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언젠가 엄마가 내게 말했습니다. '노력은 절대 배신 하지 않는단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노력이라는 것은 한동안 제게 큰 도움이 되었죠.<br><br>열 일곱살 명문 여고에 입학하여 열심히 노력한 덕에, 저 보다 머리 좋은 아이들을 제치고 전교 일등을하고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br><br>대학 생활은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숨막히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달달한 시간이였죠. 저는 대학교에서도 끝 없는 노력을 했습니다.<br><br>과탑을 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었죠. 약간의 문제라면 여고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던 저의 모습이랄까요. 사실 저는 뚱뚱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엔 약간 통통한 정도였고, 고등학교에 입학 한 후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급격하게 뚱뚱한 몸이 되었지요.<br><br>저는 제가 뚱뚱했지만 제 친구들 중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근데, 어째서 일까요?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남자 선배가 그러더군요. '넌 자기 관리 안하니?' 황당 했습니다.<br><br>그 말을 필두로 저는 '민희'가 아닌, 뚱뚱한 여자애가 되었습니다. 제가 강의실을 지나 갈때마다 남자 학우들은 킥킥 거렸고, 여학우들은 비꼬는 것인지 위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습니다.<br><br>대학교 1학년 1학기의 끝, 제가 처음 과탑을 했을때 '축하한다.'는 말이 아닌 '독하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 동기 중 유일하게 친절했던 은하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얼굴 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습니다. <br><br>남자 학우들은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행동들로 저를 무시 했고, 여자 학우들은 어떠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재 보단 낫지'라며, 나를 그들의 위안거리로 삼았죠.<br><br>그들 중 유일하게 저를 '민희'로 봐준 사람은 은하였습니다. 제가 과탑을 했을 때, 대학 동기들 중 유일하게 카톡으로 축하메세지와 기프트 콘을 주었죠. 저도 은하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은하도 2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죠.<br><br>저는 저만 기프트 콘을 받은게 미안해서, 방학 중 은하를 만나 밥을 샀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저에게 '자기 관리 좀 해'라는 선배를 마주쳤죠. 우리를 본 선배의 첫 마디는 '넌 왜 이런애랑 다니냐.'였습니다.<br><br>슬펐습니다. 나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제게 모진 말을 습관적으로 던진 그 선배는 키가 크지도, 잘생기지도, 성적이 좋지도 못했거든요. 저는 그 상황에서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습니다.<br><br>그 날 이후 저는 밤이면 밤마다 '돼지'라는 환청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유일하게 친절했던 은하를 멀리하게 되었죠. 이유는 은하를 보면 날 비웃던 그 선배가 떠 올라서요.<br><br>그렇게 반년이 흘러 2학년이 되자, 저는 급격하게 말 수가 줄었습니다. 지속 되는 교묘한 왕따와 무시, 밤마다 들리는 돼지라는 환청은 잠을 잘 수 없게 했고, 정신은 피폐해져갔습니다.<br><br>여전히 성적은 좋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저를 볼 때의 첫 마디는 '무슨 일 있니?'라는 말이였습니다. 저는 제게 있었던 일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착한 은하를 버릴 정도로 독한 돼지년 만이 남아있을 뿐이였습니다.<br><br>어째서인지 제가 과탑을 한게 제 노력의 성과가 아닌, 천사 같은 은하의 자리를 뺏은 썅년이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집에 틀어 박혀 있던 그때, 돌아가신 엄마의 말이 떠오르더 군요. <br><br>"노력은 절대로 배신 하지 않아."<br><br>저는 그 날 이후 휴학을 선택한 반년 동안 50kg 가량 감량했습니다. 지금의 몸무게는 44kg 밖에 나가지 않아요. 제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복학하자, 썅년은 사라지고 공부도 잘하고 예쁜 엄친딸 '민희'가 되었습니다.<br><br>돼지년이 아닌, 엄친딸이 된 저에게 남자 선배는 말하 더군요. '진작에 빼지, 내가 너 살 빼면 예쁠 것 같아서 조언 좀 한 건데 상처 받았던 건 아니지?' 역겨웠습니다. <br><br>저를 위안 삼던 여학우들은 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 보았고, 매일 제 뒤에서 욕설을 뱉던 남학우들은 제게 고백했습니다. 그날 이후, 환청은 사라졌습니다. 거짓말 처럼요.<br><br>다만, 제 눈엔 더 이상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제게 말을 거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가면'으로 보이거든요. 그렇게 일 년을 살다보니, 저도 미쳐가기 시작하더군요.<br><br>사학년이 되던 해,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저는 다시 돼지가 되었습니다. 네, 동시에 저는 다시 썅년이 되었죠. 저를 동경하던 여자애들은 '요요는 진짜 무섭다니까, 애초에 뚱뚱한애들은 답이 없나봐.'<br><br>제게 모진 말을 퍼 붓고, 고백했던 남학우들은 '뚱뚱한 년이 살 좀 빠졌다고, 기세 등등하던 꼴 안봐서 좋네, 꼴에 고백 받은 거 찼다며? 내가 저런 돼지한테 차이다니' <br><br>저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노력했던 덕분에 저는 취업을 했습니다. 근데 어째서죠? 직장 내에서 당하는 왕따는 지독스럽더군요.<br><br>돼지라는 이유로 당하는 직장 왕따는 어떤 노력으로도 해결 되지 않았어요. 일을 열심히 해도, 말을 예쁘게 해도 전 그냥 뚱땡이였습니다.<br><br>그래서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더군요. 직장과 겸한 다이어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고, 저는 몽유병을 앓게 되었습니다.<br><br>조금 특이한 점은 저는 제가 수면 중 일때, 몸이 마음대로 일어나 먹습니다. 네, 저는 더 뚱뚱해졌고, 한심한 사람이 되었습니다.<br><br>대학교 시절 들었던 환청은 다시 시작 되었고, 그 환청은 자기 전이 아닌 일상 생활을 지속하는 내내 들렸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얀색 가면 위에 눈코입 없이 보였고 저는 괴로웠습니다.<br><br>분명히 노력하는 삶이였는데, 어디서 부터가 잘 못 된 것일까요. 몽유병은 점차 심해져, 밖을 나돌아다니기 까지 했습니다. 얼마 전엔, 치킨집 앞에 깬 적이 있고, 새벽에 한강 둔치를 걷고 있기도 했죠.<br><br>그리고 지금, 조금 낯선 낭떨어지 위에 저는 깼습니다.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 너무 놀라 주저 앉았습니다. 놀란 가슴을 다스리고 숨을 고르자, 예쁜 달이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br><br>눈 앞에는 최근에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밤 하늘과 눈 부신 야경이 펼쳐졌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나 처럼 뚱뚱한 여자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요.<br><br>그 순간, 제 몸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br><br>'자, 이제 뛰어.'<br><br>"어머니,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존재 하더군요."<br><br><br> <br><br><br>
출처 |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밑에 있거나 놀림감으로 삼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외모로 인해, 차별 받거나 상처 받은 이들이 치유받길 기도하며 다른 것을 존중하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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