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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버럭오바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08-08-21
    방문 : 1919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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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573
    작성자 : 버럭오바마
    추천 : 13
    조회수 : 1092
    IP : 211.52.***.23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0/08/03 10:40:35
    http://todayhumor.com/?panic_6573 모바일
    [펌][존나김][매우 오래됨][그래도조낸재밌음] 흉가이야기-2

    "그만! 알았어, 알았으니까 우리 서로 흥분하지 말고 차근 차근 말로 풀자
    구. 내가 뭐, 특별히 뒤가 캥긴다거나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돼. 다만, 정 윤형사가 그 사건을 그렇게 수사 하고 싶
    으면..... 하라 이거야. 난 단지, 그런 험한 사건에 윤형사 같은 연약한 여
    자를, 아니, 연약한 여자란 말은 취소하고..... 하옇튼 부하를 아끼는 마음
    에서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평양 감사도 본인이 싫다면 할 수 없는 거지. 
    그럼, 더이상 할 말 없지? 난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만 좀 퇴..... 퇴근할 테
    니까 퇴근 하려면 하고, 남아서 일들 하려면 하라구. 구....굿나잇!"

    구반장이 비틀거리며 회의실을 나가자 박호철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혜경
    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윤형사님, 정말 대단 하시네요? 저 같으면 꿈도 못 꿀텐데.... 근데 반장
    님이 정말 돈 받고 봐 주기 했다는 거 사실이예요?"

    "그거야 박순경이 알아서 판단 하라구. 난 집에 가서 자료들 좀 더 ?뎠어
    봐야 겠어"

    혜경은 회의 탁자에 흩어져 있는 팩스 자료들을 주섬 주섬 모으기 시작했
    다. 조금 심하다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왜 이토록 집요하게 이번 사건에 매달리게 되는지 자신도 명확히 
    알진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목촌리 사건의 이면에는 베일에 가려진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확신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도서관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목촌
    리에서 일어난 괴이한 살인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4.. 죽음의 마을(1)

    마침내 촬영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해일은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이번 
    촬영에 투입될 스텝과 장비들을 최종적으로 점검해 보았다. 

    스텝은 조연출, 스크립터, 촬영감독과 보조, 적외선 카메라맨, 스틸 사진 
    기사 그리고 출연진으로 그간 계속 자문 역할을 해온 한국 기공 협회 회
    장 오윤창씨, 무속인 이정란씨등 무속 전문가 2명과 자신을 포함하여 총 
    9명으로 확정지었다. 

    촬영 스케쥴은 일단 내일 목촌리 흉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밤샘 촬영을 
    한 다음 모레 서울로 올라와 촬영 테잎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이틀 더 촬영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촬영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분명 여느 때와 달랐다. 특
    히 이창수의 사망과 김한수의 괴이한 행동에 이은 실종은 그를 알 수 없
    는 긴장속으로 몰아넣었다. 

    잠을 자려고 벌써 2시간째 눈을 붙이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의식은 더욱 
    또렷해져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는 것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에 불을 밝혔다. 

    시간은 이미 새벽 3시를 넘어 가고 있었다. 어차피 잠자긴 틀린 것 같았
    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무엇을 하며 이 시간을 보낼 것인가를 궁리했
    다. 그러나 잠시후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허탈한 공허감이었다. 

    이럴때 따스한 말 한마디 같이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는 비로소 혼
    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적막하고 고독한 일인가를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이번 촬영이 끝나면 시골 부모님의 말대로 선이라도 봐서 결혼이라는 것
    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때 날카로
    운 비수처럼 전화벨이 울렸다. 

    해일은 전화를 받으려다 잠시 멈칫했다.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을 떨쳐 버
    릴 수 없었다. 그는 그것이 김한수의 전화일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가
    졌다. 그는 잠시 전화를 노려보다 거칠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그러나 뜻밖에도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것은 섬뜩한 울음소리였다. 
    뭔가에 쫓기는 듯 다급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 

    "여보세요? 한수냐? 너 한수 맞지?"

    "살..... 려...... 줘, 제발!"

    흐느낌 속에서 간신히 짜내는듯한 목소리.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
    잡힌 그 목소리는 분명 김한수의 목소리였다. 해일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
    치기 시작했다. 

    "한수야, 임마! 거기 어디야? 내가 갈께,거기 어디야?"

    대답 대신 흐느낌이 이어지던 수화기 건너편에서 다시 부들 부들 떨리는 
    김한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난 살고 싶어, 금방 놈들이 쫓아 올거야. 믿을 수가 없어, 세상에 어
    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누가, 대체 누가 쫓아 온다는 거야?"

    "끔찍한 괴물들.....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어..... 어디에도..... 나.... 난.... 

    망갈 수 없다구"

    "진정하고 차근 차근 말해봐, 알아 듣게"

    "해.... 해일아, 그.... 그 곳에 가지마. 흉가에 가선 안돼!"

    "한수야! 이러지 말고 우리 만나서 얘기 하자.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와.... 왔어..... 무.... 무서워, 놈들이야! 안개가 보이면..... 알 수 있어. 해일

    아..... 난 살고 싶어, 해일아..... 아악!" 

    "한수야, 무슨 일이야? 한수야! 한수야!"

    그러나 김한수는 이미 수화기를 놓쳐버린 모양이었다. 대신 수화기 먼 곳
    으로부터 ?㉩설고 끔찍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든 해일
    의 손이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김한수의 소름 끼치는 절규가 
    해일의 의식을 찢으며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더.... 덤벼봐, 이 더러운 새끼들아, 어서..... 어서 덤비란 말얏! 내가 네놈
    들을 겁내는 것 같애? 뭘 기다리는 거야? 어서 덤비란...... 악.... 아악!"

    수화기를 움켜진채 해일은 고개를 파묻었다. 그의 어깨가 무섭도록 떨리
    고 있었다. 해일은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조
    차 느낄 수 없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선 계속해서 처참한 김한수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
    다. 그리고 얼마 후 수화기에선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해일은 결코 수화기를 놓을 수 없었다. 그것이 김한수와의 마지막 
    인연이었다. 김한수의 시체가 발견된 건 다음날 아침이었다. 

    그의 시체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도심 뒷골목 쓰레기 더미속에서 처참한 
    몰골로 발견 되었다. 오열하는 지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해일은 가
    슴팍을 파고드는 서늘한 냉기를 느껴야만 했다. 

    김한수의 마지막 비명이 지금도 그의 귓전을 맴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비명 너머로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가 조금씩 해일의 심
    장을 죄어 오고 있었다. 

    촬영일은 하루 더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흉가에 
    가지 말라던 김한수의 마지막 말이 그의 마음을 붙잡고 놓지 않았던 것이
    다.

    * * *

    혜경의 자취방엔 온갖 잡다한 서류들이 하나 가득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들은 제각기 일정한 규칙으로 나열되고 분류되어 있었다. 

