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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abinogi_127208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9
    조회수 : 632
    IP : 39.112.***.38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5/07/27 20:37:52
    http://todayhumor.com/?mabinogi_127208 모바일
    #닉언죄_:P #날씨가_너무_덥네요

    브금은 바케모노가타리 - 하치쿠지 마요이 오프닝곡 '돌아가는 길'입니다.

    캡처.PNG





    추적추적 떨어지는 비에 울상을 지어도 길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웃는다고 없던 길이 뿅!하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소녀의 머리 속에는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제가끔 무모한 짓을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수습이 가능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을 때만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잠시 잊어버린 것이 있었다.
    대개 그런 일은 몹시도 힘들게 굴러간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규칙은 별달리 바뀌지 않았다.


    소녀는 어렸을 때부터 모험이 좋았다. 그야말로 몸서리나도록 좋았다. 짧퉁한 숏보우 하나와 화살통을 을러메고 필리아를 헤집느라 사고를 친 전적은 마을의 가드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았다. 수업을 빼먹고 도망가다가 카스타네아 촌장에게 붙잡혀 훈수를 듣게 된 일이 몇번인지 셀 수도 없다. 다른 아이들이 밀 베고 우유 짜며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나갈 때 분홍머리 작은 여자아이는 흙구덩이에 구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마을 주위를 한껏 탐험하고 다녔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필리아, 모래가 퍼석하게 씹히는 바람이 부는 곳에서 한껏 즐기며 소녀는 살았다.
    사실 탐험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을 밖으로 떠나 세상을 떠도는 이가 몇명이며, 흙모래 든 부츠를 거꾸로 들어 털며 사막 너머 이야기를 들려주던 여행자는 또 몇명이던가. 그 여행자와 모험가들 때문에 작고 어린 엘프들의 가슴은 풍선에 바람 넣는 것처럼 뭉실뭉실 부풀어 그 설렘을 타고 어린 엘프들이 또 밖으로 떠나는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이 일이 소녀에게만큼은 문제가 되는 이유가 하나 있었다.

    분홍머리의 소녀는 몹시도 심각한 길치였다.

    같이 다니는 이가 없으면 오른쪽 왼쪽도 구분하지 못하기 일쑤요, 우물에 가 물을 떠오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마을 밖으로 떠나는 퀘스트만 줬다 하면 돌아오는데 사나흘은 끔뻑이었다.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던전을 다녀오라는 퀘스트를 받았을 때는 또 어땠는가. 다른 아이들이 이틀 안에 다녀오는 거리를 일주일만에 돌아왔을 때, 소녀의 분홍색 머리는 분홍색은 커녕 흙먼지로 뒤덮혀 어석어석한 모래색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배죽이 웃으며 소녀는, 어쩌다보니 오아시스를 보고 왔더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쳐다보는 마을의 어른들을 버려두고는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쓸어넣은 소녀는 또 이틀을 내리 잤다. 그런 일이 어디 한두번이었어야 걱정을 덜텐데, 매번 그런 꼴이니 문제인 것이다. 선천적으로 방향이며 지리를 익히는 능력 자체가 완전히 빠져있다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게다가, 자신의 길 찾는 솜씨로는 다니는 길 하나하나 위태하다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있었음에도 어찌나 마을 밖으로 뜨는 것을 좋아하는지. 가드들이 마을 밖으로 쏘다니기 시작하면 열에 일곱은 소녀의 문제라고 할 정도였다. 길 잃는 그 천성만 빼면 소녀만큼 모험가가 어울릴 아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결국 소녀가 마을을 떠나는 날 카스타네아는 자신의 집 뒤에 있는 마구간으로 조용히 소녀를 데려갔다. 저처럼 분홍색으로 물든 드래곤은 차가운 기운을 훅훅 뿜으며 마구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자 몸을 일으킨 아이스 드래곤은 마구간 안으로 뻗은 카스타네아의 손에 코 끝을 가져다 댔다. 눈짓으로 자신을 부르는 카스타네아의 곁에 쭈뼛쭈뼛 다가간 소녀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손을 마구간 안으로 뻗어 드래곤의 뺨에 갖다댔다. 뜨거운 사막의 열기 아래에, 이 차가운 생명체는 몹시도 생소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것이다.

