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졌다. <div> 길을 걷다 오토바이를 보자 허기가 돌았다. <br><div> 참으로 이상하다. 왜 나는 저 오토바이가 그렇게 맛있어 보일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면서도. 내 혀는 저걸 늘 먹어왔다는 듯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div> <div> 배기구에 맺힌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시동을 끈지 얼마 되지 않았다. </div> <div> 아. 씹을 때의 감촉이 혀에 생생히 돋아난다.</div> <div> 먼저 바퀴를 씹는다. 오토바이를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엔진부터 먹으려고 하겠지만, 그건 틀렸다. 오토바이 엔진이 가장 맛있을 거라는 논리는 순대를 먹을 때 염통을 먹었던 기억만 떠올린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돼지는 족발이, 닭은 다리가, 소는 사태가 제일 맛있는 부위다. 그러므로 오토바이또한 바퀴쪽이 제일 맛있는 것이다. </div> <div> 맛있는 부위부터 먹는 것이 식사의 정석이니까 그걸 따르자. </div> <div> 순서는 닭튀김 한 마리를 혼자 먹는 것과 비슷하다. </div> <div> 고무바퀴는 씹으면 쫄깃한데다, 특유의 황 냄새가 입안 가득 번져 기가 막히다. 그걸 천천히 즐기고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먹어간다. </div> <div> 베어링을 입안에서 혀로 굴리는 것도 먹는 재미 중 하나다. 이런 것은 어금니가 아니라 송곳니로 톡 깨문다. 윤활유는 오래 되어도 풍미가 있다. </div> <div> 계기판은 버려도 좋다. 그건 나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거야. </div> <div> 뒷쪽 바퀴와 프레임까지 먹었다면, 배기구를 손으로 살짝 닦아 그을음을 없앤 후에 씹는다. 그을음과 진흙까지 즐기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 </div> <div> 두번째로 엔진을 천천히 맛본다. 부동액과 연료를 먼저 쭉쭉 빨아먹은 후에 먹어도 좋고, 먹으면서 홀짝여도 좋다. 하지만 난 다른 방법을 쓴다. 먼저 액을 세 모금 정도만 남겨두고 다 마셔버린다. 그리고 남은 액을 엔진 곳곳에 잘 배어들도록 발라두어 풍부한 맛을 즐긴다. 그러면 후회가 없다. </div> <div> 다음은 좌석이다. 좌석은 사람이나 기계의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시식 방식은 생선회를 일부러 미지근하게 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div> <div> 나는 다르게 즐긴다. 부동액이나 연료에 적셔 스폰지케이크처럼 만들어 먹는 것이다. 하지만 저 오토바이는 스쿠터 같은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먹지 않는다. 그럴 땐 그냥 과감하게 버린다. 맛있게 즐길 수 없는데, 억지로 뱃속에 꾸역꾸역 밀어넣는 것이 제일 멍청한 짓이다. </div> <div> 마찬가지로 나머지도 버린다. 연료가 그렇게 많이 남는 것도 아닐 테고, 배가 허락하는 한도를 계산하면서 먹을 부위만 먹는 것이 현명하다.</div> <div> '못 참겠다!'</div> <div>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오토바이에 달려들어 뜯어먹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머릿속에 그려진 순서대로 먹기 시작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바퀴를 한 입 먹었을 때, 나는 감탄을 금치 못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이야, 이거 새 거 잖아. 게다가 국산이 아니라 외제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부위별로 차례차례 먹어갈 때마다 이 녀석을 향한 주인의 애정이 잘 느껴졌다. 분명 오래 전에 생산된 모델이지만, 부품 하나하나가 깨끗하게 손질된데다, 낡은 부품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정성이라면 자식을 키웠어도 잘 키웠을 것이다. </span></div> <div> 아쉬운 게 있다면 기름 하나 뿐이다. 그냥 보통 기름. 이건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겠지만, 새 카펫 위에 머리카락 한 올이 떨어진 것만큼이나 신경쓰였다.</div> <div> 나는 입에 기름 한 방울 안 묻히면서 깔끔하게 잘 먹었다. 손에 기름이 좀 묻은 건 손으로 빨아 깨끗이 했다.</div> <div> "잘 먹었다."</div> <div> 주머니에 박하사탕이 없는 것이 참을 수 없을만큼 안타까웠다.</div> <div> 문득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div> <div> '다행이다. 만일 누가 봤다면 나는 꼼짝없이 잡혀갔을 거야.'</div> <div> 참 바보같기도 하지. 망도 안 보고 일단 먹고 본다니. 도둑도 이런 어설픈 도둑이 없다.</div> <div> '배도 채웠으니 그만 가볼까.'</div> <div> 좌석과 계기판, 그리고 프레임 약간을 남겨둔 채, 나는 누가 볼세라 걸음을 빨리 해 걸었다. </div> <div> '그래도 다음엔 배고파도 좀 참아야겠어.'