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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2840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24
    조회수 : 2530
    IP : 211.227.***.1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3/17 02:04:03
    http://todayhumor.com/?panic_92840 모바일
    [Reddit] 얼굴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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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제이미를 사랑했어. 정말 미친 듯이. 청혼을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깊은 사이였어. 불행히도 교통사고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어. 

    제이미가 죽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엉망이었어. 내 남은 삶을 평생 그녀와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떠나면서 내 삶엔 엄청나게 큰 구멍만 남았어. 친구들은 나를 데리고 나가서 내 고통을 최대한 줄여보려고 했어. 그러다 이 사달이 나게 된 거야. 

    서비스도 맥주 맛도 거지 같은 허름한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 제이미랑 가지 않은 유일한 곳이었거든. 붐비는 바 건너편을 쓱 보며 제이미를 봤을 때 내가 느낀 충격은 아마 상상할 수 있을 거야. 180 센티미터나 되는 멀쑥한 남자 몸에 붙어있는 건 제이미의 얼굴이었어. 오른쪽 눈에 있는 귀엽고 작은 점까지 그대로였어. 

    입을 떡 벌리자 술이 줄줄 샜어. 나를 데려온 친구 중 하나인 키스는 내 시선을 따랐어. 벌이 가득한 벌집처럼 붐비는 바를 보려고 눈을 찌푸리더라. 내가 잘못 봤기를 바랬어. 아직도 애도하는 내 뇌가 만들어낸 미친 망상 같은 거였길. 

    하지만 아니었어. 잠시 붐비는 사람들이 흩어지자 내 죽은 여자친구의 얼굴을 가진 남자가 보였어.  병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이상하게 자신감에 찬듯한 남자가. 키스는 침착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이었어. 무슨 반응인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어. 키스는 나를 바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 차리기도 전에 날 택시에 태워서 집에 보냈어. 

    그 후 며칠간 안갯속에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지냈어. 제이미의 얼굴을 가진 그 남자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묘사할 수도 없었어. 마치 그녀의 교통사고를 다시 겪는 것만 같았어.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내가 현장에 있었다는 거고. 운 것 같아. 먹지도 않았어. 

    키스는 그 다음날 피자를 가져오고 앉아서 나와 얘기하면서 안개를 걷어줬어. 이 시점에서 나는 왜 그때 키스의 반응이 신경 쓰였는지 알게 됐어. 어떻게 그렇게 놀라지 않았는지 말이야. 그가 다음에 말할 내용을 들을 준비가 아직 안 돼 있었어. 

    키스는 한숨을 쉬더니 몸을 굽혔어. "나 걜 알아. 롭이라는 애야." 

    키스는 내 친구만이 아니었어. 나와 제이미랑 서로 아는 사이였거든. 나보다 제이미를 안지 더 오래됐고, 이 일을 처음부터 겪었대. 

    "롭은... 처음에 나쁜 애는 아니었어. 좀 이상하긴 했고 우리 중 아무도 걜 좋아하지 않았어. 그래도 못되고 그런 애는 아니었어서 그냥 같이 어울렸어. 그러다가... 제이미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어. 제이미한테 얘긴 안 하고." 

    키스는 잠깐 멈추더니 너 진짜 이거 들을 준비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 나는 조바심을 내면서 계속하라고 했어. 

    "제이미를 따라다녔어. 좋아하는 음식이랑 술을 알아내서 자기 냉장고를 그것들로 꽉꽉 채웠다더라. 스카프나 챕스틱 같은 물건 몇 개를 훔치기도 했어. 쓰레기도 뒤지고. 우리한테 걔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걸 물어보면서 귀찮게 했어. 제이미가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제이미도 알았어?" 

    "당연히 바로 얘기했지." 키스가 코웃음을 쳤어. "그렇다고 뭐가 나아지진 않았어. 이미 일이 너무 커져서 제이미는 걔랑 마주하기 무서워했거든. 우리는 당연히 걜 더 부르지 않았지만 우리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기 시작했어. 친구들 몇 명이 걜 패버리겠다고 협박도 하고, 제이미한테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라고도 했는데 어림도 없었어." 

    속이 시멘트같이 느껴졌어. "왜 나한텐 얘기 안 한 거야?" 

    "글쎄, 내 생각에 제이미는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아. 롭한테 당당히 가서 그만하라고 한 적이 없거든. 제이미가 널 만났을 때, 삶에 큰 전환점이 온 것 같다고 했어. 네가 걔의 과거를 평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대." 

    내가 이걸 가지고 뭐라고 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오, 제이미. 

    다음 질문을 하기 전에 나는 목에 있는 큰 응어리들을 몇 번 삼켜야만 했어. "그래서 날 만나고부터는 그런 일이 없었던 거야?" 