    벌써 새벽 5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엔 피로한 기색을 전
    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허리를 펴고 밤새 정리한 자신의 노트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갖가지 숫자와 도표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 숫자
    와 도표들을 하나 하나 맞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그녀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껏 노트에 정리한 것들은 말하자면 목촌리 마을의 내력, 그 
    중에서도 특히 6. 25 이후 목촌리에 거주했던 주민 신상에 대한 것 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목촌리 부근 지방의 역사지, 지리지, 각종 신문 자료, 
    서울에서 선배가 보내준 팩스 자료, 그리고 H군 경찰서 내부적으로 보관
    하고 있던 비공개 문서등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전쟁이 끝난 바로 그 해, 목촌리에선 전쟁때 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죽어 나갔다. 전쟁때 빨갱이를 도왔거나 간첩 활동을 한 혐의가 
    있는 주민들이 대거 처형을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목촌리는 북측과 남측이 서로 밀고 밀리는 진퇴를 거듭하던 전쟁 기
    간중 인민군과 국군이 번갈아 주둔하던 전쟁의 요충지 였다.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사상을 수시로 바꿨을 것
    이라는 추측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체결되면서 그들의 위험스런 곡예는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그러자 정부는 사상범 색출 작전에 박차를 가했고 목촌리 주민중 사상범
    이라는 꼬리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조직된 구국 결사대는 그러한 사상범 
    색출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주로 전쟁중 인민군에 의해 공개 처형 되었던 국군과 경찰의 일부 
    과격한 유가족들로 구성된 민간 사조직이었다. 휴전은 되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은 셈이었다. 

    여전히 전국의 깊은 산골에는 공비들이 은신하고 있었고 주민중에도 상당
    수가 간첩활동 혐의가 짙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 미처 정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군과 경찰의 부족한 
    인력들을 지원한다는 미명 아래 그들은 사냥개와 죽창을앞세우고 직접 
    많은 사상범들과 공비를 색출하였고 때로는 현장에서 처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조사와 집행이 이루어 졌는지에 대
    해서는 상당한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결국 구국 결사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제 해산되었고 한동안 각 지방관
    청에는 그들의 불법적 조사과정과 야만적 행위에 대한 고소와 탄원이 끊
    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에선 그러한 고소, 탄원에 대해 단 한번도 실질적인 조사를 
    벌인 적이 없었다. 당시 목촌리는 구국 결사대에 의한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중 하나였다. 

    전쟁전 200여 가구에 달하던 목촌리의 주민수가 전쟁후 불과 20여 가구의 
    작은 산골 마을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구국 결사대 해산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인 
    1954년 3월 목촌리를 담당했던 H군 지부 구국 결사대 삼십여명이 갑자기 
    실종된 사건이었다. 

    4.. 죽음의 마을(2)

    한꺼번에 사람 십여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이상한 사건. 당시 정부에서는 
    조사단을 구성하여 약 1년여에 걸쳐 그들의 실종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전혀 단서조차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상의 자료에서 혜경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구국 결사대가 사상범과 공
    비를 색출할때 주로 사냥개와 죽창을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사냥개와 죽창이라면 이번 목촌리 살인사건 피살자들의 사인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나아가 혜경은 어제 시경 자료실 선배가 보내준 팩스 자료들에서 더욱 결
    정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선배가 보내준 팩스 자료에는 지금까지 일어난 범죄들을 유형별로 분류한 
    방대한 자료중에서 이번 목촌리 살인사건처럼 짐승의 습격, 죽창에 의한 
    피살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사건들만 따로 분류한 것들이었다. 

    혜경의 예상대로 짐승의 습격, 죽창에 의한 피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동일한 유형의 사건이 1955년 9월에도 일어났다. 

    놀랍게도 사건 발생 장소가 목촌리 흉가 부근이었으며 피살자 역시 이번 
    살인사건의 피살자와 같은 바로 B일보 신문 기자 2명 이었다.흉가와 신
    문기자. 42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 발생한 동일한 유형의 사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혜경은 다시 자료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두번
    째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59년 11월의 일이었다. 그러나 혜경은 적잖은 
    실망을 했다. 

    사건 발생 장소도 흉가가 아닌 서울의 평범한 주택가 였으며 피살자 역시 
    신문기자가 아니었다. 피살자는 모두 4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가족이었다. 

    서울 한복판 주택가에서 짐승의 습격과 죽창을 이용한 살인에 의해 한 가
    족이 한꺼번에 살해되었다는 것이 그녀로선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그
    러나 그러한 믿기지 않는 사건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벌어졌다. 

    세번째 사건 1969년 6월, 사건 발생 장소 충남, 피살자 2명(가족). 1978년 
    1월, 서울, 피살자 1명, 직업 무, 1981년 11월, 서울, 피살자 3명(가족), 그
    리고 1997년 10월, 이번 목촌리 사건. 총 6건의 사건에 사망자 15명. 

    다시 커다란 벽이 그녀의 앞을 가로 막고 나타났다. 첫번째와 마지막 사
    건은 마치 동일인의 범행인 듯 모든 정황들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단지 두 사건 사이엔 42년이란 긴 세월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4건의 사건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사건 발생 장소
    가 목촌리도 아닐뿐더러 그들의 직업이 신문기자도 아니었다. 

    다만 나머지 사건들의 공통점이라면 1건을 제외하곤 가족들이 한꺼번에 
    살해 당했다는 점이었다. 혜경이 밝혀낸 사실은 그것들이 전부였다. 

    아무리 자료들을 살펴보고 머리를 쥐어짜도 그녀는 더이상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갑자기 망망대해에 떠 있는듯 한 막막함이 그녀
    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의외로 쉽게 풀어질 듯 하던 수수께끼가 완고한 벽에 부딪힌 것이다. 혜
    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차가운 새벽 공기가 비수처럼 파고 들었다. 

    그녀는 마당에 내려서서 최대한 숨을 깊이 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같은 
    동작을 그녀는 여러번 되풀이 했다. 그러자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뚫리는 
    것 같았고 추위도 한결 견딜만 했다. 

    그녀는 복잡한 머릿속도 깨끗이 털어 버리려고 마당에 매달아 놓은 샌드
    백을 몇 번 두드려 보았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머릿속은 조금도 맑아
    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는 누가? 어떻게?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 부호들
    이 신기루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 * *

    해일을 비롯한 스텝들을 태운 9인승 봉고가 마침내 비포장 길로 들어섰
    다. 한국 기공 협회 회장 오윤창과 무속인 이정란은 승용차로 뒤따르고 
    있었다. 

    저녁 나절 부터 많은 비가 이 곳 강원도 지방에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촬영을 늦추자는 의견이 스텝들 사이에 있었지만 해일의 강력한 
    주장과 귀신을 만나려면 비가 오는 습기 찬 날이 오히려 제격이라는 무속
    인 이정란의 의견에 따라 촬영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일행들이 험한 비포장 길을 한시간 남짓 달려 목촌리 입구에 닿았을때는 
    이미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과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
    는데 주위엔 어느새 ?Ⅹ빛 어둠이 밀려 들었다. 

    중간에 큰 비를 만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일행들은 재빠른 손놀림
    으로 장비를 챙겨들고 울창한 숲속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숲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어두웠다. 

