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늘도 남편에게 싸움을 '당했다.'</div> <div> </div> <div>시댁에 말했다. </div> <div>시아버지는 '난 그렇게 안키웠다.'며 밖으로 나갔고</div> <div>시어머니는 성격알고 다 했으면 맞추면서 살라고 했다.</div> <div> </div> <div>친정에도 말했다. 너무 힘들다고.</div> <div> </div> <div>친정부모님은 말하셨다.</div> <div>부부싸움을 안 할 수가 없다. 너도 알지 않냐고.</div> <div>우리도 다 그렇게 싸우고 살지 않았냐고.</div> <div>너도 보고 자라지 않았냐고.</div> <div>다 그렇게 사는 거다.</div> <div> </div> <div> </div> <div>오늘도 남편은 억울하고 감당하기 힘든 모욕을 느끼며 말하고 울부짖는 나의 옷을 찢고</div> <div>뺨을 때리고 이불로 얼굴을 막아 숨을 못쉬게 했다.</div> <div>그리고 칼을 들이냈다. </div> <div>버릇없이 기어오른다면서. </div> <div>오늘은 진짜 널 죽여버릴꺼다.라며</div> <div>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div> <div> </div> <div>시댁에도 친정에도 하소연하며 말했던 모습 그대로 </div> <div>또 그대로 </div> <div>나는 남편에게 짓밟혔고 </div> <div>배에 느껴지는 금방이라도 내 배를 뚫고 들어올 것 같은 칼날.   </div> <div> </div> <div>그래도 할 말 있으면 하라는 남편의 말. </div> <div> </div> <div>알고있다. </div> <div> </div> <div>남편을 멈추는 말. </div> <div> </div> <div>'"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럴께 미안해"</div> <div> </div> <div>"무릎꿇어"</div> <div> </div> <div>나는 무릎을 꿇는다. </div> <div>비굴함을 느낀다. 나는 지금 쓰레기다. </div> <div> </div> <div>일주일 전 내 하소연을 들으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던 엄마가 '왜 무릎을 꿇어?"라며 화를 내며</div> <div>' 무릎은 꿇지 마라' 라고 충고했는데...</div> <div> </div> <div>나는 또 무릎을 꿇었다.</div> <div> </div> <div>[칼에 찔려 죽었다.] 얼마나 아팠을까.</div> <div>[목이 졸려 죽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div> <div> </div> <div>이제 나는 안다. </div> <div>저 문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div> <div>죽기 전에 느꼈을 공포, 그 고통을</div> <div>그래서 더이상 범죄영화를 보지 못한다. </div> <div>어지럽고 토가 나올 것 같다.</div> <div> </div> <div>남편은 더러운 기분을 풀어야겠다며</div> <div>기분 좋게 해달라고 한다. </div> <div> </div> <div>빨라고 한다. </div> <div> </div> <div>나는 싫다고 말했다. </div> <div> </div> <div>"또 당하고 싶냐? 나 내일 출근해야 돼. 지금 12시 다 되가는 거 알지? </div> <div>나 미치는거 또 보고 싶냐? 다 니 탓이다. 빨리 빨아."</div> <div> </div> <div>부부사이에 강간죄를 성립하게 하려면 증거가 없어도 내 진술만으로도 가능한 걸까?</div> <div>....나는... 진술을 할 수 나 있을까....</div> <div> </div> <div>내 몸에는 상처 하나 없다.  </div> <div>뺨을 맞았지만 자국이 남지 않았다.</div> <div>질식사 할 뻔 했지만 이불에 얼굴이 막혔기에 목에 자국도 없다.</div> <div>칼에 찔려 죽을 뻔 했지만 칼 끝이 내 배에 닿았을 뿐이다.</div> <div> </div> <div>내가 죽은 모습은 남편의 머리 속에 있고 내 머리 속에 있을 뿐. 그저 상상의 모습일 뿐이다.</div> <div>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라는 대로 하게 되는... </div> <div> </div> <div>" 나는 널 때린 적이 없어. 내가 널 맘먹고 때렸으면 니 턱뼈는 날아갔고 니 얼굴은 다 뭉개져." </div> <div>그 말을 하며 남편이 지은 나를 한심하게 보던 그 표정.</div> <div> </div> <div>내 목숨이란 게 이렇게 구걸해서 지켜낼 가치가 있는 걸까...</div> <div>나는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야. </div> <div>찔려죽던 질식해죽던 죽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그 찌르는 고통, 숨 못쉬는 고통이 싫어싫어.</div> <div>그건 내 정신을 날려버린다.....</div> <div> </div> <div>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고</div> <div> </div> <div>나는 옷 방으로 갔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장롱에 들어가 112에 전화를 했다.</div> <div> </div> <div>"남편에게 맞았어요."</div> <div>" 그거 습관이니까 경찰올 때 까지 기다리세요."</div> <div>무관심한 경찰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div> <div> </div> <div>경찰에게 자세한 주소를 알려주고 옷방 문을 잠갔다. </div> <div>기다리는 시간동안 온 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div> <div>머리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div> <div>옷을 챙겨입고 가방에 소지품을 담았다.</div> <div> </div> <div>'띵동 띵동.' 초인종 울리는 소리에 이어</div> <div>'탕탕탕' 현관문을 치는 소리, 무전기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div> <div>도착했다는 보고를 하는 소리도 들렸다.</div> <div>'경찰입니다. 문여세요.'