</div> <div>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죄도 이런 죄가 없을 것이다. 그 장발장도 빵 한 조각을 훔쳤을지언정, 말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치우진 않았으니 말이다.</span></div> <div>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자베르 경감으로 보인다.</div> <div> 내 죄를 아는 사람. </div> <div> 나를 쫓아올 사람. </div> <div> 나를 끌고 갈 사람. </div> <div> 나를 재판장에 세울 사람.</div> <div> 내 죄를 증명할 사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내 평생의 멍에가 될 사람!</span></div> <div>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span></div> <div> 다시 배가 고파졌다.</div> <div> 어쩌다 시선에 담기게 된 트럭이, 먹음직스럽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엔진과 프레임엔 녹이 슬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좌석은 해져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 관리를 못받은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식욕을 돋게하는 모습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저건 멧돼지처럼 쓴맛이 진하게 나겠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하지만 아무리 오래 되었다곤 해도, 특유의 맛은 어디 가지 않는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그래도 너무 오래되어 대부분 맛이 없을 터이다.</span></div> <div> 이럴 땐 엔진만 먹는다. 입안 가득 채우는 부동액 맛 좀 보자! 연료만 쪽쪽 빨아먹자!</div> <div>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차의 엔진은 없었다. </div> <div>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나는 또 저지르고 만 것이다. </div> <div> 그러면서도 손에 묻은 기름을 쪽쪽 빠는 것은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본능이란 녀석에겐 죄의식 같은 고결한 감정은 없는 것 같았다.</div> <div> 아니, 어쩌면 내게 죄의식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 몸이 안다. 내 머리가 안다. 나는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았다. 이 죄의식이란 녀석은 내 가슴의 요구가 아니라 위장의 요구이다. 최후까지 순결한 인간의 정신을 유지해야만 사는 평생에 남들보다 더 먹을 수 있다고 소리치는 뱃속의 계산이다. 가증스럽다. 이 배도 가증스럽고, 먹어치운 입도 가증스럽고,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지껄이면서 한 발짝 물러서는 이 뇌도 가증스럽고, 내 죄를 피하기 위해 육체의 탓을 하는 나 또한 가증스럽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나여! 나의 육체여! 우린 하나다! 우린 모두 죄인이다! 우린 가서 벌을 받아야만 한다!</span> </div> <div> 마음 속의 울림이 남아 있을 때 가야한다. 나는 이 울림을 안고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서 내 죄를 자백하고, 벌을 받으리라.</div> <div> 주변 사람들이 오밤중에 씩씩 대며 힘 있는 걸음을 걷는 나를 보며 수군거렸지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걷고 또 걸었다. 너무나 멀지만, 그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일주일 내내 걷는다 하더라도 나는 갈 것이다.</div> <div>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빛이 들지 않는 골목길 한 가운데에서 그만 멈추고 말았다. 시선이 멎은 곳엔, 낡은 작업복을 입은 나이든 남자가 있었다. </span></div> <div> 그와 눈을 마주쳤다.</div> <div> 아.</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배가 고파졌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span lang="en-us" style="color:#454545;font-family:UICTFontTextStyleBody;font-size:17px;line-height:30.6px;">[</span><span style="color:#454545;font-family:UICTFontTextStyleBody;font-size:17px;line-height:30.6px;">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span><span lang="en-us" style="color:#454545;font-family:UICTFontTextStyleBody;font-size:17px;line-height:30.6px;">.]</span></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