    해일은 스텝들에게 김한수나 이창수의 죽음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
    다. 자칫 괜한 혼란을 야기하거나 공연한 선입견으로 객관성을 잃을지 모
    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해일 자신은 김한수나 이창수의 죽음에 대한 강한 의혹에 사
    로잡혀 있었다. 해일이 하루라도 빨리 촬영을 강행하려 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언론뿐만 아니라 경찰까지도 그들의 죽음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보지 않
    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짐승의 습격을 받았다는 점이나 그토록 처참한 죽
    음에 이르기까지 목격자 한사람 없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해일은 그들의 죽음을 설명해 줄 실마리가 바로 흉가에 있을 것이라는 믿
    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해일의 마음을 강하게 잡아 
    끌었던 것은 흉가에 가지 말라던 김한수의 마지막 충고였다. 

    "김감독님! 오늘은 웬일로 그렇게 조용 하세요? 오늘 무슨 기분 나쁜 일
    이라도 있었어요?"

    조연출 이영우의 말이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한창 너스레를 떨어가며 스
    텝들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을 김감독이 웬일인지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걷기만 하자 이영우는 맥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김감독은 대답 대신 여전히 앞만 보고 묵묵히 걸을 따름이었다. 
    이창수의 죽음에 대해 알고난 후 그는 이번 촬영길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정말 귀신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근사한 총각 귀신
    으로....."

    프리랜서 사진기사인 강은영이었다. 그녀는 일행의 맨 뒤에서 적외선 카
    메라맨 배영환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녀의 화사한 얼굴이나 밝고 세련
    된 옷차림은 다른 스텝들의 분위기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특히 그녀의 바로 곁에서 걷고 있는 배영환과는 마치 한 50년전과 50년후
    의 사람이 동시대에 나란히 걷고 있는 것처럼 우스꽝스런 분위기를 자아
    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배영환이 그녀를 돌아보며 빈정거리듯 말했다.

    "강은영, 너 그러다 진짜 귀신 만나면 제일 먼저 도망가는거 아냐?"

    배영환의말에 강은영이 눈을 흘겼다.

    "걱정마세요, 저는 총각이라면 귀신이라도 환장하는 여자니까...."

    "여자가 말투가 그게 뭐야? 정숙하지 못하게, 총각이라면 환장 하다니.... 
    쯧쯧.... 누가 데려갈지 걱정된다. 걱정 돼!"

    "나참 기가 막혀! 절 누가 데려가든 배선배가 왜 걱정을 해요? 배선배보
    고 저 데려가 달란 소리 하지 않을테니 걱정말아요"

    "걱정은 누가 한다고 그래? 그냥 한심해서 그래, 한심해서.... 도대체 요즘 
    여자들은 창피한걸 모른다니까!"

    "배선배!"

    강은영이 날카로운 소프라노 목소리로 소릴 질렀다.

    "관두자, 관둬! 내가 참고 말지...."

    최근 두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먼저 시비를 거는 쪽
    은 번번히 배영환이었다. 이후로도 내내 두사람은 말다툼을 벌였지만 두
    사람 모두 따로 떨어져 걷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약 30여분 숲으로 들어가자 빗줄기는 눈에 뛸 만큼 굵어져 있었다. 울창
    한 숲도 빗줄기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부랴 부랴 스텝들이 비닐을 
    꺼내 장비를 싸느라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비 때문에 날씨도 제법 쌀쌀해 졌고 질퍽거리는 산길은 처음부터 이번 촬
    영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 임을 예고하는 것만 같아해일의 마음은 여간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스텝들이 흉가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20분경 이었다. 근처에 마을이 있
    어서 주민들 인터뷰를 따려고 했지만 어찌된 셈인지 집은 하나같이 비어 
    있었다. 

    마침내 테잎으로만 보던 흉가가 눈앞에 나타났을때 해일의 가슴은 까닭없
    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4.. 죽음의 마을(3)

    족히 백년은 더 되었을성 싶은 검게 불에 그을린 그 흉물스런 집을 아직
    까지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 이유가 궁금할 만큼 집은 금방이라도 허물어
    질 듯 위태하게 보였다. 

    집 뒤쪽으로 울창한 산이 바싹 붙어 있었고 마당에는 잡초들이 발디딜 톰
    도 없이 자라 있었다. 

    다른 스텝들이 서둘러 마당으로 들어서서 짐을 풀고 촬영 준비에 분주 했
    지만 오직 김감독만은 그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이 선뜻 내키질 않는지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때면 자신은 항상 그 징후를 느낄 수 있
    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5년전 촬영에서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한 일이며, 3년전 산악등반 촬영
    을 갔다가 조난 사고로 두명이 목숨을 잃은 일이며, 바로 작년에는 자신
    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까지 번번히 어떤 예감을 느끼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스텝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었다. 지금껏 수 많은 흉가를 가 
    보았고 또한 그 곳에서 밤을 지새며 촬영을 했었기 때문에 이 곳이라고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끼진 못하는 것 같았다. 

    다만 무속 전문가인 오세창과 이정란은 집의 어떤 기운을 알아 보려는 듯 
    나름대로 집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해일은 그들에게도 일부러 테잎에 대한 것이나 이곳에서 일어난 살인사
    건, 또는 김한수나 이창수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귀뜸하지 않았다. 

    주위는 이미 칠흙같은 어둠으로 덮히기 시작했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해일은 집안을 구석 구석 살펴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
    져 내릴 것 같은 집인데 용케 버티고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볼 때 보다 집안은 훨씬 넓었다. 방은 총 열 한개가 있었고 부엌
    과 그 옆으로 넓직한 광이 딸려 있었다. 

    각 방안에는 먼지와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는데 맨 끝방 한쪽 구석
    엔 어떤 짐승이 잠자리를 만들어 놓은 듯 가운데가 움푹하게 패인 나뭇가
    지들이 수복하게 쌓여 있었다. 

    집안에서 해일이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부엌 옆에 딸려 있는 광이
    었다. 한쪽 문짝이 무너져 내려 비스듬하게 달린 그 곳은 바로 테잎 속에
    서 짐승의 귀가 시퍼런 광채를 내뿜고 있던 바로 그 곳이었다.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해일이 살짝 문을 밀치자 삐걱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무슨 냄새인지 모를 시큼한 악취가 코를 찔러 왔다. 해일이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어디선가 싸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뎠고 지나갔다. 

    렌턴의 불빛을 구석 구석에 비추며 안을 살폈다. 바닥엔 썩어버린 짚더미
    가 어지럽게 깔려 있었고 구석엔 주인을 잃은 농기구들이 붉게 녹이 슨 
    채로 아직도 아무렇게나 굴러 다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위에 벽들이 온통 붉은 적토(赤土)로 발라져 있
    다는 것이었다. 렌턴 불빛에 비친 벽은 마치 피 빛으로 덮인 토굴 속이라
    도 들어와 있는 듯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김익재 촬영감독은 대청마루에서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곤혹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촬영보 박희철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 것은 김감독
    이 그런 표정을 지을때 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누구
    보다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독님, 어디 불편하세요?"

