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발췌하신 기사의 원문도 찾아보고 했습니다만,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포항과 황희찬의 상황보다 더 넓은 영역, 구단 유스 시스템과 그 소속 선수의 관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군요. 거기서부터 제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 더크면이해됨님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차이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1.프로축구 구단과 그 구단의 유스 시스템에 속한 선수의 관계는 [구단]과 [부모의 동의를 얻은 선수] 사이의 계약이다.</div> <div>2.국내 프로축구 시장에서 사용되던 드래프트 제도와 연계된 유스 선수 계약의 내용 상당 부분은 한국 안에서만 유효한 로컬룰로 취급된다.</div> <div>3.국내 프로축구 구단이 프로 계약을 선수와 맺기 위해서는 선수가 만 19세가 넘어야만 한다. (해외에는 연령이 더 낮은 경우가 있음)</div> <div>4.유스 선수가 타국의 프로 구단과 계약을 시도할 경우 기존 계약의 내용 중 일부는 FIFA가 관할하는 이적규정에 의해 무효화될 수 있다.</div> <div>이 정도가 유스 시스템을 운영하는 구단과 거기에 속한 선수 사이의 계약 관계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div> <div>제가 임의로 번호를 붙이긴 했지만, 저 내용들은 확고한 근거가 있는 팩트들이죠. 그러면 저 내용들에 황희찬 케이스의 정황을 대입해보죠.</div> <div><br></div> <div>a.포항과 황희찬은 황희찬의 부모도 동의한 계약을 맺고 있었다.</div> <div>b.포항과 황희찬 사이의 계약의 상당부분은 드래프트제도와 연계된 국내 한정의 로컬룰이다. (위약금 건도 마찬가지)</div> <div>c.황희찬이 해외이적에 대한 의사표시를 지속하고 결국 이적한 시기는 그가 만 19세가 되기 이전이었다. (황희찬은 한국 밖에선 FA선수였다는 말)</div> <div>d.포항과 황희찬이 맺었던 기존 계약 내용의 많은 부분은 황희찬이 해외 구단과 프로계약을 직접 맺었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다.</div> <div>이러한 과정이 포항과 황희찬 그리고 잘츠부르크가 연결된 이 케이스의 핵심 사실들입니다.</div> <div>특히 중요한건 c항목이죠. 황희찬은 포항 유스 선수이지만, 한국 밖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로이 어느 구단과도 계약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거요.</div> <div>만 19세가 되기 전의 황희찬은 한국 밖에선 성인 선수가 FA, 즉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상태였던 겁니다.</div> <div>포항이 황희찬이 만 19세가 되기 전에 이적한다면 그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을조차 못되는 수준의 무력한 존재였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겁니다.</div> <div>프로축구 리그가 존재하는 국가들, 특히 유럽쪽의 많은 나라들은 프로계약을 할 수 있는 연령이 보통 만 16세에서 18세 사이입니다.</div> <div>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원축구계의 압력 때문으로 추정된다는데) 이 연령이 만 19세로 조금 늦죠. 과거엔 더 낮았는데 어느새 만 19세로 상승;;</div> <div>따라서 국내 구단들이 육성중인 유스 선수들이 해외구단의 타겟이 될 경우 전혀 손쓰지 못하고 선수를 보내야하는 기간이 최소 1년 이상 존재합니다.</div> <div>이전 반박글에도 적었지만, 황희찬 케이스의 본질은 황희찬이 저 기간을 철저하게 이용했다는 점에 있습니다.</div> <div>님이 인용한 기사에도 나타나는 포항과 잘츠부르크 사이의 협상과정은 전부 황희찬이 '일단 포항과 프로계약을 맺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div> <div>하지만 포항과 잘츠부르크 사이의 협상이 시작되고 진행되던 기간 동안 황희찬의 선수로서의 상태는 드래프트를 신청한 아마추어일 뿐이었죠.</div> <div>드래프트를 신청하였고 포항에서 우선지명을 했기 때문에 포항에 입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요.</div> <div>황희찬 측에서 포항을 배려하려고 했었다는 주장 자체는 그래서 어떤 시각에서 봐도 유의미하긴 합니다.</div> <div>2015년이 되기 이전까지는 아무 제약없이 한국 밖의 구단과는 계약이 가능한 것이 황희찬의 상황이었고,</div> <div>따라서 제도적으로, 규정상으로는 포항과 잘츠부르크 사이의 협상은 아예 존재할 필요도 없거든요.</div> <div>황희찬은 잘츠부르크와 자유계약으로 프로 입단을 하고, 잘츠부르크는 FIFA에서 정한 훈련보상금을 건네면 끝인 상황이었습니다.</div> <div>하지만 실제로는 잘츠부르크와 포항 사이에선 (잘츠부르크 입장에선 있을 필요가 없는) 협상이 이뤄졌죠.</div> <div>이건 황희찬이 '포항과 계약 후 잘츠부르크로 이적'하는 모양새를 원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div> <div>하지만, 결국 일의 종결은 바로 위에 적은대로 되어버렸죠. 황희찬은 잘츠부르크에 자유계약 입단, 잘츠부르크는 소정의 보상금 지급.</div> <div>(포항 구단에서는 액수는 밝히지 않고 '소정의 보상금'이라고만 말했으니 최종제시된 이적료라는 11억에 꽤 못 미치는 액수로 추정됩니다.)</div> <div>황희찬이 처음에 가졌던 의사가 어땠던 간에, 결국 남겨진 사실은 황희찬은 포항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해외로 떠날 수 있었고 그렇게 했다는 점입니다.</div> <div><br></div> <div>몇 번 강조하는 거지만 포항은 2015년이 되어 황희찬이 만 19세가기 전에는 그가 떠나고자 할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div> <div>그래서 님이 인용한 기사에서 언급되는 포항이 선수측과의 협의를 깨트렸고 포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div> <div>포항과 잘츠부르크 사이의 협상은 '황희찬이 포항과 입단계약을 한 뒤에 이적하는 방식으로만 잘츠부르크에 입단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div> <div>왜냐하면 저 협상이 진행되던 14년 말 까지는 황희찬은 아마추어 신분이자 프로구단의 시각에선 FA선수였으니까요.