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난 국민학교,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절반 이상을 정신지체 장애아동(이하 장애아동)과 함께 해왔다.</span></div> <div>다른 지역도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없는 편이 아니라 빈곤하기로 손꼽히던 지역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div> <div>그들에 대한 기억은 그 시절 꼬맹이들 사이에서 한 주먹하던 친구들에게 샌드백처럼 얻어맞던 모습</div> <div>아니면 그들이 가진 장애로 인해 행하게 되었던 비문명적인 행위들 밖에 없다.</div> <div><br></div> <div>분명히 일반 학교로 던져진 장애아동 본인들에게 학교 생활은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을것이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인격이 완전히 성숙치 않은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이에 무턱대고 그렇게 툭 던져놓는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냥 정상인 아이들에게 괴롭히고 때리란 소리나 진배 다를게 없다.</span></div> <div><br></div> <div>다행히도 우리 부모님은 내 입에서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div> <div>"너는 그래도 그 아이들에게 잘해줘라."</div> <div>"너는 절대로 그 아이들을 때리지 말아라."</div> <div>"불쌍한 아이들이니 네가 도와주어라."</div> <div>라고 교육해주셨고 착한 아이였던 나는 대부분의 생활에서 그 부모님의 말씀을 잘 지켰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만 그건 '대부분'의 경우였을 뿐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리고 그 '대부분'에 포함되지 않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금도 선명히 기억하는 2번의 폭행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모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린 아이의 순간의 감정폭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최소한 하루 전부터 계획되었던, 그러나 순간의 감정폭발로 위장된 범행이었다.</span></div> <div><br></div> <div>한 번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장애아동에 대한 조력자 역할을 떠넘기려 했던 선생님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였고</div> <div>한 번은 항상 상냥하게 대해주었던 나를 오히려 하대하고 폭행하며</div> <div>자신의 서열 아래에 두려했던 장애아동의 행동을 본 주변의 놀림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웃기는 말이지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난 그들을 때리고 싶지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계획하면서도 내가 어떻게 그 새끼를 때릴까가 아니라 내가 과연 그들을 때릴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span></div> <div>그 당시의 나는 모두에게 웃는 얼굴이었고 맞았으면 맞았지 그 누구에게도 주먹을 쥐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div> <div>그렇게 미안한 마음과 무자비한 폭행이라는 모순된 행동이 나에게서 행해졌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해자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 코스프레겠지만.</span></div> <div><br></div> <div> <div>두 번의 폭행은 모두 성공적이었다.</div> <div>나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 장애아동의 전담 도우미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div> <div>나를 자신의 서열 아래에 두려고 했던 장애아동이 내 얼굴만 봐도 그 자리를 피하게 만들었다.</div></div> <div>그리고 나는 왕따 직전까지 몰렸던 놀림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나는 잘 지냈다.</span></div>