    "이 전까지는. 롭은 제이미가 자기를 영원히 사랑하게 만들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었어. 우린 사람 많은 데서 걜 만나지 않았어. 걔가 감옥에라도 들어갈만한 짓을 하길 바랬지만 별로 운이 없었나 봐." 

    키스는 피자를 한 조각 베어 물었어. 슬픔이 화로 변하는 동안 나는 초점 없이 아무 데나 바라보고 있었어. 이 정신 나간 놈은 성인처럼 제이미에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거 대신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을 하기로 했다 이거지. 그리고 이제는 내 애도하는 과정에 엿을 먹이려고 하고 있고. 

    "뭔가 해야겠어," 내가 말했어. 

    키스는 피자 조각을 내려놨어. "야, 안돼. 이미 난 친구 한 명을 잃었어. 너가 감옥에 가는 꼴은 못 봐." 

    "감옥엔 안 갈 거야. 이 놈이 그냥 빠져나가게 둘 순 없어. 얠 볼 때마다 아는 척할 거야." 

    키스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어. "너가 이상해 보일 텐데." 

    "상관없어. 아무것도 안 하고 이 놈이 날 돌아버리게 할 바에야 먼저 이상해질래." 

    키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 남은 피자 조각만 내려다봤어. 

    다시 방문하는게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제이미와 생전에 갔던 곳은 쭉 피해오고 있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놈을 보기를 바라며 그곳들을 갔어. 롭이 준 긍정적인 점이 딱 하나 있다면 날 슬픔 속에서 꺼내준 거야. 멱살을 잡을 생각을 하자 몸에 피가 돌았어. 

    그놈을 마주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어. 회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줘서 제이미가 좋아했던 미도리라는 초밥집이었어. 바에 앉아있는 롭을 봤어. 뒤에서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더라. 그러다가 벨트가 스카프라는걸 알았어. 제이미의 옛 사진에서 보이던 빨간색 스카프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난 바로 다가가서 그가 앉아있는 의자를 돌렸어. 롭은 날 보고 놀라지도 않은 것 같았어. 내가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히 하고 있다는 듯한 똑같은 우쭐대는 미소만 짓고 있었어. 

    "너 도대체 문제가 뭐냐? 제이미는 널 사랑한 적 없어, 정신 나간 놈아." 

    그는 웃었어. 제이미의 입에서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 혼란스러웠어. 

    "니가 뭐라고 하던지 상관없어. 내가 너보다 그녀를 더 사랑해." 끈적끈적한 밥풀때기가 그가 훔친 입에 붙어 있었어. 제이미가 깔끔하고 예쁘게 관리했던 입이 이제는 다 갈라지고 더러워졌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거야." 

    내 안의 뭔가가 부서졌어. 내가 이렇게 화가 날줄이라곤 생각도 못했어. "제이미 물건을 훔친다고 해서 너가 걜 더 잘 알게 되는 건 아냐. 넌 제이미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제이미가 뭘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알아? 슬퍼할 때 옆에서 안아준 적 있어? 넌 그런 적 없었겠지. 왜냐면 넌 정말로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 이 정신병자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감정을 신경 쓰는 거라고." 

    롭은 제이미의 입으로 씩 웃었어. "어젯밤 제이미는 그렇게 말하지 않던데." 그는 가성으로 말했어. "오, 오 롭, 오 세상에, 넌 너무 멋져, 넌 너무 완벽해.

    그때 롭을 한대 쳤어.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았어. 카운터에 있는 남자가 우리를 떼어 놓으려고 다가왔어. 롭은 제이미의 얼굴로 웃고 있었어. 입술은 이미 부풀기 시작했어. 그걸 보자 속이 안 좋아졌어. 초밥집 밖으로 달려 나왔어.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절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애도하는 과정을 이렇게 대놓고 조롱당한다는 게.. 정말 감당하기 어려웠어. 키스에게 전화해서 그가 맞았다고 얘기했어. 내가 멍청한 짓을 했다고. 키스는 나를 위로해줬고, 다음 근무 오프날에 우리 집에 올테니 뭔가 같이 생각해보자고 말했어. 

    하지만 롭을 계속 마주쳤어. 내가 가는 곳, 제이미랑 가지 않았던 곳에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어. 당당하게 자기가 훔친 얼굴을 자랑하면서 말이야. 이젠 알기 때문에 절대로 미끼를 물지 않을 거였지만, 여전히 구역질이 났어. 모든 사람이 롭을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쳐다봤어. 맞는 얘기였지만 부끄러운 사람은 나였어. 사람들에게 제이미는 저런 사람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었다고. 사람들을 깊게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깊게 사랑받았던 사람이라고. 