</div> <div>쉽게 말하면 포항과는 구두 약속만 해둔 상태였다는 겁니다. 그 약속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황희찬은 드래프트를 신청했던 거겠죠.</div> <div>하지만 황희찬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포항에 입단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잘츠부르크에 바로 입단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div> <div>그 선택을 하는 데에는 법적으로도 축구계 제도상으로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고, 실제로 14년 12월에 황희찬은 이 방법을 선택했어요.</div> <div>잘츠부르크에게 포항이 얼마를 요구했건 그건 전부 '포항의 프로 선수가 된 황희찬'을 가정해서 했던 협상이었습니다.</div> <div>실제로 '임대 후 이적' 같은 표현은 포항 측에서도 황희찬 측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오는데, 이건 이미 소속구단이 있는 프로선수여야 가능한 겁니다.</div> <div>포항은 보유하지도 않은 선수를 놓고 협상을 한거고, 따라서 협상이 잘 되더라도 선수가 마음을 바꾸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였던 거죠.</div> <div>그리고 협상이 끝나지 않은 채로 2015년이 가까워지자 황희찬은 잘츠부르크로 가서 직접 입단계약을 함으로써 모든 것을 무효화시켰습니다.</div> <div>협상과정이 어떠했던 간에, 황희찬이 포항에 이적료를 안기려는 마음을 가졌던 아니던 간에, 이건 변하지 않는 이미 일어난 사실입니다.</div> <div>황희찬이 포항 유스를 거치면서 아마추어임에도 상당히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과 마찬가지로요.</div> <div>그리고 황희찬의 잘츠부르크 입단은 자신이 포항 유스를 거치면서 성장했다는 것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가까운 선택이었습니다.</div> <div>포항 유스에 있던 동안 상승하여 누적된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거부한 셈이니까요.</div> <div>좀 더 강하게 표현하자면, 황희찬은 '포항 유스가 아니었어도 나는 지금같은 선수가 될 수 있었을 거다'라고 주장하는 쪽을 고른 겁니다.</div> <div>포항 팬들은 물론이고 K리그 팬들이 거의 전부 황희찬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저 부분 때문이죠.</div> <div>운동선수가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될때는 계약금으로, 프로가 된 뒤에는 이적료로 자신의 가치를 어느 정도 평가받습니다.</div> <div>연봉 그리고 계약기간도 물론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지만, 계약금이나 이적료 또한 비슷하게 중요한 평가 수단이죠.</div> <div>황희찬의 선택은 그가 포항에서 잘츠부르크로 옮기면서 이적료가 아닌 '소정의 보상금'을 발생시킴으로서 평가받는 것 자체를 부정했죠.</div> <div>덤으로 포항 구단의 유스 시스템도 자신을 키워준 의미있는 곳이 아니라 다른 어디였어도 상관없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곳으로 격하시켰고요.</div> <div>거기다가 황희찬의 선택으로 선례가 남았기 때문에 포항 뿐만 아니라 K리그 다른 구단들의 유스에서도 비슷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div> <div>제도가 고쳐지기 전에는 언제든 같은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K리그의 모든 유스팀들도 폄하한 셈입니다.</div> <div>이건 행복추구권 같은 드립이 통할 문제가 아닙니다. 황희찬이 포항 유스에서 육성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요.</div> <div>황희찬의 행복추구권을 이 케이스에 대입하려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황희찬이 포항 유스에 들어간 것이 강제였다거나 육성과정에서 큰 불이익을 받았다던가 하는게</span></div> <div>물적 증거로든 제3자의 교차검증되는 증언으로든 밝혀져야 가능합니다. 그런 것에 대한 증거가 있는 건가요?</div> <div>언론은 활용되기에 따라서 증거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선동수단이 되어주기도 합니다.</div> <div>그래서 제가 지난번 반박도 그렇고 이번 반론에서도 그렇고 명백하게 증명되어 있는 것들 위주로만 주장을 펴고 있는 거고요.</div> <div><br></div> <div>지난번 글을 봐도 그렇고 더크면이해됨님은 황희찬에 대한 비판이 언플에 선동된 잘못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div> <div>황희찬의 케이스에 대한 비판은 전혀 언플에 의해 선동된 결과가 아닙니다.</div> <div>제가 이 긴 반론을 통해 논증했듯이 황희찬이 했던 선택은 이미 드러나있는 사실들과 황희찬 측과 포항 측에서 동일하게 언급하는 내용들만으로도</div> <div>비판의 대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한국 프로축구계의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강하게 경고하는 사례로서 중요하기도 합니다.</div> <div>이렇듯 중요한 비판대상임이 명확한게 황희찬 케이스인데, 그 비판을 잘못된 거라고 몰아간다면 그것이 언플이고 선동이겠죠.</div> <div>언플이나 선동은 포항구단이 하고 있는게 아니라 황희찬 측에서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게 훨씬 타당합니다.</div> <div>그게 이 글을 통해서 제가 강조하려는 점이기도 하고요.</div> <div><br></div> <div>덧.글을 쓰다보니 포항과 잘츠부르크 사이의 협상과정이나 포항과 황희찬 측 사이의 의사교환 과정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못했는데,</div> <div>제 글 내용 자체가 그런 부분들보다 상위의 쟁점을 다루는 셈이라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