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 외부펌 금지합니다. 오유에서만 봐주세요.</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농부셨어. 난 아니야.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심지어 농사를 잘 하는 것도 아니셨어. 키울 수 있는 거라곤 옥수수뿐이었거든. 내가 가장 어릴 때 기억나는 건 끝없이 펼쳐진 파란 옥수수 밭이었어. 아빠는 옥수수를 굉장히 애지중지하셨어. 여물지 않은 옥수수 눈이라도 떼어낼라치면 우릴 후려치곤 하셨다니까. 옥수수가 깜부기균에 감염되기 시작할 때 뭔가 아빠를 무너뜨린 것 같아.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옥수수 깜부기를 본적 있어? 옥수수 알갱이로 들어가서 옥수수를 부은 회색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균 같은거야. 아빠는 팔이 거무스름해질 때까지 옥수수를 미친 듯이 베어내셨어. 가망 없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었어. 그렇게 아빠는 하루하루 조금씩 미쳐가셨어. 엄마의 팔뚝에 있는 사마귀만큼 옥수수 눈이 회색으로 부풀었거든.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가 정말 망가지신 날은 굉장히 침착하셨어. 그날 저녁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긴장이 너무나도 팽팽해서 칼로 자를 수 있을 것 같았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옥수수밭의 1/3이 깜부기균에 감염됐다고 하셨어 아빠는 요리하고 계셨어. 원래 요리라곤 안 하시는 분인데.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항상 좋은 농부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 시간에 따라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두 농장만큼 떨어진 늙은 대널 패턴도 콩을 기르기 시작했다고 하셨어. 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게 전부라나 뭐라나.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식탁 주변에 둘러앉은 우리는 허수아비만큼이나 조용했어. 아빠는 우리가 땅의 소리를 듣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팬에서 뜨거운 회색 덩어리를 덜어내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는 움찔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반응을 보이셨어. 그냥 접시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계셨어. 내 남동생이 다음이었어. 입은 일자가 됐고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걸로 봐서 메스껍다는 사실을 알았어. 다음은 내 차례였어. 나에게는 윙크를 하시면서 거의 두 배 정도의 양을 주셨어. 내가 맏이였으니까. 그리고 나머지를 본인 접시에 부으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먹어라, 아빠가 말씀하셨어. 아무도 첫 번째로 먹고 싶어 하지 않았어. <i>먹으라니까. </i>아빠가 말씀하셨어. 이번엔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는 마치 이게 뭔가 맛있는걸로 변하기라도 할 듯이 숟가락으로 접시를 휘저으셨어. 나는 내 걸 포크로 찔러봤어. 회색 여드름처럼 찍 하고 터지더라.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냄새가 올라오자 우리는 다 헛구역질을 했어. 아빠를 놔두고 우리는 다 화장실로 달려갔어. 아빠는 발을 구르거나 소리 지르시지도 않았어. 다음날 우리는 냉장고 안에 회색 덩어리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 음식을 다 내다 버리신거야.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힘든 시간이었어. 아빠는 매일 등이 부러질 정도로 우리를 밭에서 혹사시키셨어.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서 더 힘들었어. 한 번은 다 익은 옥수수를 뱉어냈어. 맛이 이상했거든. 익었든, 익지 않았든 어떤 옥수수도 정상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 엄마는 키우시던 토마토를 다 먹었어. 익지 않은 건 튀겨서 우리에게 몰래 주시면서 말이야. 아빠가 직접 확인하셔서 하루에 하나 이상의 계란을 훔치지도 못했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닭도 죽어가기 시작했어. 사료통에 회색 덩어리 무더기를 찾았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가 트럭 열쇠를 숨기셔서 어딜 가지도 못했어. 마을까지는 15마일이었고 해가 내리쬐는 8월이었거든. 그래서 뭔가 일어나기만 기다렸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러다가 뭔가 일어났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몰래 돌팔매로 잡은 까마귀를 장작더미 사이에 숨겨 넣고 있는데 고함소리가 들렸어. 아빠가 셔츠에 피가 잔뜩 묻으신 채로 옥수수밭에서 나오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실수로 낫으로 동생을 베어버리셨대. 나는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어. 아빠는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어. 연장을 챙기시더니 다시 옥수수밭으로 들어가셨어. 따라가기에 난 겁쟁이였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와 나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어. 