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뉴스] 중앙정부와 통합된 포항시 온라인 민원창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 민원처리 시스템을 중앙정부와 통합한 것은 지방자치시대에 뒤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면 비공개로 설정돼 있어 밀실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온라인민원 시스템(새올전자민원창구)을 국민권익위원회(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와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시민이 민원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국민신문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된다.
특히 이곳에 억울한 민원을 신청해도 누구나 처리 결과를 볼 수 없다. 국민신문고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비공개된 민원으로 인해 민원처리 사례를 참고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포항시의 모든 민원을 중앙행정부처에 접수해 포항시에 하달해 처리하는 것은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퇴색 시킬 수 있다.
또 민원접수, 처리 결과가 모두 비공개로 설정돼 민원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됐는지 일반 시민이 보고, 감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 포항으로 이사한 A(44·두호동)씨는 “지방의 모든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29·용흥동)씨는 “억울한 민원이 있을 때 민원을 제기해 다른 시민들에게 알리고 처리 결과를 볼수 있게 공개로 설정 돼야 책임있는 민원처리를 할 것이다. 그런데 모두 비공개로 설정해 놔 밀실행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앙정부에 의존해 모든 민원을 비공개 방식으로 처리하는 포항시와 달리 전북 전주시청은 자체 웹서버의 사이버 민원신고센터를 통해 민원 접수하고 있으며 처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포항시는 시장에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시정에 바란다’도 국민신문고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서울시는 ‘원순 씨에게 바랍니다’라는 자체 창구를 만들어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포항시는 온라인민원 창구를 중앙부처와 통합한 것을 두고 ‘행정의 효율성을 위한 것, 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민원을 여기저기 넣어 중복민원이 많이 생겼다”면서 “교통, 건축, 수도 등 복잡한 것을 한군데로 단일화해 민원인 입장에서는 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복민원을 제기해도 담당자가 민원사례를 숙지하고 접수 시 바로 중복민원으로 분류해 종결짓기 때문에 중복민원은 핑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항시청에서 다양한 분야의 민원 신고센터를 개설해 놔 민원인을 복잡하고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이를 모두 없애고 새올전자민원창구로 통합하면 쉽게 해결된다. 이 때문에 포항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에서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라 도에서 조율을 해서 하게 됐다. 도에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항시 주무부서는 취재 당시 온라인민원 창구 통합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니 경북도청 담당자와 중앙부처에 물어 보라”는 식의 행태를 보였다.
지방자치제는 주민들 스스로 그들이 선출한 기관을 통해 처리하는 제도다. 하지만 포항시는 온라인민원창구를 중앙정부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앙에 민원처리 시스템을 의지하는 것도 그렇고 온라인민원 처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밀실행정이 아니냐”면서 “기존 시스템으로 복귀하던지 무슨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