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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殺人)을 했네
내 오죽하면 그리 했겠나. 들고 나서기 불편하니까 토막을 냈지. 혹시나 살아나서 버둥거리기라도 하는 날엔 낭패가 될 테니 말일세. 피를 좀 빼냈어야 하는데 하도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축축한 채로 짊어지고 왔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피를 좀 흘렸을지 몰라. 하지만 지금 달조차 어디론가 숨어들었고 참 고맙게도 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잖은가. 가끔 벼락도 내리치고 이렇게 천둥소리가 반가울 데가 있느냔 말야. 내가 이리 되고 나니 자네가 퍼뜩 떠오르지 뭔가. 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여기로 냉큼 달려왔지 않은가. 친구, 자네라면 말일세, 내 사정 묻지 않고 받아 주리란 말이지. 나는 지금 통사정을 하는 게 아니야. 가장 먼저 생각해냈다고! 내 말뜻을 못 알아듣겠느냐고.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못 본 걸로 해주겠다고? 자네 집으로 뚝뚝 흘려놨던 내 발걸음소리를 누군가 듣기 전에 돌아가라고? 천둥소리가 그 소리를 덮어주고 있을 때 냉큼 돌아가란 말인가? 남에게 들키지 말란 그 걱정스러운 당부는 내 것만은 아닌 것 같네그려. 그 서늘한 말솜씨에 내 고마워 허리 숙여야 하는가. 그래 당장 사람이라도 부르게. 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네. 돼지 한 마리 사람 죽여놓듯이 하여 둘러업고 왔더니, 이 좋은 걸 마다하겠다고. 이보다 더 맛깔난 술안주도 없을 터인데, 자넨 술 마실 줄도 모르는구먼. 술 한 잔은 고사하고 농담 한마디 건네기조차 두렵게 됐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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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교과서에서 봤던 전래동화 비슷한 걸 극화시켜 본 것입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심지어 산문시랍니다.
출처 | http://preview.kyobobook.co.kr/preview.jsp?siteGb=DIKI&ejkGb=EBK&barcode=480150000068P&loginY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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