    그러나 김감독은 대답 대신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리곤 엉뚱한 
    얘기로 입을 열었다.

    "얌마, 너 나보고 맨날 신기(神技)가 좀 있다고 했지? 않 좋은 일만 귀신
    같이 맞춘다고...."

    "예, 그랬었죠"

    "근데, 바로 그 신기가 별로 조짐이 않좋다. 웬지 마음이 안정이 안되고, 
    아까 이 집에 들어서는데 이상하게 가슴이철렁하고 내려 앉지 뭐냐. 난 
    말야 평소 내 목숨은 조상님들이 지켜준다고 믿는 사람인데 꼭 내 조상님
    들이 이 집안에서 빨리 나가라고 호통을 치시는 것 같더란 말이다"

    "그.... 그럼, 어쩌죠? 감독님 그런 얘기할때 마다 제 가슴은 더 크게 철렁
    한다니까요. 그때마다 아주 않 좋은 일이 생겼잖아요"

    "젠장, 웬지 이번 촬영은 처음부터 내키지가 않더라구. 특히 그 창수놈 얘
    기 듣고부턴 더더욱....."

    "네?"

    "아무것도 아니다. 어차피 촬영 왔으니까 딴 생각 말고 일이나 하자구"

    강은영은 집안 구석 구석을 둘러보며 쉴새없이 카메라의셔터를 눌러댔고 
    그때마다 어둠속에서 눈이 부실만큼 밝은 불빛이 번쩍거리며 나타났다 사
    라졌다. 

    배영환은 이 집에 들어온 이후 쭉 그런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배
    영환의 온 신경은 오직 스틸 사진 기사 강은영에게 쏠려 있었다. 그가 그
    녀를 처음 만난 것은 벌써 2년전의 일이었다. 

    어찌보면 자유분방하면서도 자기 주장이 강한 전형적인 현대여성의 조건
    을 두루 갖춘 강은영을 처음 본 순간 배영환은 밑도 끝도 없는 묘한 질투
    심을 느꼈다. 

    그는 강은영에 비하면 여전히 19세말의 조선시대에나 맞을 법한 사고와 
    생활방식을 가진 사내였다. 강은영의 주변에는 언제나 젊고 활기 찬 남자
    들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과 함께 있으면 고개를 한껏 제처가며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
    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몸을 기대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했다. 
    배영환은 그런 그녀가 웬지 못마땅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자신에게 특별히 밉게 보일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
    는데. 자연 그녀 앞에서 배영환의 심사는 뒤틀릴 수 밖에 없었고 둘은 만
    나기만 하면 툭닥거렸다. 

    배영환은 처음 그녀에 대한 자신의 이유없는 미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바로 흔히 남들이 말하는 사랑이
    라는 치명적인 질병임을 알아차리고 그는 몹시 당황했고 극구 자신을 부
    인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을만큼 그녀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투덜거리기만 할 순 없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2년여동안 미움이라고 여겨왔던 자신의 감정을 한순간에 사랑이라
    고 그녀에게 드러내기에는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그의 말과 행동은 번번히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삐져나왔다. 어둠속에서 한참을 셔터를 눌러대던 강은영이 손을 멈추고 
    돌아섰다.

    "배선배, 언제까지 제 뒤만 쫓아 다닐 거예요?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어
    요? 아님, 할 일이 없어서 그래요?"

    그녀의 갑작스런 공격에 배영환은 마치 자신의 감정을 들키기라도 한듯 
    당황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또다시 후회할 소리를 하고 말았다.

    "착각하지마, 내가 뭐 널 좋아하기라도 해서 따라다니는줄 알아? 아까 정
    PD가 나한테 붙어 다니라고 그러더라. 집도 으시시한데 괜히 헛것보고 
    기절이라도 하면 골치 아프니깐!"

    "이봐요, 배선배, 제가보기엔 선배가 더 으시시 하네요. 거, 얼굴 밑에 렌
    턴 좀 치우고 얘기할 수 없어요? 안 그래도 기분이 별론데 거기 그렇게 
    귀신 같은 얼굴로 따라 다니니까 더 신경이 쓰이잖아요"

    강은영이 핀잔주듯 한마디 쏘아 붙이고 다음 방으로 건너가자 배영환은 
    맥이 빠지는듯 렌턴을 한대 후려치곤 중얼거렸다.

    "젠장, 별게 다 훼방을 놓는다니깐!"


    4.. 죽음의 마을(4)

    해일이 광에서 나와 대청마루까지 뛰어가는 사이 갑자기 눈이 부실 정도
    의 시퍼런 섬광과 함께 엄청난 천둥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산중에서 듣는 
    천둥소리는 도시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사람의 가슴을 절로 서늘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대청마루까지 뛰어가는 단 몇 초간 해일의 온몸은 순식간에 흠뻑 젖어 버
    렸다. 대청마루엔 김감독과 박희철이 렌턴 불빛에 의지해 장비를 점검하
    고 있었다.

    "김감독님, 카메라를 이쪽 광에다 셋팅해 주셔야 겠는데요?"

    "안 그래도 그럴 작정이요. 그건 그렇고 광에는 뭐 이상한거 없어요?"

    "예, 지금봐선 별로 특별한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동안 해 왔던대로 
    전체적인 스케치부터 해주세요. 그리고 포인트를 잡아서 집중적으로 좀 
    잡아 주시고.... 근데 다른 스텝들은 다들 어디 갔죠?" 

    그때 어둠속에서 스크립터 김혜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PD님, 이리 좀 와 보세요"

    김혜진은 이영우, 그리고 기공 전문가 오세창, 무속인 이정란과 함께 왼편 
    끝방에 있었다. 오세창은 손에 나침반 같은 쇠붙이를 들고 집 주변의 수
    맥(水脈)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침이 크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이 곳은 집이 들어설 자리가 아닙니다. 지금 이 집은 호수에 떠 있는 것
    과 마찬가지 형상을 하고 있어요"

    "호수에 집이 떠 있다구요?"

    "네, 대부분의 흉가나 터가 좋지 않은 집을 가 보면 흔히 물이 흐르는 위
    에 집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수맥이 인체
    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사람이 기(氣)를 제대로 펴고 살기가 힘들죠. 
    그래서 병에도 걸리고 마음이 심약해져 헛것을 보기도 하는데 이곳은 물
    이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그 넓이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
    의 물이 이 집터 아래에 가득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집이라면 아마 
    그동안 액운이 끊이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엔 이정란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은 몹시 긴장되고 상기되어 있
    었다. 

    "저기를 좀 보세요"

    그녀는 렌턴으로 방문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거기엔 대나무 가지가 
    기묘한 모양으로 꽂혀 있었다.

    "대나무 아닙니까?"