방금 자른 버섯 같은 냄새를 풍기며 잔뜩 더러워지고 땀이 난 채로 아빠가 들어오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는 아들이 어딨냐고 물으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알아서 처리했다고 하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는 내 아들이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물으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만약 땅이 원한다면 돌려줘야 한다고 하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는 의자를 밀고 일어나서 내 아기가 어디에 있는 거냐고 소리 지르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원래 걔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하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우린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던 거야. 아빠가 식탁을 돌아 우리 쪽으로 오셨어.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더 일을 크게 만들고 있었어. 아빠는 나쁜 싹을 잘라내야 한다며 사마귀가 난 엄마의 팔을 낫으로 베었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가 소리 질렀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도 소리 질렀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 얼굴에 주먹을 날리자 아빠가 낫을 놓았어. 엄마는 팔에서 낫을 뽑아내시더니 다른 손으로 나를 잡으셨어. 우리는 뒷문으로 나왔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을까지 15마일. 기도도 하지 않았어. 아빠를 따돌리러 옥수수밭으로 들어갔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얼마나 걸었을까, 뒤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잠깐 멈췄어. 펜을 꺼내서 꽁무니의 라이트를 켰어. 엄마의 팔뚝에서는 피가 줄줄 나고 있었어. 내 셔츠를 벗어서 지혈을 했고, 다시 걷기 시작했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옥수수밭에는 방향 같은게 없어. 과수원이 아니거든. 아무리 줄을 잘 맞춰서 심어도, 옥수수는 자기 멋대로 자라니까.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둠 속에서 나는 나무에 부딪혔어. 나무가 신음을 냈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불을 켜서 얼굴을 가까이 대니까 동생이 보였어. 지금까지도 난 그게 부상당한 사람의 몸에서 자란 식물인 건지, 아니면 사람처럼 생긴 식물인지 모르겠어. 어쨌든 간에 이렇게 놔둘 수는 없었어. 근처에 삽이 있어서 제대로 묻어줬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엄마는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셔서 어지러워하셨어. 나는 꼭 붙잡아드렸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거뿐이었으니까.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가 우리를 불렀어. 우리는 더 깊숙이 밭 안쪽으로 들어갔어. 아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망할 놈의 낫 소리도 들렸어. 우리가 잘못한 게 많다고 하셨어. 꽤 오랜 시간 동안은 용서해주지 않겠다고도.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가 떠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숨을 참았어. 거기서 밤을 보내야만 했어. 추운 옥수수밭에서.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는 새벽에 일어났어. 엄마는 그러지 못하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거기에 엄마를 두고 올 수밖에 없었어. 꼭 돌아와서 제대로 된 곳에 묻어드리겠다고 약속했어. 옥수수라곤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곳에.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옥수수가 나를 잡으려는 것 같았어. 톱니 같은 잎사귀 가장자리에 팔과 얼굴이 다 긁혔지만 상관없었어.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으니까.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시 돌아왔을 때 아빠는 식당에서 회색 덩어리를 먹고 계셨어. 먹으면서 쩝쩝 소리를 내시더라. 회색 즙이 턱으로 흘렀어. 나는 뒤에서 아빠가 앉았던 의자를 찼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낫을 들고 오셨지만 내가 어깨를 치자 낫을 떨구셨어. 무릎을 찼더니 또 쓰러지셨어. 다른 쪽 다리로 도망가려고 하시더라고.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는 니 애비다, 라고 하셨어.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가진 유일한 가족이라고.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니 애비를 죽이진 않을 거라고. 그럴 거냐고. <i>내가 그럴까?</i>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빠는 농부셨어. 난 아니야. </font></div> <div style="text-align:justify;"><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심은 건 다시 자라지 않았으니까.</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