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옵션 |
|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정치의 앞이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점점 정치에 무관심해져 간다는 한탄만 무성하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정치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꾸준히 ‘다음 정치’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난 7월 18일 서울시 청년주간 행사에서 각 당의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들이 ‘다음 정치’를 주제로 토론했다. 이동학 새정치연합 혁신위원(33),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37),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40)이 그들이다. 이들을 만나 한국 사회의 ‘다음 정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정치가 바뀌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이동학 위원과 조성주 소장은 586 정치인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 위원은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당내 586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조 소장은 정의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2세대 진보정치’를 들고 나왔다. 이 위원은 전상서에서 “많은 국민들은 386 청년들의 국회 등원을 반겼을 것이다. (…) 그러나 불과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586으로 전락했다”며 “든든한 후배그룹을 키워내지도 못했고, 후배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무기력한 586으로 전락한 386세대
이 위원은 “현재 주류인 50~60대 정치인들이 청년들까지 고려한 정책을 내왔다면 굳이 청년 정치인이 필요 없다. 하지만 다들 시늉만 하고 진정 청년을 대변해온 당내 정치인이 있는지, 이런 의문에 떳떳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새정치연합의 대의원 평균 연령이 58세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누구나 삶은 어렵다. 주변에 정치하는 청년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 당연히 자신들의 시각, 50~60대 엘리트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정책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인영 전상서’를 올린 뒤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어떤 새정치연합 의원은 ‘특정인만 겨냥한 것 아니냐’고 반응했고, ‘실권은 586이 아니라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쥐고 있다’고 의문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조성주 소장은 “정치 실권을 여전히 60~70대가 쥐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586 정치인들이 비판받는 것은 그들이 좀 더 젊고,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제인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586 정치인들, 정확히는 정치권의 전대협 인맥들이 ‘진짜 주류’가 되더라도, 새로운 내용을 갖고 오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가 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위원장은 “넥타이를 맨 50~60대 남성이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모습이 아니냐. 판을 바꿔서 소외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갈 수 있어야 ‘다음 정치’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한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정치권의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금의 선거·정당제도나 각 정당의 문화가 청년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구실을 한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녹색당은 당원의 54%가 여성이고, 서울만 보면 당원의 절반가량이 20~30대다. 제도와 문화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청년 정치는 자연스레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의 정치 진출을 막는 대표적인 잘못된 제도로 ‘기탁금 제도’를 들었다. “총선에 출마하려면 1인당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는데, 정치인이 되려는 청년의 입장에선 작은 돈이 아니다. 거대정당 후보로 나오는 게 아니라면 기탁금을 돌려받기도 어렵다”며 “비례대표를 늘리고 정당 설립요건을 낮추는 등 기존의 정치 기득권을 줄여나가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들 다음 세대 정치인 육성 미흡
실제 녹색당은 헌법소원을 통해 직전 선거에서 2%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정당을 자동으로 해산시키는 정당법 조항을 폐지시켰다. 각 정당의 기호를 없애라는 헌법소원도 제출한 바 있다.
한편 청년 정치인들은 기존 정당들이 다음 세대 정치인을 기르는 데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동학 위원은 “정치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멋진 일이다. 그런데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 안에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반면, 정치는 출세를 위해 뭔가 술수를 쓰는 것이라는 인식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이 속한 새정치연합 내에는 소수이긴 하나 20~30대 광역의원, 기초의원들이 다수 있다. 이 위원은 “선출직이 되면 현재 제도 하에서는 ‘지역구 활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면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어르신부터 갓난아기까지 대면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선출직이 된 청년들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시스템이 전혀 없고, 비슷한 나이대의 의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지난 8월 9일 국회의원 10%, 광역의원 20%, 기초의원 30%를 의무적으로 청년으로 공천하자는 청년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 위원은 “단순히 숫자만 늘리자는 게 아니다. 혁신안의 다른 항목을 같이 보면 이번 혁신안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3년 뒤 지방선거에서 혁신안을 적용시키려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당에서 수백명의 청년 정치인을 인위적으로라도 발굴, 육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청년당으로 개편할 청년위원회에 매년 5억~6억원 정도의 안정적인 예산을 배정해 청년 활동가를 키워내는 사업 등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주 소장이 속한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서는 과거부터 청년들이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2000년대 중반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전국 주요 대학에 대학생위원회를 설치했다. 조 소장 본인도 민주노동당 연세대 학생위원장이었다. 조 소장은 “당시를 돌아보면 학생위에서 ‘활동가’ 양성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정치인의 길은 활동가와는 좀 다르다. 만약 내가 우리 당 국회의원의 보좌진이 되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이런 건 진보정당 안에서도 교육이 잘되지 않았다”며 “미래정치센터 소장으로서 정치와 정당에 대한 기본교육부터 시작해, 선출직 정치인, 정당 당직자, 연구원 등 청년들에게 정치의 구체적인 것까지 교육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소장은 청년 할당에 대해서는 이 위원과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청년은 소수자라기보다는 미래세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지난 정의당 당대표 경선 때 다른 후보들은 나를 ‘패기 있게 도전하는 젊은이’로 보지 않고 ‘동등한 입쟁의 경쟁자’로 봐줬다. 오히려 거기에서 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소장은 “당직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청년 할당이 필요할 수도 있다. 평소 정치인들이 청년 당직자들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청년세대에게 필요한 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음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의 정치활동은 어떠해야 할까.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정치인들의 ‘지역구 관행’처럼 기존 정치가 일상적으로 하던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없는 녹색당의 경우 아직은 캠페인 위주의 지역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에게 영덕 원자력발전소, 밀양 송전탑 문제를 알리는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토론회를 여는 식이다.
추상적 구호보다 구체적 성과물 필요
이 위원장은 “3년 정도 녹색당을 하면서 당의 취지와도 어울리면서 지역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테면 경기도의 경우 태양광이나 재생가능 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지역별로 단열이나 LED 보급을 통해 전기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지역의 전력 자립도를 높이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일자리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찾아가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거대정당은 표가 있는 곳, 협회 등으로 조직된 곳에서 주로 지역구 활동을 했다. 우리는 조직이 없는 곳, 임대아파트 주민이나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지역구 활동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한 청년유니온을 일베와 비교했다. “일전에 청년유니온과 일베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양쪽에 속한 청년들 모두 소외된 노동을 하고, 그렇다고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은, 민주주의 광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광장 안으로 조직화를 시키면 청년유니온이 되는 것이고, 파편화된 채로 방치하면 일베 이용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더욱 더 광장을 벗어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3명의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 정치’가 중점을 둬야 할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동학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은 청년고용 문제를 관심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봤다.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청년세대의 주거문제가 머지않은 미래에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청년들이 한숨 돌리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조 소장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현실화가 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는 ‘다음 정치’에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구호보다는 구체적인 성과물이라며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급진성’이라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미국의 지역사회 활동가 솔 앨린스키를 언급하며 “앨린스키는 ‘장렬한 패배’보다 ‘이기는 싸움’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현재 중요한 쟁점이 무엇이고 어느 선까지 싸워야 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앨린스키처럼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게 급진적인 것인가, 아니면 제때 후퇴하지 못하고 어물쩡거리다 망하는 게 급진적인 것인가”라며 “상대를 욕하고 조롱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진짜 급진적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newsview?newsid=20150815144023886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