    이제 제법 잔뼈가 굵은 모험가 티를 내고 다니는 그녀였지만 여전히 방향을 잃기 일쑤. 그래도 괜찮았다. 카스타네아가 그녀에게 몰래 쥐여줬던 아이스 드래곤은 그녀가 심사숙고하여 골랐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리했다. 가야할 방향으로 등을 마구 떠민다거나, 갈 방향이 아니면 입으로 옷깃을 물어 끈다거나. 드래곤이 없었다면 언제 어떤 장소에서 비명횡사해서 발견될지도, 아니 애초에 발견 되기나 할 지 모르겠다고 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음을 떠들고는 했다.
    그랬던 소녀가 왜 홀로 길을 떠돌고 있는가 하면, 이 쏟아지는 비 때문이었다.
     장마기간이었다. 또, 때마침 던전을 다녀와 여장을 푼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소녀도 드래곤도 몹시 지쳐있긴 매한가지였고, 돌아오는 길에도 비에 한껏 두들겨맞은 드래곤은 자신의 몸에 마구 엉겨 얼어버린 빗물을 아직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하고 거푸 몸을 긁어댈 뿐이었다. 냉기를 훌훌 뿜느라 방이 습하지 않은 것은 좋았지만, 아무리 닦아내려해도 꽝꽝 얼어붙어버린 빗물은 열기에 녹여내지 않는 이상 떨어지지 않을 모양이었다. 하지만 집을 비운 새 쏟아진 비는 쌓아놓은 장작마저 흠뻑 적셔놓아 불을 피울래도 피울 방법이 없었다. 날개와 몸뚱이가 묵직해 배를 뒤집곤 마구 몸부림치며 앙탈을 피우는 아이스 드래곤을 보며 어떻게 잠시 같이 나가자고 할 수 있겠는가. 식료품이 다 떨어져가던 참이었다. 소녀는 날개를 퍼덕이며 바닥에 얌전히 엎드린 드래곤의 콧잔등을 슥슥 쓸어주며, 먹을 것만 사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뒤 마을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품에 안은 물건들을 추슬러 안으며 아무리 발걸음을 재촉해도 익숙한 문은 보이지 않는다. 빙글빙글 헤메는 와중에도 소녀는 헛웃음이 났다. 내가 아무리 길치라지만 이제 집도 못찾아가는 멍청이가 되었다는 건가. 드래곤이 길을 찾아주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얘기인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헤집지만 자신이 가야될 길이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어 소녀는 그저 허허로이 서있을 밖에 없었다. 축축히 쏟아지는 비가 온몸을 적셔 머리칼이 얼굴에 마구 달라붙고, 품에 안은 음식 중 몇 가지도 아마 못쓰게 되었을 것이다. 나무 꼭대기에라도 기어올라가 살펴보려다가 소녀는 한숨을 푹 쉬고는 그냥 나무 밑으로 뛰어가 비를 잠시 피하기로 맘먹었다. 비가 그치면 조금 나아지려나 하는 심산이었다.
    그녀가 나무 밑에 들어가길 기다린 듯이 비는 순식간에 후드득 쏟아진다. 옷자락을 비틀어 물을 짜내자 뚝뚝 떨어지는 물. 그것을, 물을 흠뻑 머금은 흙이 물을 제대로 삼키지도 못했다. 발밑에 작은 웅덩이를 몇개나 만들고 나서야 소녀는 제대로 기지개 한번을 펼 수 있었다.
    이미 흠뻑 젖은 마당에 무엇이 더 껄끄러우랴 싶어 흙바닥에 털퍽 주저앉아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장 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뒤적대 꺼낸 것은 동그란 사과 한알. 빗물 냄새가 물씬 나는 그것을 와삭와삭 씹어삼키며 그녀는 자신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만한 지표를 계속해서 떠올렸다. 빨간 우체통이 딸린 집 앞에서 오른쪽이던가? 중앙 광장에선 남쪽이라고 했었지. 어느 건물 사이로는 부엉이 안내원이 보였었는데. 망연히 하늘을 쳐다보며 어느새 다 먹어버린 사과 씨를 집어던지는 순간, 소녀의 눈에 무언가가 걸렸다.
    쿵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의 아이스 드래곤이 나무 밑으로 뛰어든다. 빗물에 흠뻑 젖은 몸이 그 차가운 몸에 엉겨 얼어붙기 전에 소녀는 잽싸게 몸을 피했다.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쳐다보는 드래곤이었지만, 막상 소녀는 몹시도 감동하고 있는 참이었다. 주인이 너무 오래 돌아오지 않아서 찾으러 오다니, 어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한담! 드래곤은 몸을 일으킨 그녀의 옷자락을 입으로 잡아끌었다. 응응, 그럼. 가자가자. 어린 아이를 어르듯 드래곤을 다독이며 소녀는 장바구니를 들고 가뿐가뿐한 걸음으로 비내리는 길을 질주했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면, 집에 도착하니 문이 박살나 있다는 정도일까. 아마 걸려있는 문을 열지 못해 들이받아 부숴버린 모양이었다. 문은 제가 할 도리는 다 했다는 듯이 경첩만 남아 끼익끼익 애처로이 흔들리고 있었다. 혼날까 싶어 움츠러든 자신의 드래곤에게, 소녀는 커다란 고깃덩이를 던져주었다. 그래,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것보단 문을 한번 고치는 것이 낫지. 자신의 사랑스러운 드래곤이 문을 열 수 있게 다른 경첩을 달아볼까 고민하며 집으로 걸어들어가는 소녀의 발걸음은 아까보다 훨씬 가벼웠다.






    ---

    이번엔 엄청 많이 신청해주셨네요....꺄..너무죠아...다음에 또 신청해주세여....헤헤...

    한분밖에 못써드려서 그게 살짝 아쉽....ㅠ.ㅠ 쓰면 재밌어 보일만한게 있었는데 여력 닿으면 함 써보겠습니다... ㅠ.ㅠ

    :P 님 마음에 드셨음 좋겠슴당 헤헤
    아리에나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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