고 좋다고 말하는 선수보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선수를 사용할때 더 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수가 추천하는 선수가 나한테 좋을 수도 있지만 어려워서 나쁠 수도 있습니다.
쓸데 없는 말이 길어졌네요.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선수 후기는 그게 주변 친구들도 똑같이 느끼거나 말거나 주관적인 겁니다. 그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좋게 느낄 수도 나쁘게 느낄 수도 있는건데 그걸 가지고 태글걸면 누구라도 발끈할 수 있어요. 그런데 후기를 쓰는 이유는 내가 느낀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당신이 나랑 성향이 비슷하다면 너에게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으니 너무 맹신하지도 또는 너무 격하시키지도 말아라 하는 건데 거기에 반대되는 댓글이 저는 이렇게 썼는데 어땠어요 하는 내용이 아니라 쓸줄 모르네 식의 비아냥 섞인 내용이면서 그거에 발끈하는 작성자에게는 자신의 정당한 '비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훨씬 생각이 짧았다고 말하고 싶네요.
댓글에서 어조를 충분히 느낄 수 없으니 글로만 쓰여 있는걸 읽고 해석하는건 상대방에게 어느정도 이해함의 권리를 넘겨주는 겁니다. 나에게는 정당하고 냉정한 비판이었을 지언정 그게 충분한 이해를 돕지 못할 함축적인 내용으로 쓰여져 있다면 상대방이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거에요
애초에 긍정적인 말투와 끝맺음, 간단한 이모티콘으로 이해를 돕고자 노력하지 않는 책임도 어느정도 있으니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때도 상대방이 내 애인이다 생각하시고(어짜피 애인 없잖아요) 좋게 좋게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