    그러다가 사진을 받기 시작했어. 차 와이퍼 아래에 끼워져 있거나, 현관문 아래에 밀어넣어져 있거나 우편함에 넣어진 사진들을. 롭이 제이미의 얼굴로 웃고 있었어. 그의 예전 얼굴이 찍힌 사진에 키스하는 사진. 당근을 빨고 있는 사진. 

    전화도 받기 시작했어. 거친 숨소리가 들렸어. 롭이 가성으로 제이미인척 하면서 "그녀"가 얼마나 롭을 나보다 사랑하는지 얘기하는 전화였어. 

    이런 것들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어. 잠도 잘 못 자게 됐어. 내 아파트가 도둑맞던 날 내가 자다가 일어난 이유이기도 해. 

    그날에는 평소보다 자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어. 새벽 세시쯤 결국 졸기 시작했던 것 같아. 잠에서 깼을 땐 아직도 어두웠어. 날 깨운 건 소리가 아니었어.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어. 나는 일어나서 칠흑 같은 내 방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어. 

    "다시 자지 그래," 누군가가 속삭였어. 

    만약에 그가 조용히 있었으면 나는 다시 잤을 테고, 그는 도망쳤을 수도 있어. 내가 깨길 원했을 수도 있어. 누가 알겠냐만은. 

    처음에는 그에게 베개를 던졌어. 램프도 켰어. 롭은 여전히 히죽히죽 웃으면서 손에 가방을 들고 방 반대쪽에 쭈그리고 있었어. 

    우리가 매일매일 쓰면서 별생각 안 하는 그런 작은 물건들 있잖아. 화장솜이나, 매니큐어나 머리띠 같은거 말이야. 아직도 제이미를 잊을 수 없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그런 작은 것들. 

    그게 롭의 가방에 있었어. 

    잠시 동안 이성을 잃었어. 그의 가슴, 가랑이, 얼굴을 짓밟았어. 특별히 얼굴을 말이야. 그가 곧 도망치지 못할 거란 확신이 들었을 때 부엌 카운터에 충전하려고 둔 핸드폰을 꺼내서 119를 불렀어. 

    집 주소를 부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 질식하는 듯한 캑캑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롭이 램프를 껐더라고. 발로 다시 램프를 켰어. 

    마치 뱀이 쥐를 삼키는 것처럼, 롭이 아직도 웃는 채로 제이미의 버버리 스카프를 삼키고 있었어. 그의 입은 쩍 벌어져 있었고 그가 호흡곤란으로 보랏빛으로 질려가면서 침이 뚝뚝 떨어졌어. 

    나는 핸드폰을 내려놨어. 이놈은 내게 남은 마지막 하나를 훔쳐 가려고, 자기가 한 짓에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려고 하고 있었어. 

    그렇게는 안 될걸. 

    나는 한 번에 거세게 스카프를 뽑아냈어. 드디어 미소가 사라진 채로 롭은 숨을 쉬려고 헐떡거렸어. 그때 그를 패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제이미의 얼굴을 부숴야만 했어. 

    내가 주먹을 날릴 때마다 제이미의 얼굴이 조금씩 사라졌어. 새로 날리는 주먹은 그전보다 훨씬 쉬워졌어. 주먹 말고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어. 그게 필요한 전부였으니까. 경찰들은 그에게서 날 떼어내야만 했어. 

    롭은 절도와 추행으로 몇 년형을 선고받았어. 더 받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그놈을 팼던 게 판결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 롭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채로 법정에 출두했어. 얼굴 골격은 회복이 불가능하게 변형됐다고 하더라. 수술을 하긴 했지만 겨우 사람처럼 보일 거라고도. 다시는 제이미의 얼굴로 돌아다니지 못하겠지. 그거 하난 확실했어. 

    그 이후로 난 나아지기 시작했어. 데이트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친구들과 더 자주 만났어. 제이미의 유품 중 몇 개는 정리했어. 다시 일도 시작했어. 롭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은 채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거야. 

    ... 그러다 며칠 전 책상 위에 놓인 우편물을 봤어. 발신인의 이름은 내가 모르는 이름이었지만, 반송 주소는 지역 교도소였어. 뭘 기대하고 열었는지 모르겠다. 

    봉투에는 편지나 노트도 없이 그냥 종이 한 장만 있었어. 조악하고 초점도 잘 맞지 않는 사진이었어. 걸어 다니는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고정된 자세에서 찍힌 것 같았어. 목 아래부터 찍힌 사람의 등 사진이었어. 문신을 새기고 있는 등짝. 볼펜으로 새긴 선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어. 아직 반 정도밖에 끝나지 않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 그건 제이미의 얼굴이었어.
    출처 The man with my dead girlfriend's face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5xvoh2/the_man_with_my_dead_girlfriends_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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