    "그래요, 대나무죠. 저건 귀신을 쫓을때 주로 사용하던 비법입니다. 그 뿐
    이 아닙니다. 이 집안 전체가 온통 귀신을 쫓기 위한 비방들로 가득합니
    다. 대청마루 쪽에 다듬이 돌을 엎어 놓은 것 하며, 광에 적토로 벽을 발
    라 놓은 것, 그리고 이리 나와 보세요"

    그녀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해일을 방밖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렌턴을 빗줄기가 내리치는 마당에 비추었다. 

    "저기 마당에 흥건한 물들이 보이죠? 모두 붉은색이예요"

    "그럼, 마당의 흙들도 광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적토란 말입니까?"

    "그래요, 마당의 흙도 광과 마찬가지로 온통 적토로 되어 있어요. 예전부
    터 귀신을 쫓기 위한 대표적인 비방이 대문에 피를 칠하거나 아니면 저렇
    게 적토를 발라 놓는 것인데 이 집은 온통 적토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
    고 이 집이 온통 검게 그을린 것도 제가 보기엔 단순한 화재때문이 아닙
    니다. 귀신을 쫓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계속되는 이정란의 목소리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이 집안엔 온통 악한 기운이 가득해요. 집안 전체가 악귀들로 둘러 쌓인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험한 곳을 많이 다녔지만 이번처럼 기운이 강
    한 곳은 처음이예요. 이따 자정이 지나면 제가 이 집안에 있는 귀신들을 
    한번 불러내 보도록 하죠. 도대체 이 집안에 가득한 귀신들이 어떤 원귀
    들인지"

    이정란은 그 어느 때보다 힘주어 말했고 해일은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흉
    가에 가지 말라던 김한수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때 어둠속에서 또 하나의 렌턴 불빛이 더듬거리며 일행들을 향해 다가
    왔다. 배영환과 강은영이었다. 배영환이 말했다.

    "이거 도대체 전기가 없으니까 여간 불편한게 아닌데요? 정PD님 카메라
    를 어디에 셋팅하죠?"

    "적외선 카메라는 저기 마당쪽에 좀 셋팅해 주세요?"

    그러자 배영환이 무슨 소리냐는듯 마당쪽으로 렌턴을 비추었다. 앞도 제
    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는 아무
    리 살펴도 카메라와 몸을 숨길만한 엄페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저기.... 저 마당에 카메라를 셋팅하란 말씀이세요?"

    "좀 무리긴 하겠지만 그렇게 좀 해주세요. 마당쪽에서 이 집안 전경과 내
    부를 잡아 주셔야 합니다"

    "우와 난 죽었네. 저런 빗속에선 우의를 입어도 아무 소용 없는데...."

    배영환은 울상을 지으며 렌턴으로 연신 마당을 이리저리 비추었다. 그런
    데 렌턴을 비추던 배영환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저.... 저게 뭐죠?"

    모두의 시선이 배영환이 가리키는 마당으로 쏠렸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내리쏟는 빗줄기 속에서 분명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모두가 긴
    장한채 그 곳을 주시했다. 

    어둠속인데다 비까지 퍼부어서 렌턴 불빛만으로는 언뜻 무엇인지 쉽게 분
    간하기 어려웠다. 잠시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이영우가 먼저 소리
    쳤다.

    "사..... 사람 아니예요?"

    "뭐, 사람?"

    이영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조그만 우산으로 가까스로 비를 피하며 마당
    으로 들어서는 이들은 분명 사람이었다. 모두 세명이었고 그것도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다. 

    그들은 마당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이쪽을 노려보며 유령처
    럼 꼼짝않고 서 있었다. 

    "저 사람들 뭐하는거야? 우리한테 무슨 할 말이 있나 본데?"

    이영우의 말에 이정란이 덧붙였다.

    "우리한테 별로 좋은 얘길하러 온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러자 배영환이 소리쳤다.

    "거기 누구요? 무슨 일이요?"

    그러나 그들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그들은 조심스럽게 마당을 가로질러 
    다가왔다. 예상대로 다가온 그들은 모두 나이가 예순은 넘어 보이는 노인
    들이었고 하나같이 얼굴에 핏기라곤 없어 보이는 창백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불빛에 드러난 그들의 얼굴엔 이유를 짐작키 어려운 적개심까지 
    드러나 있었다. 노인들은 대청마루 바로 밑에와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스텝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그들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을때 노인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의 얘기
    였다.

    "당장 여기서들 나가!"

    스텝들이 모두 노인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질 못해 어리둥절 하는 사이 노
    인의 두번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두번째 목소리는 처음보다 
    훨씬 크고 분명했다.

    "여기서들 당장 나가라니까!"

    4.. 죽음의 마을(5)

    구반장은 혜경에게 호되게 당한 그날 이후 혜경이 하는 일에 거의 간섭하
    지 않았다. 그리고 꼭 필요한 말 외에는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법도 없었
    다. 

    구반장의 그런 태도가 혜경에게 다소 부담이 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 해결이 되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한 두사람의 보이지 않는 신
    경전 사이에서 오히려 가장 불편한 사람은 바로 박호철 순경이었다. 

    하루종일 두사람의 눈치만 살피던 그가 크게 기지개를 키곤 자리에서 일
    어나며 말했다.

    "그만 퇴근들 않하세요?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그러나 두사람중 누구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는 사람이 없자 그는 
    머쓱하게 창문을 내다보며 다시 중얼거렸다.

    "정말, 징그럽게 오는구만. 비가 이런 식으로 몇 일만 더 내리면 우리 군
    은 아주 물바다가 되겠는데요? 아참, 그나저나 오늘 서울에서 방송국 다
    큐맨터리 제작팀이 목촌리 332번지에서 무슨 촬영을 한다고 하던데 비가 
    이렇게 와서 제대로 촬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러자 그의 말에 혜경과 구반장 두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구반장이었다.

    "이봐, 박순경, 방금 뭐라고 했어?"

    뜻하지 않은 구반장의 반문에 박호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 슨 소리요?"

    "방금 무슨 다큐맨터리팀이 어쩌고 그랬잖아!"

    "아...예, 그 얘기요? 아까 낮에 행정과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서울에서 
    온 방송국 사람들이 오늘밤 이번에 살인사건이 일어난 332번지에서 촬영
    을 하기 위해 허가를 내달라고 해서 내 주었다고. 뭐라더라? 그 곳에 귀
    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밝힌데나? 하여간 방송 만드는 놈들......"

    그러나 박호철의 얘기는 더이상 입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구반장이 갑자
    기 책상을 내리치며 소릴 질렀기 때문이다.

    "그걸 이제 얘기하면 어떻게!"

    갑작스런 고함 소리에 박호철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구반장
    이 다시 소리쳤다.

    "이런 미친놈들,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모두 몇 명이래?"

    "그.... 그건 잘....."

    박호철의 말에 구반장이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의 얼굴이 창백
    하게 굳어졌다. 돌연한 구반장의 행동에 어리둥절 하기로 치자면 박호철
    보단 혜경쪽이 더 했다. 

    다큐맨터리 팀이 332번지에서 촬영을 한다는 박호철의 얘기를 듣고 놀란 
    것은 오히려 혜경이었다. 