</div> <div> </div> <div>남편이 현관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무슨일이세요?' </div> <div> </div> <div>'경찰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문여세요.'</div> <div> </div> <div>'네? 무슨신고요? 신고 안했는데'</div> <div> </div> <div>복도형 아파트라 옷방 창문이 복도와 연결되어 있고 나는 다급하게 창을 열고</div> <div>문앞에 서있는 경찰에게 내가 신고했다고 말했다.</div> <div> </div> <div>남편이 옷방 문을 열려고 하다 잠겨있는 걸 알고는 문을 두드리며 나에게 말했다.</div> <div>" 문열어라."   </div> <div> </div> <div>경찰도 계속 현관을 두드리며 남편에게 문을 열라고 재촉했다.</div> <div> </div> <div>나는 옷방 문을 열지 않았다.</div> <div> </div> <div>남편은 결국 현관문을 열었고 경찰이 집으로 들어왔다. </div> <div> </div> <div>나는 그제서야 옷방에서 나왔고 </div> <div> </div> <div>경찰과 함께 남편과 경찰서로 가게 되었다.</div> <div> </div> <div>경찰차에 타면서 내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div> <div> </div> <div>머리 속에는 여전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div> <div> </div> <div>남편은 경찰서에서 무릎을 꿇고 나에게 빌었다.</div> <div> </div> <div>"제발 집에 가자." "친정에는 전화하지마"</div> <div> </div> <div>그 모습에 경찰은 실소를 했다.</div> <div> </div> <div>그러나 그 뿐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 전 경찰서에 들어갔을 때 남편과 나에게 주민번호를 물었고</div> <div>그 뒤 나를 따로 불러 앉혔고</div> <div>내 전화번호를 물었고</div> <div>나는 내가 뭘 할 수 있는 지 물었고</div> <div>경찰은 고소하는 게 있는데 라며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div> <div>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지 알 수 없는 나는 </div> <div>남편과는 더이상 같이 못있으니 우선 친청으로 가겠다고 경찰에게 말하는 게 전부였다.</div> <div> </div> <div>경찰서에서 나는 부끄러움과 당혹감과 보호받지 못함과 그런 나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을 느꼈다.</div> <div> </div> <div>나는 경찰서를 나왔고 남편은 뒤따라 나왔다. 경찰은 그런 남편을 말리는 시늉을 하였고 </div> <div>나는 택시를 잡아 뒷좌석에 타고 친정집이 있는 지역을 말하고 빨리 출발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div> <div>남편이 앞좌석에 따라 탔다.</div> <div>나는 그런 남편의 행동에 놀랐고 그런 남편을 막지 못한 경찰에 화가났고 택시에서 내리려 했을 때</div> <div>택시가 출발했다.</div> <div> </div> <div>경찰과 떨어져 다시 남편과 둘이 있게 된 상황에서 두려움이 내 머리, 내 몸에 몰려 들어와 내 입에서는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고</div> <div>나는 몸을 돌려 뒷좌석 유리로 경찰들을 볼 뿐이었다.</div> <div>그런데 그 어떤 경찰도 택시를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저 떠나는 택시 뒤만 쳐다보고 있었다.</div> <div> </div> <div>"택시 기사 아저씨, 경찰서로 다시 가주세요" 나는 말했다.</div> <div>택시기사는 아무말이 없었다. </div> <div> </div> <div>"아저씨, 경찰서로 가주세요!"</div> <div>나는 겁이 났고 미칠 것 같았다.</div> <div> </div> <div>택시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div> <div> </div> <div>남편이 말했다. </div> <div>" 아저씨 이 길에서 벗어나서 저 쪽 골목에서 세워주세요" </div> <div>택시가 그 쪽으로 움직였다.</div> <div> </div> <div>"아저씨, 경찰서로 가달라니까요!" 나는 소리쳤다.</div> <div>택시기사가 백미러로 나를 흘끔보았다. </div> <div>나는 그 눈을 잊지 못한다.</div> <div> </div> <div>남편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div> <div>" 조용히해"  </div> <div> </div> <div>" 아저씨, 경찰서로 가달라고요!" </div> <div> </div> <div>택시는 달렸고 남편이 말 한 곳에 섰다...</div> <div>남편은 공포에 얼어붙어버린 나에게 택시비를 요구했다.</div> <div> </div> <div>나는 이 택시 안에 계속 있을 수도 없었다.</div> <div>이 택시기사의 무얼 믿고 돈을 줄테니 친정으로 가달라고 할 수 있을까.</div> <div>이 택시기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div> <div>나는 택시비를 냈다. </div> <div> </div> <div>내가 택시에 내려 문을 닫자마자 택시는 떠나버렸다.</div> <div> </div> <div>남편은 나의 팔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려했다.</div> <div>나는 뿌리치려고 했지만 남편은 내 뒷덜미를 잡았다.</div> <div> </div> <div>그렇게 끌려가고 있을 때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남녀를 보았다.</div> <div>나는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도와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div> <div>그저 소리칠 뿐이었다.</div> <div>" 악! 이거 놔! 싫어! 이거 놔!"</div> <div>나는 그 남녀를 보았고 남편도 그 남녀를 보았다.