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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2513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15
    조회수 : 2715
    IP : 211.227.***.191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2/16 14:00:36
    http://todayhumor.com/?panic_92513 모바일
    [Reddit] 옥수수 깜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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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는 농부셨어. 난 아니야. 

    심지어 농사를 잘 하는 것도 아니셨어. 키울 수 있는 거라곤 옥수수뿐이었거든. 내가 가장 어릴 때 기억나는 건 끝없이 펼쳐진 파란 옥수수 밭이었어. 아빠는 옥수수를 굉장히 애지중지하셨어. 여물지 않은 옥수수 눈이라도 떼어낼라치면 우릴 후려치곤 하셨다니까. 옥수수가 깜부기균에 감염되기 시작할 때 뭔가 아빠를 무너뜨린 것 같아. 

    옥수수 깜부기를 본적 있어? 옥수수 알갱이로 들어가서 옥수수를 부은 회색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균 같은거야. 아빠는 팔이 거무스름해질 때까지 옥수수를 미친 듯이 베어내셨어. 가망 없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었어. 그렇게 아빠는 하루하루 조금씩 미쳐가셨어. 엄마의 팔뚝에 있는 사마귀만큼 옥수수 눈이 회색으로 부풀었거든. 

    아빠가 정말 망가지신 날은 굉장히 침착하셨어. 그날 저녁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긴장이 너무나도 팽팽해서 칼로 자를 수 있을 것 같았어.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옥수수밭의 1/3이 깜부기균에 감염됐다고 하셨어 아빠는 요리하고 계셨어. 원래 요리라곤 안 하시는 분인데. 

    아빠는 항상 좋은 농부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 시간에 따라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두 농장만큼 떨어진 늙은 대널 패턴도 콩을 기르기 시작했다고 하셨어.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게 전부라나 뭐라나. 

    식탁 주변에 둘러앉은 우리는 허수아비만큼이나 조용했어. 아빠는 우리가 땅의 소리를 듣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팬에서 뜨거운 회색 덩어리를 덜어내셨어. 

    엄마는 움찔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반응을 보이셨어. 그냥 접시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계셨어. 내 남동생이 다음이었어. 입은 일자가 됐고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걸로 봐서 메스껍다는 사실을 알았어. 다음은 내 차례였어. 나에게는 윙크를 하시면서 거의 두 배 정도의 양을 주셨어. 내가 맏이였으니까. 그리고 나머지를 본인 접시에 부으셨어. 

    먹어라, 아빠가 말씀하셨어. 아무도 첫 번째로 먹고 싶어 하지 않았어. 먹으라니까. 아빠가 말씀하셨어. 이번엔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어. 

    엄마는 마치 이게 뭔가 맛있는걸로 변하기라도 할 듯이 숟가락으로 접시를 휘저으셨어. 나는 내 걸 포크로 찔러봤어. 회색 여드름처럼 찍 하고 터지더라. 

    냄새가 올라오자 우리는 다 헛구역질을 했어. 아빠를 놔두고 우리는 다 화장실로 달려갔어. 아빠는 발을 구르거나 소리 지르시지도 않았어. 다음날 우리는 냉장고 안에 회색 덩어리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 음식을 다 내다 버리신거야. 

    힘든 시간이었어. 아빠는 매일 등이 부러질 정도로 우리를 밭에서 혹사시키셨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서 더 힘들었어. 한 번은 다 익은 옥수수를 뱉어냈어. 맛이 이상했거든. 익었든, 익지 않았든 어떤 옥수수도 정상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 엄마는 키우시던 토마토를 다 먹었어. 익지 않은 건 튀겨서 우리에게 몰래 주시면서 말이야. 아빠가 직접 확인하셔서 하루에 하나 이상의 계란을 훔치지도 못했어. 

    닭도 죽어가기 시작했어. 사료통에 회색 덩어리 무더기를 찾았어. 

    아빠가 트럭 열쇠를 숨기셔서 어딜 가지도 못했어. 마을까지는 15마일이었고 해가 내리쬐는 8월이었거든. 그래서 뭔가 일어나기만 기다렸어. 

    그러다가 뭔가 일어났어. 

    몰래 돌팔매로 잡은 까마귀를 장작더미 사이에 숨겨 넣고 있는데 고함소리가 들렸어. 아빠가 셔츠에 피가 잔뜩 묻으신 채로 옥수수밭에서 나오셨어. 