    아직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 곳을 취재했던 기자
    들이 모두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바로 오늘만 해도 이번 살인사건 취재를 했던 기자와 카메라맨이 모두 같
    은 방법으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시경으로부터 전해 들은 그녀였다. 

    그런데 구반장이 저렇게 펄쩍 뛰는 것은 그녀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
    는 일이었다. 332번지 일이라면 무조건 빠지려고만 하던 구반장이 아니던
    가. 그녀는 구반장의 진의를 파악하려는듯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서성거렸다.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이 곳 H군에 배치를 받은 이후 처음 보는 구
    반장의 모습이기도 했다. 갑자기 구반장이 소리쳤다.

    "지금 출동할 수 있는 인원이 우리 셋 뿐인가?"

    박호철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는 다시 실내를 서성이기 시작했다. 시종 손을 마주 비벼대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질 못하던 구반장이 마침내 어떤 결심이 선 듯 박호철과 혜경
    을 보곤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혜경은 지금 그의 표정이 몹시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 다 당장 나하고 같이 목촌리로 출동할 준비해. 그리고 무기고에
    서 M16 소총, 권총, 실탄.... 또 뭐가 있지? 하옇튼 있는대로 모두 챙겨, 
    어서!"

    구반장의 말에 혜경과 박호철 두사람은 동시에 놀라서 입을 벌였다.

    "네? 반장님 방금...."

    "내말 안들려? 어서 서두르란 말야, 시간이 없어! 어서!"

    갑자기 목촌리로 출동하자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인데 무기까지 챙
    기라니. 혜경은 구반장이 지금 어떻게 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였다. 그러나 구반장의 표정은 긴지하고 잔뜩 긴장되어 있었다. 

    구반장의 지시대로 세사람이 무기를 챙겨 목촌리로 출발한 것은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세사람 모두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한 자루씩 차
    고 있었고 구반장은 M16 소총까지 곧추세워 들고 있었다. 

    박호철은 운전하는데 여간 애를 먹는 눈치가 아니었다. 칠흙같은 어둠에
    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물때문에 승용차의 시야는 불과 10미터도 채 되
    지 않았다. 윈도 부러쉬를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빗물을 감당하진 못했다. 

    차안에서 구반장은 한마디도 말이 없었다. 그는 눈을 감은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박호철이 운전을 하며 연신 룸미러로 구반장의 안색을 살피곤 혜경과 눈
    이 마추졌지만 영문을 모르긴 두사람 다 마찬가지였다. 무거운 침묵을 먼
    저 깨뜨린 것은 혜경이었다.

    "저기, 반장님! 저희도 도대체 무슨 일인지나 알고 가야죠. 이렇게 무작정 
    갈 순 없잖아요"

    그러나 구반장은 여전히 눈을 감은채 아무 말이 없었다. 참지 못한 혜경
    이 다시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구반장이 눈을 떴다.

    "윤형사, 332번지 흉가에 대한 수사는 잘 진행되나?"

    "네?"

    "수사에 진전이 있냐고...."

    "뭐, 아직은..... 하지만 몇가지 사실들을 알아내긴 했어요. 그 흉가를 중심
    으로한 목촌리 마을의 내력에 대한 것들인데....."

    "그럼, 이번 같은 살인사건이 처음이 아니란 것도 알아냈겠구만!"

    "그럼, 반장님도 알고 계셨어요?"

    "윤형사는 귀신의 존재를 믿어?"

    "귀.... 귀신요?"

    "그래, 귀신!"

    "그.... 글쎄요"

    "우린 지금 귀신과 싸우러 가는거야"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혜경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곤 구반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틀림
    없는 구반장이었지만 그의 눈은 평소 그의 눈빛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광기와 형언키 어려운 공포, 그리고 그 너머로 얼핏 보이는 
    죽음의 그림자. 그런 것들이 그의 눈엔 진하게 베어 있었다. 

    혜경은 지금 구반장의 눈빛과 비슷한 눈빛을 어디선가 보았다는 것을 기
    억해 냈다. 그건 바로 목촌리 주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던 눈빛이
    었다.


    5. 공포의 밤(1)

    노인들은 모두가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계속해서 
    촬영팀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영우가 계속해서 노인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별로 성과는 없어 보였다.

    "몇 번을 말씀 드려야 아시겠어요? 저희는 분명히 군에서 촬영 허가를 정
    식으로 받고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공연히 시간 낭비 마시고 어서 집
    으로 돌아들 가세요"

    그러나 노인들은 물러서긴 커녕 더욱 무서운 눈으로 스텝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당신들이 오늘밤 이곳에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모두..... 모두가 죽
    을게야. 어서 그 집에서 나오라니깐!"

    "무서운 일이 벌어질거야, 당신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한 노인은 눈 앞에 정말 그가 말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 듯 부
    르르 몸을 떨었다. 보다 못해 해일이 앞으로 나섰다. 노인들이 뭔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연이야 어찌 되었던 비가 쏟아지는데 그렇게 밖에들 계시지 마시고 이
    리로 올라 오셔서 저희하고 차근 차근 얘기를 좀 하시죠"

    "우린 안 올라가, 아니, 못 올라가! 그 끔찍한 집으로는 절대 못 올라가"

    "좋습니다. 그럼 제가 내려가죠"

    해일이 대청마루 아래 노인들 앞으로 다가섰다. 가까이 다가 서서 보니 
    과연 노인들의 얼굴엔 그들의 말처럼 두려움이 가득 했다. 스텝들에게 호
    통을 치고 있었지만 정작 겁에 질려 있는 것은 그들이었다.

    "저는 정해일이라고 합니다. 촬영팀의 책임자죠. 노인장들이 두려워 하는 
    것들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저희도 영문을 알아야 철수를 하든 말든 할 
    게 아닙니까?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해일이 구체적으로 묻고 나서자 노인들의 얼굴에 동요의 빛이 나타났다. 
    그들은 두려운 눈길로 해일을 바라보며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해일은 그들에게서 뭔가 실마리를 풀 수 있으리란 기대로 더욱 다가서며 
    다그쳤다.

    "이곳에서 얼마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죠? 그리고 그 
    해괴한 살인사건이 바로 이 집과 관련이 있는거죠? 그렇죠? 제발 말씀해 
    주세요. 제 친구도 이 집을 취재 왔다가 여기서 죽은 사람들과 마찬가지
    로 끔찍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러자 노인들이 더욱 뒤로 물러서며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당장 그 곳에서 나오라니까 무슨 말이 그리 많아! 좋아, 정 너희들이 죽
    기를 원한다면 우리도 별 수 없지. 우린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본 
    것도 들은 것도 없어. 그러니 너희들이 무슨 일을 당하든 우린 모르는 일
    이야"

    말을 마친 노인들이 싸늘한 표정으로 스텝들을 한 사람씩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를 보는듯한 눈빛이어서 스텝들은 
    하나같이 섬?쓺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노인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 마당을 빠져 나갔다. 그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 가고 있었다. 스텝들 모두가 께름칙한 표
    정으로 사라지는 노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영우가 노인들이 사라진 고개쪽을 보면서 
    말했다.

