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것도 OEM 제품이라 그런지 ASUS 제조인데도 Intel 홈페이지가야 노트북드라이버 다운받을 수 있고... 겉 속 다 봐도 아무 씰이나 로고 딱지 이런게 없는 무슨 '나는 공장테스트용 제품이오' 라는 듯한 인상을 주는 희한한 노트북이었음.
근데 금이야 옥이야 쓰던게 갑자기 화면이 보라돌이가 되면서 침침해지더니 영영 안켜지는거임...
그 때 지방에 있었는데, 엉엉울면서 생각해봐도 촌구석엔 삼성서비스센터밖에 갈만한 곳이 없었음... 고쳐주진 않아도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라도 고쳐볼 심산으로 엄마손잡고 그 기사양반을 찾아갔음. 그 기사양반이 노트북 보자마자 픽 웃으면서 '이거 패널 갈아야되요. 못해도 10만원 줘야해요 10만원...' 이러는거임
나는 일단 고갱님을 호갱님으로 모시는 삼성전자이기에 절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해봤는데, 패널 교체하는데 보통 10만원정도 든다고 다 그소리인 거임... 멘붕이었으나 증상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많길래 계속 구글링 해보니 'LCD는 전구만 갈아줘도 화면이 나오는 고장증상이 있다' 라는 글을 발견...
어쩐지 햇빛에 비춰보면 모니터에 글씨가 미세하게 보이더라... 바로 옥션에서 택배비포함 3천원인가 주고 노트북용 형광등을 삼...
내 분신과도 같은 노트북을 분해하기 전에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의사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하고 집도에 들어감... 시계도라이버로 한참을 뜯고 째니까 패널 밑부분에 정말 실처럼 가느다란 형광등이 있었음...
마치 과학시간에 토끼 해부해서 말로만듣던 심장과 창자등속을 처음으로 관찰한 기분이었음... 간을 이식하듯 집중해서 형광등을 새걸로 이식해줌... 그리고 형광등의 전선을 연결하려는데... 옥션에서 주문한게 너무 짧아서 안맞는거임.... 브레인에서 주인공 이강훈이 자기 어머니를 수술할 때 암이 전이되있는 걸 발견하고 이성을 잃은 그 모습이 오버랩됬음...
근데 생각해보니까 형광등이 터져서 화면이 안나온거니까 예전에 쓰던 전선을 잘라 붙이면 되지 않을까...
니퍼가 없어서 동생 커터칼을 뺏어와서 전선들을 모아 조심스럽게 피복을 벗겨서 새것과 헌것을 이어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