    실수로 낫으로 동생을 베어버리셨대. 나는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어. 아빠는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어. 연장을 챙기시더니 다시 옥수수밭으로 들어가셨어. 따라가기에 난 겁쟁이였어. 

    엄마와 나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어. 방금 자른 버섯 같은 냄새를 풍기며 잔뜩 더러워지고 땀이 난 채로 아빠가 들어오셨어. 

    엄마는 아들이 어딨냐고 물으셨어. 

    아빠는 알아서 처리했다고 하셨어. 

    엄마는 내 아들이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물으셨어. 

    아빠는 만약 땅이 원한다면 돌려줘야 한다고 하셨어. 

    엄마는 의자를 밀고 일어나서 내 아기가 어디에 있는 거냐고 소리 지르셨어. 

    아빠는 원래 걔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하셨어. 

    우린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던 거야. 아빠가 식탁을 돌아 우리 쪽으로 오셨어.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더 일을 크게 만들고 있었어. 아빠는 나쁜 싹을 잘라내야 한다며 사마귀가 난 엄마의 팔을 낫으로 베었어. 

    엄마가 소리 질렀어. 

    나도 소리 질렀어. 

    아빠 얼굴에 주먹을 날리자 아빠가 낫을 놓았어. 엄마는 팔에서 낫을 뽑아내시더니 다른 손으로 나를 잡으셨어. 우리는 뒷문으로 나왔어. 

    마을까지 15마일. 기도도 하지 않았어. 아빠를 따돌리러 옥수수밭으로 들어갔어. 

    얼마나 걸었을까, 뒤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잠깐 멈췄어. 펜을 꺼내서 꽁무니의 라이트를 켰어. 엄마의 팔뚝에서는 피가 줄줄 나고 있었어. 내 셔츠를 벗어서 지혈을 했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 

    옥수수밭에는 방향 같은게 없어. 과수원이 아니거든. 아무리 줄을 잘 맞춰서 심어도, 옥수수는 자기 멋대로 자라니까. 

    어둠 속에서 나는 나무에 부딪혔어. 나무가 신음을 냈어. 

    불을 켜서 얼굴을 가까이 대니까 동생이 보였어. 지금까지도 난 그게 부상당한 사람의 몸에서 자란 식물인 건지, 아니면 사람처럼 생긴 식물인지 모르겠어. 어쨌든 간에 이렇게 놔둘 수는 없었어. 근처에 삽이 있어서 제대로 묻어줬어. 

    엄마는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셔서 어지러워하셨어. 나는 꼭 붙잡아드렸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거뿐이었으니까. 

    아빠가 우리를 불렀어. 우리는 더 깊숙이 밭 안쪽으로 들어갔어. 아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망할 놈의 낫 소리도 들렸어. 우리가 잘못한 게 많다고 하셨어. 꽤 오랜 시간 동안은 용서해주지 않겠다고도. 
    아빠가 떠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숨을 참았어. 거기서 밤을 보내야만 했어. 추운 옥수수밭에서. 

    나는 새벽에 일어났어. 엄마는 그러지 못하셨어. 

    거기에 엄마를 두고 올 수밖에 없었어. 꼭 돌아와서 제대로 된 곳에 묻어드리겠다고 약속했어. 옥수수라곤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곳에. 

    옥수수가 나를 잡으려는 것 같았어. 톱니 같은 잎사귀 가장자리에 팔과 얼굴이 다 긁혔지만 상관없었어.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으니까. 

    다시 돌아왔을 때 아빠는 식당에서 회색 덩어리를 먹고 계셨어. 먹으면서 쩝쩝 소리를 내시더라. 회색 즙이 턱으로 흘렀어. 나는 뒤에서 아빠가 앉았던 의자를 찼어. 

    낫을 들고 오셨지만 내가 어깨를 치자 낫을 떨구셨어. 무릎을 찼더니 또 쓰러지셨어. 다른 쪽 다리로 도망가려고 하시더라고.  

    나는 니 애비다, 라고 하셨어. 

    내가 가진 유일한 가족이라고. 

    니 애비를 죽이진 않을 거라고. 그럴 거냐고. 내가 그럴까? 


    아빠는 농부셨어. 난 아니야. 
    내가 심은 건 다시 자라지 않았으니까.
    출처 Corn Smut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53cvjr/corn_sm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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