    "기분 나쁜 노인들일세? 왜 우리보고 자꾸 이 집에서 나오라고 했을까요? 
    뭔가 사연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엔 강은영이 나섰다.

    "참, 근데 정PD님 아까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단 얘기는 뭐예요? 그
    리고 뭐 친구 어쩌고 하신 것 같은데, 저는 처음 듣는 얘긴데, 다른 사람
    들은 알고 있어요?"

    스텝들의 눈길이 일제히 해일에게 집중되었다. 고개를 숙인채 잠시 망설
    이던 해일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들은 대로입니다. 얼마전바로 이 흉가에서 살인사건이 있었습
    니다. 여러분도 아마 신문에서 보았을 겁니다.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 세명
    의 신문기자와 사진기자가 짐승에 뜯기고 죽창에 찔려 죽었다며 한창 메
    스컴에서 떠들었던 사건 말입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곳이 바로 이 곳입
    니다"

    해일의 말에 스텝들이 술렁거렸다. 특히 강은영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
    다 가까스로 참았다.

    "저.... 정말 이곳에서 그 끔찍한 사건이 일어 났다는 거예요?"

    "아니, 그럼 출발하기 전에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친구 
    얘긴 또 뭐죠?"

    "아직 경찰에서 공식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저희 방송국 보도국에 김
    한수 기자라고 있습니다. 그는 제 친한 친구입니다. 그 역시 이곳에 취재
    를 왔다가 똑같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감독님의 
    후배로 김기자와 함께 이곳에 취재왔던 이창수라는 카메라맨 역시 그와 
    함께 살해 되었고...."

    스텝들의 술렁임이 더욱 커졌다. 

    "미안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미리 얘기하지 못해서.... 하지만 행여라도 괜
    한 선입견들을 가질까봐 말을 하지 않은 겁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곳
    에 뭔가가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우리가 귀신이라고 부르는 그런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
    는 바로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입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해일은 이럴줄 알았으면 출발전 미리 
    얘기할걸 잘못 했다는 후회가 되었다.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의외로 김감
    독이었다.

    "다들 새삼스럽게 왜들 그래? 지금 귀신이 무서워서 떨고 있는거야? 모두
    가 여기까지 귀신 찾으러 온 사람들 아니었어? 사실 나는 정PD한테 출발
    전 모든 얘기들을 들었다구. 그리고 그땐 별 얘기 아니었어. 괜히 여기와
    서 이상한 노인들 나타나 한번 휘젖고 나니까 엉뚱한 생각들을 하는거지. 
    어느 흉가나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 사람 한명쯤 없는 곳 봤어? 그리고 사
    람 한두명 안 죽은 흉가봤어?"

    김감독의 말이 끝나자 배영환이 나서서 분위기를 바꾸었다.

    "김감독님 말이 맞아요, 괜히 쓸데없는 공상들 하지 말고 어서 일이나 합
    시다. 자, 다들 일어나요"

    "그래요, 일합시다. 그나저나 저 비나 좀 그쳤으면 좋겠구만"

    스텝들은 다시 주섬 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김감
    독과 박희철은 광으로, 배영환은 비닐에 적외선 카메라를 단단히 싼 다음 
    비가 쏟아지는 마당으로, 강은영은 김혜진과 함께 각 방을 돌아 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리고 해일은 이정우와 함께 전체를 돌아 다니며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정각 자정이 되면 광에서 무녀 이정란이 귀신을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자정까진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

    * * *

    "반장님, 길이 완전히 엉망이예요. 온통 진흙탕이라구요"

    앞장 서서 걷고 있던 박호철이 소리쳤다. 빗소리가 워낙 커서 바로 앞에
    서 외치는 그의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박호철의 말대로 험한 산길인데다 온통 진흙탕이라 한 걸음 떼어 놓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박호철의 뒤에 구반장이 있었고 그 뒤를 혜경이 
    따르고 있었다. 

    혜경의 손에 들린 렌턴 불빛이 비틀거리는 그녀의 움직임만큼이나 불안하
    게 흔들리고 있었다.

    "박순경, 그 쪽 말고 아랫쪽으로 돌아가! 낙엽들이 쌓인 쪽이 훨씬 걷기가 
    나을거야"

    구반장이 목청껏 소리쳤다. 하지만 낙엽이 있는 아래쪽도 걷기가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세사람은 번번히 아래쪽으로 미끄러지곤 했던 것이다. 

    결사적으로 산길을 오르는 구반장의 뒷모습을 보며 혜경은 많은 혼란을 
    느꼈다. 구반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
    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반장은 왜 자신이 흉가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그토록 싫어 했을까? 구반장의 얼굴에 나타났던 그 공포와 두려움의 정체
    는 무엇일까? 그리고 엉뚱하게도 무기를 휴대하라는 이유는?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혜경의 가슴을 두들겨 댔다. 혜경이 거친 숨
    을 몰아쉬며 구반장을 향해 소리쳤다.

    "반장님, 말씀해 주세요. 흉가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거죠? 반장님은 이번 
    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시죠?"

    "..............."

    "말씀해 주세요"

    "목촌리 사건을 취재하던 신문기자나 취재기자들이 모조리 죽어 나간걸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어요"

    "그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 목촌리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길 싫어해. 세
    상이 목촌리에 대해 알려고 하는걸 아주 싫어 한다구! 그래서 그들이 죽
    은 거야. 목촌리를 세상에 드러내려 하는 자들은 모두 죽게 되어 있어!"

    "그게 무슨 말이세요?"

    "목촌리에는 살아있는 유령들이 있어"

    "유령이라니요? 전 도대체....."

    "그래, 그들은 아주 끔찍한 것 들이야. 그들은 목촌리 사람들 모두가 죽기
    를원하는 거야. 그것도 아주 교활한 방법으로, 결코 서두르지 않고..... 오
    랜 세월 고통 받다 죽기를 원하는 거지"

    구반장은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얘기들을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이제 목촌리 주민들은 그들의 존재와 자신들의 삶을 운명으로 체념하고 
    있어. 아무도 거기에 대해 새삼스레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지. 보통 사람
    들이 그저 운명처럼 기다리는 죽음을 그들도 기다리는거야. 다만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지"

    "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
    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지. 목촌리가 바로 그래. 아주 오래전부터 그들
    은 목촌리에 존재해 왔어. 그들은 목촌리를 알려고 하는 사람들과 목촌리 
    주민들 모두를 죽이는거야. 나 또한 머지않아 그들이 데리러 올거야. 나도 
    목촌리 출신이거든!"

    "반장님이 목촌리 출신이라구요?"

    "목촌리 사람들의 운명은 둘중 하나야! 어느날밤 예고없이 찾아온 그들에 
    의해 죽음을 맞던지, 정신병자가 되어 모든걸 잊어버리던지......"

    "도대체 그들이 누구예요? 왜 막지 않는거죠?"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그들은 목촌리 사람들의 삶속에서만 존재하거
    든. 아마 내 모든 얘길 들으면 윤형사 역시 날 정신병자 취급을 하겠지만 
    오늘밤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모든걸 얘기해 주지. 그땐 윤형사도 이미 목
    촌리 주민과 한배를 타고 있을테니까. 지금 몇시야?"

