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를 쓸 이유가 없으므로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약 20여년전,
남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있던 위장병도 치료하고 나온다는데
본인은 되려 궤양을 얻어 왔음.
병장 달고나서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이었던 것 같음.
아무튼 그래서 위 내시경을 받으러 갔는데
체구 건장한 남자 간호사 둘이 들어와 몸을 못움직이게 하며
두꺼운 호스를 입속으로 쑥.....
마취액을 잠시 머금었었다고는 하나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 같음.
이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가 십이지장 궤양이 다시 재발한 것 같아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음.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의사쌤이 그러면 수면마취로 하면 된다고 함
끝나고 나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을꺼라고 장담하기에 그러자고 함.
며칠 뒤 간단하게 상담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 수면마취를 시작했음.
열까지 세어보세요.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 아홉, 공.."
응? 마취가 전혀 되지 않았음.
마취주사를 더 투여하고 마취빨 잘 받으며 그대로 잠들었음.
꿈을 꾸었는데, 왠 촉수괴물이 자꾸 공격하기에
젊은 혈기와 패기로 촉수괴물을 무찌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쉬려고 하던 찰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1층 대기실에 쭈구려 앉아있던거임.
여긴 어디? 난 누구? 하며 벙쪄 있는데 내과쪽에서 들어오라함.
의사쌤 : "기억 나세요?"
아... 수면마취하면 기억 안난다더니 정말인가보네 하며
"아뇨.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하하"
의사쌤 : "아니 무슨 내시경 호스를 그렇게 잡고 있으면 내시경을 어떻게 합니까. 뭔 힘이 그리 쎈지..."
그랬음. 꿈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음. 입으로 들어가는 호스를 부여잡고 악악거렸다함. ㅠㅠ
결국 거기서 수면 내시경을 받지 못하고 고대로 환불받아 돌아갔음 ㅠㅠ
두 번째 수면 내시경 이야기.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조금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가 수면 내시경 이야기를 다시 꺼냈음.
거기선 완전 수면이 아니고 가수면 상태로 의식은 있지만, 반응이 조금 느리게 나올 뿐이라고 함.
ㄷㄷㄷ 떨며 그래도 받아야겠다 싶어 예약했음.
수면 내시경 당일, 수면마취 주사를 맞고 입에 동그란거 물고 옆으로 누워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로 마취가 전혀 반응이 없었음.
좀 더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말하려는 순간 의사가 뚜벅뚜벅 걸어와
호스를 입속으로 마구마구 .. 우걱우걱.... 켁.. 웩.. 으헥....
다행히 이 의사는 참 빨랐음. 말이 좋아 빠른거지, 실제로는 상당히 거칠었음. ㅠㅠ
그리고는 회복실로 들어가 쉬라 하는데 회복실로 들어선 순간부터 마취끼가 돌기 시작했음.
한 시간정도를 헤롱헤롱 하는데, 간호사가 막 깨움. 이제 가시라고..
아 좀 더 자면 안되요? 아직 마취 덜 풀렸는데.. 했더니 안된다함.
어쩔 수 없이 마취 덜 풀린 상태로 비틀비틀대며 집으로 돌아와 푹 쓰러졌음ㅠㅠ
수면마취 절대로 못믿음 ㅠㅠ
뭔가 마취가 잘 안되는 체질인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듬 ㅠㅠ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