</div> <div> </div> <div>그 남녀는 그런 우리를 보더니 발길을 돌려 다른 길로 들어갔다....</div> <div>내가 도와달라고 했다면... 나는..그냥 절망감을 더 느낄 뿐이었을까...</div> <div> </div> <div>남편은 나를 그 길 근처 건물지하로 끌고 갔다.</div> <div>남편이 나에게 욕을 쏟아냈다. </div> <div>"이 씨발년이 어디서 이 지랄을 하고 있어! 이 개같은 년아/</div> <div>씨발 집에 돌아가기만 해봐. 이 개같은 년"</div> <div>손을 들어 때리려했다.</div> <div>나는 나는...그 손을 피하려고 움찔거릴 뿐...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div> <div>아무도 아무도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div> <div>아무도 아무도... 아무도...</div> <div>나는.. 나는 뭘까...</div> <div> </div> <div>그 때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div> <div>나는 휴대폰을 꺼냈고 전화를 받았다.</div> <div>남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div> <div>"여보세요?"</div> <div>" 네 경찰인데요. 괜찮으신가요?"</div> <div>나는 남편을 쳐다보았다.</div> <div>남편이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div> <div>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말인가.</div> <div>도와달라고 하면 여기까지 경찰이 올 수 있을까?</div> <div>남편이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찌르며 입모양을 낸다.' 대답해'</div> <div>남편에게도 들렸나... 경찰이 한 전화라는 걸.</div> <div> </div> <div>나는 말했다."괜찮습니다."</div> <div>이 순간이 내 마음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서 그 어떠한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이 머리에 박힌 순간이었다.</div> <div> </div> <div>" 아, 네.알겠습니다." 경찰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div> <div>그래. 경찰은 그렇게 내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div> <div>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권력은 존재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남편과 나. 그저 둘 뿐이었다. </div> <div>이 세상에 </div> <div>그저 단 둘 뿐이었다.</div> <div> </div> <div>아니다..나는 그저 나 혼자 였다.</div> <div> </div> <div>남편은 자신의 뜻대로 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div> <div> </div> <div>남편은 좋겠다....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div> <div> </div> <div>그런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남편은 기분이 좋아보였다.</div> <div> </div> <div>나를 보더니 웃으며 '어휴'하며 한숨을 쉬더니</div> <div>내 손을 잡고 나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갔다.</div> <div> </div> <div>남편은 아무 말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다시 잠을 잤다. </div> <div>욕도 하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div> <div>나는 남편이 잠을 잘 때까지 거실에 앉아 남편의 행동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div> <div>남편이 내는 작은 소음들에 흠칫흠칫 놀래며 그렇게 계속 앉아있었다.</div> <div> </div> <div>나는 잘못했고 남편은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밤새 나 때문에 조금 밖에 자지 못했다.</div> <div>나는 죄책감을 느꼈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div> <div> </div> <div>그 다음 날 아침 남편은 출근했고 </div> <div>문자로 '사랑해'라고 보내왔다. </div> <div> </div> <div>나는 안도의 마음을 느꼈고 아무말 하지 않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고</div> <div>그런 평온함에 "나도"라고 문자를 보냈다.</div> <div>그리곤 집청소를 깨끗이 했고 </div> <div>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주기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div> <div> </div> <div>살 것이 적힌 종이를 보며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 내 옆 쪽으로 남녀가 물건을 보고 있다.</div> <div>내 자신이 왜 이렇게 수치스러운 걸까....</div> <div>내 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div> <div>그 때 그 남녀일까?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div> <div> </div> <div>'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div> <div> </div> <div>그러니. 남 따위 이제 알게 뭐냐.....</div> <div> </div> <div>사람들이 나를 보고 속삭이는 것 같다............</div> <div> </div> <div>' 저 여자 맞고도 그냥 살지?'</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