    "이제 막 자정을 넘어섰는데요?"

    "젠장! 벌써 거나하게 잔치가 벌어졌겠구만!"

    5. 공포의 밤(2)

    이정란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김감독은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
    에 담고 있었고 나머지 스텝들은 휴대용 램프 하나를 가운데 밝혀두고 이
    정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정을 넘자 곧바로 그녀는 집안에 있는 귀신을 불러서 이 집안의 내력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다른 스텝들에 비해 유독 스크립터 김혜진만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이었다. 한 두어번 촬영을 따라 다녔
    다지만 이런 촬영이 그녀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정란이 신이 내리면 저절로 움직일 것이라며 자신의 앞에 꽂아둔 신대
    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정란은 계속해서 귀신을 불러 들이는 
    주문을 중얼거리며 외우고 있었고 그녀의 이마엔 땀이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정란의 중얼거림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긴 불가능했다. 그것은 주절거림 같기도 했고 신음 소리 
    같기도 했다. 

    해일은 두려움과 기대가 반쯤 섞인 심정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이정란의 소리가 갑자기 더욱 커지며 땅 바닥에 꽂아둔 신대의 방울이 딸
    랑하는 소리를 낸것은. 그것을 지켜본 모든 스텝들이 숨을 멈추었다. 김
    혜진이 겁먹은 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정말 움직였어요"

    이정우가 김혜진을 향해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조용히 해!"

    신대에 매달린 방울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신대는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요동을 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신대의 흔들림 만큼이나 이정란의 몸이 더욱 무섭게 떨리고 시작했고 그
    녀의 중얼거림 또한 더욱 커졌다. 전 스텝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김감독이 흥분된 목소리로 해일을 불렀다.

    "저.... 정PD!"

    그는 창백한 얼굴로 카메라의 화인더를 가리켰다. 해일이 카메라의 화인
    더를 보았을때 그 안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육안으론 전혀 보이지 않던 이상한 기운이 그녀를 감싸며 그녀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한 것이다. 시퍼런 연기같기도 한 그것은 이정란의 입을 통
    해 몸속으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정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러자 
    몇 초 후 이정란의 신음 소리가 급격하게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울먹임
    으로 변해 버렸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엔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극심한 공포심이 
    드러났고 고통스런 울먹임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해일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즈음 그녀를 주
    의깊게 관찰하던 오세창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이게 아니예요" 

    스텝들이 모두 오세창을 바라보았다.

    "뭐....뭔가 잘못 됐어요, 중지 시키고 이선생을 깨워야 해요, 어서!"

    갑작스런 그의 말에 스텝들이 술렁거렸다.

    "내 말 안들려요? 그녀를 깨워야 한다구요!"

    비로소 해일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물 갖고 와요, 물!"

    비로소 다른 스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물을 찾아 허둥대고 해일
    과 오세창은 달겨들어 이정란을 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요, 이선생, 정신 차려요!"

    스텝들이 떠온 물을 이정란에게 끼얹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깨어날 기
    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릴 뿐이었다. 다시 누군
    가가 소리쳤다.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저러다 사람 잡겠어요!"

    "광에서 끌어내요, 밖으로 끌어내라구!"

    모든 스텝들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허둥거렸다. 두서없는 외침소리가 
    난무했다. 그러나 이정란을 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해일을 비롯한 이정우, 오세창, 박희철등 네명의 장정들이 달겨들었지만 
    그녀의 몸은 땅에 박힌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의 눈동자가 하얀 흰자위를 드러내고 입에서 거품을 풀기 시
    작했다. 김혜란이 울음을 터뜨렸다.

    "꼼짝도 안해요, 밖으로 끌어낼 수가 없다구!"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이야!"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을!"

    여기 저기서 흥분한 외침 소리들이 튀어 나왔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
    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정란의 신음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정란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에 의해 한
    꺼번에 그녀의 몸에서 밀려났다. 그녀는 더욱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모든 스텝들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정란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
    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비좁은 광 안에는 숨 막히는 공포와 전율로 가득
    찼다. 모두들 겁에 질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때였다.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의 왼쪽팔이 무엇인가에 물러 
    뜯기듯 제멋대로 요동을 치더니 그녀의 흰색 한복이 붉게 물들며 뜨거운 
    핏줄기가 솟구친 것은.

    "으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 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뭐
    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정란의 몸은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물어 뜯기고 있는 
    듯 했으며 그녀의 고통스런 비명소리는 더이상 들을 수 없을만큼 처절하
    게 변해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광안은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그들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광을 뛰쳐 나간 사람
    은 김혜진이었다. 

    그녀는 거의 정신 나간 사람마냥 비명을 지르며 광을 뛰쳐 나갔다. 그 뒤
    를 이어 또 누군가가 뛰쳐 나가고, 또 나가고..... 해일은 숨조차 쉴 수 없
    는 공포로 이정란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해일의 머릿속에 악마의 포식이란 어느 책 제목이 떠올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의 귓전으로 죽은 김한수의 절규가 들려왔다. 

    '흉가에 가지마! 놈들은 끔찍한 괴물들이야, 무서워, 해일아! 무서워!'

    해일이 검붉은 피를 온몸에 흠뻑 뒤집어 쓴 채 마지막으로 광속에 뛰쳐 
    나왔을때는 그 역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먼저 나온 스텝들이 마당에
    서 김혜진과 강은영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강은영은 배영환에게 안긴 채 부들 부들떨고 있었고 김혜진은 비가 쏟아
    지는 마당 한가운데서 계속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정우가 
    그녀의 따귀를 때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정신 차리란 말야! 제발 조용히 좀 해!"

    모두들 마당 한가운데 얼이 빠진 모습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들에
    겐 자신들의 온 몸을 두들기는 굵은 빗방울조차 느낄 겨를이 없었다. 무
    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어서 이 끔찍한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본능 뿐이었다. 
    해일은 사람의 뇌가 갑자기 그 움직임을 멈춘다면 바로 이런 기분일 것이
    라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머리속은 텅비어 버렸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
    다. 어디를 보아도 칠흙같은 어둠뿐이었다. 배영환이 더이상 참지 못하겠
    다는듯 발작적으로 일어서며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겁니까? 어서 이 곳을 벗어나지 않고, 난 무서워요. 단 1초도 
    이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구요!"

    배영환의 말에 강은영이 정신없이 악을 써 댔다.

    "어서 이 곳을 빠져 나가자구요! 난 정말 무서워 죽겠어요, 어서요!"

    다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광 쪽에서 시선을 떼질 못했다. 광에선 무슨 일
    이 있었냐는듯 아직도 휴대용 램프의 희미한 불빛이 평화롭게 새어 나오
    고 있었다. 그때 해일이 낮게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그의 한마디에 모두의 숨이 멎었다.

    "저 소리..... 저 소리 들려요?"

    모두의 눈길이 광쪽으로 쏠렸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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